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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 중년의 물리학자가 고리타분한 일상을 스릴 넘치게 사는 비결
이기진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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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시화된 성과로서 열의에 대한 보상을 받고 사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부럽기도 하고 좋은 자극이 들기도 한다. 살다보면 무엇이 좋다고 해서 다 그만한 열의가 가져지는 것도 아니고, 보상을 받게 되는 일도 인과가 보장된 응당의 결과는 아니라는 것을 몸소 알게 될 때가 오기 때문이다. 단 하루라도 좋아하는 것에 성의를 다해 그 보상이 이뤄졌다는 느낌을 받으면, 세상을 다 얻은 듯한 성취감이 드는 것은 참 타당한 이치같다. 하물며 꾸준히 이런 일상을 쌓아간 사람의 인생이라면 당연히 부럽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평소에 남에 대한 관심이 너무 없이 사는 탓인지 내 경우는 사람을 두고 부럽다는 생각까지 가져 보게 되는 경험은 드문 편이다. 그런데 한번 이러한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확실히 지난 나를 반성을 하게 된다거나 좋은 점을 취하는 의식이 생겨서 좋은 자극, 반가운 마음이 들게 된다. 눈에 드는 사람의 관심사가 내 호기심의 발로가 되고 흥분되고 즐거운 나날이 펼쳐지는 것 같으니 부쩍 활력이 생기고 성장하게 되는 계기를 맞게 된다. 

대부분 그들이 일군 면모들이라면, 누구나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전문가 수준 이상의 이른바 당연한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 수치가 좀 낮거나 혹 못 미친다 하더라도 그만의 독보적이라거나 개성을 읽을 수 있을 고유함이 유별나다면 이 점이 오히려 관건이 되는 것 같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더라도 얼마든지 눈여겨보게 되는 구석이 있게 마련이고 그래서 닮고 싶어지는 매력의 향기에 도취되는 일은 얼마든지 생긴다. 

물론 성과에 대한 부분이 가시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일이어서 간과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보다 본인이 오랜 세월 닦아온 어떠한 가치적인 것 그러니까 이미지라던가, 향유하는 무엇, 철학이나 사상이 그 대상으로 삼아지는 걸 목격하면 그것이 내 눈에는 확 트이는 경우가 더 많다.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모든 면,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일 수록 내가 취할 것이 생겨진다라는 사실은 제한과 한계를 앞서 무조건 반가운 마음이 든다


 

물론 나는 내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의 사람 이외의 다양한 삶에도 관심을 기울이려는 노력에 자신이 없는 편이지만, 경계를 막론하고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뜨리며 자신이 이룬 세계 너머를 보는 안목의 사람을 보면 언제든지 반할 마음이 준비된다. 그것은 구체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것에 대한 몰입의 광경을 엿보게 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이런 순간들이 언제나 수긍이 가는 것은 아닐 수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현재 내가 아는 지식과 감성으로는 절대로 빠질 수 없는 분야나 깊이라는 것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전제되어야 그가 가진 정보를 나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폭이 생긴다. 완전히는 불가능하더라도 어느 정도 이해되는 경우라면 그 사람의 태도와 동시에 앎에 대한 기쁨을 배가 시킬 수 있어서 증폭될 가능성이 생긴다.

뭐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감탄에 그칠 수밖에 없긴 하지만 그것은 그런대로 몰입의 태도와 관심사의 저변 정도로 머물러 좋기도 하다. 어느 쪽이든 자극이 되는 사람을 만나게 된 것만으로도 그동안의 나와는 훨씬 더 이해와 앎의 폭이 넓어지는 계기를 맞이하는 셈이다. 거의 내가 가진 앎이란 건 이런 식으로 발전되어 온 셈이다.



물리학자인 이기진 교수의 <나는 자꾸만 딴 짓하고 싶다>를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참 닮고 싶은 구석이 많은 사람이구나 싶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를 보면서 작가 무라카미하루키가 떠올랐다. 노년에 접어든 하루키와 비교하는 것을 아직 중년인 이기진교수가 듣는다면 섭섭하다 할 지 모르겠지만 중년 이후 이른바 아저씨라 불리는 사람 중에서 하루키상처럼 청년의 감수성으로 무장된 사람을 본 일이 드물다. 바다 건너의 인물까지 빌려와 생각할 만큼 우리 문화권 안에서는 그처럼 귀엽고 재기발랄한 중년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내 짧은 정보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 책을 계기로 귀여운 인형도 수집하는 아저씨를 만나게 된 것 만으로도 큰 반가움이었다.

 

 

 


그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무척이나 소소하면서도 평화로운 나날이 펼쳐지는 듯 하다. 그 낱낱의 개성에 그만의 고집이 묻어나서 금새 미소가 머금어지고 만다. 사랑하는 마음이 들면 무한한 애정과 동시에 평생에 걸친 우정이 펼쳐지는 광경이란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받고 싶어지고 그의 오랜 물건들처럼 이러한 가치들이 오래도록 묵혀졌으면 싶은 바람이 들기도 한다. 주변을 환하게 해주는 사람, 작가처럼 자신이 일군 가치들을 끝까지 놓지 않고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이기진 작가가 평생에 걸쳐 해 온 연구 그 곁길의 여정, 일을 해오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 본받고 싶은 가치, 소중했던 만남들에 얽힌 역사가 특정한 물건들에 시선을 멈추어 펼쳐지는 방식이다. 이 방대한 사랑기는 부러 수집하게 되는 유난스러운 수집가의 추억담이라기보다 어느 날의 벼룩시장이라거나, 주변인에게서 뿜어져 나온 소소한 일상인 쪽에 가깝다.

이 빠진 컵, 가늠할 수 없지만 오래됐음직한 목각인형을 사게 된 연유, 하나하나의 인연들을 만난 낭만의 시간과 추억이 서려있다. 그는 왜 그것들에 매료되었는가, 경위를 상상해보는 일도 즐거운 일이겠거니와 이 작은 만남이 자신을 만나고 이후로는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하는 면도 충만한 온기를 전달해 준다. 덩달아 내 주변의 사물에까지 눈길이 가고 생명이 깃드는 일이었다.




여기에 나온 사물들은 대단한 고가의 물건들이기 보다는 오히려 흔한 것, 그 수명이 다하거나 버려진 것들에 가깝다. 그러나 그의 숨결과 이유들이 붙어지는 순간 그것은 더이상 버려질만한 단 한가지의 이유조차 가질 수 없게 된다. 그의 연구실 풍경이 지저분해 보이기는커녕 유달리 놀이를 위한 놀이터처럼 흥미로워 보이는 이유는 추억을 되새김질 할 수 있는 각각의 풍경이 그려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연구를 하면서도 잠시 눈길이 가는 그것을 향해 얼마든지 눈을 감고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동화같은 이야기가 있다. 보는 것 마다의 향수에 젖어 회상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열쇠를 본인이 쥐었고 또 만들어 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사물에 대한 관심이 그 고유한 가치로서 소통의 매개를 하게 된다는 경험을 이기진 교수는 몸소 전해주고 있다. 이 소소하지만 대단한 지혜를 쌓아간 덕분에 그의 주변은 늘 환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불현듯 미처 내 관심이 미치지 못해 소홀했던 주변 사물들에 각각의 의미를 새겨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묵은 가치에 대한 귀한 의미부여가 한 사람의 유별난 취향으로 기분 좋게 옮아가는 체험은 작은 기적과 같다. 작가의 다정다감한 손길이 고요한 연구실을 밝히고 그 밖으로도 소란스런 풍경으로 전달되길. 언제고 이 기분 좋은 만남을 응원하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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