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아드 - 황제의 딸이 남긴 위대하고 매혹적인 중세의 일대기
안나 콤니니 지음, 장인식 외 옮김 / 히스토리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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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로마 제국은 긴 역사 탓에 그 내용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제일 유명한 '시저', 즉 '카이사르' 의 이야기 정도는 아는 사람이 좀 되는데 그 밖에 중요한 내용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로마가 동서로 분리되고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때까지를 로마의 역사로 여기고 동로마 역사는 따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어서 더욱 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동로마 제국의 역사도 엄연한 로마의 역사다. 공식적으로 로마의 멸망은 동로마 제국이 이슬람에 의해서 무너졌을 때다.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고도 거의 천 년의 역사를 더 이어갔다. 아쉽게도 우리 나라에서는 동로마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의 함락으로 로마가 멸망한 것이 유명하다. 그래서 동로마의 다른 역사 이야기가 덜 소개됐는데 이 책이 그 부족함을 조금 채워주는 것 같다.


제목인 '알렉시아드' 는 동로마 제국 콤니노스 왕조의 제 2대 황제 '알렉시오스 1세' 의 일대기를 그린 역사서로 특이하게도 그의 친딸이 지은 역사책이다. 일단 이 알렉시오스 1세가 누구인지를 알아야겠다. 당시 동로마 제국은 황제의 계승법이 확실하지 않았기에 정정이 불안하고 권력 다툼이 심했다. 그래서 여러 왕조들이 생겼는데 알렉시오스 1세는 콤니노스 왕조의 실질적인 창시자면서 동로마 제국에서 손꼽히는 훌륭한 황제다. 이 책은 그런 명군의 전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은이 '안나 콤니니'는 누구인가 하면 바로 알렉시오스 1세의 딸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흥미롭다. 알렉시오스 1세는 자신이 죽고 나서 후계자로 아들을 황제로 세우려고 했다. 그런데 딸인 안나 콤니니가 어머니와 힘을 합해 쿠데타를 일으키려고 했는데 그의 남편에 의해서 저지당하고 수도원에 유폐된다. 거기서 자신의 아버지 전기를 쓰게 된 것이다.


동로마 제국의 황제가 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유능함이 있어야 가능했는데 안나 콤니니의 남편이 거기에 해당했다. 동양과는 달리 아들로의 세습이 정해져 있지 않았기에 관례대로라면 황제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알렉시오스 1세는 자신의 아들에게 제위를 물려주었고 이것에 안나 콤니니가 반대를 했던 것이다. 아니면 그녀 자신이 황제가 되고 싶었을까. 동로마 제국은 여자 황제도 몇 명이 있었고 무엇보다 황제의 부인 황후도 어느 정도 권력을 갖고 있었기에 안나 콤니니도 야심을 가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황제의 치세는 기본적으로 외적과의 싸움이었다. 책에서는 노르만인, 페체네그, 튀르크 등과 다른 이민족의 끊임없는 침략에 대응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당연하게도 외적을 물리치고 제국을 보전하였기에 칭송의 책이 나온 것이다. 그밖에 족벌체제를 통해서 정국을 안정시키고 경제를 혁신해서 제국을 안정화시켰다. 


알렉시오스 1세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실은 십자군 전쟁의 당사자였다는 것이다. 이슬람 세력의 침략에 점차 힘이 딸리게 되자 서방의 기독교 세력에게 '성지 수호'를 이유로 원병을 요청하게 된다. 이것이 그 뒤로 이어지는 십자군 운동의 시작인 것이다. 십자군 전쟁은 표면적인 명분과는 달리 많은 문제를 야기 했지만 적어도 알렉시오스 1세가 시작했던 1차 십자군 때는 나름의 성과도 있긴 했다. 


이처럼 나름 동로마 제국의 중흥기를 이끈 군주이기에 내용은 그의 치적이 주를 이룬다. 딸인 안나 콤니니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는데 아버지에 대한 찬양도 있지만 객관적으로 쓴 부분도 보여서 당대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원전은 총 15권이고 그리스어로 쓰여졌기 때문에 오래 전에 영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번역한 중역본이다. 아쉬운 것은 글자 크기가 보통 단행본의 글자 크기보다 작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단 나누기가 거의 없어서 책에 여백이 거의 없고 글자가 가득하다. 책분량이 많아져서 책 값이 비싸질 것을 생각해서 이렇게 편집 했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이해가 가지만 호불호가 갈릴 듯. 


