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는 정책이 없고 보수는 철학이 없다
[하니TV ‘더 인터뷰’와 함께하는 한겨레가 만난 사람]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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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일 교수는 “우리 사회에 정서적 진보는 많지만 정책적 진보는 부족하다.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정책적 진보’가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서울대 법대 교수를 지내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청와대 사회복지수석으로 발탁돼 현실정치에 발을 들였다. 이제야 실행에 들어간 로스쿨 제도는 그때 그가 처음 공론화했던 개혁과제였다. 그는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던 2005년, 당의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합의처리 방침에 항의해 국회의원직을 던지고 학계로 돌아왔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념 대립이 심한 우리 사회에서, 보수 진영의 핵심 이론가인 박세일(61) 서울대 교수가 차지하는 위치는 독특하고 의미 있다. 그가 주창한 ‘선진화론’은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내세운 핵심 담론이었다. 그가 2006년 설립한 한반도선진화재단(한선재단)은 가장 영향력 있는 보수 싱크탱크로 꼽힌다. 박 교수는 그러나 한선재단이 ‘보수적’ 싱크탱크로 규정되는 걸 피하고 싶어 했다. 그는 한선재단의 모델이 미국의 진보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라는 걸 강조했다. “브루킹스엔 보수적 학자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 내가 한선재단을 만든다고 했을 때 마이클 아머코스트 전 브루킹스연구소장은 ‘연구에서 지적 정직성을 잃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걸 지키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진보 진영으로부터도 ‘소통할 수 있는 대표적인 보수 인사’로 꼽히는 건, 이런 태도가 밑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인 듯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요즘 다시 중도실용을 국정운영 기조로 삼겠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중도실용이란 게 국정운영 기조로는 좀 모호한 개념이라는 의견도 있는데요.

“글쎄요. 중도란 개념부터 확실히 해야 될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엔 남한하고 북한 사이에 중도는 없습니다. 그런데 적어도 대한민국의 헌법과 역사를 존중하는 속에서, 자유를 존중하는 우파와 평등을 주장하는 좌파가 나름대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걸 아우르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럴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옛날에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권력을 이양하면서 윤집궐중(允執厥中)이다, 오로지 중간을 잡으라고 했는데, 원래 정치는 중도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중도실용이란 말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으로 어떻게 실현하느냐가 중요하죠. 예컨대 그동안 하락해 온 경제성장 동력을 어떻게 부추기면서 동시에 분배 같은 걸 개선해서 사회통합을 이룰 거냐, 구체적인 정책 패키지가 어떻게 나올 거냐, 그게 더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 생각합니다. 정책의 문제지요.”

-이명박 대통령 하면 우선 성장 우선주의라는 이미지가 딱 떠오르는데, 중도실용으로 가겠다는 건 그보다는 좀더 분배 쪽에 비중을 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그런 느낌이 들거든요.

“그렇게 가야 되지 않겠어요?(웃음) 그게 옳다고 보는 게, 꼭 선택이라기보다도 한국 경제가 몇몇 기업이 잘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희망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특히 아이엠에프 후에 우리가 경제위기를 극복한 경험도 있고 이번에도 금융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기 때문에 밝은 면이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사회통합으로 만들면서 경제성장으로 갈 거냐 하는 게 중요한 과제인데, 그동안에 성장 중심으로 문제를 봤다면 다음엔 사회통합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고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도실용’은 말이 아니라 정책이 중요
분배없이 성장만 외치면 ‘부족한 보수’


-그런 방향에 대한 보수 진영의 반발은 없을까요?

“난 분배를 신경 안 쓰고 성장만 생각한다는 사람은 ‘부족한 보수’라고 생각합니다. 거꾸로 진보도 마찬가지로, 분배만 관심 있고 성장엔 관심 없다 그런 게 있을 수 있나요? 어디에 더 중점을 두느냐 하는 거지요.”

-최근에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이 서거하셨는데요, 두 분의 서거로 진보 진영엔 구심점이 사라진 측면이 있습니다. 두 분의 서거가 우리 한국 사회에, 좀더 좁게는 진보 진영에 어떤 영향을 끼칠 거라고 보십니까?

“우선 두 분이 민주화에 크게 기여한 건 잊어서는 안 되고, 앞으로 화해와 화합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진보 쪽 말씀을 하시니까, 진보가 첫째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소중히 하고 대한민국의 기본 정신을 존중하는 진보가 되어야겠다, 또 일부 문제지만 친북이나 종북의 문제를 정리해야겠다, 그것이 밝은 진보의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가 추구할 진보의 관점은 무엇인가, 그걸 구체적으로 실현할 정책수단은 무엇인가, 그것을 지금부터 묻고 준비하고 성찰하는 게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의 진보 세력에 부족한 부분은, 정서적인 진보는 많은데 정책적인 진보가 약합니다. 그래서 합리적인 진보가 나오는 계기가 되면 어떻겠는가, 이번에 두 분의 서거를 계기로 진보 진영이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진보 진영의 과제로 친북 이미지를 털어내는 걸 말씀하셨는데, 진보 진영 내에 친북은 물론 있겠지만 극히 소수이고 힘을 발휘하지도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보수 진영에서 계속 ‘진보=친북’을 강조하는 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거 아닌가요?

“보수 쪽에서 필요 이상으로 과장하는 측면도 있을 수 있습니다. 종북이나 친북이 문제가 되는 건 진보적 가치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원래 보수가 북한을 싫어한다는 건 천하가 다 알고 있지만, 진보 세력도 이것(북한)이 진보의 원칙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드러내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 친북하거나 옆에 서주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본인이 열성적으로 활동하지 않더라도 침묵하는 게 연대해주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니까…, 각자 자기를 (제대로) 세워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수 진영에서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릅니다. 대한민국이 그 기간 동안 정체됐거나 후퇴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업적을 모두 부정하는 듯한 이 표현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난 10년간 이뤄낸 것도 많다고 생각해요. 잃은 게 뭐고 얻은 게 뭐냐, 그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잃은 건 몇 가지가 있습니다. 특히 지난 5년간 제가 개인적으로 걱정하는 건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문제입니다.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자존심을 많이 공격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다 미화하자는 게 아닙니다. 분명 명암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운 점, 자랑스러운 점, 그런 걸 균형 있게 이해를 해야 자기 나라 역사에 자긍심을 갖게 되는 것인데, 그 부분을 흔들어 놨습니다. 그리고 국가 발전의 기본이 되는 헌법, 정책에 흔들림이 있었고, 대북정책에서 무원칙적인 유화정책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리고 국민 통합에 실패했습니다.

잘한 부분도 있습니다. 아이엠에프를 극복한 건 높이 평가해야 하고, 적어도 남북 정상이 해방 후 처음으로 만났다는 점도 의미가 큽니다. 지난 5년간 깨끗한 정치, 돈 안드는 정치 개혁을 해냈다고 보고, 탈권위·불균형의 문제를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이슈로 끌어냈다는 점도 평가합니다. (그래도) 잘못된 게 많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권이 바뀐 게 아니겠어요? 잘못한 것만 있고 잘한 게 없다, 이건 말이 안 되고 반대의 논리도 말이 안 되겠지요.”





»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그러면 ‘잃어버린 10년’이란 수사가 아니라, 잃어버린 것도 있고 얻은 것도 있는 10년이라고 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모든 걸 다 부정하는 수사를 사용하니 진보 진영의 감정적 반발을 더 불러오는 것 같습니다. 선거 때야 정치적 수사로 그런 표현을 쓸 수도 있겠지만, 선거가 끝난 뒤에도 줄곧 그런 개념을 쓰니까….

“나는 우파 진영에 얘기를 해요, 잃어버린 10년을 공격하는 건 좋다, 그런데 한국의 보수는 역사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지금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느냐. 보수 정부가 들어섰는데, 보수는 통일을 목표로 구체적인 어떤 걸 내놨느냐. 그리고 포퓰리즘적인 요소로 국민통합이 약화됐다면 보수는 어떻게 국민을 통합하려 노력하느냐. 어떤 경제정책을 가지고 사회통합을 이룰 거냐. 이런 부분에서 엄청난 정책 대안을 갖고 정부가 해야 된다고 봐요. 그러니까 10년을 비판하되 자신들은 이렇게 하겠다 하는 걸 보여줘야지, 비판만 하고 행동을 하지 않으면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죠.”

-국민통합 실패를 지난 정부 잘못의 하나로 들었는데, 오히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사회적 갈등은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런 겁니까?

“그 이유는 내가 볼 때, 우리 사회가 갈등이 심한데 우파든 좌파든 갈등을 치유하겠다는 진정성을 가진 그룹이 없어요. 갈등이 심하다고 보면 소통을 해야겠는데, 진실로 그걸 해내려고 마음먹으면 각자 자기반성이 필요합니다. 우파든 좌파든 마찬가지예요. 우파도 좌파에게 10년을 뺏겼으면 진지하게 반성해야 되고, 좌파도 진지하게 자기정렬을 해야 합니다. 자기정리, 자기반성, 자기성찰이 굉장히 부족하기 때문에 이게(소통이) 안 되는 겁니다. 진보는 정서적 진보는 많은데 정책적 진보가 약하다고 했는데, 보수는 내가 볼 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정치적 보수는 있지만 철학적 보수가 별로 없어요. 가치 지향적인 보수가 없다는 겁니다. 보수는 자기들이 지키려고 하는 가치가 뭐고, 그것이 왜 우리 시대에 필요하고, 어떠한 미래 비전을 갖는 주장인가 반성해야 합니다. 진보도 진보대로 자기성찰과 반성의 기회를 가진다면, 그때부터 소통과 대화가 이뤄집니다. 지금은 아직 그러지 못합니다.”


한국 정당들 정책기능 없고 선거기능만
국가경영 준비 부족한 채 집권해 불안정


-1997년 보수 세력이 권력을 잃은 다음에 보수 진영에서 뉴라이트 운동이란 게 나왔습니다. 기존의 보수, 굳어 있는 보수로부터 탈피해서 좀더 유연하고 시대에 맞는 보수를 지향한다고 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수 정권이 집권한 다음엔 뉴라이트가 권력 지향, 자리 지향이 아닌가 해서 실망스럽습니다.

“뉴라이트 운동이 시작됐을 때 (보수의) 자기혁신 운동이 돼야 한다고 기대했습니다. 그것이 조금더 철학적 운동, 가치 운동, 문화를 바꾸는 운동이 되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안타깝습니다. 생각과 다르게 빠르게 정치화됐습니다. 뉴라이트가 역사에 기여하려면 시민사회나 정치에서 거리를 둬야 합니다. 우파적 가치를 한국 현실에 맞게 실현하는 게 왜 중요하고, 어떻게 정책화해야 하는가를 깊이 있게 논의하고 발전시켜야 하는데, 그 부분이 안 된 게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 정당이 사회적 요구를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합니까?

“우리나라 정당은 반쪽 정당입니다. 민의를 수렴해서 정책을 만드는 기능은 없고, 선거를 치르고 권력을 나눠 가지는 기능만 있습니다. 이래선 국가경영의 정치가 안 됩니다. 그냥 단순한 권력투쟁의 정치입니다. 국민은 정책에 영향을 받습니다. 여의도에서 무슨 쇼를 하느냐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느끼는 건, 준비를 소홀히 하고 들어간다는 겁니다. 과거에는 장기집권 했으니까 국가경영에 노하우가 있었는데, 이제는 5년마다 바뀌니까 엄청나게 준비를 하고 들어가야 하는데 권력투쟁만 하고 들어가니까 흔들리는 겁니다.”

-한나라당도 야당 10년 동안 절치부심하면서 뭔가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별로 준비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죠. 한나라당은 역사가 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침을 자주 하는 야당보다 조직이 있고 체계가 있죠. 그러나 한나라당도 국민을 대표하고 정책을 개발하는 게 취약합니다. 주로 선거 기능과 권력 기능만 남아 있습니다. 제가 (2005년 무렵)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할 때 한나라당은 개혁적 보수가 되겠다고 노선을 정했습니다. 철학은 공동체 자유주의를 지향한다고 정했습니다. 개혁적 보수 노선, 개혁적 보수라는 게 자유와 시장을 소중히 하되 공동체도 소중히 하는 건데, 지금 한나라당 의원들 중에 몇 분이나 그걸 알고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가장 체계가 있다는 한나라당이 그렇습니다. 다른 정당은 더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정당도 자기반성의 시대로 들어가야 합니다.”

박세일 교수는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하던 2005년, 노무현 정부의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처리에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동조하자, 이에 항의해 의원직을 던지고 나왔다. 그는 세종시 건설은 잘못이라는 일관된 소신을 갖고 있다.

-요즘 세종시 논란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제가 볼 때 이제는 정치권 전체의 결단이 필요하고 구체적으로 대통령과 여당의 결당이 필요합니다. 야당은 이걸 정쟁으로 이용하려고 하는데, 나는 그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걸 푸는 건 국정의 책임이 있는 여당이 져야 합니다. 그보다 앞에 있는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지금 행정부 몇 개 부처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건 그 도시에도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큰 낭비와 불편을 가져오니까 다른 대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게 잘못된 정책이라면, 여당과 정부가 확실하게 입장을 갖고 나가야 합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세종시 건설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설령 문제가 있는 공약이라도, 국민에게 약속한 걸 이제 와서 어기는 게 옳은 건가요?

“그건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금 잘못된 거라면 국민과의 약속을 소중히 지키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엄청나게 모든 국민에게 손해라면, 솔직하게 반성하고 사과하는 게 지도자의 태도입니다. 개인이든 국가든 완전할 수 없습니다. 지도자는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말해야 합니다.”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총리나 청와대 비서실장 등에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정부에 들어가시진 않았습니다. 이 대통령과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이 대통령과는) 개인적으로 조금 압니다. 같이 지낸 적도 있구요. 그러나 특별히 좋거나 나쁜 건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반 정도 지났는데요, 전체적으로 평가를 한다면 10점 만점에 몇 점을 주시겠습니까?

