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 SE - [할인행사]
로만 폴란스키 감독, 나스타샤 킨스키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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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게으름이 제대로 된 책을 발견하지 못하게 한다.  

몇 권 낚았으나 황이었다. 대체로 여름엔 책이 읽히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면 나의 공허를 달래줄 무언가는 영화 뿐. 

 

테츠. 예전에 책을 사둔 게 어딘가 있을 텐데, 책이 읽히지 않으면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 아닌가. 다빈치코드도 내게 그런 과였다. 

 

유명한 테스가 이런 내용이었구나. 

 

아무리 좋은 집에 기름진 음식을 먹어도 사랑이 없으면 말짱 황이다. 

 

가난한 집에서 아름답게 태어난 여성은 대게 비극적인 삶을 산다.   

이정은의 <사랑의 철학>에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부자집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여성은 공주로 살고...가난한 집에 태어난다면, 

미모도 주지 말지, 괜히 눈에 띠게 아름다운 외모를 가져서 순탄치 못한 인생 여정을 걷게 되니. 

미인박명이란 말은 이 영화에도 적용되는 듯했다. 

 

이 영화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작품이라니 놀라웠다.  

영화가 시작될 무렵 알게 된 사실인데, 영화가 다시 보였다. 

 

나스타샤 킨스키의 아름다운 모습도 좋지만, 그 시대의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좋다. 

 

사랑은, 늘 한 박자 늦게 깨닫게 되는 것인가. 

엔젤이 테스의 과거를 즉시 포용할 수 있었다면, 비극은 그쯤에서 막을 내릴 수 있었을 텐데.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어서 그 여운이 오래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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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좀 도와줘 - 노무현 고백 에세이
노무현 지음 / 새터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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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7월 10일이면 49제라 한다. 벌써 6월도 며칠 남지 않았다.  

언제나 시간은 이리도 빨리 흘러가버린다.  

 

5월 23일이후로 한동안 인터넷이나 티비에서 그와 관련된 영상을 볼 때면,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시사인이나 한겨레21, 한겨레신문에서 볼 때마다 눈시울을 붉혔다.  

 

이제는 그런 시기를 지나와 이 책을 읽었다.  

대통령이 되지도 않았고, 그가 누군지 잘 몰랐을 때 이 책을 봤더라도 난 그를 좋아했을 것이다. 

 

흔히 어떤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하고서 누군지도 모르면서 좋아할 때가 있다.  

그와 같은 이치로 얼굴도 모르는 그를 좋아했을 것 같다. 

 

글에는 그 사람의 인격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숨기려 해도, 감추려 해도 자꾸만 그 향기가 흘러나온다.  

차고 넘치면 밖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YS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조금은 그 분을 알게 되었고,  

DJ에 대해서도 복습하는 기분이 들었다. 

 

권양숙 여사와 풋풋했던 시절 이야기며, 

어렸을 적 이야기들이 눈 앞에 펼쳐지는데 나도 모르게 미소짓게 되고,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보통사람들처럼 그냥 변호사하면서 평생 살 수도 있었을 텐데, 

돈도 되지 않고 힘은 더 드는 일을 택하면서 그는 새롭게 태어났다. 

사람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살 수도 있고,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살 수도 있다. 

 

좀더 나은 사회를 위해 몸을 바치는 이도 있고 

작은 실천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 기여 정도가 낮지만 의식하며 사는 사람도 있고,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한 세상을 살다 가는 이도 있다.    

 

선택은 자기 몫이고, 운명이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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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구두 - 할인판
세르지오 카스텔리토 감독, 페넬로페 크루즈 출연 / 코랄픽쳐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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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이 꽤 인상적이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이야기는 전개되었다.  

세미나를 위해 낯선 도시를 찾았다 우연히 만나게 된 사람, 

처음에는 사랑은 아니었으나 곧 사랑임을 깨닫게 된다. 

 

아내와는 정반대의 사람, 

지금의 나이가 되니 그 사랑이 이해된다. 

 

가벼이 말하면 불륜이지만, 주인공도 아니면서 불륜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영화. 

가슴이 짠한 그런 영화였다.  

페넬로페의 연기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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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아이들 - 할인행사
마지드 마지디 감독, 바하레 시디키 외 출연 / 프리미어 엔터테인먼트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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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지 오래된 좋은 영화를 보면 왜 이제야 보게 되었을까 하는 뒤늦은 후회와 함께 이제라도 보게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풍요 속에 사는 우리의 삶을 한번 되돌아 보게 만드는 영화였다.  

