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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나사의 회전 열린책들 세계문학 192
헨리 제임스 지음, 이승은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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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이라.  다른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듯이 읽는 소설 기법이지요.

나사의 회전이 나온 연도를 보니 대략 1898년 정도. 그 무렵에 이러한 흐름이 유럽에 한참 흥했나 봅니다. 

의식의 흐름 그러면 무작정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이 책은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젊은 여교사의 미묘한 심리를 어쩌면 그렇게 생생하게 그려 내는지. 

상황도 기괴하고, 여교사의 캐릭터도 조금 특이하고, 그 주변의 인물들도 조금씩 특이합니다. 좋게 말하면 개성적이라고나 할까요.

근데 그 모든 것을 너무 생생하게 그려내니까, 정말 실감나게 느껴지더군요.

헨리 제임스 참 대단한 작가네요. Life-Changing 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소설의 기법적인 측면에서는 참 탁월한 소설인 것 같습니다. 19세기 말에 쓴 소설이라는게 실감이 안 날 정도로 시대를 초월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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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코넬리 작품들 연도별 정리
블러드 워크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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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으로만 있는줄 알았다가 교보에 이북이 있다 해서 바로 구매했습니다.

어제 퇴근 길에 읽으면서 보니, 도입부가 맘에 듭니다. 앞으로의 전개 방식이 예상이 되는 그런 도입부였습니다.

그러니까, 주인공은 FBI 수사관이었다가 심장 이상으로 병원 신세를 지게 되고, 심장 이식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 일로 인해 FBI도 그만 두었구요.

이 책의 시작은 이 주인공이 심장이식을 받은 직후, 부작용을 경계하면서 약에 묶여서 겨우겨우 살아가는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이 얼마나 작은 시작인지요.
FBI 수사관도 아니고, 지역 경찰은 적대적이면서 몸이 건강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하나하나 차근차근 하나씩 끈기와 직관을 가지고 풀어나갑니다.
정통 장편 스릴러네요. 

오늘 퇴근길에 결말이 지어지는 부분을 보니, 뒤에 가서 앞 부분을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여기저기 떡밥도 잘 배치해놓았습니다.

최근에 잭 리처 시리즈 <네버 고백>과 <1030>을 읽었는데, <네버고백>은 결말이 다소 용두사미 같았구요. <1030>은 좀 반칙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주인공은 반칙 없이 정통파라는 느낌입니다.  (잭 리처는 <퍼스널>이 아직까지는 읽은 것 중에서는  최고네요.)

상식적인 선을 고수하면서 참을성 있게 하나하나 풀어가는 꽉 짜여진 구성에 감탄하면서 읽었네요. 
이 저자.. 마이클 코넬리 확 끌립니다.

구성 뿐 아니라,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개성 역시 상당히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주인공의 감정 묘사가 상당히.. 어찌보면 어울리지 않게 섬세하고, 이런 감정선이 작품 후반부에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감탄스럽습니다.

블랑코님이 최근 게시하신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을 연도별로 소개한 글을 보니... 작품이 참 많습니다. 

이 흐뭇한 마음은 뭘까요. ㅎㅎㅎ

정말 저자인 마이클 코넬리가 쓴다면 전화번호부라도 일단 읽어볼 것 같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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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책들의 도시 세계문학의 천재들 2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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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보면 스포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엔젤과 크레테>를 끝내고 바로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시작했습니다.

하하.. 이거 참... 
읽으면서 헛웃음만 나왔습니다.

"이렇게 유치찬란할 수가... 무슨 묘사가 이리 과장이 심하고 허풍쟁이 같지?"
"이 스토리 시작하는게 무협지의 클리셰들하고 많이 비슷한데~"
"주인공이 공룡이라니... 생긴 것도 감정이입 안되게 생겼는데~ 영화는 무슨 영화. 주인공 제대로 만들려면 무척이나 힘들겠네."
"<엔젤과 크레테>가 아니었으면... 벌써 덮었을지도."

그런데... 읽다가 보니... 제가 제 자신을 믿기 힘들 정도로...
이 책의 문장들.. 그 엄청나게 과장스러운 묘사들에 결국 굴복당합니다. 

