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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안데르센의 동화를 좋아하나?"
그가 진지하게 물었다.
"나는 마르코 보보치카가 번역한 책을 읽었을 때 사실 전혀 이해하지를 못했어. 그런데 십년이 지난 후 그 책을 다시 읽으니까 안데르센이 매우 외로운 사람이었다는 걸 아주 분명히 느낄 수 있었지. 나는 그 사람의 인생이 진짜로 어땠는지 몰라. 내 생각에 그는 방탕하게 생활했고 여행을 좋아했던 것 같아. 하지만 나 혼자만의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혼자였어.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거지. 비록 그것이 잘못된 것일지라도 말이야. 그는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원한다고 생각했던 거야. 그러나 실제로 아이들은 아무것도 원하지 않을 뿐 아니라 뭘 원해야 하는지도 모르지."

그를 보면 평생 동안 손에 지팡이를 쥐고 수천마일을 걸어 수도원을 찾아 한 성인의 유골을 보고 또 다른 것을 찾아다니는 순례자가 떠오른다. 철저하게 집도 사람도 물건도 소유하지 않는 순례자.
그의 세계는 자신을 위한 것도 하느님을 위한 것도 아니다. 그는 습관적으로 신에게 기도하지만 그 내밀한 영혼은 신을 싫어한다. 왜 신은 그 같은 사람을 이 세상 끝으로 내모는 것일까? 무슨 목적으로?
레프 니꼴라예비치 같은 사람은 길가의 쭉정이, 돌부리, 나무뿌리와 같다. 사람들은 길을 가다 그것에 걸려 넘어진다. 심지어는 그 것에 깊은 상처를 입기도 한다. 사람들은 그같은 사람이 없어도 그럭저럭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점, 혹은 전혀 다른 세계를 보고 놀라는 일은 즐겁다.

그가 읽어보라고 건네준 일기에서 기이한 경구를 보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신은 나의 욕망이다"
오늘 그에게 일기를 돌려주면서 나는 그 뜻을 물어보았다. 그는
"완성되지 않은 생각이지"라고 말하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 일기장을 들여다보았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신의 존재는 그를 알고자 하는 나의 욕망이다...아니, 그게 아니지."
그는 웃으면서 일기장을 돌돌 말아 윗도리의 큰 주머니에 넣었다. 하느님과 그의 관계는 대단히 이상하다. 때때로 '하나의 굴 속에 있는 두 마리의 곰'을 생각나게 한다.

"왜 하느님을 믿지 않나?"
"나는 신앙이 없습니다, 레프 니꼴라예비치."
"그건 사실이 아니야. 천성적으로 자네는 믿는 사람이고 하느님 없이는 잘 버텨낼 수가 없네. 자네도 언젠가는 깨닫게 되겠지. 자네의 불신은 고집에서 오는 걸세. 자네는 상처를 입었거든. 사랑과 마찬가지로 믿음에도 용기와 대담성이 필요해. 자신에게 '나는 믿는다'고 말해야 해. 그러면 모든 것이 잘될 걸세.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이 나타나 자네에게 설명하고 자네를 끌어당기겠지. 자네는 많이 사랑하고 있지만 신념이 사랑보다 더 클 뿐이네.
여인을 사랑하게 되면 틀림없이 그 여인이 세상에서 최고의 여인이겠지. 그리고 사람들은 각자 최고의 여인과 사랑하는 거라네. 그게 믿음이야. 믿지 않는 사람은 사랑을 못해. 오늘 사랑에 빠졌다가 내년에 또다른 여인과 사랑에 빠지겠지. 그런 사람의 영혼은 불모의 삶을 사는 떠돌이야. 그건 좋지 않네. 그렇지만 자네는 믿는 자로 태어났으니 자신을 부정하려고 해보았자 소용이 없네. 글세, 자네는 아마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겠지. 그런데 무엇이 아름다움인가? 가장 높고 가장 완전한 하느님이지."
그는 이 주제에 대해 나에게 거의 말한 적이 없어서 그 진지함과 갑작스러움으로 나는 압도되었습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다리를 끌어올리고 소파에 앉아 승리의 미소를 지으면서 손가락을 흔들며 말했죠.
"자네는 침묵으로 여길 빠져나가진 않을 걸세. 그렇지 않을 거야."
그리고 하느님을 믿지 않는 나는 그를 무슨 이유인지 매우 조심해서 약간 수줍어하며 쳐다보았습니다. 나는 그를 바라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이 사람은 하느님 같아'.

