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아도 정거장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육필시집
황학주 지음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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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14

 

카지아도 정거장황학주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1. “뻘 앞에 세워진 우리의 살림집/ 라이터 불을 켜서/ 두 사람 신발을 마루 밑에 넣으면/ 말꼬리 치는 눈보라 공중에 뱃삯을 내고/ 지상에 떨어진 두/ 상처의 별똥/ 용서해 줄 텐가/ 딱히 더 내디딜 곳 없음을//흙집 밑동 남루한 불에/ 뻘밭이 무늬를 굽는다

_뻘 앞에전문

뻘은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잘만 찾으면 게도, 낙지도 잡힐만하다. 그러나 뻘도 뻘 나름이다. 물이 와서 다독거려준다면 모를까 쓸모없는(생산성 없는)땅이기에 그 살림이 더 옹색해 보인다. 그래도 이 땅에 올 때 거저 안 왔다. 뱃삯은 내고 왔다. 용서를 누구한테 비는가. 그저 멋쩍은 마음에 품는 생각이다. 뻘밭에 생기는 무늬처럼 이들의 일상에도 피어나는 무늬가 생기길 바랄 뿐이다.

 

 

2. “아침에겐/ 아침이 되기 전의 바스락거림이 있다// 짐작건대/ 세간엔 많은 슬픔이 되기 전/ 자작나무 껍질에 닦은 눈동자가 있다/ 입 딱 벌어지는 일들이지만// 바위 위에 잠시 앉았다 떠난 새에겐/ 초록의 입술 한 점 물어 올린/ 날기 전의 비틀거림이 있다// 산마루가 보이기 전에/ 오랫동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 게다

_아침에겐전문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 징조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솜털하나도 흔들지 못하는 바람 일수도 있다. 공중에서 꽃잎이 하나 떨어져도 그 사연은 깊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날 수도 있다. 살아가며 어떤 일과 마주할 때 나는 어떤 마음 자세로 받아들이는가가 관건이다.

 

 

3. “숲길이 막 어두워져 더 걸어 들어갈까 말까 하는 갈피에서/ 무슨 빛인가 발그레하게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숲이 항아리를 씻어 두었는지/ 무슨 빛인가,// 여름날 길을 달리는 모든 가지들 위에/ 밥 묻은 손바닥처럼 얹히는 것이었습니다// 그 길은 언젠가 두 사람이 걸어/ 이끼 앉은 돌 틈에서 목탑(木塔)을 들어내던 곳/ 찬 이슬을 지닐 때까지 구부러들어야 했던/ 어둠의 설움의 친정이었을,// 숲에선 하루해를 핥아 준 냄새가 나고/ 지하대수층에 다니러 가는 해가 밤나무 밑으로 접어들면/ 마른 새가 엎드려 있어도 좋을/ 눈동자 같은 둥지가 밝아 오는 것이었습니다// 오 숲길은,/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을 때가 있어서/ 두고 가는 사람을 짐작하지 않지만/ 사람과 다른 과일도 있다는 말을 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_ 막 어두워지는 숲길전문

막 어두워지는 숲길에 들어선다는 것은 일면 무모하다. 그러나 살아가다보면 무모함을 따질 마음의 여유 없이 그저 발길을 내디뎌야 할 경우가 있다. 뒤돌아가는 것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히 무슨 빛인가 발그레하니 떠오른다. ‘밥 묻은 손바닥’. 시인은 늘 배가 고프다. 육의 배가 아니라, ()의 배라고 생각하련다. 찬 이슬을 맞도록 밤새도록 들어내고 싶은 마음의 무거움이 있다. 가슴에 매달린 돌덩어리가 있다. 어두운 밤 숲길을 혼자 가도 빛이 있고, 과일도 있답니다. 희망을 가집시다.

 

 

4. 시인의 시()는 가난하다. 그러나 궁색하지 않다. 좀 불편하긴 해도 그리 힘들어보이진 않는다. 어둡다. 그러나 걸어갈 만하다. 기다린다. 그러나 기다릴 만 하다. “그리움이 깊고 부드러우면/ 이런 시간엔 반드시 어디쯤에서/ 내 사랑을 기다리게 된다/ 아직은 가질 수 없고 잊을 수 없는 사랑” _나는 밤 두시에도 버스를 기다린다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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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해부 - 위대한 석학 22인이 말하는 심리, 의사결정, 문제해결, 예측의 신과학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3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강주헌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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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13

 

생각의 해부대니얼 카너먼 / 와이즈베리

 

