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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 영혼이 쉴 수 있는 곳을 가꾸다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7월
평점 :
일시품절


열의를 다해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 날마다 애정을 쏟아넣는 눈동자의 빛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작가 헤르만 헤세의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읽으면서 그가 글 쓰는 재주 외에도 그림을 그린다는 것, 정원사이기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연 친화적인 낱말과 문장으로 본연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작품들이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는지 짐작케 되는 이력이다. 참으로 다양한 몰입의 즐거움을 알던 삶이었던 듯 싶다.

헤세의 눈동자에는 정원의 그득한 푸름이 머문 또 하나의 자연이자 세상을 한아름 담고 있는 것 같다. 단정히 다문 입, 확고한 고집이 느껴지는 주름, 굳은살 박인 다부진 손, 온 생을 다해 나이테처럼 두른 몸의 단단함은 헤세의 인생을 말해준다.

이 책은 정원에 대한 이야기로 묶여진 산문들이기 때문에 주로 헤세의 소소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읽다보면 한 권의 철학서나아포리즘을 읽는 것처럼 마음에 새겨지는 글귀가 많다. 그가 왜 정원을 가꿀 수밖에 없었는가, 자연스럽지만 필연적인 이유들이 내내 실리고, 주변부로 자꾸 이끌어지게 되는 삶이었는가를 정원을 가꾸면서 느낀 일일로 천천히 고백하고 있다.

 

 

 

 

헤세의 행로를 보면 시종일관 인위적인 것들로부터 벗어나고자 한 삶이었다는걸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자연 그대로에 깊이 매료되다 보니 세상이 크게 변화하거나 나아진다라고 하는 의미가 대단히 잘못 이해되고 있음을 성토하듯 일침 한다.

세상의 급변함, 모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벌어진 참담한 전쟁들, 인간성 상실에 대한 극심한 비극들이 벌어질수록 그의 글은 자연 그대로의 삶, 융화의 자세를 더욱 고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헤세는 가공하는 것, 인위적인 모든 것을 혐오하고 안타까워했지만 정원 역시 자연 그대로라고는 볼 수 없는 최소한의 가꿈으로 만들어진 곳이다하루하루 헤세의 손을 탄 정원의 인위는 그의 세계관이 완벽하게는 빛을 발할 수 없음을 아이러니하게 보여주는 듯 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헤세가 바라던 세상과는 너무 멀리 와버렸을지 모를 일이나, 영원히 양면의 균형을 이루며 나아가야 함은 자명하기에 이 양면은 함께 간다.

 

 

 

자꾸만 주변부로 밀려나 살 수밖에 없던 작가의 고뇌는 풍성한 정원 안에서 외롭게 서있는 한그루의 소나무 같다. 넉넉한 잎새들이 내미는 손인사에 조용히 다독일줄 아는 독야청청함을 안고 말이다. 헤세의 정원 안에서는 그만의 철학과 사상들로 올 곧게 자라나는 꿀과 나비들이 꿈을 품고 마음껏 자연을 누리며 살아 간다. 그에게 정원은 요새이자 유배지였을까.

자연과 인간이 함께 조화를 이루면서 서로를 잉태할 수 있는 삶으로 좀 더 근사하게만 펼쳐졌으면 싶은 마음이 든다. 그리고 그것이 조금은 헤세의 그것과 닮았으면 좋겠으면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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