동로마 제국은 서양에서도 크게 주목 받지 못했는데 서로마 제국의 역사도 많이 소개되지 못한 우리 나라에서 동로마 제국의 역사는 더 알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런 저술이 있는 것도 몰랐고 이런 여자 역사가가 있는 것도 더욱더 몰랐다. 동로마 제국 관련한 책이 나온 것도 좋지만 잊혀진 여성 역사가를 다시 소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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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워닝 잭 매커보이 시리즈
마이클 코넬리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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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이클 코넬리'라는 작가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실망한 작품이 별로 없을 정도로 몰입감 있는 책을 써내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이 작가의 책 중에 여러 시리즈가 있는데 이번에 나온 것은 '잭 매커보이' 시리즈다. 다른 시리즈에 비해서 권 수가 그리 많지 않다. 다른 시리즈에 집중하기로 해서 그런지 작가 이력에 비해서 많이 나오지는 않았는데 개인적으로 주인공 잭 매커보이의 캐릭터가 더 가깝게 느껴진다.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작가의 등장 인물들이 비현실적인 사람은 잘 없긴 하지만 잭 매커보이가 더 현실적인 이유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혹은 내 마음에 있는 '찌질함' 이 잘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답답하고 짜증 나는 면도 있는데 그만큼 소설 속 인물에 감정 이입이 잘 되어서 그런 것 같다. 


주인공 잭 매커보이는 기자다. 전작인 '시인' 과 '허수아비' 에서 연쇄살인범을 쫓는 치열한 기자였지만 지금은 세월이 흘러 악당을 쫓진 않고 '소비자를 위한 사회적 문제' 를 주로 싣는 인터넷 신문사의 기자다. 일종의 소비자 신문이겠다. 직원도 몇 명 안되는 작은 회사지만 다른 주요 언론에 나름 규모 있는 기사를 팔기도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기부를 지속적으로 요청해야 하는 영세한 회사의 기자다. 세월이 흐르긴 했는지 천하의 잭 매커보이가 이제는 눈에 띄지도 않는 작은 곳에서 일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던 잭에게 어느 날 경찰이 온다. 1년 전 어떤 여인을 만났느냐고 묻는다. 이윽고 그녀가 살인을 당했고 곧 그녀와 접촉한 모든 사람들이 용의 선상에 오른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녀의 사인이 특이했다. '고리뒤통수 관절 탈구' 라는 흔치 않은 방법으로 죽었는데 이것은 큰 힘으로 목을 졸려 목뼈를 부러뜨려 죽게 한 것이다. 자신이 관련이 되었기도 하지만 사건의 특이성에 과거의 날카로운 기자로서의 본능이 살아난다. 그야말로 사자의 콧털을 건드린 결과랄까. 분명 뭔가 있다고 느낀 잭은 본격적으로 사건에 대해서 조사하기 시작한다.


우선 죽은 여인의 주위를 살피면서 여러 퍼즐을 맞춰가던 잭은 비슷한 죽음이 또 있음을 알게 된다. 이것이 같은 범인에 의해서 일어난 사건일까. 그렇다면 연쇄살인범?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한 명이 저지른 사건임이 드러난다. 연쇄살인범을 쫓아 왔던 잭에게 또 다시 연쇄살인범이 나타난 것이다. 잭은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가며 사건을 하나하나 되짚어 가는데 탁 걸리는게 나온다. 바로 DNA. 피해자들이 이 유전자 정보와 관련해서 살해를 당한 것이다. 대체 DNA와 무슨 상관이 있길래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전방위적으로 추적해 나가고 이것이 한 인물과 특정 회사와 관련이 있음을 밝혀내는데 이른다.


한편 잭은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과거의 한 인물을 소환한다. 바로 '레이철 월링' 이다. 전작에서 그의 동료이자 연인이었던 레이철은 그 사건 이후로 그냥 연락만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FBI 요원에서 기업이나 사람을 대상으로 전문적으로 조사해주는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으로 변해 있었다. 돈은 많이 벌지만 자신의 능력을 썩히고 있는 셈이었다. 그런 레이철에게 슬며시 손을 내밀었는데 처음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결국 잭의 요청을 받아들인다. 사실 사건을 해결하는데 전직 FBI 출신의 도움을 많이 받게 된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지만 잭과 레이철의 이야기도 흥미 요소이다. 특수한 상황으로 만나서 조력자에서 연인으로 발전했지만 잭의 잘못으로 헤어졌는데 서로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번 사건으로 재회하게 되어서 좀 좋게 발전하나 싶었는데 잭의 '찌질함'이 관계를 다시 망치게 된다. 그 부분을 읽을 때는 그냥 한대 때리고 싶었다. 얼마 만에 온 귀중한 기회를 이렇게 날리나. 그런데 끝 부분에서 새로운 상황을 맞이 하게 되어서 관계가 다시 좋아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앞으로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이때까지 3편만 나왔는데 앞으로 또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철이 든 잭이 나올까.


