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떠나는 배낭여행 에세이 작가총서 286
박재균 글 사진 / 에세이퍼블리싱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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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발견한 윗 세대의 불가해성 하나가 `체면이 저리 중할까`였는데. 책의 1/3이 체면 벗는 법이니 저 세대를 감싸고 있는 체면이라는 갑옷의 무거움 다시 느낀다. 그리고 건강의 중요성. 인도 여행의 기회를 약한 관절 때문에 놓아야 했다니. 기억하자: To the well man, everyday is a fe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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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고운 절집
한선영 글.사진 / 민속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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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운주사와 안동 봉서사는 꼭 가봐야겠다. 뭔가 모자란 듯한 미륵상과 시시로 바뀌는 자연액자가 참 매력적. 인용된 한시도 운치 더한다. 저자를 응원하는 의미에서 덧붙이면 1) 제목과 달리 길이 잘 안 산다 2) 불영사는 마당이 예술인데 그 사진이 없다 3) 맘가짐 중심의 내러티브가 좀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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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할빈 하르빈 - 박영희 여행 에세이 도시산책 1
박영희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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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라는 광대함을 상상하는 데 도움 되는 한 조각을 제공하는 책. 잠깐 간 적 있지만 정율성 부부는 전혀 몰랐다. 산문르포 주로 하는 <송화강>도 인상적--노/농과 문학이 유난히 가까와졌던 그 시절의 꿈은 살아 있다. 그리고 잔혹한 국가주의에 말살당한 소수민족 이야기에도 아직 피가 선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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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와 구원의 대지 시베리아
콜린 더브런 지음, 황의방 옮김 / 까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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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붐비는 거리로 되돌아갔다. 내가 단서들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운명이 없는 러시아를 상상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새로운 신앙이나 정체성의 징후를 찾고 있었다. 나는 그런 것들을 조바심하며 찾고 있었다. 사람들이 어딘가에 막 도착하면 부적이나 단순한 의미 같은 것을 바라듯이. 집에서 만든 것 같은 광고와 포스터 수백 장이 벽이나 나무에서 나부끼고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신비스런 단서나 되는 것처럼 열심히 읽었다. ... "우리에게 오세요....... 30킬로그램을 뺄 수 있습니다...... 당신의 미래를 발견하세요....... 모든 것을 마스터할 수......." (19)

이렇게 시베리아인들의 고독이 그들을 해방시켰다. 여러 면에서 공통점이 있는 미국의 개척민들처럼, 그들은 강인한 현실주의자들이었고 독립적이고 아량이 넒은 평등주의자들이었다. 그들은 엄청나게 먹어대는 대식가들이었고 절제를 모르는 폭음자들이었다. 돈이 생기면 자살적인 술판을 벌여 그 돈을 다 날리고 결국에는 무일푼이나 살인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들의 사회는 서쪽 러시아 중심부보다 더 유연성이 있었지만 훨씬 더 위험하기도 했다. 이곳은 늘 죄인들을 내다버리는 쓰레기 하치장이었고 따라서 출신이 불분명한 도시의 사교계 명사들에서 여행자들을 상대로 강도질을 하는 도망자 출신의 불량배들에게 이르기까지 박력이 넘치는 추방 문화가 만연되어 있었다. (36)

그때 구덩이 투성이 도로 저 멀리 토볼스크로 가는 고물 버스가 형체를 드러냈다. 내가 버스에 올라타자 빅토르의 얼굴에는 분노가 아니라 미소가 번졌다. "날 기억해줘요." 그의 속삭임이 내 귀를 간질였다. "당신의 라스푸틴을."
"잊지 않겠소." (53)

"왜 사람들은 좋은 일들, 매일 매일의 일들을 기록할 수 없는 걸까? 수용소 생활을 보통으로 기술한 기록이 있다면, 사람들은 우리가 늘 울 수만은 없었다는 것, 우리가 탄광에서 나와서 욕실로 노래를 부르며 갔다는 것을 알았을 텐데. 당신은 작가지? 그렇지? 당신이 그런 얘기를 쓰면 어때? 우리가 조금은 미소도 짓고 또 더러는 춤도 추고 노래도 불렀다는 것을 쓰란 말이야. 사람들은 희망 속에서 살아야 하니까......." (76)

하지만 무엇인가가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묵인을 참을 수 없었다. 내가 잔인하게 말했다. "하지만 결국 그 목적이 무엇이었나요? 그렇기 심한 고통의......."
그녀가 나를 돌아보았다. 갑자기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녀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 처음으로 그녀는 대답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가 되뇌었다. "목적?" (76)