때묻지 않은 동심도 느끼고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의 힘겨운 삶을 통해서 우리만 행복하게 잘 살아도 되는 것인지 생각해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좋은 영화였고, 아직 안 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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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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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철이 일찍 들었다는 말은 좋은 말일까. 내가 생각하기로는 별로 좋은 의미 같지는 않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 아이답게 천진하고 앞뒤를 생각지 않고 즉흥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철없는 아이는 자라면서 철이 드는 게 자연스럽다.

 

철이 일찍 들었다는 것은 마냥 아이답게 자랄 수 없는 환경이 일찍 어른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일찍 철들게 하는 것은 아이를 아이다울 수 있는, 유일하게 빛나는 시간을 뺏어버린 일종의 폭력이 아니고 무엇이랴. 아이가 아이답게 자랄 수 있도록 우리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여기 '완득이'라는 친시골스러운 이름을 가진, 아이답지 않은 아이의 범주에 속하는 전형적인 인물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이면 꼭 내 동생 나이다. 해서 굳이 지나가버린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려보지 않아도 충분히 그 나이 또래 아이의 고민과 번뇌를 쉽게 감지할 수 있었다.

 

완득이는 난쟁이 아버지에 베트남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 어머니는 집을 나가고 아버지가 홀로 키웠다. 정말 평범하지 않은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다. 뼛속까지 주류가 아닌 수많은 완득이를 우리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어린 나이에 남편 얼굴도 안 보고 먼 나라까지 시집왔는데, 남편이 장애인이거나 곧 죽을 것 같은 환자인 경우도 있다고. 말만 부인이지 오지 마을이나 농촌, 섬 같은 곳에서 죽도록 일만 하는 경우도 있단다. 그러다 보니 아이 하나 낳고 자신에게 관심이 좀 소원해졌을 때 가슴 아픈 탈출을 하기도 한다고. 남편 입장에서는 부인이 도망간 것이겠지만 부인 입장에서는 국제 사기결혼이라나. (46쪽)

 

우리는 신문에서 종종 이주여성, 이주노동자들을 야만적으로 대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어쩌면 인간이 인간에게 그토록 잔인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우리가 조심하며 살아도 남에게 의도와는 다르게 상처를 주고 살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의식적으로는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일 따위는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가 아닌가.

 

나는 아버지를 숨기고 싶은 게 아니라, 굳이 꺼내 보이고 싶지 않은 거였다. 비장애인 아버지는 미리 말하지 않아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런데 장애인 아버지를 말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상관하기 시작한다. 아버지를 숨긴 자식이라며 듣도 보도 못한 근본까지 들먹인다. 근본은 나 자신이 지키는 것이지 누가 지켜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근본을 따지는 사람들이 있다. 좀 있어 보이게 비웃을 수 있으니까. 
 


 
겉으로 드러난 몇 가지만 가지고 내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행세하는 똥주. 이것이 바로 내가 똥주를 죽이고 싶었던 진짜 이유다. 나는 아버지에게도 나에게도 딱지가 앉지 않는, 늘 현재형이라 아물 수 없는 말을 하고 말았다. (196~197쪽)

남들과 좀 다른 외형을 아버지를 둔 아이는 마음고생을 얼마나 하며 살아야 하는가. 있는 그대로 그냥 봐주면 안되는 걸까. 그냥 보듬어주면 될 것을.


  
이주노동자센터에서 일하는 선배는 하루에도 몇 번씩 '도와주세요…'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고 한다. '월급을 못 받아 대신 받으러 가야하고, 아파서 병원에 갈 때도 같이 가야하고, 한국말을 몰라 이런 저런 볼 일을 볼 때도 같이 가야만 하고…. 한국말을 모른다는 이유로 바보취급을 받는 이 땅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이주노동자를 보노라면 화가 치민다'고도 했다.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우리가 되면 안 될까. 한 사회의 인권 수준을 보려면 감옥에 있는 재소자와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보면 된다고 했다. 그들을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은 특별한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우리다.

 

김려령의 <완득이>는 이미 다문화사회에 접어든 우리 사회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책을 읽고 나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다른 빛깔의 성장소설이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심성을 품을 수 있게 하고, 어른들에게도 인권의 가치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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