“어렵네요.(웃음) 글쎄, 저는 한 10점 만점이면 6점 정도 주겠습니다.”

-정권 출범 때 가졌던 기대보다 못 미친다는 뜻인가요?

“솔직히 말하면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못 미칩니다. 많이 못 미치지요.”(웃음)


[인터뷰 전문 바로가기]
azuri@hani.co.kr, 영상: www.hanitv.com


인터뷰/박찬수 부국장 pcs@hani.co.kr, 정리 조소영 피디








기획연재 : 한겨레가 만난 사람



기사등록 : 2009-09-17 오후 08:34:33 기사수정 : 2009-09-18 오후 01:47:37
ⓒ 한겨레 (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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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tttkkk.livejournal.com/201358.html 

http://www.forbesrussia.ru/column/50176-aziatskie-rynki-zrya-ispugalis-voiny-mezhdu-koreyami 

http://www.kp.ru/daily/24498/651608/ 

http://www.ng.ru/world/2010-05-27/7_pekin.html  

http://www.svobodanews.ru/content/transcript/20541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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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은 준비하지 않고, 기폭제만 준비하는 진보개혁

  -출마선언문(초안) 몇 개를 보고-

 

김대호(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지난 12월부터 서울시장, 경기지사 후보 출마선언문들을 유심히 읽었다. 최근에는 광역과 기초 자치단체장 후보 출마 선언문도 몇 개 읽었다. 첫 느낌을 거칠게 얘기하면 이렇다.

 

사람은 생각이 참 안 바뀌는구나!

2006~8년의 진보개혁의 동반 좌절로부터 배운 것이 없구나!

 

진보개혁 동네의 망조가 참 깊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 영국 노동당이 18년을 광야에서 헤맸는지, 왜 칼로 일어난 자 칼로 망한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과거의 빛나는 성공신화로부터, 또 과거의 역사적 상처가 남긴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로워지기 힘들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여태 진보개혁 동네서 나온 출마선언문을 보면, 대체로 반MB, 친노무현, 지역균형발전, 진보개혁연대 등을 고창하고 있다. 지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어 그들을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자기 고유의 비전과 가치를 강조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좀 긴 출마선언문에는 정책이 좀 언급되어 있는데 대체로 보육, 교육, 복지, 일자리 관련 정책이 대부분이다. 일자리 정책은 대체로 재정에 기반을 둔 사회적 일자리(사회적 기업)나 사회서비스 일자리 정책이 주다. 보육(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교육(무상급식, 교육예산 증대), 복지 정책은 보편적 복지라는 이념을 기반으로 제시 된다. ‘북유럽 등 선진국은 국가가 이런 것까지 보장하는데, 너희는 그것도 모르냐’ ‘대중은 복지 맛을 몰라서 복지 세력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식의 대중을 우습게 보는 계몽주의를 강하게 내비친다. 당연히 감동과 기대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예산의 절대 부족과 허술한 복지전달체계와 방만한 공공부문으로 인해 결코 쉽게 해소되지 않을 거대한 사각지대(특히 차상위 계층)에 대책이 없고, 전달체계와 공공부문의 지독한 모순.부조리에 대한 분노가 없다. 무엇보다도 현실을 직시하려고 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2010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진보개혁 진영에는 2006년 지방선거 참패의 트라우마가 작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06년에 집권여당으로서 생활밀착형 공약을 그런대로 잘 다듬어 제시했지만 반노무현, 반열린우리당 바람에 맥도 못 추고 쓸려나갔다는 아픈 상처가 2010년에는 생활밀착형 정책을 경시하게 하는 듯하다.  2006년의 충격은 ‘선거는 오로지 구도다’라는 신념을 강화하고,  지적 나태를 정당화한다. 결국 진보개혁 진영 전반에 반MB 구호로, 친노무현 이미지로, 거칠게 말해 노무현 영정 사진으로 승부를 보려는 풍조를 조장하는 듯하다. 

 

그런데 냉정하게 따져보면 2006~8년에 한나라당의 반노무현, 반열린우리당이 먹힌 것은 한나라당이 지방자치단체를 보다 잘 운영 할 것 같고, 결과적으로 주민을 더 행복하게 해 줄 것 같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의 반노무현, 반열린우리당은 그것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그래서 열린우리당에서 이탈한 표심이 민주노동당으로 가지 않은 것이다.

 

2010년의 광범위한 반MB, 반한나라당 정서를 실제 투표행위로 연결하려면, 과거 한나라당처럼 진보개혁 진영이 주민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줄 능력이 있어 보여야 한다. 그런데 진보개혁 진영은 반MB, 반한나라당은 선명하지만 그 폭발력 내지 흡인력을 담보하는 '유능 이미지’는 약하다. 어떻게 보면 (자유롭고 정의롭고 풍요로운 나라를 잘 만들 수있을 것 같은) '유능 이미지'가 폭탄의 본체인 화약이고, 반MB, 반한나라당은 기폭 장치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MB와 한나라당에 맞서 잘 싸울 사람을 뽑는다면 왜 40대, 50대, 60대의 경륜가가 필요하겠는가? 차라리 물불 안 가리고 대의에 헌신할 혈기왕성한 20대~30대가 낫지! 그런데 40대, 50대, 60대 예비후보의 출마선언문에는 반MB-친노무현만 선명할 뿐 자신의 고유 가치도 경륜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진보개혁 진영의 정서와 시각은 과거 운동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평범한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고, 그들의 관점에서 정치와 선거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긴 얘기 짧게 줄이면 이렇다.

 

예비후보 당신은 국민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도구이자 종이다. 자신의 희생을 무릅쓰고 선봉에서 서서 싸우는 투사? 솔직히 지금은 선봉에 서서 싸우는 (정치인) 투사가 별로 손해 보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자기희생 없는 투쟁의 선봉은 아무런 감동이 없다. 국민은 뭔가를 반대하겠다 내지 저지하겠다는 사람보다 돈 벌게 해 주겠다, 행복하게 해주겠다, 사회를 정의롭게 만들겠다는  사람을 선호한다.  저 혐오스런 MB가 40~50%대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것은 말이 되든 안되든 뭔가를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발산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또 하나 진보개혁이 믿음직한 대안 세력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MB와 한나라당을 반대하고, 그 정책을 저지하는 것은 두 번째나 세 번째다. 첫째가 있어야 둘째도 살고, 노무현도 산다. 제발 지역민들의 행복 비전과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을 맨 앞에 내세워라! 평범한 국민의 세속적인 욕망과 정서를 직시하라!-끝- 

 

* 내가 이 분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많지만, "-끝-" 이 시원스러운 마감이 좋다. 중언부언하지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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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2-10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한표 드립니다^^
 

관련기사:  檢, 곽영욱과 "한명숙에 뇌물" 진술 빅딜 의혹

 


이번엔 한명숙이다 - 한명숙 측근 인터뷰



2010.1.14.목요일

딴지총수 

 

이번엔 한명숙이다. 위기 탈출하고 국면 전환하려 정치 살해를 도모하는 수작, 노무현 케이스와 판박이다. 피의사실 언론에 흘려 간부터 보는 수법까지. 더구나 이번 건의 불씨 역시 노무현 건으로부터 기원한다. 안원구가 소환시킨 유령, 한상률. 노무현 건의 집행 실무자. 그렇다. 노무현 시즌2다.  

같은 수법에 두 번 당할 순 없다. 거기서부턴 당하는 놈 잘못이다. 후회와 비통은 한 번으로 족하다. 해서 본지가 나섰다. 이 사건, 또박또박 따라가 차근차근 기록하고 낱낱이 고발한다. 오늘은 그 첫 번째 기록.  

한명숙 본인이 아니라 그 측근들을 만났다. 자유롭게 디테일을 이야기하자면 그러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서다. 측근 2인의 간단 프로필이다.  

황창화 - 한명숙 공대위 상황실장/ 국무총리 정무수석  

조성만 - 한명숙 비서관 
 

인터뷰는 1월 3일 일요일 2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근 모 빌딩에서 이뤄졌다.(인터뷰는 대부분 황창화 상황실장과 이루어졌으며 조성만 비서관이 보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기사에서는 편의상 황창화 상황실장의 이름으로 통일한다.) 
 

연휴와 폭설로 일요일 빌딩 복도엔 사람 하나 없다. 앉자마자 본론으로 들어갔다. 전체 정황부터 짚었다.  

총수(이하 총): 우선 이 이야기부터 하죠. 요즘 이런 기사가 뜨면 사실은 읽기가 싫어요. 많은 사람들이. 작년 경험도 있고. 피로하죠. 한 편으론 이러다 정말 뭔가 나오는 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있고. 그리니까 이 사건의 실체를 면밀하게 따라가기를 어느 순간 멈춰버리죠. 더구나 남동건설이니 하는 것도 첨 들어봤고. 그러니까 우선 걔네들이 주장하는 바를 요약해 주세요. 전체 정황이 어떻게 된 건지. 

황창화(이하 황): 그게 이제 공소장 내용이, 2006년 12월 말경, 12월 20일로 특정 되어있죠 지금은, 그때 총리 공관에서 만나서 5만불을 줬다. 준 이유는 공기업에 취직시켜 달라고 그랬는데 거기에 대한 어쨌든 고마움의 표시로 줬다. 이런 내용이 주된 골자죠. 

총: 그러니까 정세균 당시 산자부 장관을 비롯해 여럿이 같이 밥 먹고 다른 사람은 다 떠난 후, 마지막에 남아서 2만불, 3만불 봉투 두 개를 건네줬다. 이거죠? 

황: 그게 언론에 나온 골자고 실제 기소장의 내용에는 그렇게까지 자세히도 안 되어 있어요. 그냥 전달했다, 고만 되어 있어요. 그건 나중에 다툼의 문제가 되겠죠. 

총: 총리 의전 상 단 둘이 남는 게 말이 안 된다 하는 말이 있는데. 

황: 그렇죠. 총리실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냐 하면, 오찬장에서 조금 걸어 나오면 현관에서 바로 차량이 같이 대기하고 있어요. 그러면 의전 순서대로 가게 되죠. 총리가 젤 먼저가고.  

총: 아, 원래.

황: 그렇죠. 

총: 근데 총리공관이니 총리는 그냥 남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황: 그게 아니라 총리가 집무하는 집무실은 따로 있기 때문에. 중앙 청사에. 그런데 외국인이라든가 여러 분들 와서 오찬이나 만찬을 할 때 그 규모가 크면 삼청각이라고 큰 연회장에서 하고 규모가 작으면 - 열 명 미만이나 한 십여 명 정도 되면 - 이제 총리 공관 밑에 그 오찬장을 쓰죠. 

총: 아, 그러니까 기거하는 집이라고 손님들 보내고 그냥 남는 게 아니라.

황: 그렇죠. 당연히 오찬 끝나면 집무실로 가는 거죠.

총: 나올 때도 당연히 총리 의전이 있어서 순서대로 나오게 된다. 

황: 그렇죠. 의전 순서대로죠. 일국의 총리이기 때문에 의전이 다 있고 그래서 총리가 가장 먼저 나오고 그 곽 전 사장이란 양반은 그 순서에 따라 제일 늦게 나오는 게 당연하죠.  

총: 그럼 의전순서를 특별히 바꾸거나 하는 경우는 없나요? 

황: 총리공관은 공적인 장소이기 때문에 총리가 그냥 혼자 있고 그런 공간이 아니에요. 총리가 오찬이 끝나고 나오는 순간부터 경호실팀이 붙고 비서실에서 붙고 그 담에 수행팀이라던가 차량이라든가 동시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게 되어 있어요. 경호 원칙 자체가 몇 미터 이상을 떨어지지 못하게 되어 있고. 대기하고 있는 차량 순서도 생각해야 하고. 총리가 그냥 아무렇게나 아무 순서대로 막 움직이는 게 아니에요. 그러면 차량부터 시작해서 의전에 맞춰둔 그 모든 순서가 다 깨지기 때문에.   

총: 그럼 공관 cctv나 그런 걸 확보할 순 없나요? 나오는 순서를 확인할 수 있을 텐데. 

황: 그런 건 확보할 수 있다고 해도 우리한테 안 주죠. 저쪽에서 장악했는데. 통상적으로 출입기록이라던가 이런 부분들이 있을 텐데 저희들도 모르죠. 오히려 검찰이 알겠지. 

총: 달라고 해도 안 주겠죠.

황: 그럼요.  

총: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곽 전 사장은 한 총리 주머니에 봉투를 넣어줬다는 건데, 여자 옷에 어떻게 그런 두툼한 봉투를 넣어줬다는 거냐. 불가능하다. 

황: 그건 박지원 의원이 상임위에서 시연을 했죠. 2만불, 3만불을 양복 주머니에 넣으면 이렇게나 불쑥 튀어나오는데 여러 사람과 함께 총리 만나러 가는데 그렇게 하고 갔다는 거냐. 그런 상태로 밥 먹는 게 가능하냐.. 시연을 했었고. 

총: 그리고 그걸 줬을 때 한 총리도 여자 옷이라 그걸 넣을 주머니가.. 

황: 그렇죠. 그걸 넣을 주머니도 없다. 

총: 한 총리가 오찬장에 핸드백을 가지고 갔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물론 강 전 사장은 한 총리 주머니에 넣어줬다고 했다지만.
 

황: 그건 총리를 수행하는 방식을 몰라서 하는 말인데, 핸드백은 당연히 수행들이 가지고 있죠. 총리가 오찬에 참석했을 때는. 이런 말 자체가 총리 의전과 수행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시나리오를 짠 거라는 걸 드러내죠. 그리고 의전을 떠나 그냥 상식적으로 이게 말이 됩니까. 대한통운의 사장씩이나 했던 양반이 장관, 총리과 함께 오찬 하는 자리인데 양복 주머니 다 튀어나오게 2만불, 3만불 현금 꾹꾹 담아 가지고 와서 총리 공관에서 총리한테 다가가서 총리 주머니에 그 봉투를 찔러 넣어 줬다는 게.  

