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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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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봄의 정원을 지날 때 막 움튼 몽우리들을 보고 있으면 곧 피어날 꽃의 소란을 듣고 멈추게 될 것이다. 잠시 아득해져서 아직은 고요한 정원의 잠재들을 떠올리며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자연의 전염을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일제히 반쯤 열린 입을 하고 풍경에서 들려올 계절의 반란에 취하다보면, 몇 걸음 사이로 서성이는 일이 무척 기대되는 일이 되어 버린다. 계절이 주는 극적인 변화는 언제나 겪어온 일이지만 무던해질 수 없는, 흐르는 시간에 대한 각성의 계기를 매번 준다. 반복되지만 매번 환기의 중요한 모티프가 되기 때문인지 감정의 소요가 드물게도 비껴가는 일이라는게 언제나 경이롭다.




이를 마치 서가에 서서 곧 읽게 될 책을 고르는 시간, 책 내부의 세계에 잠시 떠나 돌아오는 상상의 시간과 비유하고 싶어진다. 어쩔 수 없이 계절에 놓이게 되는 원리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서가 앞에 서는 일이란 이토록 당연한 봄의 싹을 보는 설렘과 비슷할지 모르겠다.

물론 누구나에게 계절의 유난스러움이 눈에 들어오지 않듯이 책을 별로 읽지 않는 사람에게 이런 등가의 감정이란 시시한 일일 것이다. 유난스러운 의식을 담아 책을 돌보는 자에게 허락되는 그들만의 정원에서나 벌어지는 풍경이다.





<책이 좀 많습니다>의 저자이면서 헌책방 주인이기도한 윤성근의 서재이야기는 참으로 전방위적인 책이야기를 아우른다. 그가 만난 사람들의 서재를 구경하는 시간만큼은 마치 미인을 목격한 순간처럼 동공이 커질 대로 커졌으리라 생각된다. 거의 모든 첫 만남의 시작이 영화의 도입부를 보는 긴장감처럼 어떤 애정을 드러낼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득해진다.



생각해보면 최근 애서가이자 장서가인 문인들이나 유명인들의 서가 혹은 서재 취재기, 헌책방에 대한 애정과 추억담을 이야기하는 국내외 책이 제법 소개되어 읽은 바 있지만 저자가 들려주는 일반인들의 책이야기에는 어쩐지 남다른 개성을 듬뿍 담아 소개되어 새롭다.

기본적으로 어떤 사람이 지독한 책벌레일까 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 때문인지 만남의 설렘이 있어 좋았고, 애착을 갖다 못해 이상한(?) 사람 취급까지 받은 그 유별난 기질이 부러워 닮고 싶었다.

게다가 윤성근씨의 시점에서 전해지는 것이니 외적으로 내가 따로 상상해보는 즐거움이 더해져 그 개성이 배가될 수밖에 없던 것 같다. 둘의 만남은 마치 무림고수들이 서로의 존재를 풍문으로만 듣다 만난 눈의 교환으로 매번 넘치도록 빛났다. 여기에 실린 모든 고수들이 한데 모여 책이야기를 하면 어떤 기운으로 공간이 가득 찰까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작가가 직접 대상자의 얼굴을 대면한 인상, 그날의 소소한 에피소드들, 마침내 서재를 들여다보고 느낀 고수의 안목, 책이 주는 인생의 의미랄지, 인상적인 말들로 하여금 곱씹어 보게 되는 어떤 질문들, 저자 나름대로의 주관적인 시선으로 듣는 전체적인 책 이야기들이 알차고 함축적이게 잘 설명되고 있다.

주변인 중에 지독한 애서가가 있는데 과연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는가 라는 질문을 가끔 서점이나 헌책방에 들르면 하게 되는 생각이다. 열심히 책을 찾고 읽는 몰입의 얼굴들을 볼 때마다 그 궁금증을 풀곤 했었다. 평소 꼭 읽고 싶던 책을 헌책방의 한 구석에서 발견하는 희열과 같은 반가움이 이 책의 사람들에게 있었다.




평소 책벌레라는 소리를 들어 온 만큼 책을 읽는 일이 곧 인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사람은 어떤 책을 손꼽을까 하는 것을 특히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소장하고 싶은 책을 무조건 사고, 이보다 지독한 사랑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애정하는 마음이야 모두 같은 공통점이 있지만 당연하게도 저마다 좋아하는 책을 꼽을 때는 모두 다른 개성이 묻어난다. 그 일리 있는 목록과 이유들을 보면서 새삼 다르다라는 차이에 내가 더 배우고 자극받을 것이 있어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이들에게 언제나 그랬듯이 서재는 나날이 채워져 나갈 것이며, 그 앞에 설 때야말로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때라는 것을 깊이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저자가 만난 여러 사람들의 서재를 구경하고 책을 사랑하는 여러 이유들을 듣게 된 것, 마치 남이 온 정성을 쏟아 가꾼 정원을 구경해본 일처럼 느껴져 눈이 그득해진다. 책 이야기라면 언제든 어떤 이야기든 더 듣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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