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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1 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 6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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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괴물 2권을 다 읽었다. 처음으로 이외수씨의 작품을 읽어보았는데 일단은 책장은 술술 넘어갔다. 문장이 어렵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등장인물들이 많고 그들의 이야기가 각 장마다 나오는데 왜 그렇게 등장인물들에 대한 설명들이 길었는지 좀 이해가 안 된다. 읽기에는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긴 했지만 솔직히 책 내용과 그다지 큰 상관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작가의 상상력은 줄곧 재미있긴 했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조금 허탈감이 느껴졌다. 1권을 읽고나서 2권을 집어들면서 연쇄살인범은 대체 어떻게 될 것인가.. 그 많은 등장인물 중에 연쇄살인범은 누가 잡게 될것인가 하는 궁금증에 열심히 읽었는데 연쇄살인범의 최후는 너무 기대 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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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정원 - 상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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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책장이 쉼없이 빠르게 넘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멋진 사랑이야기가 이어졌기 때문이고, 감옥에서 수인의 생활 묘사가 몹시 흥미로웠던 때문이다. 역시 그 때문에 이 소설의 알맹이는 다 기억 속에서 빼먹기도 했지만 ……. 오현우와 한윤희가 살아온 삶 속에 우리의 지난 시대가 들어있고, 그들이 그 시대와 화해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통해 작가 황석영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가려 하는 지를 짐작할 듯하다.

소설 속에서의 광주 항쟁이며 10월 유신반대, 반독재・민주화 운동 등은 나에겐 ‘모를 일’,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몰라도 될 일’은 아니다. 이 소설은 내게 그것들에 대해 알려주고 있었다. 아주 자상하고 아름답게.

윤희의 아버지는 빨치산 출신으로 가장 노릇을 거의 해내지 못한다. 그녀의 딸 은결이의 아버지인 오현우 역시 앞으로는 어떠할지 모르겠으나 책 속의 과거에서는 아버지의 존재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 윤희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알 수 없는 원망을 언젠가부터 미안하게 느낀다. 그리고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윤희는 은결이가 자신과 같이 아버지의 삶을 원망 섞인 눈초리로 바라볼까봐 길고긴, 자세하면서도 따스한 편지를 남긴다. 그녀 자신의 아버지와 은결이 아버지인 현우에 대하여……. 그들의 삶에 대하여……. 나는 윤희가 어째서 저렇게 자기 아버지의 젊은 날에 대하여 자세히 적어두고 기억을 되새겼는지 이제 알 것 같았다. 윤희는 은결이와 내가 이승에서 지어갈 부녀지간의 애증을 걱정했는지도 모른다.(160쪽)

윤희는 자신이 사랑한 건 ‘아버지의 빛나는 젊음에 대한 막연한 상상’이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그녀가 사랑한 건 시대를 온 몸으로 살다간, 시대의 아픔을 그려낸 듯한 ‘그들’이 아니었을까? 미대 조소과 선배에서 오현우, 송영태, 이희수까지……. 그녀는 시대를 껴안은 그들과 자신의 짧은 생을 함께 했다. 그녀 역시 시대를 함께 했지만 좀더 배후에서 바라보는 입장이다. 그렇게 살다간 그녀가 사랑했던 현우의 남은 생은 어떻게 될까?