...내 영혼 속에는 개가 울어대고 불행한 예감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신문이 막 도착했고 그러한 예감은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최고의 영혼들이 슬픔에 잠겨있어야 할 이 때, 영혼이 텅 빈 혐오스런 사람들이 그를 향해 경배한다면 그 얼마나 큰 해악이겠습니까. 사람들은 집에서 '전설을 창조'하기 시작했습니다. 게으름뱅이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사람들은 성인을 만들어냅니다.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은 오랫동안 영웅을 갈망해 왔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고통이 줄어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욕망하지만 이루어지지 않는 존재, 즉 경건한 인간과 성인의 삶을 창조합니다. 확실히 니꼴라예비치는 위대하고 경건합니다. 그는 미치게 고통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인류 전체를 위한 사람입니다.
...나는 니꼴라예비치를 성인으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모든 죄악의 세계, 우리 각각의 마음에 더 가까운 죄인으로 놔두어야 합니다.
...그가 관에 누워 있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그는 시냇물 바닥에 매끄러운 돌처럼 누워있고, 회색 수염 속에는 고즈넉하고 신비스러운 미소가 조용히 숨겨져 있겠지요. 그리고 힘든 일을 다 마친 손은 평화롭게 고이 겹쳐져 있겠지요. 그의 예리한 눈이 떠오릅니다.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눈이지요. 그 손가락이 움직임은 마치 허공에서 무언가 영원한 것을 만들어내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의 말과 농담, 그가 가장 좋아하던 농부의 말투, 교묘히 대답을 회피할 때의 목소리. 그는 얼마나 대단한 생명력을 가졌고, 얼마나 비인간적일 만큼 영리했던가요.
...구름의 그림자가 돌 사이를 물 흐르듯 지나가자 돌과 함께 그 노인은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했습니다. 파도에 마모되어 둥글어진 큰 돌은 해초로 덮여 있었습니다. 니꼴라예비치 역시 살아있는 오래된 돌처럼 보였습니다. 돌, 풀, 바닷물, 조약돌에서부터 태양에 이르기까지 모든 우주만물의 시작과 끝을 아는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바다는 그의 영혼의 일부이고 그 주변의 모든 것은 그로부터 나온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노인의 꿈꾸는듯한 부동성에서 나는 운명적이고 마술적인 기운을 느꼈습니다. 그 기운은 마치 그의 발 아래에서 서치라이트처럼 바다의 푸른 빈 공간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니꼴라예비치의 집중력이 파도를 밀려왔다 밀려가게 하고, 구름 그림자의 움직임을 조절하고 돌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갑자기 정신이 멍해진 나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가능해. 그가 일어나서 손으로 주술을 걸면 바다는 투명한 돌이 되고 돌은 파도치며 소리칠거야. 주변의 모든 것들이 생명체가 되어 여러 목소리로 니꼴라예비치에게 말을 걸거야."
당시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내가 느낀 것을 표현하기가 더욱 힘들군요. 내 영혼의 기쁨과 두려움이 하나의 행복한 생각으로 결합되었습니다.
"이 사람이 여기 살고 있는 한 나는 지구의 고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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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실제적인 진실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말이 많은 내 친구들에게

