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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은 하루 (윈터에디션)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세상으로부터 상처받게 되는 고통, 뜻하지 않은 크고 작은 관계에 의한 시련들, 사람의 일생 전체를 놓고 보면 행복이나 즐거움의 의미 보다는 그 이면의 나날로 기억되는 일이 더 많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밝게 웃는 얼굴로 긍정을 바라며 살아가지만 당신의 일상은 어느 쪽이냐고 굳이 묻는다면 실제로 불행을 더 견디는 삶에 가깝다는 것이다. 인간의 사고가 비관에 더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에 그럴까

물론 타고난 성향도 중요하긴 하지만 삶의 방편들을 꾸리는 태도의 문제는 살면서 맞닥뜨리는 환경에 의한 축적이라 말하고 싶어진다. 사회의 엄연한 위계, 평등치 못한 환경, 불합리를 겪는 일의 누적이 삶에 대한 견딤의 태도를 다지게 만든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에 놓여지는 것 자체가 알 수 없는 외롭고 긴 싸움인 것이다. 더불어 인간이 창조한 위대한 질서와 보이지 않는 좋은 가치들을 만나기도 하면서 삶의 옳은 태도들을 배워가게 된다. 조금 각박하고 힘들더라도 옳다고 믿는 중요한 가치들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되는 힘은 강력한 원천으로 삶을 지배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작은 만족에도 삶이 그럭저럭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긍정이 생기는게 아닐까 싶다.

그렇더라도 내부로 들어가 보면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가장 큰 불행인 듯이 아파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이는 당연하게도 각자의 감정을 살아낼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겪는 나의 사소한 불만이라도 온전히 내가 상대해야 몫으로 남겨지기에 손톱 밑의 작은 가시처럼 한시도 거슬리지 않을 수는 없다. 언제고 제대로 제거될 때까지 응어리처럼 남아서 끊임없이 나를 누르고 다른 몰입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곤 한다. 감정의 소모는 사람의 인생에서 외면이 불가능한, 한시도 멈추지 않고 요동치는 삶의 리듬이다.




개인적으로 최근 많이 생각해보고 고민하게 된 것이 '관계에 대한 이해'였다. 내 나름의 생각으로는 좋고 그렇지 않음의 구분법이랄지 하는 구분선을 좀 오래 고민해보고 들었던 새삼스런 깨달음이 있다. 이는 상대가 어느 지점에서 평정심을 잃게 되는지, 타인에 대한 매정함이 이해할만한 수준인지 여러 면을 지켜보고 고려한 결과이다. 내게 좋은 사람이란 타인과 함께 살아가려는 배려와 이해, 공감에 능한 사람이라는 결론이다. 조금만 더 자세히 말하면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시련과 고통에 치열한 싸움을 해 본 사람들이며, 발휘할 수 있는 가장 큰 지혜를 베풀 수 있는 아량이 있다. 남이 겪는 고통에도 십분 이해하고 걱정해주는 섬세한 눈빛과 말, 어떤 기운이 절로 우러나오는 특유의 짓이 있다.




<그래도 괜찮은 하루>의 구작가를 보면서 유난히 제 감각을 능하게 사용할 줄 알고 예민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귀가 번쩍 뜨였다. 사소한 몸짓과 언어로 작지만 소중한 감정들을 이야기할 줄 아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줄의 언어로도 풍겨 오는 인상이 자신에 대한 긍정과 이해를 깊이 고민해본 사람이라는, 고유의 향기를 뿜는 품위가 느껴졌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녀에게 닥친 시련과 불행이 남달랐기 때문에 이러한 앎이 저절로 만들어졌을 리는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나를 수용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된 긴 여정의 시간을 충분히 보낸 치열함이 있었고 그것을 오래 품어왔다. 현재를 수긍하고 긍정하며, 내일의 희망을 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비로소 자신을 사랑하게 된 것 같다. 땅 밑으로 꺼지는 것 같은 깊은 슬픔을 외면할 수 없지만 그래도 세상 밖으로 들어 올리는 강한 힘을 그녀 스스로 만들어 냈다.




이러한 과정을 작가는 작은 토끼 베니로의 투사로 묵묵히 담아낸다. 베니의 눈물, 베니의 외로움, 베니의 투정, 베니의 미소, 베니의 사랑, 베니의 희망, 모든 하루들이 모여 어엿한 어른으로 살아가려는 삶의 태도들이 만들어졌다. 그녀의 버킷리스트의 목록들을 보고 있으니 영락없이 현재를 즐기고 의미를 찾으려는 청춘의 풋풋함이 의기로워 보여 안심이 됐다.

<그래도 괜찮은 하루>는 삶을 어떤 식으로 긍정하고 살아가고 싶은가에 대한 투쟁기이자 다짐서와 같은 책이다. 이 책으로 하여금 온전히 자신의 이야기로서 고백하게 되고 절망에서 건져 올린 긴 시간들을 털어낸 것처럼 보여서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지금 현재의 베니에 집중할 수 있는 이 소중한 시간들을 한권의 책으로 함께 누리게 해주어서 고맙고 기쁘다. 잠시 베니의 귀를 만지작거리면서 그 크고 넓은 귀 속으로 더없이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는지 묻고 싶어진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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