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굴레 - 헤이안 시대에서 아베 정권까지, 타인의 눈으로 안에서 통찰해낸 일본의 빛과 그늘
R. 태가트 머피 지음, 윤영수 외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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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우리 나라를 자주 침략했고 기어이 식민지화 했던 일본. 전쟁에 패한 이후로 반성이라고는 하지 않는 일본을 우리는 늘 경계하고 있다. 우리가 힘이 약해질 때 언제라도 헛된 야망을 품는 다는 것이 역사가 증명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근대화에 있어서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성공한 나라이기 때문에 그 성공과 실패에 대해서 배울 것도 많다.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이 딱 맞는 국가다. 일본은 우리랑 비슷한 면도 많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나라다. 무엇이 다르고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일본이나 우리의 입장이 아닌 서양의 눈에 어떻게 보였는지 아는 것은 객관성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겠다.

 

이 책은 일본인 스스로도 아니고 일본에 복합적인 감정을 가진 한국인도 아닌 서양인의 입장에서 일본의 역사와 그로 인한 한계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미국인이지만 오랫동안 일본에서 살면서 관찰자의 입장에서 느낀 일본이라는 나라를 설명하고 있다. 감정적이 아닌 이성적인 관찰이 가능했기에 일본의 실체를 좀 더 객관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책은 우선 일본의 역사를 요약해서 들려주고 있는데 일본이라는 나라를 규정지을 수 있는 독특한 풍습이나 제도를 설명하면서 그 특성을 알게 해준다. 일본 천황은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때 보다 상징적인 존재로 더 오래 존속 되어 왔다. 어쩌면 정신적인 존재였기에 그토록 오랫동안 이어졌을 것이다. 실질적인 존재였다면 다른 나라처럼 정권이 교체될 때 마다 쫓겨났을 것이다. 헤이안 시대는 일본이 다른 나라와 다른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한 시대다. 이때 이룩한 정치,사회,예술의 많은 제도가 일본화가 되어서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몽골의 침략은 당시 일본의 존망이 달린 문제였는데 두 번에 걸친 침공이 태풍 덕분에 물리치게 되었다. 이것은 일본인들의 자의식을 강화시켰지만 전쟁의 여파로 당시 가마쿠라 막부가 무너지게 되고 일본은 분열되게 된다. 이후 봉건 시대를 거친 일본은 다시 전국 시대의 분열기를 맞이하고 이것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근대 국가 일본의 실질적인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하지만 그는 명나라를 무너뜨리겠다는 과대 망상에 빠져서 조선을 두 번 침략했다. 히데요시가 죽자 침략은 실패하고 또다시 내전이 벌어진다. 여기서 승리한 도쿠가와는 새롭게 에도 막부를 세우고 두 세기 반 동안 일본에 평화를 가져다준다. 

 