숲속에 태양이 침대 속에서 몸을 맡긴 여자의 아랫배와 같다고 말한다면 당신들은 내 말을 믿고 내 모든 욕망을 이해합니다. 비오는 날 수정이 언제나 사랑의 무료함 속에서 소리를 울린다고 말한다면 당신들은 내 말을 믿고 사랑의 시간을 지연합니다. 내 침대의 많은 가지 위에서 결코 동의를 표시하지 않는 새 한 마리가 집을 짓는다고 말한다면 당신들은 내 말을 믿고 나의 불안을 함께 나눕니다. 움푹 파인 샘물의 밑바닥에서 푸른 풀잎을 살포시 열며 강물의 열쇠가 돌아간다고 말한다면 당신들은 여전히 내 말을 믿고 더욱 잘 이해합니다. 그러나 내가 이 모든 나의 거리와 끝없는 거리와 같은 나의 이 조국을 솔직히 노래한다면 당신들은 이제 내 말을 믿지 않고 인간이 부재한 곳으로 떠나 갑니다. 당신들은 목적도 없이 걷기 때문에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세계를 변혁하기 위해서 인간은 뭉쳐야 하고 희망하고 투쟁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내 애정의 발길로 당신들을 인도하리라 나는 힘이 없지만 나는 살았고 나는 아직도 살고 있으니 나의 말은 아연히 당신들의 영혼을 사로 잡으리라 빛을 쌓아가는 우리의 형제들과 새벽녘 이슬이 맺힌 해초와 등심초와 당신들을 만나게 하기 위해, 당신들을 해방하기 위해.

/폴 엘뤼아르


한 친구 덕에 엘뤼아르를 기억의 박물관에 소장하게 된 것을 기념해서, 그리고 오랜만에 들어보는 <형제>니 <세계>니 <해방>이나 하는 책 속의 그 단어들이 전해주는 울림을 세포의 말단에서나마 다시 느낄 수 있었던 것을 기념해서. <시>라는 것, 언어라는 것을 우습게 여기면서 아무 말이나 쏟아뱉었던 것을 반성하면서, 글쓰는 것의 무게를 제대로 깨닫지도 못한 채 글 쓰는 행위와 그외 부수적인 것들을 숭상해온 것을 반성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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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2005-03-27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엘뤼아르... 랭보와 더불어 제가 가장 사랑한 외국 시인들 가운데 한 명이군요.

하루(春) 2005-03-28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랭보는 들어봤는데, 엘뤼아르는 뭐하는 사람인지도 몰랐군요.
 

조그만 도시인 타리파의 경사지에는 예전에 무어인들이 건설한 오래된 요새가 있었다. 그 요새의 성벽 위에 앉으면 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였고, 바다 건너 아프리카 땅도 시야에 들어왔다.
살렘의 왕 멜키세덱은 그날 오후 요새의 성벽 위에 앉아 불어오는 레반터(동풍)를 맞고 있었다. 그의 주위에는 양 여섯 마리가 주인이 바뀐 갑작스러운 변화에 놀라 끊임없이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먹이와 물 뿐이었다.
멜키세덱은 부두를 떠나는 작은 배 한 척을 보았다. 그 젊은 양치기를 다시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브라함에게서 십일조를 받은 후에도 그를 다시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그의 일이었다.
신들은 욕망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신들에게는 자아의 신화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살렘의 왕은 마음속 깊이 청년의 행운을 빌어주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저 젊은이는 곧 내 이름을 잊어버리겠지. 여러번 더 반복해주었어야 했는데. 저 젊은이가 언젠가 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살렘의 왕 멜키세덱이라고 말할 수 있도록 말이야...'
그러나 다음 순간 고개를 젓고는 뉘우치는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내 주여, 아옵니다. 말씀대로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다는 것을. 하지만 늙은 왕이란 때로는 혼자서 우쭐해보기도 해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중에서


