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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 - '굶는 아이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월드비전 희망의 기록
최민석 지음, 유별남 사진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버스에서 내려 빵 하나를 사먹으려고 편의점에 들렀다. 편의점 가판대에 꽂힌 스포츠 신문에는 모 가수의 스캔들 기사가 1면 톱을 장식하고 있다. 그 옆의 일간지에는 코스피 지수가 오랜만에 소폭 상승을 해 사자 주문이 이어졌다는 기사가 있고, 역시 그 옆에는 하반기 부동산 투자 전략을 위한 특집 분석기사가 있다. 아래 신문에는 동안이라는 40대 연예인의 '피부노화 방지법 대공개'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고, 그 옆에는 '피부노화 방지법 대공개'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고, 그 옆에는 부산의 한 영화제에 참가한 여배우의 어깨가 드러난 드레스에 지면이 할애돼 있다. 올 가을에는 블랙이 유행일 것이라는 기사도 있다. 다이어트에 효능이 좋은 한방제품이 개발됐다는 광고도 있고, 그 와중에 한 여가수가 동시에 남자 5명을 사귀어봤다는 폭로 기사도 있다. 아, 여자 아이돌 그룹 리더가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잠실야구장에서 시구를 하는 사진도 크게 실려 있다.
  그리고 어디에도,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는 없다.
  한 여가수가 남자 연예인을 동시에 5명 사귀고, 부동산 투자 전략이 바쁘게 바뀌고, 모 가수가 모 배우와 헤어지고, 다이어트에 효능이 좋은 한방 약품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드는 사이, 하루에 3만 5천명이 죽어간다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
  어쩌면 매일 반복되는 이야기라서 세상에는 너무 식상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298~300쪽)

이 책이 8기 신간평가단 도서로 오지 않았다면 나는 과연 이 아이들을 생각이나 했을까?  

부끄러운 이야기이다.  

늘 나의 안위만 생각해 온 사람의 말이란 고작 부끄럽다는 이야기일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내 배의 축 처진 뱃살을 보면서 또 한번 부끄러웠다. 나의 영양 상태는 지극히 양호하고, 아니 어쩌면 과잉 상태일지도 모른다. 살아온 날들을 통 틀어 한 3~4번 고기를 먹어 보았다는 아이들, 실컷 먹어보기나 했을까? 숯불에 지글지글 익혀 배가 부르게 먹고 심지어 남기기까지 했던 요 며칠전을 생각하면서 또 다시 부끄러웠다.  

우리 아이들이 마구 쓰다 버린 종이들, 의미없는 낙서와 가위질을 해서 버린 종이들, 함부로 버린 나무젓가락, 종이컵...이 모든 것의 가혹한 벌은 지구의 반대편에 살고 있는 그들에게 내려지고, 그들은 나무를 많이 심지 않은 자신들의 탓이라고 말하는 부분을 보면서 또 너무 부끄러웠다.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재미난 장난감을 사주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행복해하는 나를 생각하니 더 많이 가슴이 아팠던 것 같다. 경제적으로 좋지 않다고 말했지만 우리는 절대 굶지는 않는다. 가끔 외식도 하고, 필요한 물건은 대부분 구입할 수 있다. 물론 불필요한 물건을 살만한 여력은 되지 않지만 말이다. 

내가 굶는 것은 괜찮다. 내가 아픈 것도 괜찮다. 하지만 아이가 굶고, 아이가 아픈 것은 부모된 입장에서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모른다. 가난이 대물림되는 지역에 사는 아이들, 스스로 자생 능력을 부여받을 수없는 조건을 가진 그들은 분명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교육을 받아 삶의 질을 높이고자하나 교육을 받을 여건이 되지 않는 아이들, 그들에게도 꿈은 있다. 우리 주변의 누군가는 배우기 싫다고 투정부린다. 하지만 그들에게 배움은 절실하지만 결코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  