도쿠가와 막부는 내적으로는 정국을 안정시켰지만 외적으로는 쇄국을 단행했다. 유럽의 신문물을 흡수해서 당대 최고의 총기를 만들기까지 했던 일본이지만 쇄국으로 더 이상의 발전은 없었다. 대신에 안정된 사회는 인구 증가를 가져왔고 그것은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다.경제가 성장함과 동시에 각종 선진적인 제도가 만들어지고 사회와 문화가 발달하게 되었다. 이때 이루어진 대중 문화는 그 뒤로 일본을 상징하는 모습으로 발달하게 되었다. 이런 내적인 역량의 축적인 훗날 근대화의 밑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서양 세력이 몰려오게 되는 18세기에 막부는 몰락하고 천황제가 확립되는 메이지 유신이 단행된다. 이후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한 세대 만에 근대화에 성공하게 된다. 거기서 그쳤으면 이들의 역사도 빛났겠으나 국가주의 길로 들어선 일본은 이웃 한국과 중국을 침략하고 결국에는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면서 미국과 맞서게 된다. 결국 전쟁에 패망하고 스스로의 운명을 통제하고자 했던 일본 역사의 궤적은 실패하게 된다. 1945년 이후 일본은 미군에게 점령당하고 그 점령은 여러 측면에서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미국에 패했지만 공산주의 소련과 중국을 견제한다는 수단으로 미국으로부터 여러 지원을 받았다. 여러 요인으로 전후 일본은 엄청난 경제 성장을 하면서 선진적인 경제 강국으로 변모한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미국이 있었고 전후 일본은 미국의 절대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물론 전세계에서 미국과 대등한 국가는 없겠지만 특히 일본은 미국에 종속되다시피 했고 지금도 어느 정도는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책은 이렇듯 연대기 적으로 역사상 중요한 지점을 짚어주면서 그것이 일본에 어떠한 작용을 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책만 보면 일본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떻게 발전하게 되었는지 전체적인 조망을 할 수 있다. 비교적 최근까지의 일본의 상황을 정리하고 있어서 시류에도 뒤쳐지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건조하고 담백하게 일본을 바라보고 있기에 좀 더 객관적으로 일본을 알아가기 좋은 내용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일본의 저력에 대해서 긍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의 일본에 대한 시각 자체가 선진적인 나라라고 여기고 있는 현실을 늘 생각하고 있어야 하겠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더 일본을 잘 알 수 있고 또 어떤 면에서는 서양인 같은 제 3자의 시각이 더 정확할 수도 있다. 적절하게 이용하면 된다는 점에서 다른 각도에서 일본의 실체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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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충돌 - ‘차이메리카’에서 ‘신냉전’으로
훙호펑 지음, 하남석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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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세계인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되었지만 몇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우려 속에 있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다. 소련의 붕괴 이후에 유일한 초강대국의 위치에 있는 미국과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한 이후로 미국에 맞서기 시작한 중국의 대립과 갈등은 관련된 여러 나라 입장에서도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입장인지라 늘 주시하고 있는 문제다.


특히 우리 나라는 안보면이나 문화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미국이 중요하긴 하지만 막대한 무역 이익을 거두고 있는데 다가 북한을 견제할 수단으로 중국도 무시 못할 나라라서 어느 한 편으로 서기가 어려운 상태다. 중립을 취하면서 그때그때 우리의 국익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이 두 나라의 갈등이 왜 일어나는가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본질을 알아야 선택의 순간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범하게 본다면 민주주의의 미국과 공산주의의 중국이 이념적으로 갈등이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었다면 이토록 큰 갈등 구조로 커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상황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과거 미국과 중국이 밀월 관계 일 때는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었는가. 그때나 지금이나 중국은 여전한 공산 국가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두 국가의 대립을 불러온 것인가. 그것은 자본의 문제고 자본의 경쟁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은이는 주장하고 있다.


거칠게 말해서 '돈'때문이다. 1972년에 미국 닉슨이 중국을 방문한 이래로 두 나라는 큰 충돌 없이 평화적인 사이가 되었다. 미국으로서는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인데 당시의 중국은 미국에 경제력으로 비할 바가 못되었기에 갈등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미국은 중국의 경제가 발전하고 자본주의가 보편화된다면 공산주의도 붕괴될 것이라고 믿었는데 그런 논리는 어느 정도 타당했다. 동유럽의 여러 나라들도 결국 민주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경제 발전을 위해서 여러 방면으로 도움을 줬는데 그중에서 큰 것이 바로 '최혜국 대우'였다. 그리고 중국에서 싼 임금으로 생산한 상품은 미국에게도 이익이었기에 두 나라는 공생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발전 속도가 높아지면서 그야말로 세계의 부를 휩쓸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미국은 조금씩 경제가 나빠지기 시작했고 특히 2008년의 세계 금융 위기로 한바탕 휘청거린다. 중국 또한 그것에 영향을 받아서 경제가 나빠지면서 과잉 축적의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것을 타파하기 위해서 내적으로는 민간 기업과 중국 진출 외국 기업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외적으로는 차관 등의 형태로 다른 나라로 진출하게 된다. 중국의 내수를 바라보던 미국 기업들은 불공정한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 불만이 쌓이게 되고 자본의 흐름이 명백히 미국에 불리하다고 여기게 된다. 이런 경제적인 문제와 함께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행동을 하는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서 양국의 갈등은 격화되고 있다.