이야기는 유전자와 관련된 범죄를 다루고 있다.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라는 익명의 DNA 정보가 세월이 지나서 개인 정보를 알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고 이것이 인터넷이라는 불특정 다수가 보는 공간에 실려서 결국 범죄에 이용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기술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 지능이 출연하는 시대에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우리 나라 같은 경우도 개인 정보의 중요성을 최근에야 인식하게 되었지만 이미 전 국민의 개인 정보는 다 털렸다고 할 정도로 개인 정보가 허술한 것도 사실이다. 기술이 발달해서 이렇게 널려 있는 정보를 이용해서 신종 범죄가 생길 것 같아서 걱정도 된다.


책은 작가의 명성대로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아주 자극적이지 않아도 조금씩 조금씩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서 곧 책을 손에서 못 놓게 된다. 책을 한 번 잡으면 끝까지 읽게 만드는 흡입력을 가진 작가 답다. 오랜만에 보는 잭 매커보이의 모습이 참 반가웠고 앞으로의 후속작도 기대가 된다. 다만 연쇄 살인마의 캐릭터가 전작이나 다른 책에서 보는 것 보다는 약했다. 좀 더 현실적인 범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입체적이고 세밀한 모습이었으면 더 스릴감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시리즈라고 해도 하나의 독립된 작품이기에 읽는데 큰 지장은 없지만 아무래도 등장 인물들의 관계를 더 자연스럽게 알기 위해서는 전작들을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읽은 지 오래 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다시 1편과 2편을 꺼내서 읽으려고 한다. 이 책까지 총 3권이라서 분량 부담도 적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1편부터 차례로 읽으면 더 좋다. 그러면 이 시리즈의 진가를 더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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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바다전쟁 1 - 이순신과 작은 거인들 궁극의 전쟁사
성주삼 지음 / 레드리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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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공부에 방해된다고 욕 먹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그 잔재가 조금 남아 있긴 하지만 여러 분야에서 만화로 학습하는 것이 더 공부에 도움이 되기에 적절히 이용하면 보통 책보다 낫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이미 초등학생 대상으로 많은 학습 만화가 잘 이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꼭 공부의 목적이 아니라고 해도 글 책의 내용을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도 만화책이 활용되기도 한다. 소설은 물론이고 인문 역사 분야에서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번에 나온 임진왜란 시리즈는 임진왜란을 만화로 소개하는 책이다. 그런데 이 책 심상치 않다. 우선 1부가 나와서 봤는데 무슨 학습 만화도 아닌데 머리에 쏙쏙 들어오고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인 사실이 큰 그림이 그려진다. 단순하게 그림만 많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설명하는 글도 제법 많아서 재미있는 만화책 보듯 대충 보는 것이 아니라 면밀히 보게 된다.


사실 임진 왜란 하면 이순신 장군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순신 장군이 맹활약을 한 덕분에 우리가 왜의 침략을 물리친 것은 맞다. 그러나 사실 이 전쟁은 상당히 복잡하고 국제적인 성격을 띈 난리다. 계속 전투가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무려 7년이나 계속 되었고 당시 조선을 비롯해서 명나라와 일본까지 참여한 대규모 국제전이다. 그리고 이 왜란으로 인해서 동아시아의 정세가 바뀌었고 그 영향은 3국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임진왜란을 이해하려면 그 원인과 과정, 결과까지 알아야 할 것이 방대한데 내용을 적절하게 선별해서 짜임새 있게 소개하고 있어서 좋다.