학부모가 10만원 촌지를 줘도 학교 교무실이란 공적인 장소로 찾아가서 주머니에 찔러 넣어주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겠어요? 당연히 따로 만나지. 그리고 총리하고 자기하고 마지막에 남게 될 거라는 걸 어떻게 미리 예상을 하고 그런 주머니 불룩하게 만드는 어설픈 준비를 하겠어요. 총리가 다른 사람 다 있을 때 의전 상 먼저 나가려고 하는 데 갑자기 불러 세워야겠다고 그렇게 미리 생각을 했다는 건가요. 다른 사람들 다 있는데. 조금만 정황을 생각해봐도 이건 정말 황당한 시나리오죠.   

총: 제가 생각해도 그건 정말 웃기는 시나리오입니다. 정말 뇌물을 주려고 했다고 해도, 그런 돈은 받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게 주는 게 가장 기본인데 도대체 어떻게 그 부피의 돈뭉치를 여자 옷에 숨겨 나가라고 그렇게 줬다는 건지. 곽 전 사장이 정말 돈을 줬다면 그런 장소에서 그런 식으로 하지 않았겠죠. 만들어내다 보니 억지가 된 건데. 근데 그런 이야기도 있더군요. 곽 전 사장은 청와대의 적법한 인사 시스템에 의해 임명되었기 때문에 한 총리는 뇌물을 줄 대상 자체가 아니었다.  

황: 청와대 인사 시스템을 몰라서 그런 시나리오를 짠 거겠죠. 총리가 공개적으로 공모한 공사 사장 인사에 관여할 위치가 전혀 아니에요. 그런데 지금까지 진행 과정을 보다보면 이 시나리오를 계속해서 구성해 나가고 있다는 걸 알 수가 있어요. 처음부터 완성된 시나리오가 아니라. 무슨 말이냐 하면 처음엔 남동발전이라고 했었어요. 언론에 흘린 게. 실제 그전에 소환조사 한 사람들 쭉 보면, 얘기 들어보면 남동발전으로 이야기하고 물어보고 다 그랬다고 해요. 

총: 처음엔 그랬는데.  

황: 그런데, 이게 날짜가 안 맞는 거예요. 남동발전으로 하면. 당시 정세균 대표도 남동발전 공모할 때는 이미 산자부장관에서 물러난 상태고.  

총: 앞뒤가 안 맞는 구나. 으허허허~

황: 그러니까 석탄공사로 바꾸더라고. (폭소) 

총: 시나리오를 짜 맞춰 가는 거군요. 게다가 산자부 공무원들이 많은 노력했다는 식의 보도도 나오던데 아니 총리와 장관이 직접 손을 썼다면, 밑에 공무원들이 노력을 할 필요가 없죠. 그게 거꾸로 총리와 거래가 없었다는 정황증거이기도 한데. 그런데 검찰에서는 어쨌든 돈만 받으면 범죄 구성이 되는 거다.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증거는 없어도 된다, 그렇게 이야기 하는 데.  

사실은 자기들도 입증하고 싶어도 영향력 행사를 입증할 수가 없는 거겠죠. 석탄공사 사장에 떨어졌으니까. 남동발전으로 하자면 시간이 안 맞고, 석탄공사로 하자면 영향력 행사 입증이 불가능하고. 그러다 보니까 뇌물수수 사건은 언제나 대가성 이야기가 반드시 나오는데, 이번에는 그런 이야기가 전혀 없게 된 거고. 그래서 그냥 돈 줬다는 사실만 중요하다.. 그런 식으로 검찰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거고.  

황: 쟤네들이 주장하는 바죠. 아마 핵심적인 문제가 되겠죠. 한 총리의 영향력 행사의 여부에 대해서는 수사할 의지도 없는 것 같고. 그냥 당일 날 그 자리에서 돈이 오갔느냐의 문제다, 이렇게 단정해 얘길 하죠. 

총: 그게 덮어씌우기가 편하기도 하겠죠. 단 둘이 있었다고 하고 그때 돈 줬다고 계속해서 덮어씌우면, 그걸 또 아니라고 입증하는 것도 무지하게 힘든 일이잖아요. 내가 한 일을 했다고 입증하는 건 몰라도, 존재하지 않았던 행위를 어떻게 입증 하냐고. 걔들도 그걸 아는 거죠. 그런데 곽 전 사장의 원래 죄목이 횡령이잖아요. 공금 횡령했다. 그런데 갑자기 뇌물공여로 죄목이 추가된 거잖아요.

황: 그렇죠.

총: 그 지점에서 곽 전 사장을 협박, 회유해 일을 이렇게 만들었다... 그렇게 보시는 거죠? 

황: 기본적으로는 그렇게 보죠. 확신을 해요. 단순한 법조논리로 생각해도 자기 죄목이 추가되는 건데, 자기한테 무슨 이익이 된다고 뇌물공여를 추가로 자백하겠어요. 물론 우리로서는 실제 뇌물 공여라는 사건 자체가 완전 날조지만, 그냥 상식적인 논리로 생각해보자구요.  곽 전 사장 자신에게 처벌이 추가되는 건데 왜 그런 걸 감수하면서 이런 일을 벌었겠느냐. 저희들이 보기에는 당연히 검찰에 의한 작전, 회유, 겁박이 있었다고 보고요.  

그담에 언론에서는 별로 주목을 안 했는데 한 총리가 검찰에 출두했을 당시에 대질심문 했었잖아요? 당시 입회한 변호인들에 따르면, 곽 전 사장 상태가 굉장히 열악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변호인이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 정도 상태인데 저쪽 변호인이 왜 병보석을 신청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렇게 얘길 했거든요, 우리 쪽 변호인이. 그랬더니 그제야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할 거라는 둥 그런 이야기가 그쪽에서 오가더라구요. 그 다음에 바로 구속집행정지 신청이 들어갔고 그게 어젠가 허가가 됐죠?   


대질심문이 12월 18일, 금요일에 있은 후 구속집행정지 신청은 그 다음 주 수요일에 이뤄졌으며, 허가는 12월 31일에 결정된다.  



이제 왜, 하필 지금인가를 이야기할 차례다.

 

총: 근데 여기서 궁금한 게 이게 재작년 촛불 때 노무현 작전이 처음 기획되고 작년에 노무현 때려잡는 과정에서 서거국면 터지면서 일단 멈추고 묵혀뒀던 거란 말이죠. 사안 내용도 그냥 만났다는 사실밖에 없고. 그런데 왜 지금 다시 꺼내 들었을까. 이 사건의 의도, 타이밍 이런 것에 대한 한 총리 진영의 해석이 궁금합니다. 왜 지금이라고 보냐...

황: 시점이요. 그게 11월 중순경에 한국일보에서 이니셜로 h, j, k 이렇게 곽 전 사장 관련해서 참여정부 인사 연루설이 보도 나온 적이 한 번 있었어요. 11월8일인가. 그러다가 12월 4일 조선일보가 실명보도를 했는데, 그 보도 전에는 우리도 그냥 그런 소문만 듣고 있었죠.  

총: 그럼 조선일보 보도 전에도 소문은 있었나요? 

황: 조선일보 보도 전에는 한국일보 보도 나오면서 풍문들이 있었죠. 증권가 이런 곳에서 h가 누구더라 하는 소문들이 정치권에 돌았고. 하지만 그때는 뭐 상황 자체가 너무 황당해서. 말도 안 되는 거니까. 이게 뭐야? 그랬죠. 왜냐면 한 총리로서는 무슨 발전인지 이름도 잘 모르고 한 총리 본인이 “동남발전이냐”고 그러는 정도였으니까. (웃음) 본인도 그런 일을 하신 적도 없고. 그런 상황이어서 대체 뭐 이런 황당한 일이 다 있나 싶었지만 별일 아니겠거니 가볍게 생각하고 놔두고 있었죠. 놔두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12월4일 그것도 1면 톱으로 조선일보에 나왔어요. 조선일보가 1면 톱으로 다루니까 그때는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 들였죠.  

총: 처음 이니셜 보도됐을 때만 해도 그냥 루머이겠거니 했는데... 

황: 네. 아무리 부패한 사람이라도 해도 달러를 현금으로 양복 주머니에 그렇게 불룩하게 넣고 와서는 버젓이 총리공관에서 총리의 주머니에 찔러준다.. 이건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머니에 찔러준다는 거랑 같은 발상인데. 정말이지 상상할 수 없는 정황이라서. 그것도 여러 사람이 있는 데서 총리가 혼자 남으면 줘야지 했다는 건데 이건 너무 황당한 상상력이라서 별거 아니겠거니 했었는데. 그런데 조선일보가 다루니까 그때서는 아, 이건 의도적인 거구나.. 심각하게 받아들였죠. 이건 대단히 심각한 의도가 숨어 있다. 그래서 그날 아침에 이건 대응을 제대로 해야 한다. 이건 굉장히 악의적이고 정치적인 의도에 의한 것이다 판단을 했죠.  

그 때 당시 시기라는 게 공성진 의원 문제, 4대강 문제, 세종시 문제도 있었고 안원구 불거지면서 한상률이 다시 거론되고 그랬어요. 그래서 그런 문제들을 덮어야 되는 필요성들이 작용 했을 거다 그런 판단... 그리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인 한 총리에 대한 작업. 특히 서울시장선거에서 한 총리는 진영 전체의 문제로 봤을 때도 중요하거든요. 한 총리가 이야기를 하면 중지가 모아져요. 결속이 되는데. 그런데 만약 한 총리가 없어지면 균열로 가요. 전체적으로. 예를 들면 유시민이라고 하더라도 안티가 있고 또 내부에서 합의가 잘 안 되는 게 있어요. 그런데 한명숙은 전체의 중지를 모을 수가 있어요. 그런 부분들에 대한 정치적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총: 특히 안원구가 급했겠죠. 안원구 터지면 한상률 터지고 한상률 터지면 이제 이명박으로 바로 가는 거니까.

황: 네. 그 다음으로 지방선거에 대한 균열구조를 만들어 내는 거. 그런 것들이 의도되지 않았나.

총: 그런데 그렇게 보면 사건이 좀 일찍 터진 것일 수 있는데요. 

황: 당시도 그런 얘기가 있었어요. h, j k 뭐 그런 이니셜들을 보면 한 총리 이외에 다른 부분들도 있어서 이게 지방선거용인데, 우선 정기국회가 중요하기 때문에 국회 끝나고 난 다음에 1월 달 정도에 터질 것이다.. 그런 소문들이 있었어요, 당시에는. 근데 이게 급하게 터진 면이 있죠. 그만큼 다급하게 덮어야 될 필요성 때문에 시기가 당겨진 것이다, 저희들은 그렇게 짐작하고 있죠.

총: 일타이피, 삼피.

황: 그렇죠. 그리고 그 성과는 거뒀죠.

총: 그렇죠. 안원구는 쏙 들어갔으니까.

황: 4대강도 들어갔죠.  

총: 그러니까 이게 원래 어떤 시점에 한명숙 출마 하게 되거나 혹은 단일화 구도가 나와서 한 총리가 핵심인물로 부상하거나 그럴 때를 위해 세이브를 시켜둔 건데 갑자기 일이 급하게 돌아가자 미리 터트렸을 수 있다. 그렇게 이해를 하시는 거죠.  

황: 그렇죠.

총: 사실 이번 서울시장일이 굉장히 각별하잖아요.

황: 굉장히 중요하죠.  

총: 특히 서울시장 선거가 중요한 게 만약에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쪽 진영이 이겨버리면, 그럼 지금 이명박 정권 하에서 지치고 피로한 사람들에게 다음 대선에서는 우리가 이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주게 된단 말이죠. 그럼 큰 일 나니까. 그래서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다음 대선의 전초전 성격이 아주 강하고, 저쪽에서도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게임이니까. 희망을 줘선 안 되는 거니까.  

황: 그런 게 강하게 작용했을 수 있죠.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는 제일 큰 제거 대상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구요. 또 서울시장 문제는 내년이 전국 선거인데 전국선거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거든요 서울시장 선거가. 그러니까 그런 부분에서도 서울시장 선거는 굉장히 큰 문제죠. 

총: 지방선거 전체가 걸린.

황: 지자체 문제뿐만이 아니라 서울시장 넘어가면 바로 레임덕으로 갈 수가 있어요.

 

총: 그래서 지방선거용으로 세이브 시켜둔 건데, 일찍 꺼냈다...


황: 뭐가 급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총: 급박했겠죠. 안원구 나오고 한상률 나오면 바로 이명박과 독대 이야기 나오고 다시 서거 책임 이야기 나오고 그러면서 노무현에 대한 기억 다시 불러내고 게다가 도곡동 땅 이야기까지 나오니까 당연히 이명박으로 흘러가니까 그게 정말 부담스러웠겠죠.

 

황: 네. 어쨌든 이번에 쟤네들 나름대로 성공한 면이 있죠. 다 덮었으니까.

 

총: 한 편으로는 이게 원래 미리부터 준비해 둔 게 아니라 안원구 터지니까 그때서야 억지로 사건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는 정황도 있죠.

 

황: 네. 그런 점도 있어요. 그러니까 11월 말에 곽 전 사장 사건은 기소가 되면서 끝나버렸어요.
총: 그랬었죠. 횡령으로.

 

황: 네. 완전히 횡령으로 끝나버린 사건이었고 한국일보에서 이니셜 나간 이후에도 당시에는 검찰이 수사 의지가 없다고 했었어요. 검찰이 언론에다 대고. 한국일보에 보도 나간 후 중간수사 발표할 때 기자들이 그 이니셜에 대해 물어봤나 봐요.