1. ‘엣지 있다는 표현은 개성 있다. 특성 있다. 날이 살아 있다. 뚜렷하게 두드러진다. 라는 의미로 사람을 표현하는 트렌드 언어이다. 학문에도 엣지(Edge)가 있다. “지식의 최첨단에 닿는 방법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세련된 정교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한 방에 몰아넣은 다음, 스스로에게 묻곤 했던 질문들을 서로 주고받게 하는 것이다. 그 방이 바로 엣지다.” 오늘날 세상을 움직이는 석학들이 한데 모여 자유롭게 학문적 성과와 견해를 나누고 지적 탐색을 벌이는 비공식 모임인 엣지는 1996년 존 브룩만에 의해 출범했다. 현대 과학이 이룬 지식의 첨단에 다가서기 위해, 과학과 인문의 단절로 상징되는 두 문화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지식과 사고방식, 3의 문화를 추구한다.

 

 

2. 엣지의 회원으로 활동하는 지식인들 중엔 인튜이션」 「이기는 결정의 제1원칙의 게리 클라인, 이기적인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 빈 서판」 「언어본능의 스티븐 핑커, , , 의 제레드 다이아몬드, 생각의 지도의 리처드 니스벳, 몰입의 즐거움의 미하일 칙센트미하이, 루시퍼 이펙트의 필립 짐바르도, 생각에 관한 생각의 대니얼 카너먼 등 낯익은 이름들이 눈에 띈다.

 

 

3. 이 책은 각 전문 분야에서 끊임없이 연구 과정을 수행하는 석학들이자 엣지 회원들 중 22인의 생각(Thinking)에 대해 정리한 글 모음집이다. 생각에 대한 생각을 넘어 생각을 해부한다. 이 생각들을 모아보면 멋진 그림이 될 것이다. 이들의 면모는 뇌과학, 심리학, 철학, 행동경제학, 진화심리학, 사회심리학, 신경과학, 생물학, 인지과학 등 광범위하다.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 사고와 판단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

 

 

4. 정서예측, 혹은 빅 옴바사는 무엇인가? 정서예측은 알 것 같기도 한데 빅 옴바사는 무슨 암호인가? 사회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를 만나본다. 빅 옴바사라는 말은 엣지의 설립자인 존 브룩만이 그와 친했던 할리우드 스타한테 들은 말이다. 그는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유명한 배우다. “빅 옴바사(Big Wombassa).” 브록만이 물었다.“What?" 그가 답한다. “빅 옴바사가 무슨 뜻이냐면, 자네가 앞으로 무엇을 얻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그런데 자네 원하는 걸 얻었을 때 얻지 못하는 것.” 말이 너무 어려우신가? ‘원하는 것을 얻었으니 기대치만큼 행복한가?’ 이다. 길버트의 주 연구 분야는 정서 예측이다. 정서 예측은 미래에 일어날 사건에 대한 정서적 반응을 예측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길버트는 임상의사가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정서 예측가가 될 수 있는지를 알아내는데 관심이 있지만, 사람들이 더 나은 정서예측가가 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 아닙니다. 과학자로서 내 역할이 이런 유형의 오류와 착각을 찾아내서 설명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찾아낸 결과를 활용하느냐 활용하지 않느냐는 전적으로 각자의 몫입니다.”

 

 

5. ‘아포템노필리아증후군이라고 들어보셨는지? 나도 금시초문이다. 특이하고 정말 불가사의한 증후군이다. 자신의 정상적인 팔다리를 절단하길 바라는 사람들이다. 대체 이런 증후군은 뇌 어느 구석에서 발단이 되는가? 궁금해진다. 프로이트를 끌어대는 이론으로부터 온갖 기상천외한 이론들이 등장한다. 관심을 받고 싶은 행동에서 나온 증후군이라는 설도 있다. 언뜻 납득이 안 간다. 그렇게까지 관심을 갖고 싶어 한다? 팔다리를 잘라내면서까지? 중세 때 그림을 보면 한 여인에게 구애를 하기 위해서 자신의 팔을 잘라 바치는 인간도 있긴 하지만, 현시대에서 이러한 양상을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신경과학자인 빌리야누르 라마찬드란의 말을 들어본다.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이와 같은 증후군을 우반구 뇌졸중, 정확히 말해서 우측 두정엽 피질 뇌졸중 환자에게 유사한 증후군이 나타납니다.” 그런 환자는 의사양반, 이 팔, 이 팔은 내 것이 아닙니다. 내 어머니 겁니다.’ 하면서 잘라 달라고 한다. 심지어는 자신의 팔이나 다리에 매우 정교하고 불규칙한 선을 그리면서 이 선을 따라 정확하게 절단하고 싶습니다.’하고 요구한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이 신경과학자의 글 어디에도 아포템노필리아증후군 환자가 자해(自害)를 했다는 이야기는 없다.

