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개 우기 - 기적을 선물한
래리 레빈 지음, 한세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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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로 인해 행복한 일주일을 보냈으니 이제는 내가 우기에게 이야기를 할 차례라고 느끼며 컴 앞에 앉은 순간 밖에서 들리는 깨갱 소리에 나가보니 태어난지 채 50일이 되지 않은 털이 새 하얀 강아지 순둥이가 형님 검둥이의 밥을 탐해서 물린듯하다. 검둥이 앞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누워서 깨갱하고 우느라 정신이 없고 엄마 흰둥이는 안절부절이다. 내가 다가가자 검둥이는 혼날까봐 얼른 집으로 들어가서 조금 늦게 상황을 파악한 순둥이가 조금 나아진 깨갱을 하면서 자기 집으로 들어가고 흰둥이가 그 뒤를 재빠르게 따라 들어간다. 그 모습이 괜시리 웃겨 혼자 피식 웃고 말다가 순둥아~ 하고 부르니 고 녀석 언제 그랬냐는듯 꼬리 흔들며 따라와 발 주위를 빙빙빙 돌며 뭐 좀 달란다. 생명이 있는 것은 어느 하나 값지지 않은 것이 없는 것 같다.
 

 우기를 보면서 천방지축이란 말이 떠 오른다. 물론 그 앞에 절대로 미워할 수 없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이라는 조금 긴 접속사가 우기에게 붙는다. 읽는동안 우기를 통해 즐거움을 느꼈지만 동시에 우기가 겪었을 고통이 계속 떠 올라 그저 웃기만 하면서 책을 읽을 수는 없었다. 초반에 우기가 겪은 아픔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기가 상처를 딛고 행복해 한다는 것은 굉장한 감동을 주며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들었다. 누군가의 품으로 간 우리집 강아지들이 그런 일을 당했다면 나는 견뎌낼 수 있었을까? 말 못하는 동물이 무슨 죄냐는 할머니님의 말씀처럼 말 못하고 힘이 약하고 그저 사람을 너무나 좋아하는 그 동물들이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어쩌자고 그 약한 동물에게 미끼견이란 말도 안되는 일을 행할 수 있단 말인가.

 

 책 표지의 우기를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찾았을 때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잘, 정말 잘, 살아주었구나, 고맙다. 라며 느낄리 없겠지만 컴퓨터 화면을 쓰다듬으며 장하다고 말하게 된다. 래리의 집에 입양되어 쌍둥이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잘 자라준 우리 우기가 장해서, 많은 수술을 견디어 냈을 우기가 너무 장해서, 사람에게 그토록 상처를 받았음에도한 번도 사람을 미워하지 않아준 우기에게 너무 고마워서 괜히 밖으로 나가 우리집 강아지(3,4년이 되어도 왜 개라는 호칭보다는 강아지라는 호칭을 쓰게 될까;;;)를 쓰다듬으며 지금부터 더 사랑해주어야지라고 다짐해 본다.

 

 개의 1년은 사람 나이의 7년정도라고 한다. 의심하고 두려워하며 보낼 시간이 없는 것이다, 우기에게는. 맘껏 사랑하고 행복해하며 즐거움을 나누어 주기에도 아까운 시간 우기는 맘껏 사랑하기로 결정했을 것이다. 래리부부 역시 아이들도, 삶도 맘껏 사랑하며 살아가기로 마음을 정한 것 같으니 우기를 만난 순간 어찌 입양하지 않고 버티겠는가.

 

 모두에게 감동을 준 우기. 우기가 겪었을 아픔을 우리는 앞으로 어떤 동물에게도 겪게 하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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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
김미월 외 지음 / 열림원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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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책을 보고 손길이 멈춘다. '비'라는 단어 앞에 그냥 내려 앉는다, 걸음이, 가슴이. 그럼에도 책을 열지 못하고 그저 쓰다듬기만 한다. 비가 뭐라고, 좋아하는 작가의 이름보다 제목이 눈에 띄는 건 비 앞에서는 어찌할 수 없이 무너져내리기 때문이라고 할까. 이토록 비 앞에서는 막무가내로 무너져 내리면서도 다른 책을 가슴에 품고 나오고 만것은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이 책을 읽으면 흔, 들, 리, 겠, 구, 나, 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내게 왔다. 흔들리면 어떠하겠는가, 젖으면 어떠하겠는가, 이미 비는 내리기 시작한 것을.

일곱가지 색깔로 비가 내린다. 책을 읽는 동안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도 했고 빗소리에 잠을 깨기도 했고 비였으면 하고 바랬음에도 눈이 내리는 날도 있었으며 흐린 날보다는 맑은 날이 더 많았다. 그래서 비가 좋은 것일까? 쉬이 만날 수 없는 날씨지만 기대하지 않고 있으면 내리고야 말아주는 친절함, 혹은 톡!톡! 떨어지는 비가 주는 애달픔 그보다 더 큰 그리움 그리고 아릿함. 책을 읽기도 전에 난 표지 속 여자가 되어 비를 맞고야 만다. 책은 내게 어떤 비를 내려줄까? 첫 번째와 두 번째 비를 이야기 해 보자.

