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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의 예도 살펴봅시다. 지난주에 본 바와 같이 그리스의 고전기와 헬레니즘 시기에는 벽화 등의 대형회화가 크게 발달하였으나 본토에 있던 원작은 거의 소실되었습니다. 반면에 이를 받아들인 로마의 회화는 많은 부분이 보존되어 있어서 그리스 회화의 성격을 짐작케하며 또한 로마인의 다양한 수용형태를 보여줍니다. 도9와 도10은 모두 미노스 궁전에 갇혀있던 아테네인들을 아테네로 구출해 온 영웅 테세우스의 모습입니다. 여러분들이 보기엔 어떻습니까? 같은 주제이고, 테세우스가 한 가운데 있는 같은 형식이지만 차이가 있죠? 그럼 어떤 그림이 더 마음에 듭니까? 제가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물으면 대부분이 도9의 그림을 선호하더군요. 그도 당연한 것이 남자 인체를 훨씬 아름답게, 그리스 조각에서 본 모델같이 묘사하였죠. 이에 비교해 볼 때 도10의 인체는 어깨가 너무 내려오고, 상체가 너무 길고, 허리와 다리를 잇는 고관절의 묘사가 약합니다. 실제 인체에 더 유사할 지는 모르지만 아름답지는 않죠. 그러나 조금 관점을 달리하여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봅시다. 왼쪽의 그림은 테세우스라는 한 영웅을 강조할 뿐이지만 오른쪽 그림은 그가 구한 아테네 시민들에게도 큰 부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야기에 더 충실하다고 할 수 있죠. 로마인들은 그리스 신화나 역사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때론 그리스 화가를 데려오기도 하고, 혹은 그 그림을 보고 로마의 화가가 그리기도 하였습니다. 두 그림은 모두 기원 후 1세기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도9의 <테세우스>는 로마의 행정장소였던 에스퀼리노 언덕에서 발견되었고, 도10의 <테세우스>는 폼페이의 개인집에 그려진 것이어서 전자는 좀 더 공적인 장소에, 후자는 개인적인 공간에 그려진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초기 황제시대엔 공적인 목적에선 그리스 문화를 더 많이 수용하였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합니다. 또한 전자는 그리스 화가가 와서 그린 것이라면 후자는 이를 보고 로마 화가가 그린 것 일 수도 있습니다. 위의 세 비교를 통해 로마인은 실용적이고, 현실적이었으며 또 미화된 한 주인공보다는 이야기 서술을 선호하였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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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9 <아테네인을 구하는 테세우스> |
60-79년경, 프레스코화, 높이190cm, 에르콜라노 언덕 출토 |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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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10 <아테네인을 구하는 테세우스> |
60~79년경, 프레스코화, 폼페이가비우스 루푸스집 출토 |
나폴리 국립고고학 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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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13의 부조도 로마인의 성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이 부조는 도14의 무덤 제일 윗부분에 새겨진 것입니다. 무슨 장면이냐고요. 자세히 보십시요. 맨 오른쪽에서부터 보면 나귀가 돌리는 방아가 보이고, 그 왼쪽 상 위에서 두 사람이 무언가 만들고 있습니다. 밀을 가루로 만들어 반죽하고, 그 왼쪽의 오븐에 넣어 빵을 만드는 장면입니다. 이 무덤은 빵제조업자 비르질리오스 에우리사세스(M. Vergilius Eurysaces)의 무덤입니다. 빵 굽는 이를 미화시키지 않고 자기 직업을 그대로 묘사한 것입니다. 로마인의 현실적인 성격도 놀랍지만 이 무덤이 서울로 말하면 4대문 안에 놓여있었다는 사실도 또한 놀라운 일입니다(도15). 그리스인들이 죽은 이를 승리한 운동선수(도16)나 용감한 기병(도17)으로 미화시키는 것과 비교해 볼 때 로마인은 묘비에 자신의 직업을 그대로 <빵 굽는 이>(도13)나 <배 만드는 이>(도18)로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로마인의 이러한 현실적인 사고 방식은 미술사에 커다란 두 가지 업적을 남겼습니다. 하나는 황제의 기념비적인 건축물들이고, 다른 하나는 초상조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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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13 <빵제조업자 M.베르질리우스 에우리사세스의 무덤 윗부분> |
1세기말, 대리석, 로마, 프레네스티나 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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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14 <빵제조업자 M.베르질리우스 에우리사세스의 무덤> |
1세기말,대리석, 로마, 프레네스티나 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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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15 <포르타 마죠레> |
오른쪽 아래가 도14의 무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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