 

6. ‘생각이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지경이 넓고 깊다. 사념, 사고, 의식, 무의식, 판단, 예측, 통찰, 직관 등등 많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들은 그들의 생각을 모아 모아 전달해주고 싶어 한다. 다소 어려운 용어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용어들이 생각의 자물쇠를 열어주는 열쇠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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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법률여행 1 - 민법: 재산법 재미있는 법률여행 시리즈 1
한기찬 지음 / 김영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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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12

 

법률여행(1) 민법 : 재산법 한기찬 / 김영사

 

1.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 누구나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그러나 이렇게 살다 가고 싶은데 평소 관심을 갖지 않았던 을 알아야 할 때가 있다. 법대로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안전운전을 하고 있는데 들이받는 차를 어찌 감당하나. 살아가는 삶도 마찬가지다. 조용히 살고 싶은데 건드린다. 그렇다고 속절없이 당하고만 살 수 없다.

 

 

2. 이 책은 36년 째 우직하게 한 길을 걷고 있는 한기찬 변호사의 재미있는 법률여행 시리즈중 첫 권이다. 민법 : 재산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민법 총칙에 관한 기초적 설명, 물권에 관한 기초적 설명에 이어 채권에 관한 기초적 설명에는 계약, 사무관리~불법행위에 대한 항목이 추가되어있다.

 

 

3. “이 책은 실제로 어떤 법률문제에 부딪혀서 당장 실용적인 해답을 구하려는 분에게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법률서적은 더더군다나 아니다. 그렇다고 법률 퀴즈 문답집도 아니다. 민법의 재산법 분야에서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개념이나 제도 중 150여 개를 산정 사례화해서, 각 사례마다 3개 정도의 문항을 제시 한 뒤 정답을 해설하고 있다.

 

 

4. ‘내 땅은 밑으로 아르헨티나까지다.’ : 대도시의 교통난은 살인적이다. 그래서 서울시는 지하철을 열심히 건설하는 중이다. 그런데 고집 센 유 노인은 자기 집 50미터 지하로 통과하는 지하철 건설에 펄펄 뛰면서 자기 땅 밑으로의 지하철 노선 개설을 결사반대하고 있다. “토지 소유권의 범위는 토지의 상하에 미친다는 민법 조문을 근거로 법이 자기를 보호하리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유노인의 땅 끝은 지구 반대편인 아르헨티나까지인데, 과연 유노인의 생각대로 토지 소유권은 정말 땅 끝까지 미치는 것일까?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으로 지하 끝까지 미친다. 토지 소유권은 지상, 지하 100미터까지다. 토지 소유권의 범위는 법원이 정하는 데까지다. 몇 번이 정답일까? 민법에는 구체적으로 지상과 지하 어디까지가 정당한 이익이 있는 범위인가에 대한 규정이 없다. 단지 학설과 관례에 맡기고 있다. 내 땅위로 비행기가 지나간다고 토지 소유권을 침해 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내 토지 위에 송전선이 설치되어 지상 공간의 활용을 방해하는 경우라면 소유권의 침해 맞다. 반면 지하는 애매하다. 타인이 내 토지 밑으로 터널을 굴착하거나 우물을 파서 토지가 붕괴될 우려가 있으면 엄연히 침해. 또한 내 토지 밑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되어 타인의 토지로는 흘러가지 않는 지하수는 내가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온천이나 유전이 터지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공익을 위해 내 토지 밑으로 지하철을 건설하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 하급심 판결이지만, 지하 50미터까지는 그 건설자가 토지 소유권자에게 보상하여야 한다는 판례가 있다 한다.