양치기는 가진 양의 십분의 일, 여섯 마리의 양을 멜키세덱에게 주고서 보물을 찾으러 떠난다. 피라미드 주변에 숨겨져 있다는 그 보물을 찾기 위해.
자아의 신화. 신의 이름으로 주어진 명령. 그렇지만 신은 결국 마음 속에 있다. 명령을 전해주는 자의 이름, <살렘의 왕 멜키세덱>. 성경에 나오는 멜키세덱은 단순한 메신저가 아니라, 훗날의 그리스도의 탄생을 암시하는 대사제다. 빵과 포도주로 축복해주는 사람, 그리고 신의 뜻을 전해주는 대가로 아브라함의 재물(십일조)을 받는 사람. 나는 어딘가에서 멜키세덱을 만났는데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인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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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은 '지식인'을 어떤 사람이라 정의하십니까?
마음가짐으로 정의하고 싶습니다. 인간의 문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나름대로 이해하고 통찰해보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합니다.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지식인의 역할은 진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진실을 무엇이라 정의하십니까?
이 책은 지금 의자 위에 있습니다. 이 책은 의자 위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 진실입니다. 아주 간단하지 않습니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 진실입니다. 진실된 말은 꾸밀 필요가 없습니다. 현실을 사실대로 설명할 때 우리 모두가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 (투기성 금융자본이 판치는) 자본주의 모델을 대체할 경제모델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자본주의요? 자본주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순수한 시장경제의 의미에서 자본주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비용과 위험을 공동으로 부담하는 거대한 공공분야와, 전체주의적 성격을 띤 거대한 민간분야가 양분하고 있는 경제현실에 우리는 살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세상은 자본주의가 아닙니다.
현재의 경제체제는 엄청난 권력을 지닌 개인 기업들이 서로 전략적으로 연대하고 강력한 국가권력에 의존하면서 위험과 비용을 분산시키는 체제입니다. 그래서 '연대 국가자본주의 Alliance State Capitalism' 혹은 '기업 중상주의 Corporate Mercantilism'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애덤 스미스나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믿었던 학자들이 요즘의 자본주의를 본다면 소스라치게 놀랄 것입니다.

○ 세계화에 대해
세계화는 결코 자연스런 현상이 아닙니다. 분명한 목표점을 지향해서 정치적으로 고안된 현상입니다.
세계화 자체는 상당히 좋은 것입니다. 세계화 덕분에 당신과 내가 지금 이탈리아에서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엄격히 말하면 민주주의의 세계화 덕분입니다. 여하튼 외국 기업의 투자도 때로는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세계화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를 통찰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세계화는 민간기업과 국가가 쌍둥이처럼 밀착해서 주도하고 있습니다. 둘 모두 똑같은 목표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인간이 가장 덜 나쁜 체제로 찾아낸 것이 바로 민주주의라는 주장에 동의하십니까?
민주주의는 가장 덜 나쁜 체제가 아니라 가장 좋은 체제입니다. 마하트마 간디는 서구문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썩 괜찮은 문명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문명을 창조하려고 노력한 보람이 있었겠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서구문명과 마찬가지로 민주주의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지만 그 찬란한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 마르크스주의가 요즘 세상에도 여전히 적용 가능한 이론이라 생각하십니까?
한 사람의 이름이 붙여진 것은 무조건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마르크스주의나 프로이드주의처럼 사람의 이름이 붙여진 학설은 일종의 종교로 미화되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학설이 그 인물을 신격화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한 개인을 신격화한다면, 그것은 조직화된 종교에 입문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마르크스가 19세기 사회를 흥미롭게 분석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밖에도 보편성을 지닌 많은 교훈적 분석을 남겼습니다. 따라서 지금도 유효한 생각들은 기꺼이 수용해야겠지만, 필요하다면 부연설명을 하거나 수정해야 합니다. 또한 부정확하고 적용할 수 없는 생각은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마르크스가 아닌 다른 위대한 사상가의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 무정부주의에 대해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무정부주의자들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한가지 기본 원칙이 있습니다. 지배구조와 계급구조는 어떤 형태를 띠더라도 의혹의 대상으로 삼아 그 정당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부모와 자식, 남자와 여자,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도 예외가 아닙니다. 노동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형태의 지배구조를 찾아내서 정당성을 입증하도록 촉구해야 합니다.
정당성을 입증할 수 없는 지배구조는 부당한 것입니다. 따라서 그 관계를 전복시킬 권리가 우리에게는 있습니다.