사람에게나 아니면 무슨……풀꽃도 제철이 있는 거 아닌가요? 아버님의 이십대가 그 분의 생애에서 가장 빛나던 시절이었고, 살아남는 다면 그 뒤에는 그냥 사는 거요. 현우 역시 빛나는 시절을 뒤로하고 이젠 그냥 살아가게 될까? 그의 몫은 이제 다음 세대인 은결에게로 넘어갈까?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을 줄 알았던 이 세상에’ 윤희가 ‘남겨놓은 갈뫼의 아이’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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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 - 3, 다시 읽는 이효석
이효석 지음 / 맑은소리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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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 꽃 필무렵’하면 이효석의 대표작으로 대한민국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작품일 것이다. 이 작품의 ‘서정시를 연상시키는 문체’, ‘배경과 인물 및 사건의 긴밀한 조화’, ‘치밀한 구성’ 등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 자주 듣던 것이라 ‘메밀 꽃 필무렵’하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는 왼손잡이라는 요소의 몇몇의 암시만으로 허생원이 동이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자연스레 연결시키려 하고 있는데 사실 그것만으로 둘이 부자관계라는 점을 나타내기에는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그 비약은 아름다운 배경과 여러 암시들에 의한 신비로운 분위기에 의해 어색하지 않게 가려진다. 이것은 마치 스토리와 장면이 독립된 영화에서 이야기 흐름상 발생하는 중간 중간의 공백을 아름다운 화면을 통해 커버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이룬다. 기본적으로 독자들은 불신의 장벽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효석의 ‘메밀 꽃 필무렵’에서는 그런 독자의 불신의 장벽을 수려한 문체와 탄탄한 구성을 바탕으로 누그러뜨리고 있다는 점이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것은 그만큼 이 작품의 구절들이 영화를 볼 때처럼 하나의 파노라마로 생동하고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메밀꽃 필무렵에서 내가 재밌게 본 것은 주인공 허생원과 늙은 나귀가 동일시 되고 있다는 것인데 이런 식의 비유는 1930년대 발표된 그의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내가 읽은 이효석의 다른 작품으로는 ‘산’, ‘수탉’, ‘장미 병들다.’, ‘돈’, ‘분녀’가 있는데 그 중 ‘수탉’에서 주인공 을손이 비참한 현실적 처지에 놓인 자기 자신을 암탉에게마저도 쫓기고 ‘찢어진 맨드라미에서는 피가 생생’하고 ‘퉁겨진 죽지의 깃이 거꾸로 뻗’치고 ‘눈이 한쪽 찌그러’지고 ‘피가 흘러 털을 물들’인 수탉과 동일시하는 장면은 허생원이 늙은 나귀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는 면과 상통한다. ‘수탉’과 메밀꽃 필무렵‘에서 주인공과 동물을 동일시하고 있다면 ’돈‘에서는 주인공 식이가 암퇘지와 자기를 떠나간 분이를 동일시하고 있다.

이처럼 그의 다른 많은 작품들에서 등장인물과 동물을 동일시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효석은 인간과 자연을 떨어진 둘이 아닌 서로 교감하는 존재로서의 연결된 둘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렇게 그의 다른 몇몇 작품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보더라도 ’메밀꽃 필무렵‘에서보다 더 동물과 인간의 동일시가 긴밀히 잘 되고 구성이 잘 된 작품은 없는 것 같다. 그만큼 ’메밀꽃 필무렵‘이 주는 형식주의적 미는 절대적인 것처럼 보인다.

이효석 소설의 세련된 언어와 시적 분위기 속에서의 낭만적 정서, 다채로운 어휘등의 특징에 대해 김동리는 이효석을 ‘소설을 배반한 소설가‘라고 평했다 하는데 그런 평가를 내렸던 김동리의 작품 가운데 고등학교 때 읽었던 역마라는 작품이 메밀꽃 필무렵과 여러모로 비슷한 면이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역마에서는 화개장터를 배경으로 설정하여 인생과 길의 유사성을 보여주었고 아니라 옥화가 우연히 계연의 귓바퀴에 난 사마귀(유전적 특징)를 보고 계연이 자신의 동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이는 메밀꽃 필무렵에서 봉평에서 대화까지의 길이 장돌뱅이의 삶을 암시하는 점이나 동이의 왼손잡이가 허생원의 왼손잡이와 상관을 가지는 점과 상통한다.

게다가 체장수 영감과 옥화 모의 하룻밤 사랑으로 인해 옥화가 태어났다는 점은 메밀꽃 필무렵에서 허생원이 성서방네 처녀와 물방앗간에서 하룻밤 사랑으로 동이를 낳은 점과 매우 유사하다. 메밀꽃 필무렵에서 동이가 허생원처럼 장돌뱅이 생활을 물려받았다는 것은 역마에서 성기가 체장수의 떠돌이 삶을 물려받은 것과 같이 생각해볼 수 도 있다. 그리고 두 작품은 신비로운 분위기 면에서도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 비록 한 6년 전에 읽어서 역마의 내용은 세세한 부분까지 생각나진 않지만 아직도 그 운명의 장난스러움에 대한 신비로운 분위기가 잊혀지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역마 역시 그 구성에 있어서 신비로운 분위기의 몫이 무척 컸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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