이 책은 서로 공생의 사이였던 미국과 중국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갈등에 이르게 되는지 그 내막을 잘 설명하면서 결국 자본의 경쟁이 이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중국은 공산 국가이긴 하지만 자본주의 보다 더 자본주의적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중국이 이렇게나 경제적인 발전을 빠르게 이룩하게 될 지 예측하지 못했고 경제 발전과 관계 없이 중국 공산당의 국가주의가 이토록 강력하게 고착될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자유와 민주주의가 성숙해진 많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중국 공산당은 그 위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이 두 나라의 갈등은 20세기 초반의 영국과 독일의 갈등을 닮아가고 있어서 종국에는 전쟁에 이를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미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과 중국은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승리로 일찍 끝났다면 다음이 대만 차례라는 말도 있다. 대만을 사수하기 위해서 미국이 참전한다면 엄청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다행이라면 중국은 2차 세계 대전때의 독일보다는 덜 군국적이라는 점이다. 어떤 점에서는 협상의 여지가 많고 다른 방법으로 경쟁이 더 격화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수년 동안 악화되었고 단기간에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 과잉 자본과 과잉 생산의 재분배가 잘 이루어진다면 어느 정도 갈등이 가라앉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 세계적인 경제 침체 속에서 우리 나라의 경제도 힘들어 가고 있는 이때 미국과 중국 모두에 발을 걸쳐 있는 우리는 이 나라들의 갈등을 면밀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좋은 통찰력을 주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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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트 - 산업 혁명과 서부 개척 시대를 촉발한 리볼버의 신화 건들건들 컬렉션
짐 라센버거 지음, 유강은 옮김, 강준환 감수 / 레드리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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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천조국이라는 별명 답게 엄청난 자원과 부가 있는데 특히 넓은 국토는 강대국으로 가는데 큰 밑바탕이 되었다. 처음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을때는 지금처럼 국토가 넓지 않았다. 동부에서 시작했지만 끊임없이 서부와 남부쪽으로 세력을 넓혀서 결국 오늘날의 미국을 형성했는데 국가의 영토 늘리는 것이 거저 얻는 것은 아니다. 피와 땀으로 이룩했는데 특히 많은 피를 흘렸다. 그리고 그 피의 댓가는 넒은 국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어쩌지 못하는 총기 사용과 관련이 있다. 미국 서부 개척 당시는 인디언의 존재가 있었기에 그들을 몰아 내기 위해서 총이 사용되었고 불안한 치안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역시 총이 사용되었기에 오늘날까지도 총은 합법적인 수단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서부 개척사에서 총이 없었다면 과연 오늘날의 미국을 만들 수 있었을까 싶다. 서부에 살던 원주민들을 강력하게 제압할 무기는 총밖에 없었다. 그들은 잘 훈련된 화살 부대를 갖고 있어서 당시의 후진적인 총포 기술로는 화살을 막아낼 수가 없었다. 아마 총이 없었다면 좀 더 평화적인 분위기에서 협상을 통해서 영토를 넓혔을 것이다. 속도는 느리고 지금보다 축소된 영토를 가졌겠지만 수 많은 피를 흘리는 비극은 줄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대량 살상 무기가 개발이 되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힘의 논리로 서부를 개척하게 된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무기를 개발한 사람은 바로 콜트다. 무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한번쯤은 들어 봤을 이름 콜트. 그보다 더 이름있는 리볼버를 만든 사람이 바로 콜트다. 이름하여 콜트리볼버. 콜트가 새로운 총을 제안하기전에 있던 총은 단발식이었다. 화약을 넣고 한 발을 쏘면 재장전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그러나 콜트의 총은 6연발이었다. 쉽게 말해서 총알이 들어갈 구멍을 여러개 만들고 이것이 돌아가면서 발사되는 형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권총의 형식이었다. 이것이 상용화되니 인디언이 당해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 그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는 리볼버를 만든 콜트에 대한 평전이다. 정식이름은 새뮤얼 콜트. 콜트는 이미 10대때부터 상업에 대한 재능이 보였다. 아마 그가 총을 만들지 않았어도 다른 식으로 이름을 날렸을 것이다.아무튼 그는 어느날 코르보호라는 배를 타고 대서양을 지나던 중 하나의 착안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훗날 크나큰 발명이 될 리볼버의 원형이었다. 


