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국가, 정의를 꿈꾸다 주니어 클래식 5
장영란 지음 / 사계절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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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결국 <국가>에서 플라톤이 집요하게 붙잡고 사유하는 주제는 '훌륭한 삶이란 무엇인가'이다. 도대체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플라톤은 그저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국가>를 읽어 보면 이 말의 의미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도대체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왜' 올바르게 살아야 하는지 등 인간의 삶과 관련된 전반적인 문제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머리말 중) 

 

* 플라톤은 소크라테스로부터 태어나 소크라테스가 되었고 소크라테스로 죽었다. 소크라테스 또한 플라톤과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 소크라테스는 단 한 줄의 글도 남기지 않았지만 플라톤이 쓴 대화편을 통해서 그의 사상이 전해진다. 소크라테스가 영원한 인류의 스승으로 남은 것은 바로 플라톤이 있었기 때문이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가 죽자 아테네를 떠났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플라톤으로 하여금 아테네의 정치체제를 회의하게 만들었다. 여행은 마친 플라톤은 아테네에 돌아와 '아카데메이아'를 세웠다.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때 문을 닫지만 이후 모든 대학의 모델이 되었다.

 

* <국가>는 플라톤이 젊은 시절부터 시작하여 나이 60세까지 썼던 대작이었을 뿐만 아니라, 60세 이후에 세상에 그 뜻을 펼쳐 보려고 노력했던 작품이었다. ... <국가>가 철인 왕이 지배하는 체제라면 <법률>은 법이 지배하는 체제이다. 플라톤은 실제 경험을 통해 철인 왕 통치 체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법률>에 민주제의 요소를 많이 도입했을 뿐만 아니라 일인 지배 체제보다는 집단 지배 체제에 가까운 정체를 수용하였다.

 

* 플라톤이 <국가>를 쓸 때에는 이미 소크라테스가 사형을 당한 지 한참 지난 후였다. 그는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계기로 기존의 국가체제와 정치 제도에 대해 예리한 비판과 진지한 반성을 하였다. ... 플라톤에게 잘사는 것이란 올바르게 사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개인이 혼자서 올바르게 살려고 할지라도 국가가 전반적으로 타락했다면 어려운 일이다.

 

* 플라톤이 말하는 이상국가의 규모는 인구 5000명이다.

 

* 국가란 어떻게 생겨났는가? 플라톤은 아주 단순하게 대답한다. 그것은 우리가 혼자서는 자급자족하지 못하고 많은 것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생겨났다. 인간은 수많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혼자서 모든 욕구를 총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모여 살게 되었다. 여기서 국가라는 공동체가 생겼다.

 

* 플라톤은 이상국가에서는 모든 사람은 각자가 타고난 적성에 따라 한 가지 일을 하도록 허용되며 평생 동안 종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플라톤은 국가를 수호하는 사람에게 용기, 생산자 계층에 절제, 통치자에게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 플라톤은 분명히 통치자는 타고난 존재라고 말한다. ... 플라톤이 기존 통치자의 중요한 임무로 삼은 것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다음 세대의 통치자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통치자는 어떤 방식으로 다음 세대의 통치자를 찾아낼 수 있는가? 그것은 바로 '교육'이다. ... 누가 통치자의 자질을 갖고 태어났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따라서 각 시기에 필요한 교과 과정을 거쳐 능력에 따라 선발할 필요가 있다. 누구에게나 통치자가 될 기회는 있고, 누구나 통치자가 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다.

 

* 플라톤이 말한 국가의 목적은 아주 간단명료하면서도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 있다. 그것은 국가 구성원 모두가 최대한 행복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생각하고 있듯이, 행복한 국가를 만드는 것은 소수의 사람들을 따로 분리해 내서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온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일세."

 

* 사실 인간의 욕망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플라톤이 말하는 행복이란 단순히 욕망의 충족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행복은 저마다 자신에게 적합한 일을 하며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고 사는 것이다. 만일 국민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통치자로서 가장 먼저 할 일은 그 원인을 찾는 것이다. 플라톤은 국민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로 국가의 타락을 꼽는다. 그렇다면 국가가 타락하게 되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일차적으로 '부'와 '빈곤' 때문이라고 한다.

