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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협객 백동수
김영호 지음 / 푸른역사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시대 자칭 터프가이들에게 우선 권하고 싶다. 과연 자칭 터프가이들은 진정한 기남자 백동수를 만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부족한 사료와 못난 글재주를 탓하는 겸손함에 책의 초반부터 작가의 비장함과 긴장감으로 인해 덩달아 전율까지 느껴진다. <무예도보통지>는 조선시대 군영에 보급되어 군사들에게 창검 기예를 가르치는 교범서로써 무예에 관한 실기를 그림과 설명으로 풀어낸 책이다. 그러한 책의 중심에 백동수가 있다. 문헌 고증은 이덕무가, 고증과 함께 판목 대본의 글씨 쓰는 일은 박제가가, 무예를 실기로 고증하고 편찬 감독하는 일은 백동수가 맡았다.
'조선의 협객 백동수'의 백동수는 진정으로 멋있는 남자였다. 뼈대있는 양반의 핏줄을 타고나지 못해 오히려 잃을 것도, 더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었던 한계의 구분이 명확했기에 적절히 적당하게 반항의 세월도 보내고 적절히 자신의 무예 능력을 한껏 펼쳐 열꽃 같은 긍지가 어떠한 것임을 보여준 남자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협'으로 타고나서 그 의미와 뜻이 바래지지 않게 갈고 닦았던 그에게 정조대왕의 "무예도보통지를 편찬하라"라는 명은 그를 단순이 '협'에 머물게 하지 않았다. 몸으로 익히고 느끼고, 경험했던 그만의 방법과 실용적 기술은 그 시대의 실학사상이 어떠했는지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백동수의 현실적인 감각으로 다시 태어난 무예기술들은 무예사료의 부족이라는 현실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노력으로 그 화려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백동수라는 인간의 인생뿐 아니라 그 평생을 바친 무의 생과 변천 그리고 현재의 주소까지 한꺼번에 알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드러내려 하지 않고서도 그 향이 멀리 퍼지고 그 의미가 널리 알려지는 것은 백동수라는 인물의 생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겉멋에 한껏 취해 인생의 의미도 열정이 쏟아져야 하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는 철 모르는 터프가이들에게 백동수의 기가 전달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