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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업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 휴(休)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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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가 어렵고 힘들고 궁금해질 때 우리는 누군가에게 묻고 싶어질 때가 있다. '내 얘기를 좀 들어주세요. 나를 진짜 어떡하면 좋죠, 계속 가야할까요? 울어도 되나요? 나는 괜찮은 건가요?'  

 

진정 마음을 털어놓고 말할 수 있는 단 한사람이라도 있다면, 극한 범죄를 일으키는 사이코패스도 자살로 생을 마감하려는 누군가도 극단적 상황만은 모면할 수 있다란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사람은 외로워서, 힘든 삶에 대한 지침을 위로받고 싶어서 자신을 괴롭히고 가장 가까운 사람을 덩달아 힘들게 만드는 모양이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지만, 그렇다고 평생 혼자서 썩 잘 살아갈 수 있으리란 기대는 아무래도 힘든 것이다. 마음의 근심이 생기면 혼자 어떻게든 덜어 낼 방도를 찾게 되겠지만, 이도 힘들어지면 고통에 얼얼해져서 그만 다른 타인에게 고백이라도 해야 내일을 살 수 있는 게 사람이다.

 

 

어떤 사람은 쉽게 고민을 이야기하고 들어준 사람에게 어떤 조언이나 충고 따위를 듣는 것을 잘 융화해서 덜어내는 타입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웬만해선 속 말을 하지 않고 어떻게든 혼자 이겨내 보려는 타입도 있다. 내 경우는 이 두 가지 경우를 함께 가지고 있는 매우 애매한 경우다. 비교적 가볍고 해결점이 보이는 고민들은 잘 털어놓고 상의하는 편이지만, 깊은 고민이 생기고 막막할수록 혼자 앓고 만다. 그래서 고민이 한번 생기면 오래가는 편이고, 그만큼 오래 견뎌내야 한다. 이렇게 된 이유를 생각해 보면 사실 사람에 대한 큰 신뢰감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주위 사람을 얕보는 말 같아서 뭣하지만, 사실 남의 고민에 어떤 깊은 관여 없이는 그다지 근사한 조언자로서의 역할은 꽤 힘든 것 같다는게 나의 지론이다. 물론 인간에 대한 불신이 있다면 이를 아는 이상 상대방에게 이 이상의 것을 기대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이미 크게 상심하고 있는 아슬한 마음에 상대방의 기대 이하의 반응이라도 겹쳐진다면 아마 크게 나락으로 밀쳐지는 기분을 맛볼 것이 아닌가. 나는 다만 이를 피하고 싶을 뿐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사람들에게 깊은 고민일수록 고백하는 법이 별로 없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사람을 너무 불신하고 미워하는 사람 같아 보인다. 사실 이 말을 하려던게 아니라, 깊이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런 의구심이 들었고 별 기대는 안한다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나는 곧잘 누군가의 고민 상담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편이지만, 이 노릇도 거의 동조해주거나 다독여주는 손길 정도로의 온도만 전하려고 한다. 물론 거의 희망을 주려는 말을 애써 하는 편이지만 썩 내키지 않을 때는 입을 닫는 경우가 더 많다. 괜한 희망을 주지 않으려는 본연의 비관주의가 자꾸 머리를 내밀기 때문일지.

어쨌든, 누군가에게 깊은 동감을 하고 조언을 하는 일은 매우 심사숙고할 일이고, 아무나 하기란 힘든 일은 것만은 확실하다. 확실히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일이라거나, 충고를 하게 될 지라도 진심으로 전해지는 따스함이라는 건 전제되야 하는 일이고 말이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대게는 터득하는 삶의 지혜나 방편들이 쌓이게 되고, 좀 더 나아보이는 길로 방향을 이끌어주게 마련이다. 위로를 해준다라는 건 그리 거창한 일도 자격이 필요하지도 않은 일같지만 분명한 건 한마디의 말이라도 위로가 되어야 한다라는건 자명하다.

그리고 이 ‘위로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에게보다 자기 자신에게 더 발휘되는 사람이라야 등식이 성립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마음을 잘 읽고, 고민하고, 생각해내고, 치유하고, 단련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잘 해낸 건강한 사람들 말이다. 자신을 위한 삶을 오로지 수행으로서 걸어가는 수행자들의 삶은 그래서 참 특별해 보인다.

 

 

 

 

 

<인생수업>에서 전하는 법륜스님의 세상의 모든 고민을 바라보는 눈은 참으로 면면이 솔직하고, 날카롭다. 그것이 들려줄 이에게 옳지만 이상적인 말에 지나지 않다 하더라도 궁극의 혜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한 흔적은 이미 상대방으로 하여금 진심의 치유를 해준다.

여기 모인 삶의 다양한 모습들, 그리고 그 삶으로 둘러싼 고난들을 읽으면서 사람들은 생각보다 잘 견뎌내고 있구나 하는 면을 새삼 생각해 보았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든 극복하려는 삶의 의지들이 남에게 고백한 작은 용기로 또다시 용기를 얻고, 희망을 맛보는 것일 테다. 인생을 더 잘살아 보려는 노력은 누구나 꿈꾸지만 자기 마음 속 근심으로부터 벗어나야 일일 진보도 있을 것이다. 법륜의 말처럼 자꾸만 벗어나려는 노력들을 왜 해야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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