그런 묘사가 지속되다 보니, 처음의 당혹스러움을 넘어서 경탄으로 바뀝니다. 진심... 감탄스럽습니다. 

풍성한 상상력의 향연입니다. 온갖 산해진미가 끝없이 나오는 잔치와도 같습니다.

시작에서부터 그 미지의 원고를 읽는 장면의 묘사가, 참으로 생생하고 매혹적입니다. 몇 페이지에 걸친 엄청난 묘사뒤의 이 간결한 문장이라니.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실제로 이 책은 이 문장으로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자주 걸리는 함정이 첫문장 쓰기라고 합니다. 그래서 많이들 조언하기를 일단 생각나는대로 쓰고 나중에 배열을 조정하라고도 하지요. 미텐메츠의 온갖 과장스러운 묘사 끝에 나오는 저 문장은 실제로 다른 맥락에서 읽히는 것보다 강렬하게 꽂혀 옵니다.

미지의 원고에 대한 묘사를 몇 페이지에 걸쳐서 진행하면서, 작가는 문장의 읽는 독자의 감정의 흐름을 이리저리 몰아가다가,이 대목에 이르러 저 문장 얘기하고, 그 다음 문장의 묘사는 '나는 편지를 떨어뜨렸다.'로 간결하게 제시햐면서 흐름을 뚝 끊으면서 임팩트를 강하게 주고 있습니다. 감탄스럽습니다. 문장 자체가 아주 음악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대목이 계속 나옵니다. 작가는 생생하고 풍성한 묘사 뿐 아니라, 문장과 문단의 구성을 물 흐르듯이 이끌어 가면서 완급을 자유자재로 조절합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생생하고, 편안하게 읽힙니다. 작가가 알아서 끌고 가니, 저는 그냥 편안한 자세로 귀에 흘러 들어오는 음악을 듣는 듯이 그 흐름을 즐기기만 하면 되네요.

곳곳에 인용되는 책 제목들도 얼마나 유머러스한지. 그 책 제목 몇가지만 생각해 내라고 해도 저는 머리가 아플텐데, 이 작가는 어떻게 저런 제목들이 술술나오는지...

책 제목 뿐 아니라, 곳곳에서 인용하는 멋진 귀절들도 장난 아닙니다. 부흐링이 인용하며 읊은 시도 멋진게 있네요.

모든 봉우리들 위에는
고요가 깃들어 있고,
모든 나무꼭대기들에서
그대는 거의 아무런 미동도
느끼지 못한다.
바위들은 숲 속에서 침묵하니
기다려라, 이윽고
그대 역시 쉬게 되리니.

'오름이 몸속을 관통한 자만이 쓸 수' 있는 시랍니다. 그리 생각하고 읽으니, 저같이 시적언어에 대해서 무감동한 사람도 뭔가 울림이 있습니다. 저게 독일어였다면, 운율이나 라임등이 절묘하게 맞았을까요? 번역된 시에 대해 늘 가지는 어쩔 수 없는 아쉬움입니다.

'오름'이 일출을 뜻하는 우리말인 '해오름'의 그 오름인가요? 이 번역 맘에 듭니다. 영어로 ascension 정도 일까요? 엄한 한자어가 아닌게 좋은 것 같습니다. '달아 오름' 하고도 상통하는 그 오름이지요? ㅋㅋㅋ (이리로 연결시키는 것도 놀라운 상상력임을 인정합니다. 대체 누구시더라...)

곳곳에 인용되는 싯구들이 상당한 포스가 있는 것으로 다가왔었는데, 어떤 분이 어느 글에서 댓글로 알려 주신 아래 링크에 보니, 여러 문호들에 대한 오마쥬였나 봅니다.


뭔가에 홀린 듯, 아침 출근길, 점심 시간, 저녁 퇴근길, 집에서 자기 전의 시간들에 계속 붙잡고 읽었습니다. 저자의 이 과장스러운 묘사가 당혹스러움을 넘어 이제는 제 자신 그것에 중독된 것 같습니다. 

