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도시가 지구를 살린다 - 지구온난화 시대에 도시와 시민이 해야 할 일
정혜진 지음 / 녹색평론사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기자 생활을 하고 있는 지은이가 쓴 책이다. 솔직히 크게 기대하고 본 건 아니다. 제목이 주는 느낌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착한 도시, 착한...

나는 '착하다'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단어가 주는 도덕적 근엄성과, 몰정치적인 사유와, 사회약자들에게 강요되는 이름표로써의 기능이 영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 여성, 장애인, 어린이, 노인 ... 사회 과학적 영역의 느낌이 물씬 나는 조합이다.

그러나, 착한 이주노동자, 착한 여성, 착한 장애인, 착한 어린이, 착한 노인...

쳇, 이거 영 본질적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조합들이 되어버리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착하다'는 단어가 싫다. 

그러나 이 책은 제목과는 달리 다분히 정치적인 감성들을 자극한다. 참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환경운동은 그 무엇보다도 감성적인 운동이다. 생명에 대한 존중, 자연에 대한 감사,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것들에 대한 배려...

그러나 환경운동은 그 무엇보다 정치적인 운동이다. 몇몇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 친환경적 정책들의 개발, 전지구적 연대...

그래서 환경운동을 하는 이들은, 혹은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느끼는 이들은  누구보다도 감성적으로 느끼고 정치적으로 행동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어찌 된 일인지 정치적으로 느끼고 감성적으로 행동하는 이들을 너무도 많이 보게 된다.

그런 가운데, 이 책은 꽤 매력적인 가르침을 준다. 

먼저 '착한 시민'의 소소한 노력들이 얼마나 소중한가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또, '착한 도시'가 만들어 내는 지역적 삶의 모델이 얼마나 중요한가 깨닫게 한다. 그리고 '착한 정부'를 만들어내는 정치적 판단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가 알게 한다.

착한 도시가 지구를 살린다.

그리고 착한 도시는 착한 시민들이 만들어간다.

착한 시민은...

바로 아는 만큼 실천하는 당신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8-02-25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한 시민은 자전거를 탑니다.. 하하


산딸나무 2008-02-27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착한 시민이 되고 싶은데
제 손으로 산 자전거를 세 대나 잃어버리고 나니
다시 사기가 망설여집니다.
봄이 오는데 살까 말까 벌써부터 고민입니다.

비로그인 2008-02-27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전거 도둑이 너무 많으므로
보관할 장소가 없다면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산딸나무 2008-02-27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자전거 등록제가 꼭 필요할 것 같아요.
 
리진 1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며칠 전 친하게 지내는 언니가 집에 와서 내게 빌려갔던 책이라며 이 책을 꺼내 놓는다. 평소에도 대단한 감동, 화려한 수사 따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 별다른 감상을 묻지도 않고 책꽂이에 꽂았다.

그런데, 그 분이 하시는 말씀.

"있잖아. 여기 보면 명성황후가 리진을 불러서 그러잖아. 그 이름이 느낌을 갖는 건 그 이름의 주인이 어떻게 살았느냐에 달렸다고. 그래서 그 이름이 향기와 빛이 나도록 살라고."

이 언니는 자기 이름을 싫어했다. 촌스럽다고. 내가 듣기엔 그다지 촌스럽지 않은데 본인은 참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그런데 언니는 이제 자기 이름을 사랑하겠다고 한다. 자기가 아는 모든 사람은 자신으로 인해서 그  이름이 사랑스럽고 향기나는 이름이 되도록 기억하게 하고 싶다고. 그 이름에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를 입히고 싶다고.

나이 마흔이 넘어 비로소 자기 이름의 주인이 된 그 언니가 그날처럼 아름다워 보인 적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그 언니의 이름이 촌스럽다고 느낄 수 없었던 것은 지금까지 그 이름의 주인이었던 언니의 삶이 한없이 아름다웠기 때문이구나.

갑자기 사람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어떤 빛깔과 향기를 떠올릴지 궁금해진다.

아직도 늦지 않았으니 나도 부지런히 살아서 내 이름에 아름다운 느낌을 입혀줘야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8-02-13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은 부모님이 깊이 생각하여 지어준 것이므로
의미심장하지요..