총에 대한 새로운 제안으로부터 몇 년이 흘러서 그는 유망한 총기제작자가 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능률적인 무기를 만들어도 그것이 쓰여질 환경이 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당시가 평화시였거나 평화를 추구하던 시기였다면 그의 무기는 훨씬 늦게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행운이었던 것이 당시는 총이 필요한 시기였다. 바로 서부 개척 시대. 서부로 향하려는 욕구에 비해서 그 욕구를 지켜줄 무기는 적당한 것이 없었다. 인디언의 화살은 당시의 단발 총보다 더 위력이 컸고 인디언 이외에도 도적이나 강도, 들짐승 등이 서부로 나아가는데 큰 장애로 작용했다.


이럴때 연발총인 리볼버가 탄생한 것이었다. 리볼버는 서부로 가는 사람들에게 성경과 함께 꼭 가지고 가야 하는 필수품에 이르렀다. 하지만 콜트는 아직도 배가 고팠다. 더 많은 판매를 위해서 여러가지 방안을 고민했는데 그 중에 하나는 대량 생산 방식이었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던 것에 비해 그의 생산 방식은 혁신적이었다. 나중에 자동차 생산에서나 나올법한 대량 조립 방식을 콜트는 이미 도입했던 것이다. 이렇게 대량으로 생산된 총들은 시대 환경에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바로 전쟁때문이었다.


멕시코와의 영토 전쟁에 이어서 총의 수요를 앞당긴 것은 서부의 금광 발견이었다. 이른바 대금광시대. 금을 얻기 위한 서부로의 행진은 리볼버를 필수품으로 여기게 했다. 그리고 그의 사업에 마지막 날개는 바로 남북 전쟁이었다. 그 중간에도 여러 분쟁은 있었고 유럽의 전쟁에도 콜트는 사업을 펼쳤다. 그러나 남북 전쟁 만큼이나 그의 사업을 번창하게 한 것도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미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내전이었던 남북 전쟁은 수 많은 사상자를 냈는데 그것에 총이 있는 것이다. 콜트는 남과 북 모두에게 총을 팔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남부에 파는 것을 중단하긴 했지만 장사꾼답게 전쟁 당사자 모두에게 리볼버를 팔았다.


책은 이렇게 콜트가 어떻게 총을 구상해서 사업을 펼치고 시대에 대처해 나갔는지를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 콜트가 만든 리볼버는 그 이후에도 오랫동안 미국 사회의 상징이 되었고 비록 콜트의 회사 자체는 훗날 파산하게 되지만 그가 만든 총기 대량 생산 체제는 모든 산업으로 전파되었고 미국은 총 없이는 살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콜트가 마냥 성공만 한 것은 아니다. 책은 그의 실패와 성공을 가감없이 그리고 있고 비록 그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총을 만들기는 했지만 객관적으로 삶을 들여다보고 있다. 


더불어 콜트의 리볼버가 만들어지고 확산이 된 것은 결국 시대와 결부되어 있다. 당시 19세기 초기에서 중기의 여러 전쟁 상황과 서부 개척 시대를 잘 설명하고 있어서 당대를 알아가는데도 많은 도움을 준다. 콜트의 무기가 시대를 이끌었는지 시대가 그런 무기를 나오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다. 그때는 그것이 선이었지만 결국 그 유산이 오늘날 미국의 가장 큰 골치로 전락하게 된 것을 보면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책은 방대한 양이다. 콜트의 인생을 전반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고 중간 중간 시대의 역사도 잘 소개하고 있어서 미국 근현대사를 읽는 느낌이 든다. 많은 인물들과 많은 사건들을 유기적으로 잘 연결해서 소설처럼 흥미롭게 잘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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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쪽으로
이저벨라 트리 지음, 박우정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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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지만 뜻밖의 효과를 본 부분도 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해서 몸살을 앓았거나 피폐해졌던 자연이 사람이 없으니까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 외국의 어느 하천은 근처에 사람이 없어지니까 자취를 감추었던 물고기들이 눈에 보일 정도로 돌아오기도 했다. 사실 우리 나라도 사람이 없을 때 자연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는 휴전선을 보면 알 수가 있다. 휴전선 비무장 지대는 휴전 이후로 수십 년 동안 사람들의 출입이 없으니까 그야말로 생태 환경의 보고가 되었다.