행렬이 다시 움직였다. 나는 뒤로 쳐져서 지팡이를 집고 절룩거리는 한 참전용사와 함께 걸었다. 나는 이런 의문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어째서, 왜 이 신앙이 단두대에서 잘린 머리가 그 몸통에 다시 달라붙듯이 아무것도 없던 데서 되살아났을까? 아주 중요한 동맥이 그것을 보존했을 것이다. 못에 남아 있던 순례자들이 다시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나는 생각했다. `역시 여자들이었구나.` "맞습니다." 늙은 참전용사가 말했다. "내 경우엔 어머니였죠. 우리는 보르네슈 근처의 외진 곳에서 살았어요. 도회지가 아니고 그야말로 시골 마을이었습니다. 수백 킬로미터 이내에 교회도 없었어요. 어머니는 글을 모르셨지만, 어렸을 적이 외운 기도를 모두 기억하고 계셨지요. 그 기도를 나에게 가르쳐주셨어요." (90)

우리는 다른 진열대로 옮아갔다. 거기에 다른 미라는 없었다. 우리는 말과 전통, 채찍 손잡이를 보았다. 모두 속도와 질주와 관련된 물품들이었다. 우리는 두 사람 다 막연하게 불행한 느낌을 가졌던 것 같다. 이 이동성이 탁월했던, 그래서 좀처럼 잡히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얼음과 시간이라는 슬픈 기적에 의해서 우리 눈앞에 붙박여 있는 것이다. 도시를 싫어했던 그들이 도시에 갇혀 있는 것이다. (135)

"그 후 나는 조금씩 조금씩 환멸을 느끼게 되었어요. 우리 지방 당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지요. 그들이 얼마나 썩었는지......." 사람들은 대개 그런 일 때문에 공산주의에 대한 믿음을 잃게 되었다고 그녀가 말했다. 공산주의는 이념적 회의나 스탈린에 대한 공포를 통해서가 아니라 밑바닥부터 붕괴되었다는 것이다. 즉 지방의 하급 당원이 공금을 횡령하고 흑해에서 호화롭게 휴일을 즐기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공산주의를 믿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나는 내 학생들에게 가르칠 절대적인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그들 대다수는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소수의 학생들이 이상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140)

공(空)에서 흘러나오는 강물의 흐름이라고 할까, 평화로우면서 동시에 조금 끔찍한, 형체를 갖춘 무엇인가가 나의 가슴을 죄어왔다. 어쩌면 이것이 인격화된 아시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장, 자궁, 기억을 가진 아시아. (어느 아랍인이 언젠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영국인들은 심장이 없기 때문에 늘 다른 곳에서 그것을 찾고 있다고.) 나는 밝은 햇빛 속에서, 정적 속에서, 놀라움을 느끼며 서 있었다. 땅이 뼈처럼 신축성이 없어 보였다. 나는 오랫동안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경치를 응시했다. 아시아, 그곳은 성인이 된 후의 내 일생을 소진시킨 땅이었다. (148)

늙은 목동과 작별인사를 하면서 나는 무덤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였다. 재물을 담은 그릇을 부수는 것은 내생(來生)은 현생(現生)의 삶과는 정반대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곳에서는 강도 바다에서 시작해서 거꾸로 흐른다고 한다. 여기서 거꾸로 처박힌 것이 그곳에 가면 바로 선 것이 되고, 여기서 바로 선 것이 그곳에 가면 뒤집힌 것이 된다는 것이다. 온전한 것을 부서지고, 부서진 것은 온전해진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자(死者)가 그것을 발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 뒤집힌 세상에서는 포탈로보가 낙원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11)

바이칼 호에는 이처럼 특이한 생물들이 많다. 물이 얕은 곳에는 "바이칼의 말..."이라고 불기는, 낮알 크기만 한 갑각류가 마치 바닥짐으로 쓰려는 것처럼 두 개의 돌을 집게로 잡고 있다. 더 안으로 들어가면 200킬로그램 이상 나가는 철갑상어가 살고 있다. 이놈들은 다 자라는 데 20년이 걸리며 각각 최고 9킬로그램까지의 캐비아를 니지고 있다. 작고 눈이 붉은 감마리드... 새우는 수림 1,600미터 이하에서 살며 때로는 사망 1야드... 넓이에 2만 5,000마리가 꽉 들어차서 어처구니없이 긴 더듬이로 어둠 속을 더듬는다. 이 새우들과 심해를 공유하는 어종으로 통통한 골리앙카...가 있다. 이 물고기들 중에는 몸이 너무나 투명해서 그 물고기의 몸을 올려놓고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인 것도 있다. (229)