 

총: 이니셜 어떻게 된 거냐고.

 

황: 네. 그랬더니 검찰에서 당시에는 곽 전 사장의 말이 진술로서의 가치가 없다. 진술이라 함은 어느 정도 증거능력을 가져야 하는 데 그런 가치가 없는 수준의 얘기다. 그렇게 검찰이 얘기를 하고 덮었어요. 그래서 뭐 그렇게 정리되나 보다 그렇게 생각을 했었죠.

 

총: 그때는 정말 그랬을 수도 있고...

 

황: 그리고 조선일보가 일면 톱을 때렸지만, 사실은 h를 한명숙 실명으로 보도한 거를 제외하곤 기사 내용이 한국일보 때와 전혀 다른 게 없어요. 똑같아요. 그러니까 그 이후 수사가 더 진행된 게 아니라 그냥 조선일보가 그걸 실명으로 보도한 사실만 이전과 달라진 거죠.

 

총: 그러니까 당시만 하더라도 검찰이 아, 이건 진술로서 증거능력도 떨어지고 구체적 물증도 확보할 수 없으니까 덮었다가 안원구 터지면서 위에서 야, 그걸로 라도 어떻게 한 번 만들어 봐라 이랬을 수도 있겠네요.

 

황: 그렇게 된 건지 어떻게 된 건지는 저희도 모르지만 조선일보가 일면 톱으로 썼을 때에는 적어도 확인 과정은 있었겠죠. 조선일보가 일면 톱에 전직총리의 실명을 거론하는 데 자기네들이 확신하는 과정이 당연히 있었겠죠. 어떤 형태든. 그런 과정이 있었겠죠.

 

총: 그럼 둘 중에 하나겠군요. 곽 전 사장의 진술만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그냥 덮으려고 했었는데 돌발 상황 터지니까 위에서는, 뭐 국면전환할 거 없냐고 하고 중간에서 지난 번 그 곽 전 사장 건 그거로라도 어떻게 한 번 버무려 봐라 해서 이제 실무 기술자들이 나서서 이야기를 구성해 가고 있거나... 아니면 어쨌거나 써먹으려고 하긴 한 건데 일단은 세이브 시켜둔 걸 돌발 상황으로 좀 빨리 꺼내 든 거거나... 

 

황: 그렇겠죠. 근데 추정 하건대 일단 세이브 시켜서 조금 더 숙성시켰어야 했던 건데, 자기들로서는 그거라도 꺼내들지 않을 수 없는 다급한 상황이 있지 않았나 싶네요. 그러니까 이 건 정치적인 판단이라고 저희들은 보는 거죠.

 

총: 정치적 판단이라는 건 수사관들이 단독으로 내릴 수가 없고 당연히 윗선에서 내리는 거 아닙니까. 노무현 서거가 있었는데도 노무현 시절 총리를 인신 구속하는 정도의 사건이라면 최소한 청와대 정무라인은 되어야 내릴 수 있는 정치적 규모인데..

 

황: 그게 누군지는 저희도 모르는데, 제가 지난 번에 검찰을 고발했지 않습니까. 피의사실공표에 대해서. 제가 대표진술자여서 검찰에 출두를 했었어요. 고발하러. 피의사실을 공표했으니까. 그 부분은 어차피 형법 위반이니까. 그래서 고소, 고발을 하러 갔는데 그 부분들을 주로 물어보더라구요. 조선일보가 어떻게 알았다고 생각하느냐. 그걸 내가 어떻게 아느냐고 했는데. 그리고 그런 말을 제가 했는데. 이게 수사라인에 있거나 보고라인에 있지 않은 사람이 알 수가 없는 거 아니냐. 조선일보가 일면 톱에 실명을 거론했다 전직 총리를. 그럼 어쨌든 확인과정이 있었을 거 아니냐. 그렇게 추정하는 게 상식적인 거 아니냐.

 

그러니까 그 라인만 조사해보면 될 거 아니냐. 그 날 기사 썼던 조선일보 기자. 그 편집라인. 어디까지 갈지 모르니까 그 신문사 관계자들. 그 다음에 수사라인의 수사관계자. 그 위에 보고라인에 있는 사람들. 그 보고라인의 윗선이 어디까지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라인만 쭉 수사하면 다 나오는 거 아니냐. 그랬더니 검찰이 “기자들을 불러서 물어보면 사실대로 이야기를 하겠습니까?” 그러더라고. 아니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떻게 하냐고 했죠. (웃음) 그런데 피의사실을 보고라인 밖에 알 수가 없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언론들이 관심을 별로 안 가져요. 사실 이게 굉장히 중대한 건데. 피의사실도 거기서 언론에 흘러 나간 건데.

 

총: 뭐 아는 데 겁나서 못 건드리고 있는 거죠. 기자들이 빠꼼이인데. 당연히 보고라인은, 그러니까 수사팀에서 시작해 서울지검, 대검, 법무부 그 담에 청와대 정무라인 그리고 대통령 아닙니까. 특히 이런 사안은 정무라인을 반드시 타고 갔겠죠. 그렇게 보고라인 이야기를 하자면 당연히 한명숙의 건의 총지휘자 누구냐, 이런 식으로 이어가야 하는데, 그래서 그 끝까지 가야 하는 데 그게 이제 두려운 거죠. 아예 말을 시작도 못하는 거죠, 씹새끼들이... (폭소) 보고라인은 너무나 뻔한데.

 

황: 그런 거겠죠, 사실은...


총: 보고라인은 너무나도 뻔하잖아요. 보고라인의 끝에는 이명박, 결국 대통령 있는 거 아니겠어요.
황: 그건 모르지. (폭소)

 

총: 이게 일방적인 주장만 있고 물증도 없는데 전직 정권의 총리를, 게다가 노 대통령의 서거도 있었는데, 검찰의 일선 수사관들이 법리적 판단만으로, 단독으로 이렇게 진행할 수는 절대로 없는 사안이잖아요.

 

황: 네. 상식적으론 그렇죠.

 

총: 당연히 검찰 단독으로 처리할 수 없는 사안이죠. 정치적 판단. 권력의 작용이 있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인데, 과연 그게 어느 선까지인지는 확정할 수야 없지만 적어도 검찰이 아니라 정권 차원이라고 추정 할 수는 있는 거죠. 

 

황: 짐작은 그들이라고...


총: 또 한 편으로는, 다른 해석도 있거든요. 이게 사실은 정세균을 노린 거다.

 

황: 그런 해석도 있기는 있지요. 하여간 그것도 일석 이조잖아요. 어쨌든 그날 동석자였고. 그러면서 그게 다 같이 모여서 곽 전 사장 밀어주기 대회라도 한 듯이. 마치 그런 무슨 자리라도 되는 양... 아니 남동발전 사장 자리 하나 밀어주려고 장관이 둘에 무슨 총리까지 다 모입니까.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거죠.

 

총: 근데 검찰이, 기술자가 앞으로 계속 사건을 구성하고 정황을 짜 맞춰 나가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저들도 직접적으로는 곽 전 사장의 말밖에 의지할 게 없잖아요. 그렇다면 그 말을 백업해줄 다른 증거들이 필요할 텐데. 지금 곽 전 사장 가지고 이렇게까지 만들어내는 걸 보면, 누군가의 허위진술이라든가 그 백업 증거나 정황을 아예 만들어내는 짓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황: 저희들이 우려하는 부분들이 바로 그런 부분들이죠. 그게 바로 저희가 입을 다물고 있는 이유죠. 도대체 어떻게 구성을 해낼지 모르니까. 뭔가 말을 하면 또 거기서 뭔가를 구성해내고 할 테니까.

 

총: 도대체 뭘 만들어 낼지 모르니까.

 

황: 그러니까요. 차라리 이런 저런 공격이라도 하면, 우리로서 그에 대한 대응이라도 할텐데 지금 우리로서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정황에 대해서 해명을 하고 반박을 해야 되니까 쟤네들이 뭔가를 내놓기 전에는 준비를 할 수 있는 것도 사실 없어요. 그런데 검찰은 지금까지 어떤 확인도 해준 바가 없거든요. 그러면서 남동발전도 자기들은 한 적이 없다는 거예요.

 

총: 한 적이 없다, 라는 건 무슨 얘기죠?


황: 남동발전 이야기를 자기들은 한 적이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거죠.

 

총: 그럼 남동발전은 검찰이 아니라 그냥 언론이 보도 한 거다?

 

황: 네. 자기들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고, 그게 바로 자기들이 흘리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증거 아니냐고, 그렇게까지 얘길 하고 있다는 거죠.

 

총: 아니 그게 무슨 논리죠.

 

황: 자기들이 직접 흘린 게 아니니까 언론들이 남동발전이 아니라 석탄공사라는 걸 몰랐을 거 아니냐는... (폭소)

 

총: 아하하하. 그러니까 자기들이 흘리지 않았다는 증거가 언론들이 남동발전이라고 잘못 알고 있다는 거다. 아니 그게 무슨 증거가 된다고. 남동발전이든 석탄공사든 검찰과 보고라인 외에는 절대로 알 수 없는 내용을 조선일보가 알고 있다는 게 문제인데.

 

 

황: 그렇죠. 그리고 아까 청와대 인사시스템을 모르고 시나리오를 짰다고 말씀드렸는데 그걸 좀 더 설명하면, 노무현 시절 청와대의 인사 시스템이라는 게 총리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요. 예컨대 석탄공사 추천과정은 석탄공사 자체 사장의 추천위원회가 있고 거기서 추천을 해서 산자부 거쳐서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로 바로 올라가요. 여기서 내정을 하게 되면 다시 임명과정으로 들어가거든요. 임명과정은 인제 다시 산자부로 내려 가구요. 그래서 임명장을 산자부에서 받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총리가 부서하는 난이 있어요. 이건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니까.

 

공기업 중에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가 몇 군데 있어요. 예를 들어 규모가 큰 데. 뭐 도로공사니 토지공사니 이런 데. 그런 경우는 추천과정과 인사위원회 거쳐 내정이 되면 다시 산자부로 가서 나머지 인사 과정을 거치죠. 그런데 곽 전 사장이 석탄공사에 올라갔다가 떨어졌잖아요. 떨어지고 다른 사람이 석탄공사 사장으로 됐거든요. 그러니까 실제 총리가 유일하게 개입하는 부분인 부서도 곽 전 사장에게 한 게 아니죠.

 

그래서 이 해찬 총리가 이 일 터지고 어느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참여정부 인사 시스템 자체가 총리가 관여할 수가 없다. 오히려 정말 추천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명색이 총리인데 그냥 대통령과 독대해서 이 사람을 쓰십시오. 제가 보장합니다. 하고 말하는 게 편하지 뭐 하러 그런 짓을 하겠나.”

 

총: 하긴 그렇군요. 듣고 보니 정말 말이 안 되는 거네. 그리고 더욱 웃기는 건, 주무 장관도 나서고 대통령 바로 다음인, 그리고 언제나 대통령과 바로 이야기할 수 있는 총리까지 직접 힘을 썼는데도 결국은 떨어졌다는 거 아닙니까.(웃음) 검찰이 석탄공사를 문제 삼는다면, 곽 전 사장이 석탄공사에 떨어졌다는 자체가 사실은 총리가 힘을 안 썼다는 증거네. (웃음) 더 힘 쎈 사람은 대통령밖에 없는데. 그럼 노무현 대통령이 자기한테 로비 안 왔다고 삐져서 떨어뜨려 버렸다는 건가. (폭소)

 

황: 그러니까 말이 안 되죠.

 

총: 그럼 검찰이 처음 만들었던 그림은 대충 이런 식이었던 거군요. 산자부 공무원 자꾸 등장시키는 데, 그게 그러니까 정세균이 산자부 공무원들을 움직인 거고, 정세균 장관은 한 총리가 움직인 거고. 그래서 2만불, 3만불을 나눈 것도 한 덩어리는 정세균, 한 덩어리는 한명숙. 뭐 이런 식으로.

 

황: 뭐 정확히 알 수는 없죠. 그런데 대질심문 당일 날 이야기 들어보면, 곽 전 사장이 “아휴 10만불 안 했어요. 10만불은 아닙니다.” 뭐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해요.

 

총: 갑자기 10만불이 왜 나왔죠.

 

황: 대질심문할 때 곽 전 사장이 한 말인데, 그런 말을 하니까 검찰이 저 양반이 저런 구체적 금액 이야기를 어떻게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렇게 이야기 했다고 해요. 그리고 묵비권에 대해서도 묵비권을 행사하면 인정하는 것이 되어서 불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한테 협박을 하고.

 

총: 그런데 그 10만불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갑자기 어떻게 나온 거죠. 

 

황: 그건 10만불 내지 20만불 설이 언론에서 막 나온 적이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진술 자체가 계속해서 변화해 왔을 가능성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죠. 그리고 처음에는 무슨 박스에다가 전해줬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그것도 총리 퇴임하는 날에. 그런 설도 있었는데 그건 워낙 말이 안 되니까 폐기한 거 같고. 총리 공관에서 만난 거는 기록이 남아 있으니까 그걸 물고 들어가야겠다고 판단을 했겠죠.

 

그런데 그때는 오찬인데 돈 박스를 들고 간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 양복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이 얼마냐. 뭐 그런 식으로 스토리가 만들어져 간 거 같아요. 그러면서 개인이 직접 들고 간다면 부피로 볼 때 최대치가 한 5만불 되지 않겠느냐. 아니면 몇 달 전에 특가법이 바뀌어서 특가법 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는 액수가 바뀌었어요. 그래서 5만불을 그 기준에 맞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아님 곽 전 사장 양복주머니 크기 직접 재서 맞췄거나. (웃음)

 

총: 사실 뇌물공여 액수로는 너무 적죠. 한상률이 안원구에게 자리 준다고 돈 준비시킨 게 3억인데, 무슨 총리한테 직접 청탁하는데 5천만원이냐고.