이런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자연은 자체 복원 기능이 있는데 그 중요한 요인은 사람이 없어야 하고 가만 놔 두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도 일어나는 것이 바로 자연이다. 여기 오랫동안 경작지로 사용 되었던 대농장을 물려 받은 한 영국인 부부가 있다. 이들은 특별할 것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대대로 해왔던 것처럼 대농장이 제대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 노력했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농장을 개선하고 더 나은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 큰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생각만큼 좋은 성과는 나오지 않았고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적자가 났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태. 그러던 중 네덜란드의 재야생화 지역을 방문하면서 색다른 모험을 하기로 한다. 바로 이 대농장을 그대로 두기로 한 것이다. 자연이 스스로의 힘으로 개간된 땅을 복원 시키는 것을 지켜 보기로 결심했다. 당시 영국에서는 전혀 시도되지 않았던 그야말로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사실 그냥 야생 상태의 땅을 그대로 두고 자연화 하는 것이야 생각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미 개간이 다 된 땅을 야생화 시킨다? 쉽게 생각 할 수 없는 일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돈이 드는 일이었다. 게다가 이 생뚱맞은 실험 아닌 실험은 주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아니 당최 인간을 위해서 개간한 땅을 다시 야생화 시킨다니 제정신이 아니라고 할만 했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새롭게 재야생화된 지역에 수 많은 생물들이 몰려들었던 것이다. 거기에는 시급히 보호해야 할 15종의 동물들을 포함해서 보존 중요성이 있는 60종의 동물이 돌아왔고 수백 종의 나방도 서식한다. 그리고 쇠백로, 알락해오라기, 검은머리흰죽지 등의 동물도 찾아온다. 그 밖에 소나 사슴, 당나귀 등의 개체수도 늘어나면서 전혀 다른 땅이 되었다. 개간으로 죽어있던 동물의 세계가 새롭게 열린 것이다. 물론 그것이 하루 아침에 바뀐 것은 아니다. 이 책은 그런 수년 간의 변화 과정을 단계별로 하나 하나 세밀하게 그려낸다. 


쉽지 않는 여정이었을 것이다. 개간된 땅을 다시 야생화 시키는 것은 그냥 둔다고 해서 된다는 보장이 없다. 기본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다. 벌이 꿀을 생산하기 위해서 꽃이 있어야 하듯이 땅이 다시 숨쉬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해 줘야 하는데 책에서는 그때 그때 적당한 동물을 풀어주거나 경계 울타리를 쳤다. 이런 것들은 혼자서 할 수 없는 것이다. 땅 주위 주민을 초대하고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그러면서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일종의 공공 프로젝트로 변화시켜 나간다.


책은 재야생화 20여 년의 여정을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어떤 동식물이 자연을 다시 되살리게 될 것인지 그 세밀한 과정을 보여주면서 대자연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인간이 망쳐 놓은 자연은 인간이 가만 있으면 다시 돌아갈 힘이 있는 것이다. 환경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져 가고 있는 이 시점에 재야생화 사업은 분명 의미가 있고 그 결과로 나타난 가치는 엄청나다는 것을 여실히 깨닫게 한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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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태양
린량 지음, 조은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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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따시다.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든 느낌이다. 왠지 따뜻하다는 말보다 더 적합한 낱말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결혼해서 아이 셋을 낳고 산 지은이가 아이들과 함께 살아간 15년의 세월을 글로 쓴 작품인데 하나 같이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대만에서 아주 유명한 아동 작가라고 하는데 사실 처음 들어 본 이름이다. 하지만 왜 유명한 사람인지는 이 책을 읽으면 그 알 수 있게 된다.


