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 주세요.

에세이 리뷰를 쓰는 일은 여느 분야의 책을 읽고 쓰는 일보다 더 고심의 시간이 길어 진다. 능력이 부족한 탓도 크지만, 아무래도 에세이가 소설이나 인문서, 전문 분야의 어느 것보다 가독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오히려 이 강점이 맹점으로 다가서던 경우가 많았다. 너무 쉽게 읽히면 책을 덮었을 때 도통 무슨 말을 써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러면 재빨리 나의 게으름을 다독여서 제대로 읽기를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

형식적인 문장 흐름이 이해하기 쉽다고 해서 그 안의 말까지 다 쉽게 쓰인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냥 내 안의 어떤 생각들이 떠오른다고 해서 마구 쓸어 담아 감상이랍시고 내보일 수는 없을 것이다. 여운이 크던 적던 나만의 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해 내는 일, 하나마나하지 않을 리뷰를 쓴다는 것은 그동안 가장 고심했던 요인 중 하나였다.

신간평가단 활동으로 에세이 분야만을 집중적으로 읽으면서 에세이가 무엇인지 더 생각이 부각된 점이 있다면 다음과 같다. 그 중 가장 큰것만 꼽자면 저자들이 참으로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솔직한 면모와 그 주제를 여러 양태로 저작한다는 점이다. 때로는 너무 평범해서 놀라기도 했고, 감각과 재주에 탄복하기도 하면서, 깊은 통찰을 엿보게 되는 기쁨은 그 무엇보다 컸다. 소설과 시가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작품이라고 한다면 에세이는 일상과 주제을 보는 창조적 눈이 있는 글이라고 생각해본다. 

여러 책에서 경험한 혼재된 감정의 혼란들은 오히려 기쁜 가중을 주는 셈이어서 좋은 시간이었다고 돌아본다. 그 보챔들은 언제나 날 평화롭게 해주었다.  

 

13기 에세이 신간평가단을 하면서 다른 평가단분들의 생각도 엿보며 많이 배우고, 나의 모자란 부분이 더러 채워지는 소중한 경험이 된 것 같아 기쁘다.

그동안 일일이 의견을 수렴하고 신경써주신 파트장님, 평가단 담당자님, 평가단 모든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 13기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 맘대로 베스트5

 

 

 

 

 

책으로 가는 문

 

 

미야자키하야오는 인생이라는 레일 위를 달릴 때 어떤 시련이 오더라도 극복해 낼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 힘은 어릴 때 책에서 본 작은 ‘재생’의 힘이 모여 크고 작은 난관을 극복해나갈 수 있는 삶의 원천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이 책으로 하야오 작품세계의 근간이 어떻게 풍성하게 이어져 갔던 것인지 미약하나마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밑천을 드러내지 않을 지식의 자양분은 어릴 때 겪고 읽은 무엇들이란 생각이 더욱 견고해진다.

 

 

 

 

 

 

모든 게 노래

 

 

<모든 게 노래>는 혹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의기소침해 지고 상심에 빠진 이들에게 자그마한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엮어진 책이다. 이 책을 보고 있으면 들리지도 않는 노래와 박힌 글이 마치 금방 재생될 것 처럼 날 것의 힘을 발휘하곤 한다. 이러한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질 때 쯤이면 그의 작품 세계가 어떤 이야기를 전하려 하는 것인지 상상하기 쉬워진다. 

이 책에서 김중혁 작가는 작가로 살아감에 부족한 스스로 자문의 고백을 한다. 취향으로도 그의 면모를 살필수 있지만, 이런 고백으로도 그가 얼마나 인간적이고 여전히 글 쓰고 살아가는 것의 물음표를 안고 살아가는 겸손한 사람인지 사랑스럽기만 하다. 세상에 참으로 다양한 위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해 본 <모든 게 노래> 였다.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이윤기는 천재적인 언어에 대한 감각과 능력이 있었지만, 그보다 성실하게 공부하고 확인하는 열정이 그를 더 말해주는 듯 하다. 이 책에서 그는 우리의 언어 뿐 아니라 다른나라 언어에서도 학자에 대한 본질적인 자세를 가장 낮은 층위로 갖다 놓는 아주 인상적인 자세를 심어준다. 말의 기원을 따라 옳고 그름을 확인하고 수없이 가지치기 해나가면서 연구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천생 학자였던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공간이 주는 의미를 부각해서 세계 여러 곳의 서점만을 탐험해 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은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준다. 서점을 이루는 역사와 디테일한 특징들, 전체를 조망한 사진들이 함께 소개되고 어떤 곳이든 특별한 역사적 사건들로 이야기를 풀어 간다. 명맥이 어떻게 유지되어 가는지 흥미롭게 지켜보면서 앞으로는 또 어떤 새로운 서점들이 등장하고 사라질지 그 상상하는 즐거움이 커지는 책이다.

 

 

 

 

 

 

 

 

눈물

 

 

최인호 작가의 <눈물>은 그의 가슴에 머문 주에 대한 사랑, 고백의 기록이 전부인 책이다. 신학의 오래고 깊은 지혜와 진리의 면들을 작가가 이해하고 배운 흔적의 고백과, 삶의 다양한 과정 속에 녹아든 참을 취하는 작가의 발견이 담겨 있다. 매일의 고통과 주에 대한 사랑이 겸손함을 유지시켜 주고 그의 골무 낀 손가락이 지은 날마다의 글은 남겨진 이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작가가 마지막 풍경을 어떤 의지와 함께 마무리 짓는지 온화한 촛불처럼 환한 광경으로 펼쳐보게 된 것이 마치 선물 같다.

 

 

 

 

 

 

 

- 내 맘대로 베스트 5 중에 단 한권만을 고른다면?

 

 

 

 

 

마음의 작은 불씨처럼 시작된 호기심이 어떤 위대한 파생의 힘을 발휘하게 되는지, 학자로서의 참 자세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전혀 알지 못하는 세계로 그 관문을 무사히 지나가지 못할까 망설이고 두려워서 주저하는 이들에게 작가의 일생에 걸친 도전과 열정의 자세는 큰 힘이 되고 의지를 준다. 번거로움의 끊임없는 자청이 자신도 상상하지 못한 그 이상의 결과물로 얻어 지는 일이다. 그런 자세를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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