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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며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지혜 42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그야말로 멘토의 시대이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란 걸 잘 알아도 필요한 순간에 가장 쉽고 안전한 구호가 있을 수 있다면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것이 미약한 인간의 본성이리라. 그간 명사나 스승, 선배, 책의 가르침 등 멘토의 개념이 없지도 않았지만 근래 부상된 주목할 만한 현상 중 하나가 젊은이들에게서 부는 멘토 열풍이었다. 청년들이 당면한 여러 문제들 가운데의 대부분이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사회 문제들이기 때문인지 이 어쩔 수 없음에 대한 답답한 마음이라도 헤아려주는 구원자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좀 심하게 말해서 약을 파는 사람도 없지 않았지만 적잖게 시대에 부합하는 진단과 대안들로 그 기능에 적절하게 의미를 부여해주는 등대와 같았다란 생각이 든다. 멘토들의 인생의 지침서와 같은 말들을 새겨 듣다보면 내 안의 강박이나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진흙탕 길에 작은 등불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주지하듯이 등대가 항로를 밝혀주는 존재인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인생을 항해 할 때 그 이정표로 인도되는 길이란 각자의 마음속에서 그려지는 무엇이지 멘토가 비추는 둘레를 하염없이 돌 수는 없는 노릇이다. 등대는 인생의 어둠을 비추는 따뜻함 정도로 느껴지면 그만이다. 이걸 아는 수준의 의미 정도를 영양소로 흡수하면 그럭저럭 괜찮아질 것이다. 단지 위로만이라도 되어주는게 어디란 말인가.

궁극으로는 내가 지금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존재일 수도 있겠지만 정반대의 의미도 개진될 수 있는 시야를 넓혀주는 존재일 수 있을 때 더욱 그 멘토의 의미가 확장된다. 인생의 대부분은 답이 없는 문제여서, 도전하며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수 있겠다.




언설이 길었는데 김혜남 작가의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를 읽고 든 생각을 두 가지로 축약했을 때 꼽을 수 있던 것이 멘토의 위로고통의 극복이란 의미들이었다.

작가에게 닥친 예기치 못한 불행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컸기 때문에, 덩달아 인생의 무심함에 분노로 잠식해버릴 것 같았지만 작가는 결국 극복이란 여정을 밟아간다

그 과정을 순차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인지 그녀의 생은 마치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마법을 보는 것 같았다. 고통을 먼저 감내한 인생의 선배로서 어떻게 이 시간을 지나가게 되는지 귀한 시간의 결정체를 보는 일이 미안할 정도로 고맙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가 행복을 위한 것이라는 말을 흔히 하지만 구체적으로는 불행을 피하기 위해서 살아가는 여정에 가깝다는 생각을 해본다. 불행이 닥칠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한숨이 나오고 진력날 듯 하지만 막상 불행한 일이 닥치면 우리는 또 그 나름의 대처를 해나가는 저력을 발휘하곤 한다. 미리 걱정하고 고통스러워하던 것 보다 훨씬 더 잘 헤쳐나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생의 좋은 면이든 싫은 면이든 양면에는 곧 면역이란 게 개입되고 만다. 좋은 것도 계속 주어지면 그 소중함을 모르는 법이고, 불행이 연속으로 닥쳐도 그 충격을 헤어 나올 수 있는 것은 또 이전의 경험으로부터 생긴 면역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그 다음을 대비할 수 있는 에너지를 인생의 경험이란 누적계를 통해 부여받는다. 불행을 이길 힘은 내 마음이 부린 지혜에서 나온다는 것, 즉 이러저러한 궁리와 합리,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나의 긍정에서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성숙한 힘이 나온다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에게 닥친 시련의 크기를 억누르기 위해 오랜 과정을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재능으로 한껏 펼쳐 멋진 결과물로 전한다. 특히 정신적인 면으로서의 내밀한 상처의 낱낱의 표정으로 그것을 아프게 감지하게 하는 면은 아주 크게 다가온다. 그 인식의 변화 과정에서 비로소 나를 긍정하게 되고 이에 내려진 답으로서 삶의 요체일 수 있는 믿음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딸에게 전하는 사랑의 크기만큼이나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는 제 상처에 깊이 함몰된 사람들이거나 사랑이 결핍되어 못난 생각에 젖은 사람들에게 좋은 멘토와 같은 책이고, 상처로부터 한발 벗어나게 하는 힘을 주는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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