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했다.

11월 22일 오후 4시 30분에는 광주에서 결혼식이 있었고, 아침 여덟시에 집에서 나가 시청역에서 결혼식을 위해 대여된 관광버스를 타고 결혼식에 갔다 오니 밤 11시 30분이었다. 부랴부랴 배추를 절이고, 월요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를 쓰고 다섯시에 잠들었다.

23일 10시부터 각종 재료를 손질하고, 절인 배추를 씻어내고 다듬고, 찹쌀풀을 쑤고, 무채를 썰고, 문장으로 쓰면 이렇게 간단하건만 설거지와 뒷정리까지 대충 끝내고 나니 새벽 열두시가 넘어 있었다. 파김치와 알타리 같은 건 빼고라도 배추만 족히 60-70포기는 되는 양이었다. 허리와 허벅지, 어깨가 아파왔지만 나보다는 엄마가 훨씬 더하겠지.

언제부터 엄마가 김치를 담을 때 옆에서 도왔는지는 불분명하다. 여덟살 쯤 김치를 담는 엄마 옆에서 쫑알거리며 고추가루나 깨 같은 걸 갖다주는 나를 보고 외할머니가 기특해했던 기억이 있는 걸 보니 그 무렵 같기도 하고.

왜 종일 김치를 만드는 엄마 옆에서 떨어지지 않았는지는 더욱 불분명하다. 칭찬받고 싶어서? 엄마는 그냥, "관심이 있었으니 그랬겠지"라고, 유난히도 엄마가 없으면 잘 울었으며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심각할 정도로 불안해하는 내 정서적 허물을 덮어줄 줄 안다. 그러고 보면, 대중 목욕탕의 냉탕을 (아직까지도) 겁내하는 나이지만 엄마는 다른 집 엄마들처럼 "왜 못들어오니", "빨리 들어오지 않고 뭐하니" 라고 말하기보단 내가 스스로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주거나, 혹은 나를 안고 함께 들어가주는 사람이다.

김치를 하는 날은 대개 엄마가 쉬는 날이었기 때문에 그런 엄마가 그리워 옆에서 떨어지기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엄마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 그것은 오래 전부터 시장을 보거나 반찬을 만들거나 저녁을 차리거나 빨래를 개거나 하는 시간 밖에 없어서, 그래서.

올해 김장은 유난히도 맛있게 되었고, 난 앞으로 몇번이나 이렇게 엄마와 김장을 할 수 있을까 헤아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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