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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다 하지 못한 - 김광석 에세이
김광석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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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보급되기 전 문화를 영유하는 통로라면 단연 텔레비전과 책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나마 텔레비전이 마을에 한두 대 있을까말까 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들 세대의 비전이 왕왕 문학도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는 것으로 일치하곤 한다. 추억하는 시절의 자신들을 모두 소설가나 시인이었노라고 문학에 심취했던 건실한 순수함에 견주는 모습들이다. 사보기도 귀해서 단 몇 권의 책만을 돌려 읽은 세대의 언어구사가 지금의 정보 홍수 속을 사는 세대와 비교해도 오히려 더 풍성한 언어를 구사하는 까닭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어쩌면 그들에게 단지 그것뿐이기에 가능했나 싶게 깊은 애정이 깃들어 보인다.

 

 

 

과거시험을 치르던 조선시대의 관문은 시를 짓는 것, 새삼 우리 민족이 얼마나 정적인 능력을 높이 사왔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사실이다. 시적 품위를 자신의 학식에 비유하고 제 시를 공유하며 서로의 능력을 높이 사는 문화는 참으로 고귀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성찰과 자연의 섭리를 항상 곁에 두어 생각하고, 삶의 진정한 모습을 어려서부터 탐구하고 영유해온 세대의 산물이란 ‘책의 세대’가 풍기는 언어의 몸체에 고스란히 그들만의 멋으로 살아있다.

 

 

 

김광석의 글을 읽으면서 아마 이 세대 정도까지가 고유한 글맛이 정적 유산으로 내려온 게 아닌가 싶었다. 세련돼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고루함이 없고, 고요한 생각이 머무는 점잖은 단어들과 정서들이 느껴지는 글이다.

그의 나이를 미루어 짐작해볼 때 자칫 치기어림이나 어려운 말들이 뒤엉킨 겉멋이나 든 글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텐데, 오히려 일부러 잘 쓰려고 노력한 글이 아니라 그때그때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말처럼 풀어쓴 글이라 자연스러워 보여서 좋았다. 물론 엮은이가 글 정돈을 어느 정도 해주었겠지만 메모 수준의 글이라도 그의 현재 감성과 생각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었다. 그가 글 쓰는 사람을 꿈꾸었다는 정보가 없었다 해도 아마 얼마 안 읽어서 그의 숨은 기질을 눈치 챘을 것 같다.

 

 

 

그의 글 대부분은 마음을 토로하는 글쓰기다. 남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려는 것도 아니고 다만 내 주변을 바라보며 주로 낮은 감성들을 내뿜는다. 침착하고 때로는 너무 푹 가라앉아 보이는 우울도 느껴지지만 거의 희망을 바라보는 글들이다. 결국 이러한 단서들을 아무리 염두에 두더라도 그의 죽음이 염려되는 절망의 글은 찾을 수 없었다. 글에 다 담지 못한 어떤 절망들이 더 깊은 곳의 마음 안에서 영영 나오지 못했던가 안타깝다. 그가 더 세상을 살아냈더라면 더 근사한 가사를 읊는 노래하는 시인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김광석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의 젖은 생각들이 떠오르는 가사를 더 신경 써서 들어 보게 될 것 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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