 

황: 그러니까요. 그런데 총리공관에서 사과박스로 갖다 줬다고 하기에는 당시 현장에 있었던 눈도 너무 많고. 경호팀도 많으니까. 말이 안 되니까, 주머니 아이디어가 나온 거고.

 

총: 검찰이 어쨌건 한 총리와 곽 전 사장의 만남을 입증할 수 있는 게 그 오찬장 밖에 없으니까.


황: 그럴 거예요. 자기들이 보니까 만난 거는 그날밖에 없고.

 

총: 만나지 않은 걸 만났다고 만들기는 지들도 어려우니까. 만났을 때 줬다고 만들어야 하는데 그때 사과박스를 줬다는 건 자기들이 생각해도 말이 안 되고.

 

황: 그러니까. 직접 만나서 줬다고 하려니까 어쩔 수 없이 액수가 작아지게 되는 거죠. 저희들은 처음엔 봉투에 3만불이 들어가느냐고 의심도 했었어요. 근데 편지봉투 속지를 빼고, 박지원 의원이 시연을 해봤다고 하잖아요, 하면 들어간다고 하더라구요. 아주 신권으로 빳빳하게 하면. 그런데 자리에 배석했던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게 검찰이 딱 짜 놓고 거기에 맞춰 가면서 진행을 하는 계속 드러나는 게, 대질심문도 이런 식이었다는 거예요.

 

검사 한 명이 예컨대 그 식사 후에 그러면 거실로 갔다는 거죠? 그렇게 물어보면 옆에 있던 부하 검사가 아, 그거는 아닙니다. 가지 않았습니다. 뭐 이런 형식으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주고 받더라는 거죠. 이미 자기들이 원하는 프레임을 다 만들어 놓고 그냥 거기 짜 맞춰 가는 것처럼. 일이 이렇게 되고 나서 그동안 숱하게 당했던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좀 들어봤죠. 들어봤는데...

 

총: 당했던 사람들 누구?


황: 예를 든다면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모 방송국 모 사장님...


총: 아, 정연주 사장. (폭소)

 

황: 그런 양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걔네들이 짜놓은 그물에 딱 걸려들면 빠져나오기가 너무 힘들다는 거예요. 기술자들이라고. 뇌물죄라는 게 결국 정황을 다투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황이라는 건 걔네들이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고 구성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으니까 하고 쉽게 생각해선 안 된다고, 절대로 만만한 게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희도 긴장을 하고 있죠. 여전히 긴장하고. 아무리 그게 사실이 아니어도 속을 뒤집어 보여줄 수도 없는 것이고.

 

총: 더군다나 둘만 있을 때라고 하니까.


황: 네, 그런 거죠.

 

총: 혹시 내부적으로 그런 체크는 해보셨어요? 지금 일반 관전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이 한 총리는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혹시라도 밑에 다른 사람이...

 

황: 뭐 배달사고 라든지 그런..

총: 네.


황: 저희도 그래서 점검을 해봤는데, 우선 곽 전 사장을 아는 사람이 없어요. 원래 서로 아는 사이의 사람이 중간에 있어야 중간에 배달사고라도 나는 건데. 그래서 배달사고의 가능성은 없고. 그리고 자체 점검을 여러 차례 해봤지만 역시 그런 일이 없어요. 우리 측근 중에서는 그렇게 간이 큰 사람이 없어요. (폭소)

 

총: 그러니까 지금 한 총리 입장에서는 재판에 대비해 특별히 준비할 수 있는 것도 없는 거네요. 사실은?

 

황: 그렇죠. 수사한 진술서라든가 이런 부분들은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는 볼 수 있겠죠. 그런 걸 봐야 우리도 대응할 수가 있겠죠. 지금은 쟤네들이 뭘 갖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지 알 수가 없으니까. 게다가 쟤네가 모든 부분을 장악하고 있잖아요. 진술자도 사실상 쟤네들 포로인 상황이고.

 

총: 포로 맞죠.


황: 그렇죠. 그래서 재판이 진행되면서 좀 봐야 될 것 같아요. 봐야지 대응 전략을 세울 수가 있을 것 같아요.

 

총: 그럼 혹시 당시 음식을 서빙 했던 사람이라든가 그런 증언 같은 건 확보할 수 있는 게?

 

황: 그것도 어려운 게 걔네들이 우리가 그런 증언을 구하기 위해서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증거 인멸 시도라고 할 거에요. 그런 문제로 당했던 경우도 많이 있더라구요.

 

총: 사전에 말 맞추려고 그랬다..

 

황: 예. 과거에 그렇게 몰고 가는 경우들도 있었다고 하고. 그리고 그 캐터링, 서빙하는 사람들도 옛날에야 우리가 고객이었지 지금은 아니잖아요. 지금은 걔네들이고. 그러니까 오히려 걔네들 영향력 아래 있다고 봐요. 그 다음에 그 외 대부분의 현장 사람들이라는 게 경찰인력들이란 말이죠. 이번에 딴지와 인터뷰를 하는 이유도, 지금 국민들은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저희들이 대응을 못하고 있다는 것을 잘 모른단 말이죠.

 

총: 그렇죠. 잘 모르죠.


황 : 게다가 지금 언론들이 보도할 수 있는 건, 검찰의 시각에서 흘린 정보들이거든요.


총: 언론들이 받아 쓰기 하고 있죠. 한겨레조차.

 

황 : 이런 상황이다 보니까 일반 시민들 같은 경우에는 검찰의 이야기가 맞지 않느냐, 한 총리 쪽은 아니면 아니다 라고 해명을 해야 되는데 해명조차 없으니까. 그런 생각들이 사실은 많이 있단 말이죠, 지금. 근데 우리는 이걸 좀 속 시원히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지금까지 설명드린 그런 부담이 있고. 게다가 우리가 이야기를 한다고 요즘은 우리 이야기를 제대로 실어 주지도 않아요.

 

총: 그래요?

 

황 : 아유, 제대로 실어주질 않아요, 언론들이. 그래서 우리는 공판 중심주의로 바뀌었으니, 법정에서 우리가 반대심문도 할 수 있고, 그렇게 공개된 장소에서 우리 주장을 풀어놓자. 그런 생각을 한 거죠. 그래서 지금 이야기를 삼가고 있는 거죠.

 

총: 그런 대응전략은 백 번 이해 가는데. 그러니까 대응을 해서 이야기를 하면 검찰이 그걸 보고 또 그걸 피해서 다른 방향으로 시나리오를 짠다거나 할 수 있으니까 아예 지금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거잖아요. 묵비권을 행사한 것도 그런 이유고. 뭔가 진술을 하면 그걸 듣고 또 다른 이야기를 꾸며낼까 봐.


황: 네네.
총: 그래서 모든 이야기를 법정에 가서 하시기로 정하신 건데.
황: 그렇죠.


총: 그리고 실제 반박을 하려고 해도...

 

황: 대체 뭘 어떻게 조작했는지 알아야 반박을 하지. 그리고 지금 언론에서 나오는 것도 검찰이 일부러 흘리는 건지도 모르겠고. 언론에서 나오는 건 나중에 검찰이 얼마든지 자기들은 그런 이야기 한 적 없다고 발뺌 할 수 있으니까.

 

총: 굉장히 답답한 상황이네요.

 

황: 이게 참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인 게, 돈을 받은 적이 있으면 받았다고 하고 그 돈의 성격에 대해서 방어하거나 하면 되는 데, 지금은 아예 없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 것이며 우리 쪽 지지자들조차도 한 총리가 안 받았을 거 같긴 하지만 혹시라도 받았으면 어떡할까 그런 걱정을 한다는 자체가 지금 우리한테는 큰 데미지죠.

 

검찰이 저렇게 자신 있게 나가는 데 뭔가 있지 않겠느냐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여론조사 보면 안 받았을 거 같다는 게 조금 높게 나오는 상황이긴 한데. 그런데 이게 기본적으로 조작 사건인데, 그러니까 문제는 조작 자체인데 그래서 조작이란 팩트를 놓고 정치적 의도와 프레임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받았냐 안 받았냐. 한 총리의 신뢰도 문제, 진실 게임으로 몰고 가거든요. 이게 노무현 대통령 때 하고 아주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어요. 지금 상황 자체가.

 

총: 그래서 사람들이 더 걱정하죠. 한 총리가 아니더라도 주변사람들이 받지는 않았을까.

 

 












황: 다 체크 했는데 그렇게 간 큰 측근이 없어요. (폭소) 저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한 총리를 총리실에 오시면서 알게 된 케이스니까. 그러니까 곽이라는 사람을 알지도 못하는 그런 사람들의 구성이 대부분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한 총리가 굉장히 청빈하게 살아온 사람이에요. 요새도 집에 가 보면 국회의원도 하고 장관도 두 번씩이나 하고 대한민국 총리까지 지내신 양반이 이렇게까지 가난하게 사는가... 짠하기도 하고. 그렇게 평생을 살아 온 양반인데다가 그 양반이 사실 총리 지내실 때가 경제적으로는 젤 풍족할 때였어요. 공식 판공비만 하더라도 영수증 없이 쓸 수 있는 돈이 총리 앞으로 원래 예산이 8억 정도 되요. 월급도 꼬박꼬박 들어올 때고. 그러니까 경제적 동기가 없어요.

 

당시의 상황이라는 것도 노대통령 이 굉장히 힘들어 하실 때였고. 2006년 말이라는 게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그만 두겠다는 둥 막 이런 얘기를 하실 때거든요. 정치적 상황이 굉장히 힘들고 노심초사 하고 있을 때에요. 무슨 남동발전이다, 석탄공사 남의 일자리 봐주러 다닐 상황이 전혀 아니었죠. 그리고 한 총리가 원래부터 어디 가서 남들이 주는 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덥석 덥석 받아오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라면 모르겠어요. 그럼 저희들도 아, 그럼 용돈하시라니까 뇌물이다 뭐 그런 의식 없이 받으셨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사실 한 총리급 정도 되는 다른 정치인이었다면 5천만 원이면 정치권에서 큰 돈도 아니거든요. 그냥 일반 국회의원들도 비리 터지면 나오는 액수를 생각해보십시오. 하지만 한 총리는 그럴 여지가 없는 사람이에요.

 

총: 저도 몇 번이나 인터뷰하고 직접 만나보고 살아온 길을 듣고 보고 한 사람으로서 그 분과 뇌물은 도저히 맞지가 않는다. 다른 사람이라면, 혹시라도... 하는 생각을 할 텐데 적어도 한 총리의 경우에는 확신이 들죠. 이 분은 아니다. 이건 한 총리를 모르는 사람들이 당연히 정치인이니까 하는 생각에 만든 시나리오구나, 듣자마자 생각했어요. 

 

황: 예. 아는 사람은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죠. 더군다나 공관에서 그런 봉투로 전달하는 거를 주머니에 스윽 받아 넣는다는 거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분이거든요. 아니 사실 그건 보통 사람도 그렇게 하기가 힘들어요. 대낮에 공적인 장소에서. 괜히 누가 보는 거 같고 일단 거절하게 되어 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주는 사람도 없고.

 

그런데 한 총리, 이 양반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심하다고 할 정도의 알레르기가 있는 분이에요. 총리로 오실 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국회의원 후원 계좌에 돈이 들어 올까봐 그걸 폐쇄하고 온 분이이에요. 자신이 더 이상 국회의원이 아닌데 그 돈을 받으면 안 된다고. 합법적으로 돈을 받을 수 있는 창구마저도 막아버렸다니까요. 그렇게 평생을 깨끗하게, 정말이지 옆에서 보면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사람들이 알아주지도 않는데, 그렇게 살아오신 분이에요. 정말 그 분을 모르시는 분들은 에이 그 정도일까 하실 텐데 이 분이 평생 몸에 배여서 겨울에도 댁에 가면 거실에 난방을 안 해요. 겨울에.

 

총: 거실에 난방을 안 해요? 난방비 아낀다고?

 

황 : 네, 그냥 슬리퍼 신고 다녀요. 한 번은 KBS 기자가 인터뷰를 하러 오는 일정이 있었는데, 밖에 일이 나갔다 오시면서 깜빡하고 미리 난방을 못하고 나가신 거예요. 기자가 오는데. 손님이 오실 때는 미리 난방을 잠깐 올려두는데. 제가 그때 배석을 했는데 진짜 추운 거예요. 그래서 한 총리가 그 기자한테 슬리퍼 꺼내주면서 미안하다고. 지금 난방 바로 올려놨으니까... 뭐 그런 양반이라구요.

 

총: 그런 분이 밥 먹다가 돈 준다고...


황: 덥석 받고. 이건 뭐 도저히 상상이 안 가죠. 우리로선.

 

총: 아니 검찰 지들이 같은 상황이었다고 해봐. 정말 받고 싶어도,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티가 나는 상황에서 그걸 받을 수 있었겠냐고. 무슨 사람들을 병신으로 아나. 

 

황 : 그러니까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혹시라도 돈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걱정을 하는 게 아니라, 가슴에서 정말 열불이 나는 거야. 아니 도대체 한 총리 같은 사람에게 이게 무슨 짓이냐고. 한 총리도 그 말씀을 하시더라고. 이 정도면 보통 사람이라면 까부러졌을 거 같다.

 

총: 아니 정말 지금 어떠세요, 진짜?


황: 잘 버티고 계시고...


총: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시는 지...

 

황: 아, 하늘이 주는 시련인가보다 그렇게 생각을 하시고.

 

총 : 그럼 이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지난 인터뷰에서 제가 몇 시간 동안 계속해서 물어도 자신은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고 대답을 하셨는데. 이런 황당하고 억울하고 분통 터지는 일을 당하고도 그냥 저쪽의 의도대로 법정에 끌려 다니기만 하실 건지.