지은이는 단칸방에서 신혼 사림을 시작했다. 비록 작고 얄팍한 종이 상자 같은 작은 집이었지만 두 사람은 행복했다. 그저 함께 있을 수 있기에 그랬던 것이다. 사실 사랑하는 사이라면 비 피할 지붕만 있어도 행복할 것이다. 같이 있다는 그 자체가 좋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살면서 '태양' 이 다가왔다. 바로 부부의 첫 아이가 탄생한 것이다. 지은이는 이 아기를 '작은 태양'이라고 했다. 빛처럼 따뜻하고 중요한 존재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이 작은 태양을 데리고 눅눅하고 비좁은 단칸방으로 돌아왔다. 책은 지은이에게 이 아기가 얼마나 소중하고 또 소중한 존재인지 잘 이야기하고 있다. 그 아기는 힘겹게 짊어지고 가는 짐이 아니고 우리 인생길에서 처음 만난 가장 사랑스러운 벗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공감이 간다. 아이가 커가면서 주는 기쁨과 감동은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책은 이 작은 태양이 집에 오게 된 이후로 아이를 키우면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단상들을 잘 그리고 있다. 사실 한 명만 키우면 어찌어찌 해 나갈 수도 있다. 그런데 지은이는 두 명을 더 낳아서 총 3명의 아이를 키우게 된다. 그 와중에서 아이들에게서 삶의 고단함과 함께 기쁨도 느끼게 되고 이런 저런 일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들 자체가 부부의 삶에 큰 축복이 되고 있다. 아이들이 시끌벅적 떠드는 소리 자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고 마음속에 흐뭇함이 자리 잡게 한다.


지은이는 작가이기에 집에서 글을 쓰는데 문득 들리는 소리를 가만히 들어본다. 오토바이 소리, 물 떨어지는 소리도 새롭게 들리지만 아내의 옷 자르는 소리, 첫째의 문법 교과서 읽는 소리, 둘째의 연필 쓰는 소리, 막내의 코 고는 소리 등이 참으로 좋게 들린다. 그래 이런 소리가 진정 행복한 소리가 아니겠는가. 지은이의 표현이 참 좋았다. 일상에서 느끼는 저 행복한 소리들. 그 자체만으로 무언가 가슴 충만한 느낌이 들게 한다. 


책은 아이들과 여행 가던 일, 아빠의 흰머리 소동, 시험 준비, 분실 사건 등 아이들과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여러 소소한 일들을 정감 있게 잘 그리고 있다. 지은이가 대만 사람이라서 같은 동양권인 우리 나라에 대입해도 충분히 교감이 가는 내용이다. 회사에서 고되게 일해도 집에 와서 이 아이들의 웃음 소리만 들으면 피곤이 싹 달아나는 그런 기분 자녀 있는 사람들이라면 많이 느껴봤을 것인데 이 책도 그런 아이들의 보물 같은 이야기들을 잘 들려주고 있다.


마지막 글인 '작은 메뚜기' 편에서는 어느 정도 자란 아이들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늘 엄마에게 아빠는? 이라고 아이들이 묻던 것에서 이제는 지은이가 아이들은? 이라고 묻는다는 장면이 웃음이 나왔다. 이제 점점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 들것이다. 아이들은 또 다른 소중한 독립체로 발전해 나아가고 그런 모습을 부모는 흐뭇하게 지켜보게 되고. 그 시간 모두가 부모에게는 큰 축복이 아닐까 싶다.


지은이인 린량은 타이완에서 국민적인 아동 문학 작가로 이름 있는데 글을 보니 왜 인기가 있는지 알겠다. 글이 쉽고 간결하면서도 진실되게 써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린량은 아동 문학을 평이한 말로 이루어진 예술이라고 말하면서 이해하기 쉽고 통속적인 언어로 써야 한다고 하는데 사실 쉽게 쓰다는 것은 그만큼의 실력이 쌓여 있어야 할 수 있기에 쉬운 것이 아니다. 이 책을 통해서 왜 이 책이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아이를 학대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부모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들도 아이를 낳았을 때는 크게 기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 아이가 이 책에 내용처럼 작은 태양으로 느끼지 않은 모양이다. 부모에게 아이는 평생을 가는 기쁨이나 다름 없는데 그것을 잊었나 보다. 이 책은아이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데 많은 부모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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