 

* 플라톤은 국가 구성의 원칙으로 '올바름'을 제시한 바 있다. 올바름이란 '각자가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다. 플라톤이 말하는 올바름은 국가뿐만 아니라 개인의 영혼에도 적용된다. 국가의 올바름은 국가를 구성하는 통치자, 수호자, 생산자가 저마다 자신에게 적합한 일을 하며 조화로울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 플라톤은 훌륭한 국가와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지혜, 용기, 절제, 정의(올바름)라는 네 가지 덕을 갖추어야 한다로 말한다.

 

* 플라톤은 이상국가에서는 모든 남자와 모든 여자는 서로 공유하게 되어 있고, 어떤 여자도 어떤 남자와 개인적으로 동거할 수 없다는 폭탄선언을 한다. ... 플라톤은 가장 훌륭한 자손을 얻기 위해 국가가 개인의 결혼과 출산에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수호자 계층과 통치자 계층의 남녀 간 결합은 국가의 통제 아래 일 년 중 몇 차례의 축제 동안에만 이루어지도록 하여 인구가 늘지도 줄지도 않게 조절해야 한다. 나아가 국가가 가장 우수한 인재를 많이 얻기 위해서는 최선의 남자들이 최선의 여자들과 자주 관계를 맺어서 가장 우수한 아이들을 많이 얻도록 해야 한다. ... 결혼은 순전히 우생학적으로 좋은 아이를 낳기 위해 존재할 뿐이다. 최소한 출산 적령기에는 국가를 위해 자손을 낳아야 하며 출산 적령기를 지나야만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 플라톤은 진정한 공유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처자만이 아니라 재산까지 공유해야 한다며, 일종의 공중주의 체제를 추구한다. ... 플라톤이 말하는 이상국가론에서 모든 계층엑 사유 재산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통치자 계층과 수호자 계층에 대해서는 분명히 사유 재산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생산자 계층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 플라톤은 이상국가가 어떻게 실현될 수 있다고 여겼을까? 플라톤이 제시한 가장 단순하고 간단한 해법은 철학자가 통치자가 되거나, 또는 통치자가 진실로 철학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 철학은 궁극적으로 인간과 세계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진 학문이다. 철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되며, 모든 학문은 철학으로 회귀한다.

 

* 플라톤은 동굴 안의 세계가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라고 한다. 그러나 동굴 안의 세계는 현상의 세계일 뿐이다. 우리는 감각을 통해 대상을 인식한다. 그런데 감각을 통해 우리에게 나타난 것은 '현상'일 뿐이지 '실재'는 아니다. 이 세계에서 우리가 지각하는 모든 것은 현상이다.

 

* 그리하여 가장 올바른 국가와 가장 올바른 영혼을 상응시켜 설명하였다. 그것은 어떻게 가장 올바른 국가를 만들 수 있는가와 어떻게 가장 올바른 영혼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설명이었다. 소크라테스에게 개인의 영혼은 국가의 축소판이었다. 그래서 국가의 통치자, 수호자, 생산자와 같은 세 가지 계층은 개인 영혼의 이성, 기개, 욕망과 같은 세 가지 부분과 상응하였던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큰 국가를 들여다봄으로써 작은 개인 영혼을 더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올바른 사람은 이성과 기개와 욕망이 조화를 잘 이룬 사람이다. 그것은 이성에 의해 기개와 욕망이 적절히 통제되는 상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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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스 & 로크 : 국가를 계약하라 지식인마을 22
문지영 지음 / 김영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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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스는 혁명을 목전에 둔 1588년에 영국에서 태어났다. 초기 왕당파였고 청교도혁명이 일어나자 위험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했다. 11동안 프랑스에 머물면서 <시민론>, <법의 정신>, <리바이어던> 등을 저술했다. 1651년에 출판된 <리바이어던>은 절대군주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왕당파로부터 냉대를 받았고 금서로 지정되었다. 의회파로부터의 배척은 충분 이해가 되지만 왕당파로부터의 냉대는 조금 의외였는데 바로 홉스의 종교에 대한 이단적인 견해 때문이었다. 주권자인 리바이어던이 종교까지도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당대에 홉스를 인정한 세력은 무신론자 정도에 불과했다는 설명이 홉스로 하여금 좀 안타깝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홉스는 국가를 다음과 같이 간명하게 정의했다.
 