 

황: 그러니까 그 지난 번 인터뷰 하시면서 집요하게 물어봤을 때, 한 총리 본인은 그때는 안 나가는 거로 그렇게 생각을 하셨었잖아요. 지금은 이게 아무래도 나가라고 하는 하늘의 뜻인가 보다... 오히려 그런 생각을.. 또 상황이 그런 것이 만약 안 나가면 또 이거 때문에 안 나간다고, 실제 뭔가 있으니까 못 나간다고 그렇게 말들을 할 상황이기도 하고. 실제로 그런 얘기도 벌써 들리고.

 

총: 아니 그럼 지금 이 일이 출마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 거네. 검찰이 도왔어. (폭소)


황 : 검찰하고 조선일보가..(폭소)

 

총: 검찰이 참 웃긴 게, 그 공성진 의원도 불구속 기소 됐잖아요?


황: 그렇죠.

 

총: 액수도 2억으로 맞추고. 박연차 때 검찰이 구속 기준이 2억이라고 했었죠.


황: 아마도 그 기준 액수에 맞출 거라고 저희들은 생각을 했었어요. 사실은 이게 금액이 훨씬 더 많잖아요, 걸린 게. 그래도 한나라당이니까 아마 그 선에 액수를 맞춰 줄 거라고 예상을 했는데 정말로 그대로 가더라고요.

 

총: 뭐 기자들 사이에서 최소 5억, 뭐 10억이라는 얘기도 있고.


황: 예. 그런데 자기들끼리 뚝딱 뚝딱해서 끼워 맞출 것이다. 당연히...

 

총: 현금체크카드로 5천만 원 받은 건 안 치고. 현금체크카드와 현금이 다른 게 뭐야.(폭소)


황: 사법시험 받을 때 수학시험도 추가해야 되겠어.(폭소)

 

총: 이광재 잡아넣을 때는 1억 7천이었는데 구속했는데, 이번에는 아무리 깎아도 2억인데 왜 구속 안 하냐.. 그랬더니 뭐 현금으로 받은 거와 비용으로 받은 거는 차이가 있다. (일동 대폭소) 검찰이 오히려 범죄를 대신 나서서 변명해줘. (웃음)

 

총: 그런 데 이런 상황에서 과거 검찰 출신이라든가, 검찰 출입 기자들이라든가 그렇게 내막에 접근이 가능한 사람들이 조용히 와서 도와주겠다고 하는 그런 사람은 없나요?


황 : 검찰 출입 기자들도 사실 검찰 이야기만 듣다 보니까 오히려 그쪽의 시각으로 이 사안을 바라보고, 또 요즘 같이 공포 분위기에서 검찰 출신이 와서 도와주고 그런 것도 기대하기 힘들고. 그래도 우리 총수님도 계시고 국민들이 있고...

 

총: 하... 참 큰일이네... 그런데 그런 생각도 들어요. 제가 지난 번 인터뷰 하면서 받은 느낌을 토대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데, 어쩌면 한 총리가 이번 일을 의외로 차분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지켜주지 못했다고 하는 그런 미안한 마음과 그런 마음의 빚을 크게 안고 사시는 분인데, 이런 고초를 겪으면서 오히려 노무현 대통령이 그때 겪은 고통을 이제야 자신도 조금은 나눠 갖는 거다... 그렇게...

 

황: 아, 한 총리 본인도 노무현 대통령 생각이 많이 난대요. 그리고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자신은 괜찮지만 자신 주변을 사람들을 괴롭힐까봐. 그런 걱정을 참 많이 했죠. 아무 죄도 없는데.

 

총: 자기 주변을.

 

황: 예, 가족들이라든가 친인척이라든가 아무 죄 없는 주변이. 노무현 대통령 때를 똑똑히 보셨잖아요. 트라우마가 되신 거죠. 그런데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차근차근 담담하게 정리를 해 나가시더라구요. 그리고 어쨌든 노대통령 때처럼 혼자 두지 않고, 많은 분들이 옆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줬잖아요. 아, 그래서 노대통령 생각이 참 많이 난다고...

 

총: 지금 일을 겪으면서?

 

황: 네, 그때 적극적으로 나서주지 못한 것.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해준 것 그런 것이 정말 사무치고. 미안하고. 절절하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제가 사실 그 조선일보 일면 톱에 뜬 것을 우연히도 기사가 뜨자마자 봤어요. 마침 신문을 검색하던 중이어서. 그걸 새벽에 봤는데. 제가 그걸 보고 정말이지 말도 안 돼서... 막 흥분을 했더니 도리어 저를 나무라시더라구요. 흥분하면 안 된다고. 그 이후에 전개 과정에서 저에게는 그 말이 가슴에 콱 와서 박혔어요. 본인이 담담하게 한 마디 하시더라구요.

 

“세상을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

 




그 말의 무게가 팍 오는 거죠. 이런 사건이 만약 한 총리가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닥쳤다... 그럼 저는 그 사람 무너졌다고 봐요. 이걸 입증할 수도 없고 누구도 믿어주는 사람도 없었을 뿐더러 세력이 이렇게 붙어주지도 않았을 거다. 지금 민주당 뿐 아니라 야권 전체, 시민 사회, 종교단체까지 뭉쳐서 공대위가 구성되고, 한명숙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렇게 우리 편에 서 주신 거 아닙니까.

 

지난 번 총수가 한 총리하고 인터뷰할 때 한 총리에게 약점으로 권력의지가 없다고 하셨잖아요. 사실 정치인으로서 그게 항상 약점으로 이야기 된 게 사실인데.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지고 보니까 한 총리의 정치력은 권력의지가 아니라 바로 “세상을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고 하는 삶 그 자체가 아닌가, 그런 것을 절감하게 됐죠.

 

총: 사람들이 아는 거죠. 한 총리의 삶을 옆에서 지켜본 분들은. 그럴 리가 없다는 걸.


황: 그렇죠. 아는 거죠.


총: 저 사람이라면 그럴 일은 없다. 그래서 직접 나서는 거죠. 


황: 예. 그런 거죠.

 

총: 사실 그건 한 총리를 모르는 사람들은 할 수 없는 일이죠. 잘못했다가 나중에 돈 받은 걸로 드러나면 같이 망하는 거니까. 절대로 할 수 없죠. 그만큼 그분들이 한 총리에 대한 인간적인 신뢰가 굳건하다는 거죠. 정말이지,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는 게 한 총리의 키워드네요.

 

황: 그렇죠. 이런 일 터지면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처음에는 아니라 그랬다가 나중에 알고 보니 돈을 받았다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그렇지만 저희들은 한 총리가 워낙 그런 분이 아니시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한 총리가 또 워낙 단호하게 이건 아니다, 라고 하시고. “내가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 딱 한 마디로 정리해버리시니까. 사람들도 한 총리의 말이 아니라 그동안의 삶을 보고 확신을 가지고 계신 거죠. 뭐 워낙 정황도 말도 안 되고.

 

총: 그러니까 한 총리를 직접 겪어본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는 말이 확 와 닿는데. 저만 해도 그러니까. 그런데 문제가, 이게 이제 한 총리를 그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언론에 드러난 화면 몇 개 몇 마디 말 정도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긴가민가... 하는 걸 넘어서기가 참 힘든 거거든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조차 사람들이 그런 의구심을 일정 정도 가졌을 정도니까. 그러니까 일반적으로는 한 총리한테 더 크게 의구심을 가질 수가 있단 말이죠.

 

황: 그렇죠. 저희도 그게 정말 걱정이었는데. 그런데 이렇게 악조건 속에서도 연말 여론조사를 보면 이걸 정치공작이다 라고 보는 여론이 더 높게 나왔다는 거는 이건 한 총리만이 갖고 있는 저력인 거죠.

 

총: 노무현 학습효과이기도 하죠.

 

황 : 네, 그것도 그렇고. 그래서 이번에 또 많은 분들이 함께 애를 써주고 계시고.

 

총: 그럼 지금 상황에서 언론에 가장 불만이 어떤 겁니까. 저희도 한 총리 건 터지고 아무리 기다려도 제대로 된 기사도 안 나오고 해서 도저히 안 되겠다 우리가 직접 만나 봐야겠다 해서 이렇게 찾아 온 건데.

 

황: 무엇보다 이 사안을 기자적 정신을 가지고 파헤치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금 곽 전 사장이 횡령 건으로 잡힌 건데, 그렇게 사건이 끝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뇌물 공여가 추가되면서 사건이 이렇게 발전하게 된 정황, 그 정황을 둘러싼 정치적 사건들의 흑막, 한 총리한테 줬다고 하는 5만 달러 외에 수 십 억의 용처, 한 총리에게 줬다고 하는 돈의 출처, 또 횡령한 액수가 처음 보도된 것과 다르게 줄어드는 이유, 그리고 곽 전 사장 자신에게 불리한 주장을 하고 있는 이유, 그걸 고리로 한 검찰의 플리바게닝 시도 여부, 그 플리바게닝의 내용... 사실 이런 게 이 사건의 핵심인데 그걸 정면으로 다루는 기자가 없어요.

 

총: 뭐 플리바게닝이 우리나라에선 불법이기도 하지만 이건 그것도 아닌 것이 아예 없는 사실을 만들어낸 거니까.


황: 그렇죠, 예. 이런 건 플리바게닝이 아니라 조작이죠.

 

총: 기자들이 그렇게 하려면 본격적으로 조작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게 엄청 부담스럽고 입증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거죠. 사실 이게 졸라 구리다는 걸 모르는 기자들은 없죠. 정상적인 기자들이라면.

 

황: 다 알겠죠.

 

총: 다 아는데 어쨌든 검찰이 뭔가를 만들어 냈다고 하려면, ‘왜’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그 ‘왜’를 말하려면 라인을 타고 결국 권력의 정점까지 다뤄야 하거든요. 위로 올라갈수록 접근도 어렵고. 엄두가 안 나는 거죠. 겁나기도 하고. 요즘 같은 시절에.

 

황: 그것도 그렇고. 또 저쪽에서는 한 총리가 만만해보였을 거예요. 아마. 뭐 주변에 세도 없겠다. 한 번에 보낼 수 있다고 생각을 했겠죠.

 

총: 이거 다음에는 유시민이다 그런 이야기도 있죠.

 

황: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사람들에 대해선 전반적으로 뒤졌고. 뭐 이미 많이 드러났죠. 이 총리 주변도 후원그룹까지 다 검찰이 뒤졌고. 검찰이 전화해서 “니네 세무조사 받아봤어?” 이런 식으로 전화를 한다든가. 그리고 한 총리가 간다고 하는 양장점을 찾아가서 다짜고짜 300만원 짜리 코트 몇 벌을 맞췄느냐 묻고. 그래서 양장점에서 그런 사실 없다 그러고. 그런 식으로 수사관이 양장점까지 찾아 왔다고 하고.

 

그래서 박지원 의원이 상임위에서 별건 수사로 가면 니네들 가만 안두겠다, 그렇게 이야기 한 거고. 별건 수사라는 건 기소한 혐의와는 전혀 상관없이 순전히 도덕성에 먹칠하기 위해서 뭔가를 찾아내서 그걸 일부러 언론에 흘려서 법정으로 가기 전에 정치적으로 죽이려고 하는 거죠. 그러니까 노무현 대통령 때 갑자기 시계다 뭐다 한 이야기가 바로 그런 공작의 수순이었던 거죠.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한 총리한테 그런 옷이 있어야지. (폭소)

 

총: 한 총리도 이번 건 터뜨리기 전에 뭔가 섹시한 걸 찾아내려고 혈안이 됐던 거네요.


황: 네. 뭐 그런데 양장점 왔다가 가면서... “야, 여기는 아닌 거 같어” 하고 갔다고 하더라구요. (폭소)

 





 

이제 마지막 정리.

 

총: 자, 그럼 마지막으로 한 번 복기해 보죠. 사건 진행이 어떻게 된 건지. 독자들의 일목요연한 사건 이해를 위해서.

 

그러니까 촛불 끄기 위해서는 노무현을 잡아야겠다고, 노무현이 촛불의 배후라고 판단한 정권이 권력기관을 동원해서 마구잡이로 노무현 주변을 뒤지기 시작하는데, 호남 기업인 금호도 뭔가 있을 거라고 뒤지면서 금호가 인수한 대한통운을 뒤진 거고 그러면서 이국동 사장이 잡혀가고. 그런데 이국동 사장은 참여정부 시절 사장이 아니니까, 이국동 사장 통해 그 이전 사장의 비리를 꼬리 물고 들어가서 곽 전 사장을 잡고. 거기서 거액의 횡령 나왔는데, 그걸 레버리지로 해서 노무현 정권인사들 중에 만난 사람들 대 봐... 죽 보니까 정세균, 한명숙을 한 번에 한 장소에 만난 꺼리를 찾아냈고.

 

황: 어, 이게 제일 섹시하네...


총: 그게 제일 섹시해서 거기서 검찰은 이거 써먹을 수 있겠다고 판단해 윗선에 보고를 했을 것이고. 정무라인 타고 갔을 것이고.

 

황: 그런데 이야기 안 한 게 하나 있는데, 그런 와중에 아주경제 신문의 대표가 갑자기 잡혀가요. 12월 2일 긴급체포를 당해요. 그리고 12월 3일 하루 만에 바로 풀려났어요. 긴급체포를 했는데 하루 만에. 바로 그 다음 날에 조선일보가 바로 한명숙 실명보도를 해요. 이 연관성을 주목하죠. 저희로서는. 그때 검찰과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고.

 

총: 당시 시점 상 검찰이 급하게 시나리오를 짜면서 빈 구석을 메우기 위해서 뭔가를 다급하게 찾고 있었겠죠.

