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언수 소설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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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재담꾼은 쓸쓸한 뒷모습을 숨기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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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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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이라는 말에는 푸른 물이 들어있다.
돌아보면 그랬다.
새로운 곳에 소속되고, 처음 자유를 만나고, 어색한 자리들을 전전하고, 하얗게 밤을 새우고, 자꾸 도시로 들어가려고 하고, 운전을 배우고, 시간이 섬광처럼 지나가고, 낯선 곳을 두리번거리고, 자꾸 취해서 쓰러지고, 난데없이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그런 시간들을 다 지나고 돌아보면, 모든 것은 마땅한 자리로 가 있었다.

신경숙은 물 같은 담백한 문장으로 이번엔 청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은 나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가장 아픈 시절이기도 했다.
왜 청춘은, 왜 아름다움은 기쁨이지만은 않을까. 왜 슬픔이고 절망이기도 할까.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며 내 눈물을 바깥으로 쏟아내야만 했었다면, 이번엔 가슴의 고요한 중심에 그 눈물을 내려놓게 된다.
'나의 엄마'에 대한 소회와 '나 자신'에 대한 소회가 이렇듯 다른 것이다.
너무 놀라면 눈물조차 나오지 않고 가만히 얼굴을 쓸어내리게 되는 것처럼.

소설은 열병 같은 시절을 보내고 있는, 또는 한 때 그러하였던 모든 이에게 보내는 한 통의 긴 편지 같다.
삶은 기쁨도 절망도 아니라고.
삶은 그 모든 것들을 가슴에 안고 같이 길을 걷는 사람들의 옆얼굴을 보아주는 일이라고.
그리하여 이제 '나의 엄마'에게 그랬듯이, '나의 사람들'에게 다가가 깊이 안아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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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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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누구나 모든 일을 겪게 된다. 

울고, 웃고, 아파하고, 위로해주고, 깜짝 놀라고, 예상치 못한 손님을 맞고, 명예를 얻고, 때로 모든 것을 잃고, 침착해지고, 우유부단해 하며, 잔인해지고, 깊이 잠들지 못하고,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며, 성내고, 침묵하고, 후회하고, 결국 모든 것이 이루어질 대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다.
삶이 소설이다.

얼마나 많은 독서가들이 수많은 책을 뒤지며 이 명제를 꿈꾸었을까.
이 눈부신 말을, 소설로 써낸다면 지금 잠시 동안만 '올리브 키터리지'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엔딩 크레딧을 끝없이 유예시키고 싶은 이와이 슌지의 영화 같은 이 한 편의 소설은, 삶의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들을 직조해서 빛나는 보석으로 세공해냈다. 하나도 멋들어지지 않게, 그러나 눈부시게. 그것은 소설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빛나는 나의 사람들에게 성큼 달려가 손을 잡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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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김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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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의 글쓰기, '홍어'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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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김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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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하소연들은 기가 막히다. 대개 가족간에 일어나는 일이 그렇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 뒷짐지고 가세가 기울어져도 집안에서 한 발짝도 안 움직이는 가장이 있고, 도벽이 있어 온 세간을 팔아먹고도 노름빚을 안아야만 몇 년에 한 번 집으로 돌아오는 엄마가 있고, 형제들을 두드려패고 협박해서 돈을 얻어내가는 후레자식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어떤 조언이나 위로도 할 수가 없다. 가해자가 가족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나의 사고체계는 혼란을 겪는다. 도대체 그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단 말인가.

그래, 그것에 대해서 솔직히 말해볼까? 라고 이 책은 묻는 것 같다. 내 안에 이런 생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조차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그렇다, 가족은 때로 공포다. <빈집>을 읽으면서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럽고, 또 숨가쁘게 몰입되었던 것은, 내게도 가족이 공포인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리고 나서야 더부룩했던 속이 좀 풀리는 일종의 해방감 같은 것을 느끼게도 되었다.

우리나라의 가족 관계는 권력적이고 수직적이다. 그런 데다가 구성원들이 각자의 욕망을 모조리 표출해버리면 가정의 형태는 기형적으로 변하고, 그 때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구성원들 모두에게 죽을 때까지 빠져나갈 수 없는 사슬로 변한다. 그것이 내가 너에게, 우리가 당신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치명적인 방법이다. 솔직히, 누구나 그런 트라우마 하나쯤 갖고 살지 않나.

그러나 이런 결말은 어떠한가.
혼자 지키던 빈집을 나와서야 처음으로 허기짐을 느끼는 그 삶에의 희망 같은 것.
결국 마지막으로 남은 먼 피붙이를 찾아 떠나는 헛된 희망의 반복 같은 것.
그리하여 결국 다시 외로워지고 말 것일지라도, 나는 그대를 찾아내어 기어이 마른 어깨를 한 번 뉘여 단 잠을 잘 거라는 것.

소설은 가족을 완전히 허물고 부숴버린다.
그것이 다시 성을 쌓기 위한 첫 번째 작업임을 익히 알고 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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