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운명 (2disc)
박진표 감독, 황정민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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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언제부터인가 영화를 볼 때면 감독이나 배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줄거리도 중요하지만 영화를 선택할 때 전자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 성대모사를 할 만큼 독특한 억양의 전도연의 미소는 시종 무더위를 식혀줄 만큼 시원했고, 영화를 위해 15Kg나 살찌운 황정민의 그야말로 푸근했다. 특별할 것 없는 사랑이야기가 두 배우의 명연기로 거듭나면서 얼마나 빛을 발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의 첫 장면, 석중이 하얀 눈밭을 성큼 성큼 걸어간다. 그의 얼굴에 가득한 미소는 걱정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한 가지 걱정이 있긴 했다. 남들처럼 사랑해서 결혼을 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려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그의 소망이었다. 동네에서도 셋밖에 남지 않은 노총각에 속한 석중은 결혼하려고 맞선도 많이 봤지만 허사였고, 베트남이나 필리핀에서 신부감을 구해보려고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아무리 맞선을 보더라도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사람이었기에 결혼이 순조로울 리 없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도 사랑이 찾아왔다. 어느 날, 기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던 건널목에서 운명처럼 은하를 만나게 된 것이다. 몇 명의 다방레지들이 차례로 지나갔지만 가장 마지막으로 지나가던 은하에게서 석중은 눈을 뗄 수 없었다. 그 때 석중의 표정을 떠올리면 웃음이 절로 난다.

그 후 석중은 은하의 보디가드가 되어 은하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나타난다. 보기에 따라서는 스토커처럼 비춰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은 마음으로 통하는 법. 늦은 밤까지 은하를 기다려 안전하게 집에 데려다 주기도 하고, 아침마다 손수 짠 우유를 유리병에 담아 은하네 문 앞에 예쁜 장미꽃과 함께 가져다 놓는 모습에서는 사랑하는 이의 행복함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게 정성으로 은하를 대했지만 은하는 석중을 ‘다방에 오는 손님’ 이상으로 그를 대하지 않는다. 석중이 사랑한다고 아무리 외쳐도 은하는 자신의 인생에 참견하지마라고, 자신은 사랑 놀음이나 할 만큼 한가한 사람이 아니라며 석중을 밀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의 강요에 의해 마지못해 은하가 일하는 다방에서 석중은 맞선을 보게 되고, 그 일 이후 둘의 관계는 급진전된다. 은하는 약간의 질투를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마음의 이면에는 어떤 것이 있었던 걸까. 은하는 자신도 석중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은하와 석중, 부부가 되다

여느 부부들처럼 행복한 신혼을 보내고 있는 두 사람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한다. 은하의 옛 예인이 찾아와 돈을 요구했고, 은하를 잃고 싶지 않은 석중은 거의 모든 재산을 처분하게 된다. 은하가 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되어 어두웠던 석중을 은하는 재산을 잃게 되어서라고 오해하게 되고는 석중을 떠나게 된다.

이제 더 이상 행복할 일이 남아있어 보이지 않는 그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파왔다. 그렇게 두 사람이 사랑하겠다는데…. 하늘이 분명 시샘을 하나보다.

석중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기가 안쓰러웠던 은하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타 지방으로 떠나 성매매를 하게 된다. 은하는 정말 바보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석중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그녀는 정말 바보 같다. 자신이 병에 걸린 줄도 모르고 일을 했던 은하는 감옥에 갇히게 되고, 1년 동안 정신없이 은하를 찾아 헤맸던 석중은 얼굴이 반쪽이 되어 나타났다.

은하를 찾았지만 이젠 감옥이 그 둘을 갈라놓고 있었다. 끝까지 석중은 은하를 포기하지 않았고 출옥 후 함께 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났다. 영화를 보면서 몇 번이나 눈시울이 촉촉해졌는지 모른다. 세상에 이런 사랑이 정말 존재하는 걸까.

석중은 서른이 훨씬 지난 후 남들보다 한참 뒤늦게 사랑이란 걸 경험하게 되었고, 세상에 나쁜 남자들은 두루 경험해보았을 은하는 세상에 이렇게 착한 남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로는 두 사람에게 모두 새로운 ‘세상’이었던 것이다.