 

 

5. , 법률도 결국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형평의 원칙이다. 권력의 유무, 재산의 유무, 학식의 유무, 남녀성별에 따라 달라진다면 그 법은 악법이다. 진짜 악법도 있지만, 선한 법도 사람이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 책이 주는 장점은 법 테두리 안에서 나와 내 가족을 보호하는 지혜를 담아주는데 있다. 콩트집을 읽듯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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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끝에서 세상에 안기다 - 암을 치유하며 써내려간 용기와 희망의 선언
이브 엔슬러 지음, 정소영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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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10

 

절망의 끝에서 세상에 안기다이브 앤슬러 / 자음과모음

 

1. “아기의 몸이 맞닿은 엄마의 몸에 장소가 생겨난다. 당신이 여기에 있음을 말해주는 장소다. 이렇게 당신의 몸에 맞닿은 몸이 없다면 장소도 없다. 나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혹은 어떤 장소를 그리워하거나 가정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내 몸에 맞닿은 몸이 없었으므로 내게는 어떤 간극, 구멍, 허기가 생겨났다. 이 허기가 내 삶을 결정지었다.”

이렇게 시작한다. 따뜻한 듯 시리다. 채워지는 듯 빈 공간이 보인다.

 

 

2. 희극 작품 버자이너 모놀로그200명이 넘는 각계각층의 여성들을 인터뷰하여 만든 작품이다. 나이든 여성, 젊은 여성, 기혼녀, 미혼녀, 레즈비언, 대학교수, 배우, 전문직 회사원, 창녀, 아프리카계, 히스패닉계, 아시아계, 미국인, 미국 원주민, 코카서스인, 유대인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에 그들은 말하기를 주저했다. 다소 부끄러움도 탔다. 하지만 일단 시작하면, 결코 그들 스스로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와 함께 성폭행당한 여성의 절규, 남편에게 존중 받지 못하는 여성의 질(), 동성애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성, 여성의 자위행위, 여성의 성을 찾아내는 워크샵, 그리고 여성의 출산 등 여성의 질()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3. 이 책의 저자 이브 앤슬러의 작품으로는 버자이너 모놀로그외에 필요한 목표물, 굿 바디, 정치적 회고록으로 마침내 불안정한나는 감정이 있는 존재입니다등이 있다. 뉴욕타임즈베스트셀러였던 나는 감정이 있는 존재입니다는 이후 감정적 동물로 각색되어 무대에 올려졌다. 이브 앤슬러는 여성과 여자아이에 대한 폭력을 없애기 위한 운동인 브이데이를 창설, 지역 조직과 활동가들을 위해 9천만 달러를 모금했다. 또한 ‘10억 여성이 일어나라는 세계적 운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4. 이브 앤슬러의 빈 공간 또는 허기에 자리 잡은 존재가 있었다. ()이었다. 이 책은 암 판정을 받고 난 후 7개월 동안 겪은 고통의 기록이다. 덧붙여 그녀의 암울했던 성장기와 술과 마약과 섹스에 젖어서 자포자기 상태로 지내던 청년기와 그 후의 삶을 역시 모놀로그 형식으로 들려주고 있다. 생부에 의한 성폭행과 구타 너머엔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생모가 있었다. 그녀의 트라우마는 자연스럽게 같은 처지의 다른 여성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그녀의 입을 통해 듣는 콩고의 상황은 진짜 사람이 한 짓인가 의심스럽다. 처음 여성들의 이야기가 그녀의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보스니아에서였다고 한다. 광장으로 끌려 나가 남편과 가족,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강간당했던 여성들에 관한 수백 개의 이야기. 노예처럼 며칠이고 붙잡힌 채, 정신병자 군인들에게 계속해서 때로는 한 번에 예닐곱 번씩 몸을 유린당한 어린 소녀들의 이야기, 몇몇 경우에 세르비아인을 포함해 보스니아인과 이슬람교도, 크로아티아인을 인종적으로 파괴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계획된 전술로 강간이 사용되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이야기들. 그 외에도 수없이 가슴이 막혀오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그녀는 행동가가 된다. 전사(戰士)가 된다. “당신이 이겨낼 거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자연의 힘입니다. 아무것도 당신을 막을 수 없습니다. 이겨낼 거예요. 이브, 당신은 전사잖아요.”

 

 

