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아홉 번의 종소리 1 아홉 번의 종소리 1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음 / 블루프린트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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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세이어즈의 <아홉 번의 종소리> 입니다.

영국의 오래된 지방 도시에서 일어난 사건을 주인공인 피터 윔지가 풀어나가는 구성입니다.

일반적인 추리소설의 문법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차근차근 진행합니다.
피터 윔지 자체가 본문에서 '셜록 홈즈 스타일' 이라고 평판을 받는다고 나옵니다.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 현재의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조용한 마을은 갑자기 시끄러워집니다.
그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과정이 나름 재미있습니다.

물론 현대의 최신 스릴러 만큼의 기법적 완성도를 보여주지는 못하다고 생각이 됩니다만,
당시 영국 사회의 한 면모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또다른 재미입니다.

특이한 것은 교회에 달려 있는 음이 서로 다른 8개의 종을 연주하는 것에 대해서 나옵니다. 
명종술이라고 하는 것으로 길게는 9시간 까지도 연주를 한답니다.

저자인 도로시 세이어즈는 독특한 배경을 가진 사람으로 기독교 사상가로서도 꽤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리디에 올라와 있기로는 1권은 무료, 2권은 3600원, 3권은 2700원입니다.
그냥 1권으로 구성해서 팔았어도 좋지 않았을가 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2015.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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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12월 10일 : TENTH OF DECEMBER
조지 손더스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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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4>



10. 12월 10일
이 단편집의 마지막 소설입니다. 그리고 이 단편집에서 이 10번째가 최고 입니다. 최고. 

짧은 단편에 삶의 여러 모습들, 여러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참 잘 구겨 넣었습니다. 그 모습 하나하나는 어찌보면 우리 모두 아주 익숙한 단면들이기도 합니다. 우리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어디서 들은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친숙함은 지루하거나 상투적으로가 아니라 친근함으로 다가오고 작가에 대한 감정 이입의 장치가 되기도 합니다. 이 작가가 가지는 소설 구성의 탁월함을 느끼게 합니다.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장면, 아름다운 문장들이 쏟아지네요. 장면이 아름다와서 문장이 더 아름답습니다. 장면이 아름다운 것은 그 인물의 아름다움이 반영이 되어서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슬퍼서 더 아름다운 지도 모르겠습니다.


1) A breeze sent down a sequence of linear snow puffs from somewhere above. Beautiful. Why were we made just so, to find so many things that happened everyday pretty?
저 위 어딘가에서 산들바람이 끊임없이 눈가루를 날려 보냈다. 아름다웠다. 왜 우리는 일상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하도록 만들어진 걸까?
(오 멋진 문장. 하지만 아름다움에 '왜'라는 질문을 잘 던져 본 적은 없는데...뭔 의미일까)

2) It was something. Every second was something. (중략) Oh, Lord, there was still all that to go through.
놀라웠다. 매 순간이 놀라웠다. (중략) 맙소사, 결국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 문장에서 살짝 감동. 그래 이 정도 감동이야, 뭐 이게 처음은 아니지)

문제가 하나도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음을 깨달았지만, 그래도 주인공은 아래와 같이 말합니다.

3) He saw that there could still be many - many drops of goodness, is how it came to him - many drops of happy - of good fellowship - ahead, and those drops of fellowship were not - had never been - his to withhold.
아직 쥐어짤 수 있는 행복이, 그에게 선함으로 다가올 행복이, 그리고 유대감이 앞으로도 많이 남아 있으며, 그런 유대감은 예나 지금이나 그가 막을 수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이제 깨달았다.
(오, 멋진 데, 근데 이게 무슨 말인지 잘 감이 안오는데..)

4) That was a reason. To stay around. 그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남아야 하는.
(그래, 맞아. 분명 이런 이유들도 존재하지. 좋아, 좋아)

5) Ha, wow, Allen. There was man. (중략) I'll try to be like him.
하, 이런, 앨런, 그는 진정 남자였다. (중략) 그분처럼 되려고 노력해보자
(아... 그래 앨런은 정말 초인적인 노력을 했구나. 그리고 그 모습이 이렇게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구나. 가슴이 먹먹하다.뭐야 이거 눈물이 나서 읽을 수가 없네. 잠깐 먼 산이라도 봐아겠어...)