 

황: 그러겠죠, 예. 그리고 아까 이야기 했듯이 이 모든 게 정말 다급하게 진행됐다는 걸 드러내는 게 많이 있어요.

 

총: 여기저기 어설픈 고리들...


황: 그렇죠. 어설픈 부분들이 있죠.

 

총: 다급했던 이유는 4대강, 세종시도 있지만 보다 직접적으로는 조선일보 사주의 축소보도 개입 의혹 그리고 무엇보다 안원구의 폭로로부터 시작된 한상률, 도곡동 땅의 재등장. 그런 사유일 것이고. 특히 도곡동 땅 문제 같은 게 재등장했을 때는 아주 기겁을 했을 겁니다.

 

황: 네. 실제로 처음에는 전기라고 했다가 석탄으로 바뀌고 그런 걸 지켜보면서 쟤네들도 전체 그림을 다 그리지 못한 상태에서 일이 막 급하게 진행된 면들이 드러나요. 12월 4일 날 조선일보에서 터지고 우리한테 처음 출두 요구가 나온 게 12월 9일인데, 11시까지 나오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 날 보니까 청와대 인사수석실 사람들을 소환을 했거든요. 그러니까 인사 관련 초동수사도 그제야 된 거죠. 그리고 초기에 조사한 사람도 한전 사장이니 이런 사람들, 한전 감사로 있던... 그런 사람들을 소환조사를 했어요. 그러니까 처음엔 전기, 그러니까 남동발전으로 맞춘 게 맞는 거죠. 

 

총: 곽 전 사장이 임명된 건 남동발전 사장이니까. 그때까지만 해도 전후의 날짜도 정밀하게 따져보지 못하고 시작된 거라고 봐야죠.

 

황: 네. 그 날짜에 대해서도 얘네들이 처음에는 확인을 못하고 2007년 초라고 했다가 왔다 갔다 하다가 나중에 날짜가 확인 되면서... 왜냐면 한 총리가 총리 재임시절 곽 전 사장을 만난 게 딱 그날 하루 밖에 없으니까, 거기다 맞춘  거죠. 그런데 그렇게 날짜를 맞추고 보니까 자기들끼리도 “어, 이건 전기, 남동발전이 아니네.” 이렇게 된 거죠. 왜냐면 곽 전 사장이 석탄 공사에 응모한 게 바로 그 즈음이니까. 석탄 공사에 응모한 사람이 남동발전 인사 청탁을 했다고 하면 앞뒤가 전혀 안 맞게 되는 거죠. 그래서 나중에 한 총리가 석탄 공사 떨어져도 다른 곳으로 가게 해준다느니 말을 했다고 추가하게 되는 거죠. 물론 지금은 이제 정교하게 짜고 있겠죠. 쟤네들도 더 이상 언론에 흘리지 않고 일단 입을 다물어버렸잖아요.

 

총: 그리고 또 사람들이 흔히 의아해 하는 것 중 하나가 액수가 왜 이렇게 적으냐 하는 건데, 사실 총리한테 건냈다고 하는 돈으로는 너무 작으니까, 한 총리를 재임시절 만난 게 한 번밖에 없는데 그때 줬다고 해야 하는데 그리고 직접 줬다고 해야 이게 사건이 되는 데 장소를 보니까 이건 사과박스로 줬다고 하면 안 되겠고, 결국 고육지책으로 주머니에 넣어서 갔다고 해야 하고, 그런데 그러자면 액수가 한계가 있고 만 원짜리는 봉투에 넣어봐야 그게 몇 백이 안 되고, 십만원 권은 없고, 결국 100달러 짜리로 가자. 달러니까 섹시하고 좋잖아. 해서 달러가 된 건데 그런데 그것도 봉투에 아무리 밀어 넣어봐야 백 달러짜리 300개. 한 삼만 달러밖에 안 들어가니까. 그렇다고 삼천만원 줬다고 하면 자기들 생각에도 너무 작은 거 같고. 에이 그럼 봉투를 두 개로 줬다고 하자.(웃음) 그래서 진짜 웃기게도 봉투 두 개에 줬다고 하는 시나리오가 짜진 거고. 

 

황: 그렇죠. 양복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최대치를 잡은 게 아니겠어요. 이쪽 주머니하고 저쪽주머니 하고.(웃음) 

총: 그런데 그 시나리오는 총리 의전도, 수행 방식도 모르고, 청와대 인사 시스템도 모르고, 여자들 옷에 그런 두툼한 봉투를 넣을 수가 없다는 것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어설픈 티가 팍팍 나고.  

황: 그랬다면 한 총리가 봉투 양 손에 들고 두리번거리면서  경호원과 경찰이 쫙 깔린 바깥으로 나왔다는 이야기가 되고. (웃음)
 
총: 아니면 양 손에 들고 나갈 수 없으니까 한 총리가 허벅지에 테이프로 묶었다는 이야기가 되고. (웃음) 나중에 하다하다 안 되면 검찰이 증거로 테이프를 제시할 지도 모르고. 이게 허벅지에 붙였던 테이프와 같은 브랜드다. (웃음)

황: 인터넷에선 그런 이야기도 있더라구요. 여자 주머니에 막 찔러 넣는다는 건 그건 성추행이다.(웃음) 

총: 검찰이 이렇게 나오면요. 한 총리가 일단 오찬장에 놓고 나왔다, 나중에 가져가려고.

황: 그것도 그곳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서 하는 소리죠. 오찬 끝나면 의전실에서 두고 간 것이 없나 면밀하게 봅니다. 일반 식당이 아니라 총리 공관이고 그곳에 뭔가를 두고 갔다가 중요한 일에 큰 지장을 줄 수도 있으니까. 바로 확인하죠. 또 당연히 그 다음은 바로 청소를 하게 되고.  

총: 그럼 청소 하는 사람이 횡재했다는 소리가 되고. (웃음) 그럼 뇌물 수수가 아니라 분실이 되고. (웃음) 

아참, 겨울이니까 코트를 입고 와서 넣었다고 검찰이 주장하면요. 

황: 그것도 다 총리 수행도 안 해보고 의전도 모르는 사람들이 만드는 시나리오죠. 코트는요, 오찬장엔 안 입고 들어갑니다. 밖에서 벗고 들어가게 되어 있어요. 수행이 밖에서 핸드백 받고, 코드도 다 받게 되어 있어요. 왜냐하면 들어가면 악수도 하고 이래야 하니까. 미리 다 받아 놓습니다.  

총: 아참, 그 테이블이 큰 가요. 왜냐면 둘이 남아 있다가 돈을 직접 줬다고 하는 데 그 장면을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면 테이블이 크면 배를 테이블에 깔고 팔을 뻗어 줘야 한다는 건데, 이건 정말 웃기거든요. (웃음) 

황: 식당 원탁이 상당히 넓어요. 한 11명 정도 앉을 수 있는 거니까... 네 명이 앉았으니까 이렇게 띠엄띠엄 앉았죠. 팔이 당연히 안 닿죠. 그럼 일어나서 한 총리가 앉아 있는 곳으로 가서 줬다는 거잖아요. 둘이 남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여성 총리한테 다가가서 주머니에 돈을 찔러 줬다. 이건 뭐.. (폭소) 

총: 그런데 진정으로 웃긴 건, 검찰 주장대로 하면 주무장관에다가 총리까지 직접 나섰는데 결과는 떨어졌다는 거 아닙니까. (폭소) 그에 대해 총리를 직접 해봤던 이해찬 총리 말은, 총리인데 그냥 대통령에게 직접 말하지 뭐 하러 그렇게 복잡하게 하냐는 거고.  

황: 그렇죠.

총: 얼핏 들으면 검찰 말이 그럴 듯해도, 찬찬히 정황을 디테일하게 뜯어보면 정말 어설픈 거죠, 이게. 

황 : 그렇죠. 그리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이 터지고 나서 후속대응의 면에서, 저희들이 지난 번 노무현 대통령 때 당한 게 있어서 즉각 대응을 안 했잖아요. 그래서 후속기사들이 바로 안 나왔어요. 조선일보가 후속기사를 못 썼어요. 시간이 좀 지나고 저희가 정리해서 대응을 시작해서 그래도 노무현 대통령 때와는 다르게 우리 쪽의 정리된 대응도 함께 언론이 실리게 된 점이 있고요. 

총: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때와는 다르게 이제 많은 사람들이 다시는 노무현 대통령 때와 같은 일이 벌어지게 두고 볼 수는 없다고 나서 주고.

황: 네, 그러는 데 있어서 또 한 총리의 “내가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는 말이, 그 분의 살아오신 삶 자체가 바로 힘이 되었고요. 

총: 자, 그럼 이제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오늘은 마무리를 하죠. 한 총리가 이 상황을 차분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시고 있고, 그리고 이제 이건 내가 출마해서 역할을 하라는 건가보다 이렇게 받아들이시고 있다고 봐야겠죠?


황: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인데, 본인의 결심이시니까. 그런데 원래는 지방선거에서 후보로써 기여하는 방식보다는 전체를 묶어내는 역할이나 좋은 후보를 영입하는 역할이라거나 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계셨던 건 맞죠. 그런데 이번에 이 일을 겪으시면서 어쩌면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하시는 거는 맞고요. 

총: 그렇죠. 이건 한 총리 본인이 직접 나서서 정면으로 맞서고 돌파해야 하는 상황이죠. 

황: 시민사회 원로들 모임에서 몇몇 분들도, 이건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쪽을 꺾으려는 정권의 의도가 분명하다 보시고 총리가 출마선언을 해야 한다고 하는 의견들이 있었어요. 한 총리는 심사숙고 하겠다는 정도의 말씀을 그때 하셨는데... 본인은 또 이게 그렇게 되면 오히려 출마를 정략적으로 하는 거 아니냐는 그런 시선에 대한 우려도 있으신 거 같고. 

총: 고민이야 이해 가지만 그리고 지금 조용히 있는 이유도 이해가 가지만, 계속해서 이렇게 방어적으로만 가면 저게 뭔가 구린 게 있으니까 저렇게 소극적으로 하는 거 아니냐고 보일 수가 있어요.

황: 그렇게 보일 수 있죠. 

총: 이제는 출마선언하고 정면으로 돌파해야 하는 게 아니냐.

황: 지금까지 무대응으로 갔기 때문에 이렇게 버틸 수 있었을지도 몰라요. 

총: 물론 지금까지는 그랬던 면이 있는데, 언제까지고 그럴 수는 없잖습니까. 공판 열리고 지방선거 시즌 시작되면 조중동이 마구 때리고 나올 텐데.

황: 네,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처럼 옆에 사람들의 마음이 어떠하든, 결국 본인이 결정하고 본인이 직접 나가야 하는 거니까.. 

총: 아니 저는 공판 시작 직전에, 그 자리에서 공식적인 출마선언 해버린다던가 하는, 공판 시작과 함께 공세적 자세로 전환해야 하는 거라고 봅니다.

황: 네, 그 말씀은 제가 총리님께 전하겠습니다. 

총: 나를 정치적으로 살해하려고 하는데, 출마해서 정면 돌파 하겠다. 나를 심판할 수 있는 자격은 국민에게밖에 없다. 너희들은 아니다. 그런 생각으로. 

황: 예, 옆에 있는 저희들도 그게 맞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죠.

총: 이게 이쪽에서 조용히 한다고 해서 저쪽이 조용히 넘어갈 사안이 절대로 아니잖아요.

황: 맞습니다. 어쨌든 한 총리 건이 지방선거 전체 전선에 첨병이 되어 버렸어요.  

총: 자,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남게 되는 문제가 단일화인데..

황: 그 문제는 이제 총리의 결단이 아주 중요한 게 되었어요.  

총: 그렇죠. 누가 나서서 한 총리 물러나라 내가 하겠다 말하기 곤란하게 되었죠. 국면이. 알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요. 총리님이 직접 인터뷰를 해도 되겠다는 판단이 서실 때 그때 제가 다시 오겠습니다. 끝으로 뭐 재밌는 에피소드 없나요. 검찰 대질심문 하셨을 때. 

황: 검찰 조사 받으러 가셨을 때. 본인이 직접 도시락을 싸 가지고 가셨어요.

총: 아니 왜요?

황: 검찰에서 주는 밥을 안 먹겠다고. (폭소)

총: 하여튼 한 총리 성격 한 번 죽여주신다. (웃음) 

황: 아, 그리고 검찰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더래요. 언론에 흘린 문제에 대해서는 자기들이 절대로 흘리지 않았다. 제가 검찰에 갔을 때도 그렇게 이야기 하더라구요. 우리는 절대로 흘린 적이 없습니다. 윗선에서 흘렸으면 몰라도. (폭소) 

총: 으하하하하 깔깔깔 푸하하... 그렇겠지. 윗선이겠지.  

총: 혹시 한 총리 본인 입으로 이 상황에서 대해서 욕은 안 하시나요.

황: 욕을 못하시죠. 거짓말도 못하시고. 그냥 나쁜 놈들이라고. 

총: 우하하하... 껄껄껄...겨우......

황: 이, 나쁜놈들~ 

총: 이제 서울시장 이기러 가야죠.

황: 네, 그래야죠. 그래야 노무현대통령 기념관 부지라도...(일동 웃음) 
 

한상률과 ‘도곡동’이란 단어, 정치적으로 이명박과 이음동의어다. 어떻게든 이명박과 연결되게 되어 있다. 이 사건은 바로 그 지점에서 발화했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다음 대선까지 지속적으로 연소할 게다. 이 비열한 방화를 진화할 힘은 물증이나 세력이나 정황이 아니라 단 하나의 문장에 담겨있다.  

“세상을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  

삶이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되는 인물을 만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한명숙은 그렇다. 남은 문제는 거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명하느냐.


본지는, 그녀 편이다.

