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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장과 명문장의 나열이 소설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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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그림자 2003-11-26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책을 읽다가 그런 생각이 드셨는지 궁금해요. ^^ (느닷없고, 뜬금없고, 갑작스러운 질문.)
 

해가 갈수록 싫은 사람이 늘어난다. 늙는 것일까. 보지 않을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미움이 옅어지는 게 아니라 그 농도가 끝없이 짙어져 증오가, 분노가 된다.

용서할 수 없는 사람, 죽이고 싶은 사람, 다시 보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은 사람, 그 정도는 조금씩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싫은 사람의 범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거다.

일년전만 하더라도 내가 진심으로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둘 정도였다. 이십오년 동안 그 "싫은 사람"이 둘이나 셋을 넘은 적이 없었고 게다가 그들은 모두 오년에서 십년 이상, 일관되게 싫은 사람이었으므로 내 평생 싫어한 사람이라곤 둘 혹은 셋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지금은 글쎄, 딱히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대부분이 싫다. 중간단계가 없어졌다고나 할까.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일들이 시간이 지나면 점차 새롭게 다가온다. 자꾸만 용서할 수 없는 일들이, 사람들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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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을 했다.

11월 22일 오후 4시 30분에는 광주에서 결혼식이 있었고, 아침 여덟시에 집에서 나가 시청역에서 결혼식을 위해 대여된 관광버스를 타고 결혼식에 갔다 오니 밤 11시 30분이었다. 부랴부랴 배추를 절이고, 월요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를 쓰고 다섯시에 잠들었다.

23일 10시부터 각종 재료를 손질하고, 절인 배추를 씻어내고 다듬고, 찹쌀풀을 쑤고, 무채를 썰고, 문장으로 쓰면 이렇게 간단하건만 설거지와 뒷정리까지 대충 끝내고 나니 새벽 열두시가 넘어 있었다. 파김치와 알타리 같은 건 빼고라도 배추만 족히 60-70포기는 되는 양이었다. 허리와 허벅지, 어깨가 아파왔지만 나보다는 엄마가 훨씬 더하겠지.

언제부터 엄마가 김치를 담을 때 옆에서 도왔는지는 불분명하다. 여덟살 쯤 김치를 담는 엄마 옆에서 쫑알거리며 고추가루나 깨 같은 걸 갖다주는 나를 보고 외할머니가 기특해했던 기억이 있는 걸 보니 그 무렵 같기도 하고.

왜 종일 김치를 만드는 엄마 옆에서 떨어지지 않았는지는 더욱 불분명하다. 칭찬받고 싶어서? 엄마는 그냥, "관심이 있었으니 그랬겠지"라고, 유난히도 엄마가 없으면 잘 울었으며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심각할 정도로 불안해하는 내 정서적 허물을 덮어줄 줄 안다. 그러고 보면, 대중 목욕탕의 냉탕을 (아직까지도) 겁내하는 나이지만 엄마는 다른 집 엄마들처럼 "왜 못들어오니", "빨리 들어오지 않고 뭐하니" 라고 말하기보단 내가 스스로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주거나, 혹은 나를 안고 함께 들어가주는 사람이다.

김치를 하는 날은 대개 엄마가 쉬는 날이었기 때문에 그런 엄마가 그리워 옆에서 떨어지기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엄마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 그것은 오래 전부터 시장을 보거나 반찬을 만들거나 저녁을 차리거나 빨래를 개거나 하는 시간 밖에 없어서, 그래서.

올해 김장은 유난히도 맛있게 되었고, 난 앞으로 몇번이나 이렇게 엄마와 김장을 할 수 있을까 헤아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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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닭갈비 안주에는 소주를 마시지 못한다. 닭갈비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 먹을 때마다 속이 별로 좋지 못하다. 소주병을 집어든 건 사진을 찍으려는 친구에게 뭔가 색다른 포즈를 취해주고 싶었기 때문. 기껏 생각해낸게 술병 들기였다니 좀 어이없기도 하지만.

사진을 보며, 나도 나이를 먹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자기소개가 필요할 때 내 나이를 밝히면 주변 사람들은 (여전히) "헉" 하는 반응을 보이지만, 그것은 단순히 어려보여서가 아니라, 스물 다섯이란 내 나이가 이미 "어른"의 나이이기 때문이란 것도 안다. 나는 어려보이는 것이 아니라, 어른의 나이로 보이지 않는 거다.

회사를 그만둔 후, 술은 거의 마시지 않는다. 가끔 내가 정말 술을 못먹는 건지, 술을 싫어하는건지, 그냥 안먹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다만 확실한 건 난 맥주를 잘 마시지 못한다는 것. 허나 대부분 "가볍게 한 잔 하자"는 맥주를 의미하고, 난 소주나 양주보다도 맥주에 더 쉽게 취하고 더 뼈가 아프고 더 빨갛게 되며 결국에는 알레르기까지 일어나기 때문에 맥주를 피하게 되고, 그러면 술을 피하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그래서 안마시는걸까?

마이페이퍼 오픈 압박감 기념하여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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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2003-11-21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이야, 드뎌 메멘토님도 페이퍼 여셨군요~~~
앗, 그리고 역시 커밍아웃도.;;

ceylontea 2003-11-21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보이는 것이 아니라 어른의 나이로 보이지 않는다는 말에 뜨끔...
팡키님... 마이페이퍼 기대되요...
서재얼굴의 하얀모자도 잘 어울리시네요...
모자 좋아하는데.. 살이 찐 이후로는 얼굴만 커보여 잠시 중단중입니다... 빨리 살빼서 모자 쓰고 싶다아...
그렇긴 해도.. 겨울엔 앙고라 털모자 쓰고 다닙니다.. 따뜻하고... 모 머리에 자국도 안남아 좋더라구요... ^^

panky 2003-11-21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앙고라 모자 좋아하는데 알레르기때문에 쓸 수 없답니다. 근데, "얼굴만 커보여"에 뜨끔뜨끔...;;;;

H 2003-11-2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어제 저는 소주를 마시고 일행과 헤어져
혼자 집으로 돌아가다 버스를 잘못타서
밤 12시에 낯선 동네를 헤매다가
집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도 가물가물.

대단한 귀소본능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어요

이럴서가 2003-11-21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라, 팡키님, 뭐 제 또래구만요..ㅎㅎㅎ 그나저나 눈빛이 참 날카로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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