6) Overriding everything else in that lovely face was concern. 
그 사랑스런 얼굴에서 걱정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하고 있었다.
(아....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눈물을 참을 수가 없다. 먼 산 바라보자.. 그래도 눈물이 멈추지 않네....어쩌라고...)


1)번 문장의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2)에서 부터 두루뭉수리하게, 하지만 차근차근 제시되는 것 같습니다.

2)번은 아직 명확하게 의식이 돌아오기 전의 단순한 상태로서 현실에 뿌리내리지 못한 가벼움이 특징입니다. 이 깨달음이 현실과 맞부딪힐 때 어떻게 될까하는 것이 관전포인트가 되지만, 그 깨달음은 현실의 엄숙함을 다시 인지한 뒤에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강렬해집니다. 

3)은 이 뒤로 이어지는 깨달음의 전체적인 윤곽이 되는 것 같습니다.

4)는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작은 깨달음. 첫번째 작은 이유.

5)에서 표현되는 과거의 재발견은 새로운 깨달음이 됩니다. 그와 비슷한 처지의 앨런의 모습에서, 그 아름다움에서 또 하나의 이유를 발견 합니다.

6)의 문장이 보여주는 가슴 먹먹한 아름다움은 절대 흘려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왜'라는 질문 자체가 이미 무게를 잃습니다. 

1)번 문장의 답은 그런 아름다움들을 붙잡고 끝까지 버티고 살아 남으라는 것이겠지요~?

다 이해하지못한 말이지만, 지금보다 어두운 시절을 직접 겪어내며 살았던 위대한 작가 도스또예프스끼가 했다는 말이 생각이 납니다. (아직 못 읽은 '백치'라는 작품에서 나오는 말이라 합니다.)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밤이라 그런지 약간 센치해지는 듯합니다. 이 소설 때문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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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12월 10일 : TENTH OF DECEMBER
조지 손더스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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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4>



스포는 최대한 줄이려 했지만, 작은 힌트 조차 스포가 되기도 하더군요. 순서를 7,8,9 가 아니고 제 글이 짧은 순서로 9,8,7로 재배열 했습니다.



9. 나의 기사도적인 대실패

이건 그냥 웃고 넘어갔습니다. 무슨 깊은 의미가 더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8. 집

미국은 다른 선진국들과는 좀 다른 면이, 어디에선가 항상 전쟁, 전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2차 대전 뒤에도 수많은 전쟁/전투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War Veteran이라고도 하는 실전에 참전했던 참전용사들이 많습니다. 사회적인 분위기는 이들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우대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그들도 매우 잘 훈련되어 있고 규율이 있습니다. 

(미국의 몰래카메라 같은데서 나온 장면인데, 어떤 가게에서 주인이 아랍인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물건 판매를 거부합니다. 그리고 욕을 하죠.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이 사람들 같은 나라 사람들 때문에 이 나라가 힘들다. 그런 난감한 말들을 모욕적으로 합니다. 그 대목에서 주변 사람들이 그 아랍인을 왕따하거나 이러는게 아니라, 물건 파는 주인을 비난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현직 군인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가장 적극적으로 그 아랍인 편을 들었습니다.

'내가 중동에서 싸우는 적은 적이고, 지금 여기 이 사람은 미국 땅에 있는 사람이다. 이 사람에게는 우리 헌법이 규정한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있다' 뭐 이런 말을 하면서 아랍인 편을 들었습니다. 워낙 감탄스러웠고 멋졌으니, 바다 건너 저한테까지 알려졌겠지요.)

그런 배경에서 8번 단편 집을 보는데, 이런 참전 군인들이 겪는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네요. 맏아들인 주인공이 집을 비운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고, 아직도 진행형으로 발생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닥쳐오는 일들이 자신의 통제 밖에서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에게 닥쳐왔을때 그가 보이는 반응이 안타깝습니다. 뭔가 아슬아슬한 상황들이 막판에 나오는데, 저자는 참전 군인들이 귀향후 겪을 수 있는 어려운 현실을 짚어 보려는 것 같습니다. 겉으로만 우대하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얘기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조금 먼 얘기로 다가오기는 합니다.