십대의 어린 소녀들은 강제 조혼을 당하고, 나이 많은 남편이 일찍 죽으면 과부가 되기도 한다. 어린 소녀들은 잠자리에서 임신과 출산과정에서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한다. 아직 한창 꿈을 펼쳐야할 나이에 굶지 않기 위해 어린 딸들은 시집을 가야한다. 심지어 재혼을 하는 것은 용납이 되지 않고 마을에서 쫓겨난다.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라는 것이 희박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우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분명 희망은 있다. 우리나라에 월드비전에 생겨난 50년대, 우리 부모님 세대는 원조의 대상이셨다. 세계 여러나라에서의 구호활동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 냈던 것이 아니었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90년대를 넘어서면서 이제 우리 나라도 구호활동을 하는 나라로 돌아섰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월드비전의 구호활동은 현금지급보다는 현물지급을 우선하고, 개인적인 것보다는 마을 공동의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단다. 가장 중요한 식수 공급, 물은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것이니 말이다. 마을 공동의 우물이 만들어진다면 더러운 물로 인한 잦은 병치레도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교육 시설을 만들고, 학용품을 지급하고, 옷을 제공하는 일, 또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가정엔 영양죽을 제공한단다.  

"기부문화는 가진 자들의 문화이다" 얼마전 읽은 책의 한 구절이다. 가진 자들의 문화라는 말때문에 가지지 못한 자들은 기부할 수 없는가? 라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의 눈물겨운 후원자들의 이야기를 보면 가진 자들의 문화가 결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가지긴 했을 것이다. 따뜻한 마음과 나눌 줄 아는 마음을 말이다. 

작년 이맘때였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던 바람돌이님께서 아이들과 1년동안 모았던 저금통을 뜯어 기부했던 페이퍼를 봤던 게 떠오른다. 그때 바람돌이님 모습을 보면서 그런 모습은 꼭 배워야지 했는데 여태 누군가를 위해 후원하지 않고 있다. 또 다시 부끄럽다.  

  세상은 너희와 상관없이 흘러가고 있다. 어쩌면 세상은 계속 너희를 모른 체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을게.
  '세상은 너희를 잊어도, 나는 너희를 잊지 않을게.'
  나는 너희를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여전히 사람들은 갈 길이 바쁘고, 변한 것은 하나 없는 서울의 어는 밤. 나는 가판대를 뚤어져라 쳐다보면서 그렇게 혼자서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300쪽)

 이번엔 정말 잊지 말아야겠다. '굶는 아이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중 하나가 바로 나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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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2-24 0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에 추천 꾹~~~~

꿈꾸는섬 2010-12-24 11:21   좋아요 0 | URL
추천 감사해요.^^
오늘 바로 신청할거에요.^^

저절로 2010-12-25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크리스마스 이브날 제대로된 글하나 만났군요.
저는 11시 시작하는 '시장님 복지간담회'를 9시부터 준비하다가
짬짬이 들어 왔다리 갔다리 하고 있습니다.
의례히 시청사에서 해야하는 행사를
굳이 이번에 바뀌신 시장님께서는
무슨 변덕인지 우리시설(부랑인) 성당에서
하신다네요.

이참에 이번 복지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복지의료비에 대한 '설전'을 준비하고 있지요.
따내야 될 건데요.
정부에서 우리 몫을 빼앗아갔으니,
이참에 '시장님' 마음을 뺏아 볼 계책이지요.

헤~ 너무 멀리와버렸네요.
제겐 딸이 하나 있지요.
한비야씨 책을 읽고 그만,
팔자에도 없는 까만 콩 딸을 갖게 되었지요.(지금도 탁자위 사진속에서 나를 향해 어설프게 웃고 있어요)

그래요, 저도 잊지않을게요.

저의 까만콩 딸도,아침 대전大戰을 앞두고
제게 버벅거리지 않고 거침없이 말할 수 있도록
뜨거운 가슴을 주신 '꿈섬'님도
잊지않을게요.

메롱 클쓰!


꿈꾸는섬 2010-12-24 11:22   좋아요 0 | URL
에파타님 바쁘시군요.ㅜㅜ
오늘 너무 추워요. 감기 조심하세요.
저에게도 까만콩 딸이든 아들이 생길거에요.^^
메리 크리스마스

양철나무꾼 2010-12-24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캐롤을 들으면서 마냥 흥겨울 수만은 없네요.
올해는 여느때보다 추운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0-12-24 11:23   좋아요 0 | URL
네, 저에게는 나눔을 배우는 크리스마스가 되겠어요.^^
나무꾼님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