○ 국민이 혁명세력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대중이 혁명세력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현실을 모르기 때문이 아닙니다.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권을 누리는 지식인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반체제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지식인이 있다고 합시다. 법치국가인 우리 사회에서 목숨까지야 잃지 않겠지만 적잖은 고통을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중상모략과 비난이 빗발칠 것입니다.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반신불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행동하고 싶다면 주변의 소리에 귀를 막아야 합니다. 주변의 소리를 무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자유롭게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 <이론>이라는 말에 대해
솔직히 나는 '이론'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싶지 않습니다. 평범한 생각, 어찌 보면 상식에 불과한 생각에 이론이란 이름까지 붙일 필요가 있겠습니까? 자연과학에 속한 것이 아니라면 이론이란 수식어를 붙일만한 사상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사고의 틀, 즉 상식에 대한 모델이라 말해야 옳을 것입니다.

○ 언론의 동시성 경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보가 곧바로 전달되어도 나쁠 것은 없지만 하루 늦게 전달되더라도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속도는 우리에게 사건의 중심에 살고 있다는 환상을 품게 해줍니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선전효과에 100 퍼센트 노출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결국 동시성과 즉각성은 사건의 흐름에 우리 몸을 그대로 내맡기게 만듭니다. 현재의 인식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속도가 아닙니다. 깊이의 상실입니다. 피상적 수준에 머물고 있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기억을 지워 없애려고 고안된 것입니다.

○ 존경하는 인물이나 위인이 있습니까?
내가 존경하는 인물 중에는 버트런드 러셀이 있습니다. 러셀은 내가 지적인 면에서는 물론이고 대중적 인물로도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러셀과 아인슈타인은 대중에게 완전히 다른 세계의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두 사람은 무척이나 비슷한 생각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가장 걱정한 것은 핵무기였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사회주의자였습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우상이 된 반면에 러셀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있는 줄 아십니까? 아인슈타인은 탄원서에 서명한 후에 연구실로 돌아가 물리학에 전념했지만 러셀은 탄원서에 서명한 것으로 그치지 않고 길거리 시위에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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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사랑 2005-03-24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촘스키...흠....꼭 읽어봐야겠군요.
이런 생각을 들게 만들면 '추천 꾸욱~' 하는거죠?

파란여우 2005-03-24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졸린 눈을 비비며 추천했어요...잘했죠?.흐흐^^

딸기 2005-03-25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하셨어요, 두 분. ^^

가을산 2005-03-25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촘스키 책을 또 사야 하나? --a
촘스킨 왜 이리 책을 많이 쓰는 거죠? ^^;; 참 멋져요.

딸기 2005-03-25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다른 책들하곤 좀 달라요. 대화 형식이기 때문에, 촘스키의 좀더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가을산 2005-03-25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럼, 딸기님께 Thanks to 하고 보관함에 넣을래요.
 

미치겠네...

이러다 또 질러버리면 절대로.절대로. 안되는데 말이다.

바사라 완전판(애장판을 요샌 이렇게 부르나?)이 나와있다는 첩보;;를 입수.

  

 

 

 

만화방에 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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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3-17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전 어제 갔다 왔어요.

날개 2005-03-17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삭제된 것들 모두 다 살렸다고 완전판이랍니다..^^* 다시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중이라지요..

비로그인 2005-03-18 0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사라, 재밌지요, 꼭 지르시기 바래요, ㅋㅋㅋ

서연사랑 2005-03-18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뭔지도 모르고 일단 보관함에 넣었어요. 여러 분들이 A4보다 재미있다고들 하시니 어찌 모른척하리.......

딸기 2005-03-18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실 바사라를 세 번이나 봤거든요. 그런데도 애장판이 갖고 싶지 뭡니까.
그런데 A4는 뭐예요? F4는 아는데...

날개 2005-03-18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4가 아르미안의 네딸들 아닐까요? 그것밖에 떠오르질 않는군요..^^;

딸기 2005-03-18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그럴 수 있겠군요 +.+

서연사랑 2005-03-18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빙고!
아르미안~ 너무 기니까 이렇게들 줄여 부르기도 하죠. 저는 다 아실 줄 알고...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