7. 셈플리카 걸 다이어리

세 명의 아이들과 아내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배려하는, 평범한 중산층 가장의 이야기로 받아들여 집니다. 그런데 그 주위 이웃은 장난이 아니더군요. 초반에 나오는 생일파티 장면의 집은 미국의 0.1% 수준이더군요. 대저택이 줄지어 있다는 동부 해안 지역이 아닌가 싶네요. 라파예트가 들렀던 집이라 하는데, 미국 독립전쟁 시절 프랑스 지원군의 라파예트를 의미하는 건지... 세상에.

그러다보니, 사춘키의 큰 딸이 그런 부자 친구들 사이에서 당장 자신의 생일 파티에서는 어떻게 느낄지 이 아빠는 노심초사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매우 럭셔리한 생일파티를 열 수 있게 됩니다만, 불운 하게도 그런 어쩌다 한 번의 럭셔리함이 이 가족의 발목을 잡습니다.

아빠는 독백을 합니다. '아내와 그가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노력했는데 결국 이런 꼴이라니' 라며 한탄을 합니다.

정말 왜 그렇게 된 걸까요. 
앞으로 열심히 조심해서 살면, 이런 불운한 일이 반복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까요? 그럴까요?

이 아래는 지극히 주관적이며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 단편에 대해서 작가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쓴 것일까를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제 자신의 생각은 여러가지로 투영은 될 수 있었는데, 작가의 의도는 잘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완독 후에 뒤의 해설을 읽는데, 작가는 아니고, 작가를 인터뷰한 사람이 한 말 중에 제 생각과 많이 오버랩되는 말이 있더군요.

'우리 시대'를 (중략) '일부 사람들이 자식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자신과 가족의 자존심을 높여줄 몇 가지 물건들을 사기 위하여 절실하게 일자리를 찾고 있는 시대'로 (중략) 정의한다면 조지 손더스는 진정 우리 시대를 위한 작가이다.

이 문장이 이 단편 '셈플리카 걸 다이어리'의 등장인물들에게 작가가 가지는 문제의식이 이 인터뷰어의 의식과 공감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조금 다른 애기인데, 현대 경영학계의 구루 중의 한명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성공 기업의 딜레마 (또는 혁신기업의 딜레마'라는 책에서 제시한 'Disruptive Innovation' 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Innovation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disruptive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sustaining 한 것이라 합니다. 어떤 기업이 Sustaining Innovation만 가지고 열심히 연구개발하고 노력을 해봐야 그 시장에 Disruptive 한 기술이 들어오면, 그 열심과 노력이 더 기업의 실패를 확고히 한다는 사례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많은 것을 바꿔야 합니다. 기술과 시장을 보는 프레임, 또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PC의 시대가 도래할 때 수동 기계식 타자기를 더 열심히 만들었던 회사도 있습니다. 애플에 밀려 사라지다시피 한 노키아나 블랙베리도 이 경우로 해석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게 참 어렵습니다. 내가 뭔가 열심히 하면 할 수록 상황은 더 어려워지는 것. 그 열심이 도리어 상황을 빨리 악화시키는 것. 전 이 단편에 나오는 가족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한다고 열심히 노력 할 수록 더 어렵게 되는 상황 아닌가. 이 가족은 뭔가 삶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닌가.

평생 죽어라 노력해도, 미국 0.1% 수준의 부를 소유한 집안을 이 가족이 쫓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 가족하고 비교하면서 스스로 자존심을 유지하기 위해 뭔가 더 새로운 것을 구매해서 소유해야 한다면, 언젠가는 또 꺼꾸러지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단편의 끝에 나오는 사건만 아니었으면 큰 딸의 생일파티는 잘 땜빵했겠지요. 하지만, 그 동생들도 사춘기가 곧 찾아올 것이고, 생일파트는 매년 한 번씩 합니다. 이런 식이면 나중에는 프롬 (고등학교 졸업 축하 무도회) 까지도 지속되겠지요.

