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종료] 7기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제게 소설이라함은 끊임없이 마음에 비질을 해주는 안주인과 같은 존재랄까요? 한참 부지런을 떨고난 후 밀려오는 잔잔한 청량함, 결국 이 맛때문에 책을 읽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런 마음을 유지시켜 주지는 않죠. 때로 격정적인 감정의 골만 깊이 남기거나 황망함만을 안기고 떠날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뭐, 그렇더라도 소설은 제게 지금, 그리고 이후의 세계를 궁금해하게 하는 안부의 안내자, 활력의 보고입니다. 어떻게 책의 변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사실 저는 조바심나는 무언가의 이유가 존재하지 않으면 영 레버가 돌아가지 않는 게으름의 병이 있습니다. 책을 읽고 때에 맞춰 리뷰를 쓰고 하는 일은 평가단이 아니었다면 결코 하지 않았을 일입니다. 분명 기분 좋은 다그침이었고, 오랜 시간 고민했는데도 내내 즐길 수 있었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 이유  

  

 

 

 - 손홍규작가의 <이슬람정육점>을 읽고 참 좋은 작가,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났구나 하는 고마움이 들었습니다. 많은 소설을 읽어봤지만 손홍규작가의 비유처럼 가슴 한 가운데에 바람을 싣고 지나가는 여운은 근래 처음이었달까요. 천애고아가 된들 이들과 함께라면 무섭지 않을 것 같은 위안을 주었습니다. 기꺼이 피를 나눠 가지고픈 진짜 가족 이야기, 아름다운 소설입니다.  

  

  
□ 신간평가단 도서,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 이슬람정육점 : 손홍규작가는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은 세계를 들여다본 오지 탐험가다.  

 - 불안의황홀 : 문학일기를 읽으며 그의 다음 작품이 얼마나 단단한 소설일지 기대하게 한다.  

 - 바이퍼케이션 : 복잡다선의 에너지 넘치는 소설. 대단한 수집력, 분석, 노력의 결실.  

 - 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 : 바로 당신 손만이 그들을 구원하리라고 강력히 설득한다.  

 - 독고준 : 시대와 개인의 간극을 담담히 고백하는 소설.

 

□ 신간평가단 도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불안의황홀> p.274 
 

 어떤 시인의 표현처럼 '사랑은 세상의 모든 일'이 될 수 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구원은 될 수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사랑의 본질은, 증오 혹은 분노 같은 뜨거운 감정이 그런 것처럼 열망의 비연속적인 해체의 과정에 가깝지, 완결을 추구하는, 완미한 형식을 갖춘 존재태는 결코 아닐 것이기 댸문이다. 사랑은 비오는 날 손바닥 안에 고인 물처럼 위태롭고 아슬아슬하다. 줄을 타는 광대에게 그 위태로운 줄이 구원이 될 수 없듯 사랑 또한 마찬가지다.  
 사랑은 출렁이는 물, 흔들리는 줄과 같은 불안의 황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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