'오름'을 경험한 사람은 그것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책에 나오지요. 미텐메츠도 그 '오름'에 의해 씌어진 책들을 못 읽게 되었을 때 금단증상에 빠진 것처럼요.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약간의 금단증상이 있었습니다. 책을 안 읽는 동안에도 자꾸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다른 일 없으면 책 펴고 얼굴을 박고 읽게 됩니다. 이 책 <꿈꾸는 책들의 도시> 역시 '오름'에 의해 씌어진 책이지요. 미텐메츠가 최초의 '오름'을 경험하고 쓴 책이니까요. 허허허 

결국 발터 뫼르스는 자신의 작품이 그 엄청난 '오름'의 산물이라고 하는 셈인데, 그 놀라운 자신감이, 어처구니 없다기 보다, 지극히 적절하고 당연한 것으로 다가옵니다.

왜 미텐메츠는 '오름'에 중독될까요. 왜 저는 이 책에 중독되다시피 했을까요. 질문을 던져 보게 됩니다.

지극히 다양하고 섬세한 묘사, 자유로운 문장의 완급 조절 등을 통해 발터 뫼르스는 독자로 하여금 상상력의 극치를 경험하게 합니다. 공룡 미텐메츠와 그의 모헙이 상상인걸 알면서도 그렇게 생생하고 현실감있게 다가오게끔 그려낼 수 있다니요.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내 육체는 여기에 있지만, 제 정신은 그 '지금, 여기'를 벗어나 어디선가 다른 곳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렇게 제 정신은 이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게 될 정도로 몰입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몰입은 다른 종류의 몰입과 같이 나를 소진시키고 지치게 하기 보다는 문학적 체험의 풍요로움으로 제 정신을 채우는 것 같습니다.

발터 뫼르스는 놀라운 작가네요. 
그 풍성한 상상력, 우리로 하여금 그 상상력의 바다에 빠지게 해서, 우리의 영혼과 정신을 잠깐이나마 해방시키는 것 같습니다.

영화 <쇼생크 탈출>의 인상적인 한 장면, 감옥에서 어느날 모차르트의 아리아가 울려퍼지던 그 장면, 모건 프리먼의 대사가 "그때 쇼생크의 모두는 '자유'를 느꼈다" 였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짧고 제한적이었지만, 저는 그런 '자유'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오름'의 체험이기도 하겠지요.

도망가라! 가라! 드넓은 땅으로!
그 비밀스러운 글은 
누구의 손으로 쓰여졌는지는 몰라도
그대에게 충분한 동반자가 아닌가?
만약 별들의 운행을 인식하고
자연이 그대를 가르친다면
오름의 힘이 그대에게 나타나리니
한 영혼이 다른 영혼에게 말하듯이 해주리라!


멋진 마무리입니다.
다 읽고 나니... 많이 허전합니다. 
결말이 주는 여운이 묵직합니다. 
유쾌한 소설인데도 울컥합니다. 몇 번을 그랬네요.


반드시.. 반드시...'종이책'으로 읽어야 합니다. 삽화의 연결성도 있지만...
종이책에 대한 얘기는 종이책으로 읽어줘야 더 생생하게 다가갈 것 같습니다.


**************
아래는 잡설입니다.

상상력... 참.. 제겐 참 여러가지 생각을 들게 하는 단어입니다.

풍성한 상상력은 매우 중요한 가치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 받으며 자라는 동안, 배우지 못한 중요한 것들 중 한가지가 '상상력의 중요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션>을 읽으면서 어떤 한 대목에서 이 부분을 느낀 바가 있었고, 그 부분 때문에도 (다른 수많은 부분에서도) 작가가 아주 잘 훈련된 엔지니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부분은 따로 한 번 포스팅을 할 시간을 내야 하는데... 몇 달 째 미루고 있네요.

제가 공학을 전공했지만, 공학의 현장에서도 상상력의 중요성은, 특히 한국에서, 필요 이상으로 경시되고 있고, 그게 현재 한국이 당면한 여러가지 위기 현상의 한 측면의 깊은 배경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너머는 갈 수 없고, 상상하는 그 이상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바에 의해 우리의 경계와 한계가 정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발터 뫼르스의 이 어찌 보면 허황된 소설이 가지는 가치는 (특히 우리에게) 생각보다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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