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브로크백 마운틴 일반판
이안 감독, 히스 레저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좋은 영화는 언제나 다시 보아도 좋다.
어젯밤 다시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광활한 자연 앞에서는 인간도 그 무엇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완벽 그 자체다.
영화음악이나 배우들의 연기, 아름다운 자연 등등..
에니스 델마와 잭 트위스트는 어려운 형편으로 고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하고 스무 살도 안 된 청년 시기에 일자리를 찾다가 만나게 된다. 말을 좋아하는 에니스는 목장이 문을 닫게 되자 새로운 일자리가 필요했고 로데오에 미쳐있던 잭과 방목을 위해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세상과 격리된 산, 아무도 없는 산에서 의지할 곳이라고는 서로뿐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두 사람이 잘 알았다. 운명의 신은 그들을 사랑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표현은 너무 애매한 말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인간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감정이었다.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서로를 배려하고 그러는 동안 사랑과 비슷한 감정이 차츰 싹트게 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너무 두터워서 그들은 드러내 놓고 사랑할 수 없었다.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산에서 내려오게 되자 그들은 각자의 길을 걷게 된다. 에니스에게는 약혼한 여자가 있어 예정대로 결혼식을 올렸고 잭은 다시 로데오의 세계로 들어갔다. 그 후 4년, 잭에게서 편지가 한 장 날아왔다. 에니스의 눈은 희망과 기쁨의 충만으로 빛이 났다. 곧바로 답장을 보냈고 마침내 둘은 4년만의 해후를 한다.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원했는지 알게 되었지만 그들이 현실적으로 함께 지낼 수 있는 방법은 속수무책이었다.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는 게 고작이었다. 에니스는 그런 만남이 아쉽기는 하였어도 가정을 버릴 수는 없었고, 잭은 모든 걸 포기하고라도 에니스와 함께 지내고 싶었다. 결국 그들은 그렇게 아주 가끔 만날 수밖에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잭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저자 의 말처럼 ‘북쪽 평원 같은 거대한 슬픔’이 에니스를 짓눌렀다.
에니스는 브로크백 마운틴에 유해를 뿌려달라는 잭의 유언을 위해 잭의 부모님댁을 찾아갔다. 어린 시절 잭이 쓰던 방을 구경하던 중 에니스는 낯익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 옷장 구석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잭이 입던 낡은 셔츠가 걸려있었고 그 안에는 자신의 체크무늬 셔츠가 겹쳐져 있었던 것이다.
에니스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 두 셔츠는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입었던 셔츠였다. 두 셔츠에는 그들의 사랑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던 것이다. 조심스레 에니스는 그것을 꺼내어 자신의 집으로 옮겼다. 에니스는 브로크백 마운틴이 그려진 엽서를 벽에 붙이고 그 밑에다 이 셔츠들을 걸어두며 읊조렸다. “잭, 맹세컨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근원 깊은 슬픔은 언제나 에니스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의 눈물로 때때로 베개가 젖고, 시트가 젖었다. 사랑은 가고 그리움만 남았다. 사랑을 잃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 저자의 말처럼 ‘고칠 수 없다면 견디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니 잭은 에니스보다 자아가 약한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아니면 에니스보다 잭의 사랑이 더 큰 것이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