"국가는 다수의 사람들이 그들 상호간의 계약에 의해 창조한 하나의 인격으로서, 다수 사람들의 평화와 공동의 방어를 위해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대로 그들의 힘과 수단을 끝까지 사용할 수 있다."(75, <리바이어던> 17장)
 
홉스가 이상적인 국가 형태로 선호한 것이 군주정이기는 하지만, 그때 '왕'이라는 개인적 인격체는 더 이상 국가 그 자체와 동일시되지 않으며, 계약의 결과 확립된 국가의 통치자일 뿐이라는 점에서 당시 영국의 왕당파들이 옹호한 군주정과는 성격이 달랐다고 한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최근에 봤던 영화 변호인이 떠올랐다. '왕'이라는 단어를 '대통령'으로 바꿔서 '대통령이라는 개인적 인격체는 더 이상 국가 그 자체와 동일시되지 않는다'로 바꿔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발췌한 부분-
 
"17세기 유럽 전역을 휩쓴 종교적 갈등과 특히 시민전쟁을 치렀던 영국의 정치적 혼란을 지켜보면서 새로운 정치사상을 구상했던 홉스가 논의의 실마리를 공포의 감정에서 찾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 특히 '폭력적인 죽음에 대한 공포'는 출생과 함께 그를 지배한 감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대사상가답게 그는 그것을 연구의 주제로 삼고 성찰했다. 모든 개인의 궁극적인 존재 목적은 '자기 보호' 이며, 이를 위해 국가, 그것도 강력하고 절대적인 힘을 가진 국가가 필요하다고 본 홉스 정치사상의 골격은 이렇게 해서 형성되었다. 다시 말해, 평생 자신을 따라다닌 공포의 감정에 대한 분석과 반성을 토대로 정치사상사에 한 획을 긋는 업적을 이뤄낸 것이다."(40)
 
"비록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지 못한 까닭에 살아생전에 지지자보다 적대자가 많았고, 후대의 평가도 부정적이거나 인색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정치철학사에서 홉스의 의의는 결코 적지 않다. 우선 그는 영어로 철학을 시도한 최초의 인물이다. ... 영어로 철학하기가 가능했던 것은 홉스가 전통적인 철학 언어인 라틴어와 새로운 언어인 프랑스어로 전개되던 당대의 논쟁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49)
 
"홉스의 사회계약론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을 정치적 동물로 규정한 이래 오랫동안 받아들여져온 (인간의) 자연적 사회성이라는 관념 대신 자연상태, 곧 자연권을 지닌 독립된 개인들이 각자 삶을 영위하는 사회 이전의 상태에 대한 논의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사회계약은 자연상태와의 전면적인 단절을 통해 인위적으로 사회상태 또는 국가를 구성하는 핵심 수단으로 제시된다. 더욱이 홉스에게 계약의 과정은 주권자에게 정당한 권위를 부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들로 인해 홉스의 사회계약론은 이전 사상가들의 논의와 달리 근대적 성격을 획득한 최초의 것으로 평가받는다."(52)
 
'자연상태'에 대한 홉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유명한 구절...
 
"자연은 그 신체와 정신의 능력 면에서 인간을 평등하게 창조했다. ... 우리가 목적을 달성하는 데 갓는 '희망의 평등'은 '능력의 평등'으로부터 생겨난다. 그러므로 만일 어떤 두 사람이 같은 것을 소망하거나 그것을 두 사람 모두가 향유할 수 없다면 그들은 적이 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자신의 보존이나, 때로는 쾌락이 되기도 하는 그들의 목적 달성 과정에서 서로를 파멸시키거나 굴복시키려고 노력한다. ... 이로써 다음과 같은 점이 분명해진다. 즉 인간은 모두를 두렵게 하는 '공통의 힘'이 없이 사는 동안에는 전쟁이라 불리는 상태에 있으며, 그러한 전쟁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이라고 할 만하다."(58, <리바이어던> 13장)
 
"위대한 역사적 실천이나 이론들이 단 한사람의 업적인 경우는 없다. 그러나 근대 자유민주주의를 로크의 유산으로 보는데는 대체적인 합의가 있으며, 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는 무엇보다 그의 사상이, 국가가 국민의 복지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지 국민이 국가의 목적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원리를 표상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108)
 
"로크의 논의에서 소유권이 자연권을 지위를 갖는다는 것이고, ... 로크의 자연상태는 개인들 간에 권리가 상호 인정되는 명백한 사회라는 것이다."(117)
 