산딸나무 2008-02-14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을 지어서 바람과 희망을 불어넣는 건 부모님의 몫이지만
그 이름을 빛나게 하는 건 이름을 받은 사람의 몫이겠지요.
 
인문학의 창으로 본 과학 - 인문학자 10명이 푼 유쾌한 과학 이야기
김용석.공지영.이진경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과 시도만 좋았다? 내용이 너무 없잖아. 고3 논술용 참고서도 아니고, 이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8-02-13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문학도들은 과학에 대해서 다소 무식한 것 같아요..
자꾸만 과학에 가치판단을 개입시키려하는 경향을 보이는 듯 합니다.
"견강부회?!" 하하
인문학도들이 과학책을 좀더 많이 읽고 과학의 재미를 느꼈으면 합니다.


산딸나무 2008-02-14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우리나라 과학교육의 피해자라고 생각하면서
과학적 지식에 무지한 게 늘 불만이었거든요.
그래서 의식적으로 더 많이 배우고 사유하려고 노력합니다.
음, 근데 과학은 정말 철학과 비슷한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꽤나 재미있답니다.
 
파피용 (반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베르베르의 책은 재미있다.

사람들은 재미있는 책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만화책은 재미있기만 해서 안 되고, 소설도 재미있으면서도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줘야 하지 않냐는 둥, '재미있다'의 의미를 가치절하하려 한다.

그러나 재미있는 책이 왜, 어때서?

나는 재미있는 책이 좋다. 생각할 거리는 두번 째, 책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베르베르는 재미있다.

이 책 역시 베르베르의 작품다운 재미가 있었다. 

쬐끔 아쉽긴 해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최규석 지음 / 길찾기 / 200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낯선 신인의 단편집치곤 너무도 독특한 그 제목이 마음을 끌어당겼다. 이 책으로 최규석을 처음 만났을 때, 다시금 작가의 나이를 확인하던 기억이 난다. 77년생.

 세상에, 이렇게 젊은 친구가 인간과 삶에 대해서 이토록 진지하고 매력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다니……. 타고난 만화가란 이런 친구를 보고 하는 소리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이 단편들 가운데 첫 번째 이야기인 ‘사랑은 단백질’을 참 좋아한다. 살아있는 존재들을 먹어야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의 처절한 비애와 숙명을 더없이 날카로우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냈다.

 가난한 자취생들이 통닭을 시켜 먹기 위해 돼지저금통의 배를 갈라 동전을 모은다. 갈린 배를 움켜쥔 돼지저금통은 자기 배에 청테이프를 바르며 욕을 해댄다. 아들 병돌이를 튀겨서 들고 온 치킨집 사장 수탉과, 그를 위로하는 족발집 사장 돼지의 캐릭터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생의 아이러니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주제의 무거움은 작가의 풍자와 조롱 앞에 여지없이 날아가 버린다. 이렇게 짙은 실존적 사유를 낄낄대면서 읽을 수 있는 시간은 독자에게 드물게 주어지는 ‘황송한 축연’이다.




 베지테리안인 내게 먹을 거리는 날마다 사유할 거리들을 던져준다. 이른 아침, 시래기국을 끓이면서 그것들을 말리느라 자글자글 속 끓였을 햇볕들을 떠올리고, 추운 날 점심, 식당에서 나온 시금치나물 한 접시에 그 푸른 잎을 찬물에서 헹구었을 손을 생각한다. 저녁 식탁에서 어눌한 젓가락질에 튕겨져 나가는 깨를 손가락으로 집어 올리며 고놈들과 함께 아랫입술을 삐죽이 내밀어 피어났던 깨꽃의 시절을 추억한다.

 하루 세 끼가 늘 사유의 거리가 되는 것은 축복이다. 먹는다는 것이 단순히 육체에 대한 에너지 보충이 아니라 생을 자극하는 사유가 된다는 것이 어찌 피곤한 일일까?

 살아있는 존재들의 관계에 대한 사유를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은 내가 생태계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증거이다.  최규석의 만화는 내 이 사유가 바보짓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줬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8-02-13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 잘 보내셨어요? 산딸나무님.


산딸나무 2008-02-13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넹^^
올 설은 음식하러 집에 안 가고 친구들이랑 놀았어요.
제가 안 가서 음식들이 초토화 된 것 말곤
아무 문제 없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