우선 임진왜란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우리나라와 왜, 명나라의 각국 사정부터 설명해 준다. 기본적으로 이 전쟁은 왜가 일으켰는데 당시 왜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다. 오랫동안 혼란기였던 당시 일본의 전국 시대를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통일을 하게 되고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히데요시의 야욕이 발단이 되어서 조선을 치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때 조선과 명은 어떠한 상황이었는지 설명하고 있는데 책의 내용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내용을 잘 선별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당시 전쟁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의 제목이 '임진왜란'이 아니라 '임진왜란 바다전쟁'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긴 하는데 단순히 그의 전략 전술 등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군사들과 백성들의 이야기부터 자세하게 나온다. 이순신 장군이 재임하고 있던 전라 좌수영의 사람들을 보여주는데 일반 백성부터 여러 직역의 군인들 모습도 잘 설명하고 있다. 특히 직접 배를 움직이는 '격군'도 잘 보여주고 있고 이 격군들을 어떻게 배를 나아가게 하는지 그림으로 보여주니까 더 잘 이해가 가게 한다. 그밖에 장군을 보좌하던 여러 장수들도 꼼꼼하게 등장시키고 있어서 당시 전라 좌수영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 할 정도다.


이순신 장군이 전라 좌수사가 되어서 전쟁을 준비하는 모습에서 장군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위 장수들과 병사들, 관련된 백성들까지 세세하게 잘 배치하면서 적절하게 내용을 전달하고 있어서 전쟁의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었다. 이윽고 시작되는 전쟁. 당시 조선 조정은 어떻게 대처했고 또 어떻게 실패하게 되는지 우리가 몰랐던 사실들도 많이 알려주면서 임진왜란이라는 전쟁의 서막을 열게 된다.


책은 기본적으로 만화라는 수단을 통해서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는데 인물이나 건물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각종 무기와 병기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고 수군 훈련을 통해서 전투에 어떻게 임하게 되는지 잘 이해하게 한다. 전라 좌수영이라는 지역을 생각해서 등장 인물들의 대화도 전남 사투리로 해서 더 생생하게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물론 각종 도표와 지도도 충분히 제시하고 있어서 남해의 수군 상황을 좀 더 잘 이해하게 한다.


이 책 참 마음에 든다. 사실 만화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처럼 충실한 역사 만화는 오랜만이다. 208쪽이라서 그리 많은 쪽 수는 아니지만 안에 담겨 있는 내용은 그 배다. 그림 속의 설명이 제법 많고 그림 자체가 당시의 여러 모습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어서 계속 보게 된다. 군더더기 없이 알아야 할 내용 중심으로 일반 백성에서 왕에 이르기까지 여러 신분을 균형 있게 등장시켜서 이 전쟁이 당시 조선인 모두에게 닥친 큰 난리라는 것을 잘 알게 해준다. 


임진 왜란에 대해서 잘 설명한 여러 책들이 있지만 만화라는 형식으로 접근성을 좋게 하고 속에 담긴 내용도 균형있고 섬세한 이런 책은 이 시리즈가 처음이다. 이 시리즈만 봐도 임진 왜란에 대해서 충분히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것은 등장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인물 묘사가 비슷한 부분이 좀 있어서 헷갈릴 수 있겠다. 그거 외에는 참 재미있다. 어서 다음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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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세계사 - 풍요의 탄생, 현재 그리고 미래
윌리엄 번스타인 지음, 장영재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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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군중의 망상'을 통해서 인간 본증의 실체를 규명했던 작가 윌리엄 번스타인이 이번에는 부의 세계사로 돌아 왔다. 세상의 부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느 나라에 집중이 되었으며 그런 결과로 오늘날 좁혀지지 않는 격차로 벌어지게 되었는지를 여러 자료를 통해서 설명하는 책이다. 지구상의 나라들의 부에 관한 세계 역사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도 몇 가지 조건에 따라서 나중에 부자가 되거나 가난한 사람이 되거나 하는데 나라의 경우도 크게 보면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국민의 총합인 국가의 경우에는 더 많은 변수가 있겠지만 지은이는 몇 가지 조건이 잘 갖추어지지 않으면 부국으로 갈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바로 모든 유형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사유 재산권, 자본시장, 운송 및 통신 시스템, 과학적 합리주의다. 이 네 가지 조건이 잘 갖춰져야 부자 나라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른바 선진국들 중에서 위에 말한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말이 네 가지지 모두가 연결이 되어 있다. 한 조건이 막히면 다른 조건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다. 네 가지 조건 모두가 잘 발달을 해야 국가가 발전하고 부가 쌓일 수 있는 것이다.