이게 적절하고 올바른 접근 방법일까요. 아빠로서 딸의 그 상처받기 쉬운 마음을 잘 다독이려 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은 무척이나 안쓰럽고, 공감이 많이 되기는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그의 접근 방식은 그다지 지속 가능해 보이지 않습니다. '지속 가능성'이 없다는 것. 전혀 앞뒤 생각하지 않고 준비하면서도 뭐가 문제가 될지 고려하지 않는 모습이 안타깝더군요.

셈플리카 걸에 대한 그의 사고 방식은 그가 가지고 있는 그런 한계의 또다른 표현입니다. 그는 지극히 당연하게 셈플리카 걸의 존재를 합리화합니다. 그것이 그들을 위하는 것이라 합니다.

이 단편 속의 세계는 그런 억압구조를 지극히 당연하게 합리화 하고 있고, 이런 억압구조에 대한 표현으로서 셈플리카 걸, 그 낯설음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현실 속의 비슷한 억압구조가 혹시 너무 익숙한 나머지 그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던지게 합니다.

이 가족의 한계는 이 단편의 세계에서의 시대적, 사회적인 통념을 그와 그의 아내가 그대로 받아들이며 쫓아가려 하는 것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그 지배적인 통념 안에서 그것이 부추기는 대로 열심히 노력하면 할수록, 그런 통념에 대한 추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만족감, 높은 자존심은 오히려 점점 더 멀어질 뿐이라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자신의 외적인 것에서 행복과 자존감의 근원을 찾게 될 때, 이는 결국 그 외적인 것의 노예로 스스로를 종속시키게 되는 결과가 되고, 도리어 불행의 시작이 되게 됩니다. 이를 지극히 처절하게 그려낸게 반지의 제왕의 골룸의 모습이지요. 

자유는 그러한 욕구에 대해서 No라고 말할때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여러 책에서 나오는 얘기지만서도 심지어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도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장인의 강한 의견은 지극히 적절합니다. 그가 단지 인색해서 도와주지 않으려 한건지 어떤지 모르지만, 도와줘 봤자 끝도 없이 반복될 것이기에 어느 시점에서는 끊어주는게 사실 미덕일 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저 가족은 어떤 길을 가야만하는가에 대한 작가의 시각, 작가의 주관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작가는 그렇게 열어 두고 싶은 것 같습니다. 저도 거기까지 주워 섬기기에는 무리스러워서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
셈플리카 걸 관련 아티클들

Semplica girl에 대해 결국 소설 중간에 나옴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구글 검색을 했더니

Saunders 의 이 단편이 검색이 되더군요.

이건 어떤 다른 작가의 요약 및 평입니다.

이건 NPR의 기사인 것 같구요.

이건 New Yorker에 실렸던 본 소설의 거의 전문인 것 같습니다.

이건 이 단편 Semplica Girs에 대한 작가와의 인터뷰를 싣고 있습니다.
Section 명이 page turner 인가 봅니다~

아래 두개는 영문 비평 인 것 같습니다. 읽기 쉽지 않네요.

미국에서도 화제의 소설이었나 봅니다.
이 단편집 뿐만 아니라 이 Semplica Girl 이란 것 자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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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12월 10일 : TENTH OF DECEMBER
조지 손더스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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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9>



5. Exhortation, 권고 : 그닥 재미 있는 편은 아니어서 스포까지 썼습니다.

전형적인 대기업 스타일로 부하직원들에게 '일 열심히 해, 안 그러면 국물도 없어' 라고 으름장 놓는 듯한 분위기 입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그럴 때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이야기 중의 세가지를 그야말로 순서대로 하고 있습니다.

그 세가지는 피해야할 순서로 1) 밥값해라, 봉급 받은 만큼 해라 2) 너따위는 바로 대체 가능해 3) 이 친구는 이리 잘하는데 왜 넌 이모양이야 하는 비교. (물론 이 순서는 저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Andy라는 친구와 비교를 하지요. 그가 그렇게 환상적 성과를 거두었다고. 그러면서 모니터링을 안한다고 하면서, 모니터링 하지 않았으면 나올 수 없는 얘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돈 얘기를 했으면서 '우리가 왜 일을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라는 식으로 얘기를 합니다. 보통 이런 식으로 말할 때, '왜'의 답은 보통 '돈' 이상의 것을 의미하는데, 앞에서 '돈' 얘기를 먼저 했기에 영 맥아리가 없습니다.