"만약 자연상태에 있는 인간이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그토록 자유롭다고 한다면, 만약 그가 자신의 인신과 소유물에 대한 절대적인 주인이고 가장 위대한 사람과도 평등하며 어느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대체 그는 왜 그러한 자유와 결별하는 것일까? 왜 그는 이 같은 지배권을 포기하고 자신을 타인의 권력의 지배와 통제하에 복종시키려고 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는, 자연상태에서 그는 그러한 권리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 향유가 매우 불확실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끊임없이 침해당할 위험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고 분명히 답할 수 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그와 마찬가지로 왕이고 모든 사람이 그와 평등하며 또 그들 대부분은 형평과 정의의 엄격한 준수자들이 아니므로 그가 이 상태에서 가지고 있는 재산의 향유는 매우 불안하고 매우 불확실하기 때문이다."(122, <통치론> 제9장 123절)
 
"로크의 사회계약은 절대주권의 확립보다는 천부인권의 강력한 보장을 위해 고안된 것이었고, 따라서 계약 이후 설립되는 국가의 권력 행사는 개인의 자기소유권 및 자기결정권이라는 원칙에 구속되는 것이 당연했다. 사회계약의 결과 발생하는 국가의 주권자는 전체 인민이었으며, 입법권이나 행정권을 담당하는 자는 1인이든 다수의 집단이든 간에 주권의 대리자일 뿐이었다. 그러므로 계약의 목적을 위반하거나 불성실하게 수행할 때 그들은 인민에 의해 탄핵될 수 있으며, 불응할 경우 인민의 저항은 당연한 권리로 인정된다."(173)
 
"기독교적 세계관이 설득력을 잃은 상황에서 절대주의 권력 구조가 상당한 정도로 붕괴되고 대신에 민주주의적인 정치질서가 정당성을 확보해가기 시작한 19세기 이래의 역사적 상황에서 로크의 주장은 재해석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이를테면, 국가가 아니라 빈곤이나 시장의 횡포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위협하는 주요 요인이 된 상황에서 계속 국가에 야경과 순찰의 업무만 맡도록 하는 것은 로크적 자유주의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견해가 그것이다."(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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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감정수업 -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강신주 지음 / 민음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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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에서 5일 동안 기록문화재 연수를 받는 동안 저녁에 짬을 내어 읽었던 책이다. 인간이 느끼는 48가지의 감정들을 스피노자의 <에리카>와 문학 작품을 통해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일상적으로 느끼는 감정들이 어디로부터 비롯되는 것인지,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그 감정을 느꼈던 순간의 '나'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줬던 것 같다. 감정 하나 하나에 대한 설명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짧다는 것이 조금 아쉽기도 했다. 결론, 사람은 누구나 관심받기를 그리고 사랑받기를 욕망하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발췌한 부분들이다.

 

- 이성은 감각들의 증거를 날조하도록 만드는 원인이다. 감각들이 생성, 소멸, 변화를 보여줄 때, 그것들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프리드리히 니체)

 

-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는 단순한 사실 하나만으로 우리는 금방 자긍심을 회복할 수 있다. 내 자신이 충분히 소중하고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고서는 어떻게 타인이 나를 사랑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겠는가.

 

- 항상 떠날 준비를 하라. 상대방에 대해 항상 자유러워라! 이것만큼 상대방이 나에게 무관심해지거나 심드렁해지지 않도록 만드는 확실한 방법도 없다. 떠날 수도 있고 머물 수도 있는 사람만이 누군가의 곁에 머물 수가 있다.

 

- 약자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발생하는, 강자가 되었다는 자부심 혹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는 존재감, 이것이야말로 연만의 감정 뒤에 숨겨진 이면의 정체다. 그렇지만 강자의 자부심은 오직 약자가 약자로서 계속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순간까지만 유지되는 법. 이 점에서 연민의 주체는 연민의 대상 만큼이나 약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131) ... 애인과 친구의 가치를 알려면 사실 내가 고통에 빠져있을 때 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오히려 내가 가장 행복할 때에 진짜 애인인지 가짜 애인인지 혹은 진짜 친구와 가짜 친구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게 된다. 그가 당신의 행복을 함께 행복해하고 당신의 불행을 함께 불행해하는 사람이어야만이 자신에게 애인이나 친구가 있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 것이다.(136)

 

- 비극은 우리의 나약함에 있다. 자신의 본질적인 욕망을 지킬 수도 없다는 비겁함과 나약함이 또한 인간의 특징 아닌가. 자연은 아무래도 사디스트인가 보다. 욕망을 주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한데, 동시에 비겁함도 아울러 인간에게 부여했으니까. 그렇게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부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 우리는 주인이 아니라 노예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 충분히 집을 벗어나 어디론가 갈 수 있을 때, 동경은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은 감정이다. ... 과거를 동경하는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모독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절정에 사로잡힌다는 것은 현재의 삶을 살아내지 못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재의 삶과 직면할 때에만 우리는 새로운 삶의 절정에 이를 수 있다. ... 꽃은 한번만 피는 것이 아니다. 모든 꽃나무는 매년 기적처럼 새로운 꽃을, 작년과 유사해 보이지만 결코 같지 않은 신선한 꽃을 피우기 마련이다. (198)

