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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
이상민 지음 / 푸른물고기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소설은 카르마(業)라는 제목처럼 인생사 결국 '뿌린대로 거둔다'라는 듯이 흘러간다. 잘못은 반드시 응징되고 선과 악이 극명히 갈려 상식대로 살았다면 세상 불공평하다고 투덜댈 일 없을 만큼 명확하다. <카르마>는 이런 명징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기만하고 횡포를 일삼는 상류 집단, 이들을 경멸하면서도 기생해가는 비열한 인간, 불륜과 배반으로 상처입고 복수를 꿈꾸는 인간, 그리고 이들의 희생양이 되는 영혼과 비밀을 밝혀줄 숙주 영매 채널러. 이 복잡한 악연 속에 10년 전 어느날 폐교와 영흥산장에서의 사건이 문을 두드린다. 끔찍한 살인사건의 은폐는 훗날 그 업이 어떻게 맞물려 되갚아지는가를 보여준다. 이야기는 어렵거나 복잡한 전개 대신 복수라는 화두를 충실히 실행하기 위한 차근한 전개로 한 챕터씩 넘어간다.  


<카르마>에서 보여주는 방식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이 화려한 이미지를 불러 일으키고 작은 소리도 귀기울일 만큼 집중력을 발산한다. 그러나 이것이 모두 '복수'만을 위한 미끼일 뿐 알맹이 없는 급급한 전개로 일관해 아쉬움을 남긴다. 초반부터 '거대한 비밀'이라는 초강수 두고 다양한 인물관계로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기대하게 하지만 결국 그들의 지금은 없다. 인물도를 보면 모두 겉핥기식의 관계로 설정되었을 뿐 각각의 캐릭터를 그들의 생활과 인생에서 찾기는 어렵다. 모든 인물은 10년전의 사건을 위해 단순한 성격이 주어지고 따라서 독자는 인물에 대한 애정이나 생생한 매력을 찾기 어렵게 된채로 멀리 떨어져 관람하게 된다. 보다 신선하고 예상을 뛰어 넘는 캐릭터가 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또한 과연 어떤 일이 펼쳐질까의 물음 하나만으로 견디기에는 과거의 사건이 너무 미약하다. 영석의 예만 하더라도 위시적인 태도를 응징할만한 현실적인 문제는 짚여지지 않았다. 자리가 위태로울 위협같은 것도 없고 부인의 빙의현상과 맞물린 갈등도 얕은 수준에 그친다. 진연과의 관계 역시 뚜렷히 정리되지 않은 것은 매끄럽지 못한 것이다. 거의 모든 인물들에게 이런 식의 문제가 있는데 과거의 그 엄청나다는 사건 하나만을 파헤치기 위해 현실의 문제가 미처 다뤄지지 못한것은 갈등 구조를 보다 다차원적으로 꾸미지 못한 이유일 것이다. 거의 다 읽을 때가 되서야 모든 비밀이 드러나는데 여기에도 클리셰가 느껴진다. 영흥산장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게 남자들만의 비밀이란 단서와 맞물리면 어느정도 가닥이 잡히기 때문이다. 예상을 뛰어넘지 못한 스토리가 마지막에 그대로 펼쳐보일때 독자로 하여금 더이상 호기심을 유발할 수 없다. 폐가에서 벌어진 살해와 집단광기라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데가 있어서 세련된 전개라는 인상을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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