책은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게 된 시대를 산업 혁명때로 본다. 사실 그전에는 중국으로 대표되는 동양이 서양보다 더 오랫동안 발전하고 부가 축적이 되었다. 중세의 유럽은 더럽고 살기 힘든 시대였다. 문명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낙후되어 있었다. 동양에서 수입되는 여러 가지 물품에 그야말로 홀려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동양에 의존했던 교역이 서양을 더 발전시키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바로 대항해시대의 개막이다. 더 나은 교역로를 찾기 위해 항해술을 발전시킨 결과 신대륙을 발견하게 되고 더 많은 작물이 유럽으로 들어오면서 관련해서 무역업이나 금융업이 발달하게 되고 이것이 훗날 산업 혁명의 씨앗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산업 혁명이 영국에서 성공하면서 유럽으로 확산하고 결국 수 천 년 동안 동양에 뒤지던 서양이 역전에 성공한다. 그리고 그 추세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책은 비슷한 격차로 완만한 발전을 이루던 각 나라들이 산업 혁명이라는 엄청난 변혁으로 불과 백 여년 만에 처지가 뒤바뀌게 되는 과정을 잘 설명해 준다. 왜 영국에서 산업 혁명이 먼저 일어났고 또 그것을 바탕으로 전 세계를 주름잡게 되었는지 그리고 프랑스나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좀 더 뒤쳐져서 발전하게 되는 과정을 잘 설명한다. 


영국이 산업 혁명의 시초로써 큰 발전을 이룩하게 되었던 것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발전의 초기에 네덜란드가 있었다는 것을 잘 알려지지 않았다. 지금도 네덜란드는 잘 사는 나라이긴 하지만 이미 산업 혁명 초기부터 잘 사는 나라였던 것이다. 그것은 몇 가지 조건이 잘 부합했기 때문이다. 영국인에게 비견되는 강력한 재산권과 종교개혁으로 교회의 속박에서 벗어나서 종교적 관용성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유태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경제 발전의 밑바탕이 된 것도 있다. 그리고 낮은 이자율과 강력한 투자자 보호로 활성화된 네덜란드 자본시장의 풍부한 투자 자금. 그리고 쉽고 저렴한 수상 운송의 이점이 있는 평탄한 지형 등으로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 빠르게 강국이 될 수 있었다.


책은 프랑스의 이야기를 한다. 프랑스는 네 가지 조건이라는 측면에서 영국과 비교해서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다. 산업 혁명이 영국에서 시작된 것은 우연일 뿐이고 역사가 다시 시작된다면 프랑스에서 일어날 수도 있고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당대 프랑스의 저력이 나쁘지 않았다는 뜻이겠다. 그러나 왜 프랑스는 영국보다 한 세기나 쳐졌을까. 종합적으로 결론을 내자면 영국에 비해서 '자유도'가 떨어졌다. 겉으로는 영국과 비슷하게 네 가지 조건이 잘 들어맞았지만 세부로 들어가면 재산권이나 자본 시장의 자유도는 떨어졌다. 축적된 자본을 마음대로 쓸 수 없었다. 종교적으로도 네덜란드나 영국같은 신교가 아니었기에 좀 더 관용성이 부족했고 운송 시스템도 계획만 있을 뿐 완공이 지연되었다. 이런 총체적인 결함이 프랑스의 발전을 더디게 했던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 사회의 풍요와 개인의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국가의 부가 축적은 되지만 그것이 결코 개인의 행복과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로 들어오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벌지만 그만큼 큰 스트레스와 불안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통찰력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부가 더 많이 축적이 될 수록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고 이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가 없다. 이런 상화에서 미래를 어떻게 예측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솔직히 하고 있다.


책은 쉽게 읽힌다. 경제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여러가지 역사적 사례를 들어서 잘 설명하고 있고 여러가지 도표를 통해서 이해를 돕고 있다. 지난 400년을 돌아보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역사적인 부의 축적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어서 관련된 의문을 가진 사람들에게 좋은 답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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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그리스 로마 신화 대모험 6 - 가정의 여신 헤라 설민석의 그리스 로마 신화 대모험 6
설민석.남이담 지음, 이미나 그림, 김헌 감수 / 단꿈아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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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그리스 로마신화 시리즈는 방대한 그리스 로마 신화의 핵심을 잘 간추려서 만화라는 형식을 통해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만든 역사만화입니다. 이번 화는 헤라의 이야기네요. 신들의 왕인 제우스가 헤라에 빠져서 결혼하지만 자주 바람을 피우는데 그 과정을 흥미롭게 이야기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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