코샤크들이 러시아 동부 황야의 카우보이들이라면, 옛 신자들은 러시아의 메노파 신도나 모르몬 교도들이었다. ... 이들의 특징은 금욕적인 소박한 생활 혹은 자신들에게 과하는 심한 궁핍이었다. 그들은 세례와 교회를 거부했고 심지어 기도를 부정하기까지 했다. ... 성경의 말씀에 순종해서 목동이 된 철저한 성경 해석자들도 있었고 "말씀의 우유"에 목말라하며 우유를 즐겨 마시는 물로칸 교도들도 있었다. 스스로 세례를 주는 자들도 있었고 세례를 아예 받지 않는 신도들도 있었다. 성령을 받들어 숨으로 기도를 울리는 "한숨파"도 있었고, 겉으로 나타내는 어떤 예배행위도 혐오한 "무기도파"도 있었다. 경건한 슈툰데파도 있었고 자기 안에 내재하는 성령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고 성경도 필요 없다고 생각한 평화주의자들인 두호보르파 "성령-레슬러들"도 있었다. 심지어 나폴레옹을 신격화한 교파까지 있었다. (264)

"할머니 예쁘죠!" 이고르가 탄성을 질렀다.
그 그림을 통해서 그녀의 마음속을 얼핏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스탈린 시대의 시베리아에서 대중을 교화시키는 어려운 작업에 열중했지만, 사실을 호숫가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영국의 귀부인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324)

할머니들을 돕고 싶은 생각이 솟는다. 그러나 할머니들의 자존심, 그들이 그런 자존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도우려는 생각을 억누른다. 나는 서구가 냉전에서 승리했다는 것, 서구의 가치관이 외견상 주도권을 잡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노인들이 더 쉽사리 피해를 입는다. 그들의 세상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키기 위해서 싸웠던 모든 것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참전 군인들이 마지막 저항의 표시로 훈장을 달고 다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들이 그냥 가버리도록 내버려두었다. 나는 그중 한 사람도 도와주지 못했다.
부끄러웠다. (328)

그들이 그렇게 낮설게 느껴진 것은 아마 내가 주의를 집중하고 그들을 보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가끔 어떤 사람이 또렷하게 내 시야에 잡혔다. 그러나 그 역시 낯선 사람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곰보자국이 있는 얼굴에 들창코인 저 젊은이는 누구일까? 너무 엊어맞아 납작해진 것같은 얼굴의 저 덩치가 더 큰 남자는? 나는 모른다. 그들을 알려면 오랜 세월을 더 함께 지내야 할 것 같았다. 물론 내 옆 좌석에서 축 늘어진 채 담배 한 개비를 달라고 청하는 이반은 여기도 있다. 그런데 이반이 더 늙었고 백발이 더 늘었다. 남편을 여읜 지 얼마 되지 않는 과부처럼 검은 숄을 두르고 앉아서 껌을 씹고 있는 얼굴이 유난히 창백한 저 젊은 여자는 어떤 사람일까? 멍한 얼굴을 한 채 그녀 옆에 앉아 있는 아이는 누구일까?
기차 바퀴가 나를 하바로프스크로 실어가고 있다. 나는 모른다....... 모른다....... 모른다....... (344)

내가 말했다. "지금 사정이 어떻든 간에 그때보다는 더 낫다고 해야하지 않을까요?"
유리는 처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든 그에게는 시간이 걸렸다. 그는 약간 말을 더듬었다. 그가 말했다. "그 시대는 어떤 면에서는 종교의 시대였지요. 사람들은 뭔가를 믿었어요." 그는 그것을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고통이 하늘에서 비나 우박처럼 자연스럽게 내려왔던 것이다. 그 누구도 찻할 사람이 없었다. 충분히 가까이 있는 사람, 충분히 드러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스탈린의 제국은 히틀러의 제국과 마찬가지로 오래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였다. 과거는 영원히 재조직되어 있었고 미래는 예정되어 있었다. (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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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와 구원의 대지 시베리아
콜린 더브런 지음, 황의방 옮김 / 까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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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에서와 같이 아무 자기 보호 장치 없이 거리의 장삼이사들과 소통하며 이 동토의 역사로 파고든다. 여기서도 과거는 미래 위해 망각을 판결 받지만, 과거 없이 세워지는 미래는 유약할 뿐. 생존자들은 잊혀져야 하는 과거보다 더 오래된 대과거로 퇴행하고, 새 세대는 돈따라 흘러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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