어떤 사람의 좋은 점만 보고 사랑에 빠진다면 그 사랑은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처럼 쉽게 변질될 것이다. 그러나 이미 내 운명에 들어와 버린 사람이라면 치명적인 결점을 가지고 있더라도 하등 문제가 되지 않은 석중의 사랑. 이런 사랑이 진짜 사랑이 아닐까. 영화를 보고 나니, 함부로 '운명'이라거나 '사랑'을 논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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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대 프리미엄 패키지 (10 Disc) - SBS 드라마
한지승 감독, 감우성 외 출연 / 이엔이미디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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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연애시대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OST의 힘이 세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리라.

 

너무 재밌게 본 드라마다. 볼수록 이혼한 남녀가 왜 자꾸 만나나 은근 슬쩍 짜증이 몰려오기도 했는데,

세상에는 이런 사랑도 저런 사랑도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극중의 두 주인공은 웃지 못할 오해로 이혼까지 하게 되지만,

결국 하나로 이어진 실타래는 끊어지지 않을 모양이다.

 

또 다른 사랑을 꿈꾸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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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 [할인행사]
조 라이트 감독, 매튜 맥파든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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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쳐들었을 때 이 책을 언제 다 읽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분이라면, 이 영화를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책으로 읽는 거랑 영화를 보는 것은 분명 다르겠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오만과 편견에 대해 눈을 감고도 그 줄거리가 눈에 선연히 그려진다는 게 신기했답니다.

 

엘리자베스의 어머니나 자매들의 모습은 어찌나 유쾌 발랄한지,

다아시는 얼마나 진지한 모습인지,

엘리자베스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배경음악 또한 경쾌하고 아주 좋았답니다..

이 여름, 오만과 편견에 한번 빠져 보세요~ 후회없는 선택이 되실 겁니다.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해주리라 믿습니다.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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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연인 SE - 무삭제 완전판
버나드 로즈 감독, 게리 올드만 외 출연 / (주)다우리 엔터테인먼트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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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이 쉴새없이 떨어진다. 이제 맑은 하늘이 그리워질 정도다. 라디오에서 우연히 흘러나온 월광소나타를 들으니 불멸의 연인이 생각났다.

사랑하는 이가 없는 사람도 불행하지만, 사랑하는 이가 있어도 사랑할 수 없는 이가 더 가여운 법. 어쩌면 이리도 가벼운 오해는 베토벤의 일생을 괴롭히게 된 걸까.

이루어지지 않아서 불멸의 연인으로 남았겠지만, 가혹하다.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라는 게 있고, 더없이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만약 불멸의 연인과의 약속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베토벤은 어떤 삶을 살게 되었을까.

베토벤이 피아노에 머리를 뉘여 월광소나타를 연주하는 장면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한 편의 영화를 통해 우리는 베토벤 전기를 굳이 읽지 않아도 그의 생애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베토벤의 사랑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일생을 아우르는 데 하등 문제가 없다.

소설가 김훈은 사랑에 대해 이렇게 말?다. '닿을 수 없는 참혹함, 그것이 사랑'이라고. 

'불멸의 연인'을 통해 우리는 사랑의 의미를 곱씹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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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 [dts]
김기덕 감독, 전성환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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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의 영화는 하나 같이 섬뜩한 느낌을 준다.

섬뜩함도 사람마다 강도가 다르게 전달되겠지만..태생이 잔인한 것을 못견뎌하는 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장면에서는 자연 눈을 감게 될 것이다.

섬뜩한 느낌과 묘한 대조를 이루는 아름다움. 그것 역시 김기덕 감독의 특징인 듯하다.

늙은 노인과 곧 성인이 될 소녀의 '결혼'이라는 것 자체에 어패가 있다. 어떤 연유로 어린 나이에 승선하여 어른이 될 때까지 이곳에서 줄곧 바깥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소녀가 있다. 노인과 낚시꾼들, 광활한 바다가 소녀에게는 세계의 전부다.

어느 날, 아버지를 따라온 대학생에게 애틋한 마음을 갖게 된 소녀, 역시 소녀가 애처러운 대학생, 이 둘의 사랑이 노인에게는 커다란 질투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결국 노인은 죽고 둘은 바다를 떠나 세상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영화의 결말 부분은 확실하지 않다. 아마도 그 뒷부분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는 듯했다.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악기가 되기도 하고, 사람을 헤치는 도구가 되기도 하는 활, 감독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걸까. 여운이 긴 영화다.

 그리고, 서지석이라는 배우의 비중이 가장 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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