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들의 공부법
박희병 엮어 옮김 / 창비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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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오래전부터 틈틈히 읽고 또 읽고 있습니다. 왜냐구요? 저는 교사가 되고자 하는데, 과연 스스로 어떻게 배움을 즐길 수 있을지 막막할 때마다 이 책을 스승 삼아 가르침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공자, 대학, 중용, 이황, 이익 말고도
박지원, 홍대용, 최한기의 공부법에 대한 문구들은 정말 가슴에 와닿습니다. 그 중 특히 가장 날카롭고도 섬세하게 와닿는 분의 글은 '최한기'의 글입니다.

'세상에서 말하는 박학이란 훈고(訓 )를 자랑하고 글귀를 뽑아내며, 일을 논할 때에는 반드시 옛 문헌을 많이 끌어다 인용하고, 저술을 할 때에는 반드시 어떤 사실의 출처를 따져 논평하는 것이다. 이처럼 박학은 아무 쓸모없는 것인데도 우리나라의 풍속에서는 이를 숭상한다.'

도대체 대학에서 교수들은 온갖 논문들을 짜집기해서 가르치고 학생들은 온갖 자료들을 짜집기해서 과제물을 만드는 요즘 같은 현실속에서, '박학'처럼 부질없는 짓이 있을까 싶습니다. 그런 반성을 마음속의 울림으로 만들어주는, 이 책을 예비교사들에게 적극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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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속에서 내면 가꾸기 1
이태기 지음 / 한솜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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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살다보면, 책 한 권의 인연이 대단할 때가 있다. 나는 인도의 까비르라는 시인이 궁금해져 인터넷 검색을 하게 되던 중 글쓴이의 사이트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리고 책으로 나온 이 내용들을 저자의 따뜻하고도 매서운 사이버 공간의 가르침으로 들을 수 있었다. 마음 공부란 꾸준히 해야 하는 법... 그것은 세상살이의 기본인 마음 공부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속세의 삶 모두에도 적용되는 것이었다. 저자와 저자의 사이트를 함께 운영하는 회원분들의 정성어린 손길로 이 책이 만들어진 걸로 알고 있다. 부디,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길 원하는 분들은 '세상살이 속에서 내면 가꾸기'를 권하시는 저자의 말씀에 마음을 열고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세우며 취해보라.... 곰삭힘의 세계에서 나날이 무심(無心)의 향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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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을 추억하다
자핑아오 지음, 박지민 옮김 / 오늘의책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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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수필집은 수준미달인 경우가 많아, 자주 손이 가지 않는 책의 한 부류이다. 그 수준이란 걸 굳이 정하자면, 문체나 주제의식을 꼽을 수 있는데, 뭐랄까, 그런 걸 세세히 나누어 분석하기 이전에 딱 느낌이 오는, 그것도 최소한의 사람냄새나는 수필집은 정말 만나기 어렵다. 색다른 주제의식과 남다른 문체를 꿈꾸다 보니, 수필집은 붓가는 데로 써내려가는 유쾌한 쏟아짐이 아니라, 꼬질꼬질 엮여서 결국 무슨 말이 알아듣지 못할 미로속의 장난같은 혼탁함으로 가득차 있곤 하다. 특히, 최근 한국수필을 보면 소위 한 자리한다는 문학가나 학자들이 저마다 자기 이름을 드높이려는 욕심에 그 혼탁한 지면들을 늘리고 있으니 정말 안타깝다.

그런 와중에 아주 유쾌한, 제대로 된 수필집을 만났다. 바로 이 책이다. 난 이 책의 저자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 수필집을 읽어내려갔다. 그러나, 난 그의 수필이 그의 내면에서 우주로 뻗어내는 기운을 아주 잘 담아내고 있다는 판단이 들었고, 그래서 그를 아주 금새 신뢰하게 되었다. 수필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다. 묵묵히 자신을 들여다보고, 세상과의 인연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정신적-영혼의- 절차가 필요하다. 한국의 문단을 어지럽히는 수필가들에게, 시와 소설을 넘나들며 시적 환희와 소설적 애환을 엮어내는 이 곡예사의 글을 꼭 참고하라고 권해주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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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장날 - 이흥재 사진집
이흥재 사진, 김용택 글 / 눈빛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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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대해 조예가 깊은 사람이 아닌 이상, 사진집을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하진 않을 것이다. 나또한 애써 공들여 구입하지 못한 채 동네 도서관에서 이 작고도 제값하는 사진집을 빌려 보게 되었다. 사진이 예술의 영역인 탓에, 사진가들은 곧잘 먼나라 이야기 같은 환상적인 장면을 즐겨 찍는 듯 하다.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평생 한 번 볼까 말까한 멋진 일출이나 월출 장면, 일년에 한 두번 갈 수 있을까 말까한 멋진 숲속길, 섬, 바다.. 아니면, 여간해서는 자세히 들여다 볼 겨를 이 없는 아름다운 풀꽃, 나비, 나무... 그런데, 이 구수한 사진작가분은 유달리 장터를 돌아다니시며 다 늙어가는 이들과 비위생적인 국수그릇들과 촌스러운 옷차림, 장신구들을 열심히 찍어오셨다.

그리고, 너무나도 야릇한 유년시절의 고통과 패배감을 올올히 펴놓는 김용택 시인의 글까지 더해져, 장터를 주제로 한 신기한 사진집 한 권이 탄생한 것이다. 한 장 한 장 사진을 들여다보고, 한 시인의 구수한 곁말들을 쫓아 읽다보면, 나는 어느새 나의 늙어감과 나의 싸구려 식성과 나의 유치한 패션감각을 자연스러움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 자연스러움은 아무런 설명과 논박이 필요없는 그냥 삶 자체의 향기인 듯 싶다. 흑백 사진속의 사람들과 물건들과 동물들과 공간들을 헤집고 다녔을 작가의 노고에 비해, 과연 이 책의 판매가격이 적절한 수고비가 될런지 미안한 생각도 좀 들었다. 제값하고, 혹은 가격에 비해 가치가 너무 높은 이런 사진집을 앞으로도 가끔씩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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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일기
목수 김씨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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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체에 관심이 많다. 글쓴이들의 문체를 분석하고 분류해보는 데에 가장 적격인 형식이 수필인 듯 싶다. 제목이 '목수일기'라고 해서 어떤 문체로 써내려간 글일까 궁금해져 그만 손에 쥐고 말았다. 읽다보니, 삽화로 제시된 나무작품과 스케치와 어우러져 글의 내용을 전개시켜내는 글쓴이의 필력에 그만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 읽다보니, 그만 내릴 역을 지나치고 마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난 책을 별로 집중해서 읽는 편이 아니건만, 이 책은 엄청난 흡입력을 내게 발휘한다.)

나중에 든 생각이지만, 글쓴이는 나무를 보며 나무결과 특징과 전체모양속에서 작품을 구상해내듯이 독자의 정신세계를 나름대로 미리 읽어내고 글을 쓰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적절한 전개와 갑작스런 반전은 참으로 범상치 않은 일기체이다. 또, 사람과 사람을 아우르는 따스한 시선도 남다르다. '벚나무'와 '미친 대추나무'와 '염소 등에 올라타기'와 '게으름뱅이를 위한 테레비 시청용 두개골 받침대'.... 제목에서 제시되는 소재들을 자유로운 연상기법으로 글로 그려내는 재주에 감탄하며, 난 그의 나무작품이 아니라 글재주가 참으로 탐이 나 미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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