그러다가 무슨 분과 미팅 얘기를 합니다. 대략 엄청 깨지고 왔다는 거죠. 그러니 열심히 잘 하자라고 합니다.

처절한 분위기 입니다. 아마 밑의 사람들 잘리기 전에, 자기가 먼저 잘릴 것 같은 예감이 드나 봅니다. 집에 아이들도 있는 가장인데, 얼마나 불안하겠어요. 

그러다 보니, 편지 맺음 말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다 괜챦을 겁니다. 다 잘 되겠지요. 

우리말로는 이렇게 되어 있어서 느낌이 좀 약한데, 영어로는

All will be well and all will be well, etc., etc.,

같은 말의 반복입니다. 이 반복은 이 화자의 심리 상태가 살짝 절망적이란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뒤에 두 번이나 붙은 etc까지두요.

이 단편의 영어는 이 화자의 감정상태를 상상하며 소리내서 읽어내려가면 더 재미있게 읽히는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중언부언, 횡성수설 하면서 앞뒤 안 맞는 얘기를 하다가 끝의 결론이 저렇게 나옵니다.

왜 중언부언, 횡설수설이냐 하면, 그 분과 미팅이 정말 지옥과도 같았을 겁니다. 절망을 부여잡고 나와서 글 초반에 열받아서 막 내뿜다가 마지막에 힘이 소진해서 탄식하듯 중얼대는 그런 느낌입니다.

4편 거미머리 탈출기 만큼의 임팩트는 없었지만, 한 번은 충분히 읽어볼 만한 단편인 것 같습니다.


6. Al Roosten

읽어온 6개 중 가장 재미없게 봤습니다. 완전 pathetic loser인 주인공의 상념인데, 안타까울 정도로 pathetic 하네요.

그 상념이 너무 리얼해서 도리어 재미없었습니다. 그 리얼함을 의도한 거겠지요? 

이 것도 오늘밤 자다가 뭔가 머리를 때리듯이 생각이 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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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달걀 2016-11-23 1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아... 과연 올해는 12월 10일 되기 전에 이책을 읽을 수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읽으라구 쫓아 다니는 밥모님도 없는데... 올해는 한번 도전해 봐야겠어요 ㅎㅎ

블랑코 2016-11-23 22:44   좋아요 0 | URL
제가 대신 지켜보겠습니다 ㅎㅎㅎ

하얀소망 2016-11-25 08:19   좋아요 0 | URL
제가 쫓아다녀 드릴까요? ㅋㅋ

전에 부지불식 중에 한 번 체포될 뻔한 적도 있었는데...ㅋㅋㅋ
 
[eBook] 12월 10일 : TENTH OF DECEMBER
조지 손더스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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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8>

(후기 내용 중 스포가 있습니다.)






Tenth of December / 12월 10일


이 책은 우연챦게 원서랑 번역본이랑 같이 읽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낚여서...)
가격적으로 큰 부담이 안되었고, 단편이라서 짤막짤막하게 원서랑 번역본이랑 대조하면서 읽기 편할 것 같았습니다.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입니다.

총 10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까지 앞에서 4개까지 읽었습니다. Kindle에서는 30%라고 표시되네요.

이 글은 10개중 앞의 4개에 대한 후기 입니다.

1. Victory Lap : 승리의 질주
   한 소녀와 그 소녀의 어릴적부터 친구인 한 소년, 그리고 소녀를 납치하려는 납치범의 의식의 흐름을 그리고 있습니다. 짧지만, 이 세 등장인물들에 대해서 너무나 생생하게 그 캐릭터를 그려냅니다. 자세한 줄거리는 쓰지 않겠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 드러나는 각 캐릭터의 너무나 인간적인 단점들이 극명합니다.

여기서 Kindle에 나타나는 Popular Highlights는  

But seriously! Is life fun or scary? Are people good or bad? On the one hand, that clip of those gauntish pale bodies being steamrolled while fat German ladies looked on chomping gum. On the other hand, sometimes rural folks, even if their particular famrs were on hills, stayed up late filling sandbags. 