 

- 사랑했던 사람이 어느날 객관적으로 보일때가 있다. 바로 이때부터 우리에게서 사랑은 슬프게도 점점 떠나가고 있는 것이다. (229)

 

- 에밀졸라는 '드레퓌스 사건'과 반유대 감정으로 프랑스 사회가 발칵 뒤집혔을 때 <나는 고발한다>를 통해 지식인들의 양심에 호소했으나, 매국노로 몰려 영국으로 도망을 갔다. 다시 몰래 파리로 돌어왔으나 집에서 두통과 호흡 곤란을 호소하다 죽었다. 작가를 매국노라고 여긴 한 굴똑 소제부가 그의 집 굴뚝을 틀어막았다고 한다.(287)

 

- 후회에는 모든 불운을 자기 탓으로 돌리는 정신적 태도, 다시 말해 다르게 행동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는 의식을 전제한다. 그렇지만 절대적으로 자유로운 선택을 했다고 믿는 것만큼 거대한 착각이 어디 있겠는가. 이보다 더 큰 오만이 또 있을까. 결국 후회는 강한 자의식을 가진 사람에게 자주 찾아오는 감정이다.(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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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을 위하여 - 우리 인문학의 자긍심
강신주 지음 / 천년의상상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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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을 잘 몰랐다. 김수영을 잘 몰랐으니 강신주도 잘 몰랐던 거다.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밝혔듯 이 책은 강신주가 김수영을 위해, 김수영을 떠나보내기 위해 쓴 책이다. 그리고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돌아야하는’ 강신주 저 자신을 위해 쓴 책인 것 같기도 하다.

 

책을 통해 김수영을 알게 된 건 정말 값진 큰 수확이다. 50~60년대를 살았던 ‘나쁜 놈’들은 많이 알았고, 정의를 실천하고자 싸웠던 정치인, 재야인, 종교인, 학생도 조금 알았지만,자유를 지키기 위해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은 시인이 있었다는 건 몰랐다.

 

‘김수영’이라는 시인의 대강의 생애와 김수영을 ‘김수영’으로 살게 한 50~60년대의 특수했던 상황들을 통해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속된 말로, 김수영의 인생은 6.25전쟁으로 인해 제대로 ‘말렸’지만, 포로수용소에 갇히게 된 경험이나 아내의 외도가 시인 김수영을 있게 했다. 김수영처럼 불행한 시인이 또 있을까..?

 

김수영은 모든 사람들이 자기만의 삶을 살아 내고, 그것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표현할 수 있는 사회를 바랐다. 이런 마음은 ‘달나라의 장난’이라는 시에 잘 담겨있고, 그래서 책에서 여러 번 언급되기도 하지만, 이 시가 김수영을 대표한다, 이 책의 전체 내용을 관통한다.. 뭐 이런 걸 떠나서 나는 이 ‘달나라의 장난’이라는 시가 가장 좋다.

...

생각하면 서러운 것인데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

서서 돌고 있는 것인가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남과 다른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려고 할 때 찾아오는 두려움과 슬픔을 극복하기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293)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그런 삶을 희망한다.

 

“시가 난해한 이유는 그것이 추상적이어서가 아니라 구체적이기 때문.. 일반 사람들이 시를 회피하려는 이유는 그들이 자신만의 삶을 영위하거나 자신만의 삶을 표현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무의식적인 두려움 때문”이라는 말은 가슴을 콕콕 찌르는 것처럼 다가왔다.

 

나는 보통 ‘시’의 형식과 내용이 추상적이고 막연하고 어떤 경우엔 지극히 개인적이라 난해했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몰랐던 진심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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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지 않을 권리 - 욕망에 흔들리는 삶을 위한 인문학적 보고서
강신주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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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을 읽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었어야 했다.