입력:2010.01.14 12:23 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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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사회디자인연구소의 길

                                                                        김대호(사회디자인연구소장)



 

 

지난 해 사회디자인연구소는 좀 머쓱하게 되었다. ‘집권 가능한 진보 정당 건설’이라는 당찬 포부가 무색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좋은 정치와 좋은 정당을 꿈꾸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북적될 것을 기대하고 ‘좋은 정치 포럼’이라는 공공의 광장을 열었는데 오는 사람들이 없어 결국 우리 연구소의 안마당처럼 되어 버렸다. 그래서 홈피 간판을 왜 사회디자인연구소로 하지 않고, 좋은 정치 포럼으로 했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당연한 일이다. 이런 식이면 굳이 좋은 정치 포럼이라는 간판을 사용해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내걸었던 포부와 간판이 무색하게 된 것은 담대한 꿈을 어느 정도는 담보할 수 있는, 정당 활동에 비교적 친숙하고 질량도 좀 되는 전국적 네트워크가 (당초의 암묵적 합의 내지 기대와 달리) 연구소의 컨센서스와 무관한 행보를 하였기 때문이다. 2008년 늦봄쯤, 일부지만 이 네트워크의 몇몇 주요 인물들과 의기투합하여 같이 사회디자인연구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 네트워크는 2008년 가을 경부터, 2010년 지방선거를 대비하여 독자적인 정당(국민참여당) 건설 행보를 시작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애초부터 이 네트워크의 중심적 컨센서스와 현재 연구소의 중심적 컨센서스는 상호 융합(침투)되지 않았던 듯하다. 물론 2008년 말부터 2009년 초까지 몇 개월 동안 양쪽의 컨센서스를 융합해보려는 시도는 있었으나 별무신통이었다. 상당한 질량과 함께 2002~2004년 개혁당, 열린우리당 시기에 형성된 조직 유전자(기본 컨셉, 문화, 정서)를 가진 이 네트워크는 거칠 것이 없었다. 물론 중간에 지체 서행도 있었다. 하지만 노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이 이른바 ‘친노’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높이고, ‘친노’에 애정이 있는 사람들의 분노와 행동의지를 촉발시켜 독자 정당의 자양분이 되었다. 지난 11월에는 진보개혁 진영의 슈퍼스타 유시민의 참여에 힘입어 더욱 큰 힘을 받은 것처럼 보인다. 연구소 네트워크가 그리던 모양도, 방식도 아니지만 잘 되기를 빌 뿐이다. 연구소가 그리던 모양과 방식도 검증이 되지 않는 가설일 뿐이다.

물론 2007년 ‘성찰과 모색을 위한 토론 모임’-2007년 5월 ‘후보가 아니라 가치다’, 2007년 8월 ‘통합이 아니다 가치다’를 슬로건으로 한 토론회를 개최했다-과 참여정부, 열린우리당, 대선, 총선에 대한 평가 반성을 통해서 공고해 진 사회디자인연구소의 중심적 컨센서스를 실천(실험)하는 것도 여전히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국민참여당과 사회디자인연구소를 공히 아끼는 많은 사람들에게 죄송스런 마음을 억누를 수 없다. 이유야 어떻든 2008년 연구소 출범시의 소박한 기대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2009년은 국민참여당 네트워크가 빠져나가면서 휘청대던 연구소를 복구, 정상화시킨 한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사회디자인연구소도 국민참여당처럼 2010년을 거대한 도전과 희망의 해로 생각한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의견 대립이 생기면서 양쪽의 컨센서스의 차이가 무엇인지 선명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사회디자인연구소의 컨센서스가 무엇인지, 2010년, 2011년, 2012년 아니 그 이후에도 사회디자인연구소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해졌다. 이 글은 이것을 밝히기 위함이다. 2009년을 거치면서 보다 선명해진 사회디자인연구소의 컨센서스는 다음과 같다. 

1.진보개혁 세력이 다시 역사의 주도권을 쥐는 관건은 국가경영 능력(경륜)이다. 위대한 생각, 사람(선수), (조직)문화이다. 다시 말해 그 수명이 다한 박정희, 김대중 플랫폼을 뛰어넘는 새로운 플랫폼(가치, 비전, 정책)과 이를 공유하는 다양한 부문/층위의 두터운 선수층(인재 풀)과 선진적인 조직 문화가 진보개혁 세력 사활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2.국가경영 능력은 일조일석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촛불 시위 일으키듯이) 바람으로 권력을 잡고, 사방에 널린 교수, 관료 등 전문가들을 잘 발굴, 배치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하면 (어차피 교수들은 관료의 상대가 안 되니) 또 한 번 관료 정부가 될 수밖에 없다. 요컨대 진보개혁을 표방하는 집권 세력의 준비가 미약하면 대한민국은 비교적 잘 준비된 기업연구소와 관료가 깔아놓은 레일을 달려갈 수밖에 없다. 큰 수술과 더불어 침, 뜸, 식이요법, 운동요법이 동시에 필요한 중환자 대한민국에게 단지 침, 뜸, 식이요법, 운동요법만 처방하는 의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로 인해 환자의 고통이 극심하면 기존 의사를 내치고 성질은 더러워도 뭔가 확실히 다르게 할 것 같은, 유능해 뵈는 의사에게 몸을 맡기는 법이다. (진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게 만드는 언론 지형도 상수이다) 

3.국가경영 능력은 꽃꽂이하는 마인드가 아니라, 거대한 숲을 가꾸는 마인드가 있어야 생겨난다. 촛불시위 조직 마인드 및 유통 벤처 마인드(떴다방 마인드 등)와 더불어 제조업 벤처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대체로 제조업 벤처는 오랫동안 숙성시킨 비장의 기술이 있고, 우직한 농경적 마인드가 있다. 

4.진보개혁 성향 사람들을 주된 기반으로 하여 정치를 하려면, 무엇보다도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그리고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개혁당(참정연), 한겨레, 경향신문, 민주노총, 전교조, 참여연대 등의 성과, 한계, 오류를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마디로 이 시대 진보,개혁이 무엇인지, 과거의 진보,개혁과 (세계관, 가치관, 정치노선, 조직노선에서) 어떻게 다른지를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5.사회디자인연구소는 좌파신자유주의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았던 참여정부의 정책의 큰 방향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엄청나게 많이 남아있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외상값(바닥현실)을 바로 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이 인체라면 뇌 깊숙한 곳부터 말초까지 그 핵심 문제와 급소와 선수를 알지 못하고 요란한 치료에 임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한비자, 마키아벨리, 박정희, 등소평과 달리 작은 권력을 휘두르는 존재들의 행태에 대한 통찰도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자칭 진보 세력의 이념적, 문화적 지체가 얼마나 심한지, 참여정부를 포함한 진보개혁 세력이 그 포부에 비해 얼마나 가진 것(이념, 정책, 조직, 문화, 물적 기반 등)이 없는 집단인지 알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진보개혁 세력 전체가 자신의 역량을 냉철하게 타산하지 못하고, 엉뚱한데서 변죽을 올렸기에 너나 할 것 없이 좌익맹동주의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6.소정의 당비 내고, 활동하면 1/n의 주인 자격 준다는 원리로 일단 정당을 만들고 나서, 강령, 정책을 얘기하고, 사회가 먹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 언감생심이다. 오히려 평소 자신의 직업, 직능을 통해, 또는 대중 운동(활동)을 통해 먼저 사회(주변)가 먹어 주는 사람이 되고 나서 자신이 참여하는 정당이 먹어주기를 기대해야 한다는 얘기다. 마치 기독교 신자들이 전도를 할 때, 성경 말씀을 전하기 전에 (스스로 복음대로 행동하여) 불신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것처럼! 기독교계의 상식은 ‘세상 사람들 100명 중 1명 정도가 성경을 읽고 하나님을 알게 되며, 나머지 99명은 하나님을 아는 사람들의 평소 행실을 보고 하나님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정치인과 정당도 다를 리 없다. 사람들은 정당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주도하는 사람들의 평소 행실을 통해서 그 정당의 강령, 정책, 비전을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 강령, 정책이 아무리 참신해도 그 지도자들, 중간 간부들, 구성원들의 평소 행실이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면 지지율이 오를리가 없다. 

(하지만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그것도 국민적 증오와 분노가 넘쳐날 때에는 양대 정당이나 간판급 정치지도자에 대한 지지율은 좀 다르다. 더 미운 놈을 혼내주기 위해서 평소 지지율은 낮아도 투표 때는 껑충 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촛불시위에서 보았듯이 시위라는 것은 그 주동, 주체가 누구인지 묻지 않고, 옳으면 힘을 보태주곤 한다. 아마 이 때문에 정당을 할 때 평소 행실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나 생각된다.)

7.이념, 정책적 측면의 컨센서스는 식상할 정도로 많은 얘기를 하였다.

긴 얘기 짧게 줄이면 이렇다. 거대하고 복잡한 대한민국을 깊숙하게, 그러면서도 종합적, 균형적으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대한민국은 오른쪽으로 확 굽은 사회이자, 왼쪽으로도 꽤 굽은 사회라는 것, 이는 개인과 이익집단은 유능하고 강성한데 반해 공공(정치, 행정, 사법, 언론 등)이 무능하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좌파적 개혁과 우파적 개혁의 결합, 병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분단, 냉전,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로 인해 국가의 권능이 과도하고 재벌.대기업 역시 결코 시장 질서를 자신이 유리한 곳에서만 받아들이기에 자유주의 시장주의적 개혁이 한국에서는 여전히 진보, 개혁적이라는 것, 국가질서와 시장질서(게임규칙)를 창조하고 규율하는 정치가 제 역할을 다하도록 제도(헌법,선거법 등 정치관계법)를 만들고, 훌륭한 인재들이 정치 분야로 모여들도록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명운을 가른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에는 제대로 된 정치가 층=국가경영전문가 층이 없고, 구조적으로 이 층이 형성되기 힘들다는 것, 미국, 유럽, 일본에서 성장한 경제사회 개혁이론은 한국에 잘 맞지 않는 다는 것(이데올로그들이 독특한 한국 현실을 천착하지 않으면 사상.이념의 오퍼상이 되기 십상이라는 것) 등이다. 

이런 컨센서스 하에서 사회디자인연구소의 2010년 주력사업은 다음과 같다.

1. 기본 사업을 지속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일찍이 <노무현 이후>를 통해 개괄적으로 제시한 진보개혁의 새로운 플랫폼(가치, 비전, 정책 대강)을 잘 다듬고, 이 플랫폼 위에 올려놓을 세부 정책들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여러 전문가들과 소통, 교류하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새로운 컨텐츠 생산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작정이다.

2.긴 호흡으로 정책 마니아 집단 내지 ‘30Society’ 형성에 기여하는 것이다. 과거 30년을 돌아보고, 미래 30년을 내다보면서, 한국 사회가 아직도 해법 자체를 갖고 있지 못한 30개의 주요 Agenda를 1년이고 2년이고 물고 늘어져 해법을 내는 30개의 전문가(연구자, 시민운동가, 정치가) 연구,토론 모임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단적으로 한국은 아직도 진보와 보수의 정책적 아이디어를 유기적으로 통합한 일자리 해법이 없다. 가장 잠재력이 뛰어난 청년들이 시장으로부터 먼 쪽(국가의 규제산업인 의,법,관)으로 달아나는 현상을 제어할 해법도, 이왕 투입된 청년인재들을 활용할 해법도 없다. 대학 진학률 84% 문제, 대학 구조조정 문제, 시장/사회와 대학/지식인집단이 따로 노는 문제, 수명을 다한 행정체계와 헌법 문제, 보건의료복지 문제, 거대한 3비층 문제, 벤처중소기업 육성 문제, 유연안정성과 사회연대성 적용 문제 등등 해법은 아는데 실행할 힘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해법 자체를 모르는 문제가 숱하게 많다. 이 대부분은 전공을 뛰어넘고, 부문(이론, 실물, 강단, 관료, 정치 등)을 뛰어넘는 연구, 토론이 필요하다. 물론 곳곳에서 이런 문제를 다루는 세미나, 심포지엄은 많이 열리지만 이런 Agenda를 질기게 물고 늘어져서 해법을 내겠다는 집단은 거의 없다. 사회디자인연구소는 올해 몇 개나마 남들이 잘 안하거나 못하는 과제를 다루는 Task Force Team을 만들려고 한다. 

3.지방정부용 컨텐츠 생산 사업이다. 이는 연구소의 재정사업이기도 하다. 단적으로 서울시를 놓고 보면 오세훈 시정의 문제가 무엇인지, 우리가 서울시를 경영하면 오세훈과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자신 있게 얘기하기 어렵다. 지난 1년간 서울시를 연구해 보니, 지금 서울시장을 뛰겠다는 사람들의 서울시정에 대한 비판 수준이 매우 얕다는 느낌이 든다. 진보개혁 진영 어디서도 서울시를 깊이 연구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이명박 정부는 국회와 언론과 시민사회가 깊숙이 파헤치고 신랄하게 비판하지만 오세훈의 서울시정은 (등잔 밑이 어둡다고) 비판의 무풍지대이자, 자신의 치적을 침소봉대하는 광고마케팅의 광풍지대이다. 서울시가 이럴진대 다른 지자체는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드물게도 진보개혁 성향의 지방정부가 있는 곳은 주로 토건족이나 토호들이 경영하는 언론아닌 언론들이 말이 되든 안 되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니 비난, 음해는 풍성하다)

4. 연합정치 관련 사업이다. 이는 최근에 몇 개의 글로 표현하였다. 이는 잘 되면 깨어있는 시민들 수십만 명이 정치적으로 조직되고, 동시에 2010년 지방선거도 압승하겠지만, 무엇보다도 2012년 대회전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합정치, 통합정치가 활성화되면 지금 쪼개져 있는 수많은 정치사회 역량들이 하나 또는 두 개의 제대로 된 정치조직으로 모이지 않을까 한다. 수많은 지류들이 한강에서 만나듯이…….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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