라는 문장이었습니다. 솔직이 이 문장 무슨 뜻인지 모르겠더군요. 번역본을 보고나서야 좀 감이 오긴했는데, 여전히 모르겠더군요.

어쨌든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삶은 즐거운 것일까, 두려운 것일까? 사람들은 선할까, 악할까? 비쩍 마른 창백한 몸뚱이들이 강제 노동을 하고 있고 뚱뚱한 독일 여자들이 껌을 씹으며 그들을 감시하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시골 사람들은 자기 밭이 고지대에 있어도 저지대의 홍수를 막기 위해 밤늦게까지 모래주머니를 만들기도 한다

제가 이 단편에서 한 문장을 하이라이트를 하라고 하면, Quiet. I'm the boss of me. (시끄러. 내 맘대로 할 거야.) 입니다. 정말 많은 것을 한 문장에, 한 순간에, 응축시켰다가 발산 시키는 느낌입니다. 

마지막 문장도 사뭇 충격적입니다. 여기서 그 단어가 나와야 하나요. well-done이 아닌 그 단어라니...
이상은 스포일러가 될 듯해서 줄이겠습니다. 

2. Sticks : 막대
   i86에서 보는 Kindle 앱애서 채 2페이가 안되는 짧은 단편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놀라운 압축력을 자랑합니다. 두개 문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번에는 Kindle Popular Highlight와 제게 꽂혔던 하이라이트가 일치했습니다. 두번째 문단의 첫번째 문장입니다.

We left home, married, had children of our own, found the seeds of meaness blooming also within us.

번역본에서는 아래와 같이 번역이 되어 있었습니다.

집을 떠나 결혼을 하고 자식을 갖게 된 우리의 마음속에서도 그런 못된 생각의 씨앗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영어로 먼저 읽는 동안  위 문장에서 Also라는 단어가 마음에 쿵하고 와서 박혔습니다. 
Also.... 아버지에 대해서 느껴왔던 부정적인 모습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자신 또한 그 모습을 닮아가는 것에 대한 자괴감이 담긴 듯했습니다. 한 단어에, 한 문장에 이렇게 압축을 시켜버리다니... 
 
(우리말 번역본에서는 Also가 '마음속에서도'의 조사로 축소가 되었는데, '마음속에서 또한' 이나 비슷한 모양으로 하나의 단어로 분리를 시켰으면 더 좋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번역하신 분의 내공을 의심할 수 있는 수준의 내공을 제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번역은 한 문장의 뉘앙스를 살리는 것을 포함하지만, 그 이상의 더 많은 것들을 해내야 하는 작업이라서, 이 하나 가지고 번역에 대해서 너무 뭐라하지들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나서 보니, seed와 blooming의 연결이 또한 그랬습니다. Blooming, 꽃을 피우다라는 말입니다. 아름다운 단어지요. 그 단어가 meaness에 가서 붙어 있으니, 영 난감합니다. 역설적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런데, 작가는 이 한 문장 던져 놓고 다음 문단에서 한술 더뜹니다. 

그리고 결말의 두 문장은 마음을 쿵하고 또 때려 버립니다. 그렇게 Dry할 수 있다니 싶은데, 그게 또 그런 상황도 있겠구나 하고 놀라면서도 수긍이 되는 내 자신에 또한 놀라버립니다. 

3. Puppy : 강아지
   두 엄마와 그 배경이 되는 두 가족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전혀 다른 길로 뻗어있던 두 가족의 삶이 어느 한 순간 교차되었을 때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자신이 성장하고 자라온 배경에 근거한 프레임으로 판단을 내리고 대화를 거부하는 모습이 있습니다. 자신의 상황을 어떻게든 이겨나가려 하는 의지가 있습니다. 그 두 엄마 다 그런 의지의 소유자였습니다. 

Popular Highlights는 

Which maybe that's what love was: liking someone how he was and doing things to help him get even better. 

아마 이런 게 사랑일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해주면서 상대가 더 나아지도록 도와주는 것.