5. 누구나 암()진단을 받으면 왜 하필 내가?’ 한다. 그 다음에 조금 마음이 진정되면 내가 어쩌다 암에 걸렸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녀 역시 깊은 생각에 잠긴다. “강간 암이라는 게 있을까? 성적으로 괴롭힘을 당하거나 그 때문에 심리적 외상이 생기거나 강간을 당하면 생기게 되는 암. 당한 그 순간에 생겼으나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맞게 된 심리적 외상의 순간에 순환하는 혈액 속으로 배출되는 강간 암세포가 있을까?” 자신이 건강할 때 건강하거나 건강하지 못한 여인들의 자궁에 지극한 관심과 애정을 쏟아 부었던 그녀에게 자궁암이 생긴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이브 앤슬러. 이 여인의 대단함은 그 생각과 행동에 있다. 암치료과정에서도 끊임없이 상처받은 여인들, 진행형 고통 속에 있는 여인들을 잊지 않는다. 그녀의 병든 몸을 통해 역시 병들어가는 세상을 생각한다. 그 세상을 떠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그 속으로 더욱 들어가고 싶어 한다. 그녀의 몸은 더 이상 그녀만의 것이 아니라 성적 학대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야하는 다른 여인들의 몸, 자궁과 이웃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곧 그것은 치유가 필요한 세계 구석구석에 새 생명을 주어야 한다는 것과 그 모든 것이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마음을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함께 그린다. 이브 엔슬러의 주 활동의 하나인 ‘10억 여성이 일어나10억이란, 전 세계에서 세 명에 한 명, 대략 10억 명의 여성이 일생에서 적어도 한 번은 강간이나 폭행을 당한다는 유엔 통계를 근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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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더 컴퍼니 - 변화를 주도하고 성공으로 이끄는 혁신 전략
리사 보델 지음, 이지연 옮김 / 레디셋고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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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야기 2015-009

 

킬 더 컴퍼니리사 보델 / RSG(레디셋고)

 

1. “결국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종도, 가장 똑똑한 종도 아니다. 최후에 살아남는 것은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 종이다.” 다윈의 말이다. 살아가며 누구나 변화를 꿈꾼다. 그러나 변화의 꿈을 꾸는 사람이 10사람이라면 실제로 변화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물론 그 변화의 정체도 중요하다. 직업, 성격, 환경, 일상의 습관 등 다양하다. 한 통계에 의하면 자신의 목숨이 달려 있어도 변화되지 않거나 못하는 사람들이 5명 중 4명이나 된다. 그만큼 변화에 대한 꿈과 현실은 차이가 난다.

 

 

2. 이 책의 키워드는 회사 죽이기이다. 덧붙이면 다시 살리기 위해서 일단 죽이는것이다. 일반적으로 라이벌 회사를 어떻게 무너뜨릴까 궁리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 책에선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회사를 죽이는 일에 머리를 쥐어짠다. 그러다보면 회사를 다시 살리는 생각이 나온다는 것이다.

 

 

3. 어느 기업이나 항상 혁신적인 개선을 요구한다. 문제는 입으로, 플래카드로, 새해목표로 혁신을 내세우면서 그 토양은 견고한 ()습관이나 부동의 문화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모두 겉으로만 부르짖다가 결국 또 한해를 넘기게 된다. “회사 죽이기는 단순한 하나의 방법론이 아니다. 회사 죽이기란 잠재력을 최대치까지 발휘해보고 싶은 회사가 위대함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타 회사를 죽이는 킬러 컴퍼니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내 회사를 먼저 죽여야 한다. 혁신은 거기에서부터 시작된다.”

 

 

4. 이 책의 지은이 리사 보델은 혁신에 대한 연구와 훈련 프로그램을 독창적으로 개발하여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회사인 퓨처싱크(FutureThink)의 설립자이자 CEO이다. 또 글로벌 혁신가이자 인지학습 전문가이기도 하다. 책은 크게 두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현 상태 깨부수기, 새로운 혁신 기반 다지기이다. 일단 부순 다음에 다시 세우라는 것이다. 하긴 헐고 다시 짓는 것이 구조 변경보다 쉬울 수도 있다.

 

 

5. 현 상태 깨부수기에선 혁신적 사고에 걸림돌이 되는 사항들을 점검한다. 전통적 기업 문화의 본질을 구성하는 소극성, 두려움, 순응, 무사안일주의 같은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바보같은 규칙 죽이기툴은 형식주의를 타파하면 직원들이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불가능을 가능으로툴은 자신과 다른 사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온갖 변명들을 날려 보내도록 부추긴다. 새로운 혁신 기반 다지기에선 새로운 조직을 만들기 위한 툴들이 소개된다. 회사 내의 모든 계층에 혁신을 유도할 수 있는 역량과 태도를 키우는 방법이다. 재미있고 효과적인 다양한 실습들이 소개된다. ‘미래 그리기’, ‘억지로 연결하기’, ‘가정 뒤집기등 단계별 가이드가 제공된다. 그리고 이런 툴을 가장 잘 활용한 회사들의 사례와 함께 이 툴들이 어떻게 기존의 사업을 흔들어 놓고 혁신적 사고를 불러일으키는지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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