강신주씨 책 중에서 '제자백가의 귀환' 시리즈 1, 2권 다음으로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최근 강신주씨에게 너무 푹 빠져있는 듯....ㅋ

 

철학이 매우 낯설기도 하고 어려워서 쏙쏙 이해가 되는 건 아니지만, 일상 중 어느 순간 문득문득 강신주씨 책이 떠오를 때가 있다. 구체적 문구가 온전하게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순간에 떠올리고 싶었던 뭔가가 그 책에 있었는데..'하면서.. 그런걸보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책임에 분명한 것 같다.

 

강신주씨의 책 중 그나마 이해하기가 좀 수월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마르크스 철학을 제대로 공부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지금까지 자본주의 체제를 마르크스의 입장을 통해 바라보거나 혹은 맹목적으로 마르크스의 견해를 따라 비판했던 게 전부였는데, 이 책을 통해 자본주의를 비판했던 다른 철학자들의 입장을 접해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모던보이' 이상의 작품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보들레르, 라파르그, 벤야민, 니체, 고진 등등의 책을 직접 읽어보고 싶지만, 강신주씨와 같은 친절한 해설자 없이는 불가능할 것 같다;;

 

(93)짐멜은 "자유의 본질은 궁극적으로 모든 인간이 소유하고 있는 특수성과 비교 불가능성이 삶을 살아가는 가운데 표출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고 강조했.. (99)짐멜이 니체를 통해서 긍정하고자 했던 '질적 개인주의'는 인간이 새로운 역사로 나아갔다는 진보의 표시로 보기 어렵습니다. 겉으로는 자신의 개성과 욕망을 표현하는 자유가 실현된 듯 보이지만, 그것은 생산의 차원이 아니라 소비의 차원에만 국한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만약 앞으로 자신의 개성과 욕망을 표현하는 자유가 생산의 차원을 포함한 인간 실존 전체의 문제로 확장된다면, 짐멜이 주장했던 질적 개인주의도 한 차원 높은 수준에서 다루어지겠..

 

(174) 벤야민이 도박 문제에서 주목했던 부분도 바로 이러한 자본주의의 종교성이란 테마였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에게는 자본주의 자체가 또 다른 종류의 종교였을 뿐입니다. .. 사실 마르크스에게서 자본주의와 종교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사유되었지요. 마르크스는 종교를 자본주의가 가져다주는 고통을 완화시키는 일종의 아편으로 생각했습니다. .. 마르크스에게 자본주의가 현실이라면 종교란 현실과 무관한 공상입니다. 그러나 벤야민은 마르크스와 달리 자본주의 자체가 현실이고 동시에 공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벤야민은 대도시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행동이 돈이라는 신에게 바치는 기도라고 생각했습니다. ... 만약 돈이라는 신에 대한 철저한 복종, 그리고 신의 은총을 기다리는 소망과 기대 심리가 인간에게 존재하지 않았다면 자본주의는 결코 기능할 수 없다고 보았..

 

(362) 우리와 우리 이웃들은 산업자본에 고용되어 수많은 상품을 만들어내지요. 그리고 노동의 대가로 얻은 임금을 자신과 이웃이 만들어낸 상품들을 구매하는 데 사용합니다. 산업자본의 소비 전략을 통해 결국 자신이 만든 상품을 스스로 구매하는 것입니다. 노동자가 동시에 소비자라는 너무도 자명한 사실, 노동자가 자신이 만든 물건을 자신의 임금 가치보다 춸씬 더 비싸게 소비한다는 사실,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가 멈추지 않고 작동하는 핵심 비밀이자 신비입니다. ... 자본주의하에서 돈은 분명히 자유라는 감정에 물질적 기초를 제공합니다. 호주머니에 돈이 두둑하면 자유의 감정, 두려움 없는 당당한 감정을 느낍니다. 그러나 원하는 상품을 마음대로 구매할 자유, 즉 이러한 소비의 자유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모든 사람의 생존에 필요한 물품들을 적절히 생산할 수 있는 '생산의 자유'가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생산의 자유'란 결국 자본가 자신이 독점하는 것..

 

(381) 소비 영역은 소비자가 노동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은폐하려는 산업자본의 음모, 나아가 소비자의 허영을 부추겨 소비를 촉진하려는 산업자본의 전략이 관철되는 매우 중요한 공간입니다. 소비 영역에서 전개되는 이 같은 산업자본의 음모와 전략을 폭로하는 것, 바로 이것이 보드리야르의 평생 숙원 사업이었습니다.

 

가라타니 고진이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제시한 '생산-소비 협동조합'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노동자가 노동자이기도 하면서 소비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자본가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부분이다. 일하지 않을 권리와 사지 않을 권리가 동시에 실천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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