입니다. 이 문장에 대해 작가는 냉소적이지 않고 진지하게 얘기합니다. 이 모든 어두운 상황과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 작가의 시선은 차갑지만은 않은 느낌입니다. 저도 이 문장이 좋았습니다. 결정적인 터닝포인트는 아니지만요.

이 단편에서도 마지막 몇 문장은 역시 힘이 있습니다.

미국의 전쟁 영화나 스포츠 영화를 볼 때, 결전을 앞둔 병사나 선수들 앞에서 장교나 코치들이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서 외치는 말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그 중의 몇가지는 'Who'로 시작을 합니다. 대략 이런 내용입니다. '이 경기에서 이길 자는 누구인가?', '우승컵을 가져갈 자는 누구인가?' 이렇게 코치들이 외치면 선수들은 '우리!'라고 외치죠.

이 소설은 그런 형식으로 끝납니다. 'Who~?'에 대해, 누군가 답을 합니다. 
(이렇게 읽는 게 맞다기 보다, 제겐 이렇게 다가왔다는 주관적인 느낌입니다.)


4. Escape from the Spiderhead : 거미머리 탈출기
   살짝 SF스럽습니다. 조금 야시시하게 시작하더니 잠시의 쉴틈도 없이 결론까지 끌고갑니다. 분명히 단편인데, 중편을 읽은 듯한 느낌입니다. 계속 반복적으로 나오는 TM이라는 마크가 징할 정도 입니다. 그 지독한 상업주의 앞에서 왜소해져 보이는 인간의 모습이 있습니다. 

마지막 주인공의 선택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하리라고 믿는 보편적인 선택으로 제시되었다기 보다, 작가의 의지로, 작가가 나라면 이렇게 하겠다는 주관적인 선택으로 제시된 거라고 생각됩니다. 주인공 보다 더 이기적이고 악한 사람이라면 그런 선택은 하지 않았겠지 싶습니다만, 작가는 놀랍게도 태어나서부터 악한 사람이 누가 있냐는 암시를 던집니다.

Popular Highlight는 소챕터 10의 아래 문장입니다.

Night was falling. Birds were singing. Birds were, it occurred to me to say, enacting a frantic celebration of day’s end. They were manifesting as the earth’s bright-colored nerve endings, the sun’s descent urging them into activity, filling them individually with life nectar, the life nectar then being passed into the world, out of each beak, in the form of that bird’s distinctive song, which was, in turn, an accident of beak shape, throat shape, breast configuration, brain chemistry: some birds blessed in voice, others cursed; some squawking, others rapturous.

밤이 오고 있었다. 새들이 노래하고 있었다. 문득 떠오른 표현인데, 새들은 하루의 끝을 열렬하게 축하하고 있었다. 그들은 화려한 빛깔을 띤 이 땅의 신경종말들처럼 보였다. 태양이 지자 새들은 활동을 개시하며 제각기 생명수로 채워졌고, 그 생명수는 그들만의 독특한 노래의 형태로 그들의 부리에서 세상 속으로 흘러들어갔다. 그 노래는 부리의 모양과 목구멍의 모양, 가슴의 형태, 뇌의 화학작용에 따라 우연히 결정되었다. 어떤 새들은 축복 받은 목소리를, 또 어떤 새들은 저주 받은 목소리를 가졌다. 어떤 새들은 꽥꽥거렸고, 어떤 새들은 기쁨에 찬 소리를 냈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갑자기... (나이가 들면 여성 호르몬의 비율이 커진다지요.)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이런 젠장.

책을 덮고 오랫동안 멍했습니다.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 단편을 읽기 전과 후의 내가 변했을까요? 글쎄요. 설마 변했겠습니까 싶지만, 이 질문이 생각이 날 정도의 임팩트였습니다.

이 세상의 삶에 명확히 존재하는 부조리에 대해서 외면하지 않으면서, 그에 대해 어떻게든 스스로의 의지로 대응하는 인간의 의지에 대한 작가의 시각은 생각보다 긍정적이고 따스하게 다가왔습니다. 그게 이 작가의 힘인 것 같습니다. 그게 오늘을 사는 저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이상 4가지 단편에 대한 독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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