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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의 고군분투 생활기
제스 월터 지음, 오세원 옮김 / 바다출판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무엇보다 주인공 맷의 경우처럼 전혀 무관해 보이는 일을 접목해보는 도전의 사나이에겐 무조건 멋지다 말하고 싶어진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그는 더 이상 금융맨이 아니라 완전한 시인이 되는 삶을 살아간다. 물론 그 도전은 실패하였지만 어쨌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려는 인생에는 무조건적인 격려와 배려를 해주고 싶다. 이런 다양한 사람이 존재해야 풍부한 사회가 되고 이들이 결국 조금씩 나은쪽으로 변화하게 하는 숨은 실력자들이기 때문이다. 시인이 된 맷의 고군분투 생활기는 그래서 드높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좀 더 괜찮은 쪽으로 힘겨운 첫발을 내딛으려는 사람들에게 애잔하지만 더없이 큰 용기를 주는 책이다. 

 

금융과 시를 접목해 금융문학이라는 획기적인 정보물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실은 엄청난 리스크를 떠안은 모험이었다. 돈의 흐름을 모르면 절대로 섣불리 판단할 수도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보면 시대의 흥망이 보이고 그것은 결국 사람을 잘 알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재물만 쫓다가는 시야가 협소해져서 세상의 조망이 불가능해지고 이는 종국의 커다란 실패나 가져올게 뻔하다. 그런데 여기 주인공 맷의 경우는 어떠한가. 그는 나름 유능한 신문사 일원으로 보다 미래지향적인 예측을 두고 시와 금융의 결합이라는 획기물을 세상에 내놓는다. 그러나 보기 좋게 기대감은 실패로 끝나 버렸다. 불행은 언제나 한꺼번에 밀려오듯이 아내는 부정을 저지르고, 살아온 인생의 증거인 집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으며, 봉양해야할 아버지와 아이들은 그를 모든 상황을 최악으로 던져 놓는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마약상 맷을 지켜보기에는 정말 그에게 지어진 짐의 무게가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가늠케 한다. 돈의 흐름을 가장 높은 위치에서 조망하던 관찰자 맷이 이제는 가장 낮고 음험한 뒷골목의 더러운 돈을 만지게 된 현실은 참 아이러니 하기만 하다. 그만큼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란 것은, 그 어떠한 안전망도 없으며 어렵게 성공을 이루어도 언제 바닥으로 곤두박칠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사회라는 것을 새삼 일깨운다.  

 

그래도 중간 중간 맷이 전하는 금융문학을 읽어내는 중에는 그가 얼마만큼 건실하고 바른 사람인가를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 많다. 사실과 세태, 미래 시장의 전망을 버무려서 풍자적이고, 무엇보다 한 템포 물러서서 응시하게 하는 시선처리는 정말이지 놀랍다. 이런 의미에서 맷은 어쩌면 금융의 선구자인지도 모르겠다. 시대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지점은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결국 거대한 시스템에 놀아난 가여운 소시민의 힘겨운 한걸음 한걸음을 울지 못해 웃는 심경으로 지켜보는 건 참 기막히지만 용기를 얻는다. 끝내 좀 더 나은 현실이 주어지지 않고 실력과 설득력 있는 시도조차 허무맹랑하게 치부되는 것은 어쩐지 슬프고 아쉬운 현실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맷의 이상은 시대를 너무 앞서갔지만 현실의 맷은 시대를 뒤쫓기 바쁘다. 그러니 결과물은 보기좋게 시시하게 버려지거나 낡지 않았음에도 그 꿈은 버림받았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정말 놀라운 한걸음이었고 버려진 쓰레기통에서 가장 쓸만한 희망으로 머지않아 우리의 꿈이 될 것을 믿게 해준다.

 

맷이 해내는 시도들은 거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서 가장 최악의 결과만을 낳는다. 맷이 말하길 세상은 마치 쟁기로 밭을 갈아엎듯이 우리를 엎어 버리고 나아가지만 그렇더라도 이 책은 우리에게 계속해서 실소를 터뜨리게하는 여유와 삶의 희망 같은 것을 전해준다. 가장 밑바닥을 전전하는 삶이어도 고결하고 순박한 우리네 진짜 모습이 아닐까를 생각해보면 참 많은 사람들이 위대해 보이기 시작한다. 읽는 내내 아픔이 가벼이 여겨질 만큼 너무나 유쾌하고 세련된 방식의 치환을 해내는 작가의 문장은 정말 내내 아름다웠다. 

이 시대 가장 밑바닥의 삶들이여, 이 책을 보고 웃으라. 그리고 옆 사람과 함께 안단테로 묵묵히 걸어가라. 맷이 이렇게 우리에게 외치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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