 

 # 살랑 살랑, 봄비 - 티슈, 지붕, 그리고 하얀 구두 신은 고양이, 장은진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건 따뜻한 바람도, 조금은 낮아진 하늘도 아닌 봄비이다. 차가움에도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 따뜻한 봄비. 그 봄비가 차갑지 않은 것은 비 속에 담긴 봄의 생명력 때문일 것이다. 곧 새싹이 나올 것 같은 싱그러움, 연한 노란색과 초록색을 떠 올리게 하는 봄비. 그 비가 책의 첫 이야기에 담겨 있다. 

 

 세상에서 해야할 일이 이제 하나도 남기지 않은 것 같은  한 남자, 세상에서 이보다 더 큰 배신, 상처를 받은 사람은 없다고 말해도 될 것 같은 한 남자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 그저 침묵하고 그저 비를 맞고 그저 해바라기를 한다. 고양이와 함께. 그때 그 남자 위로 내려오는 티슈 하나. 그 티슈가 봄비처럼 보인다, 내게는. 그렇게 그 남자 모르게 혹은 티슈의 주인공도 모르게 구름에는 물방울이 모아지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상처에는 시간이 흐르면 새살이 돋는다, 새싹처럼. 곧 다 괜찮아질거야라고 말하는 봄비가 첫 이야기에서 내리고 있다.

 

 # 잿빛 하늘에서 내리는 비 - 대기자들, 김숨

 

 '철' 이란 소설을 통해 김숨을 알았고 '물'을 통해 김숨에게 스며들었다. 김숨이란 작가에게 빠져들었기에 읽기도 전에 기대감으로 가슴에 바람이 분다. 싱그러운 봄바람이 아닌 잿빛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전에 부는 청아하면서 깊은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예쁘지도, 싱그럽지도 않은 비가 내린다. 그럼에도 비는 익숙하다. 우리 삶 속에서 가장 자주 내리는 비가 내린다. 향기도 색깔도 없지만 투박하게 비가 죽죽 내린다. 조금은 답답하게 조금은 삭막하게 하지만 비는 땅을 적시고 있다, 분명.

 

 '대기자'들은 좋았다. 내가 잿빛 하늘을 좋아하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굵은 빗속에서 축 처진 어깨와 어찌할 줄 모르는 불안한 떨림을 누군들 가져보지 않았을까.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어른인채로 살아가야하지 않는가. 대기자인채로.

 

  책 속에서 더 만나게 되는 5개의 비. 그 비를 한 번을 읽었음에도 스며들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한번 더 만나봐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비를 만나고 또 비가 내게 스며들다 보면 작가의 독특한 시선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비'가 내렸다. 싱그럽기도, 비가 생각나는 것이 아닌 비가 내릴 때 길에 흐르는 검은 물만이 생각나는 비도 있었으며, 하늘에서 땅에 닿을 때까지의 비가 되어보기도 한다. 그리고 그리고...앞으로도 비는 내릴 것이다. 그 때마다 이 책의 누군가가 혹은 어떤 구절이 생각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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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키스 뱅 뱅!
조진국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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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 드문드문 드립 커피가게가 생겨나면서 커피를 주문할 때면  에스프레소를 한 잔 시키고 함께 시키는 건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AA를 주문한다. 에스프레소를 입에 머금다가 넘기고 난 후 마시는 킬리만자로의 아찔함을 좋아한다. 그 강렬함과 쌉싸름 그리고 신맛에 중독 되어버렸다. 이 책의 맛이 내가 즐기는 커피의 맛과 닮아있다. 달콤함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커피의 맛과 고스란히 닮아있다.

 

Kiss Kiss Bang Bang, 책의 제목이기도 하고 주인공 기안과 서정의 만남에 빠질 수 없는 노래였던 그리고 그들의 미래를 예감케 한 노래이기도 했다. 이 제목을 해석하는 기안의 말이 떠 오른다.

 

- 총소리만큼 격렬하게 키스를 한다? 아마도?

- 키스를 하는 두 사람이 나중에는 서로의 심장에 총을 겨누는 사이가 된다? 아마도?

- 그쪽이 더 재밌는 해석이네요.

기안의 해석은 재밌긴 했지만 그때의 나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총을 쏠 만큼 집착하고 증오할 만한 관계가 있는 걸까. 내가 싫어졌다는 사람은 돌아서면 그만이고, 내가 싫은 사람은 받아들이지 않으면 되는 것일 텐데.   -P.89

 

 이 글을 쓰면서 음악을 들어본다. 기안의 해석이 전혀 먹혀들 것같지 않은 상큼 발랄한 보컬의 목소리에 혼자 피식 웃어본다. 기안이란 사람은 보컬의 목소리에 저런 해석을 할만큼 가슴에 바람이 부는 이라는 생각에 옆에 둔 책을 쓰다듬는다. 서정의 해석이야말로 기안이 했을만한 해석처럼 보이고 기안의 해석이 서정이 말했음 전혀 어색할 것 같지 않다면 그들의 성격을 말했다고 할 수 있을까?

 

 책은 아스라한 담배 연기와 어두운 회색빛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간 페이트로 칠해진 방을 연상시킬 만큼의 강함을 담고 있다. 탁하고 어둡고 답답하다. 빗방울이 떨어지지만 투명하지 않다. 네명의 주인공이 얽히고 설키고 서로를 서로가 힘들게 한다. 솔직해지지 못하다는 것,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거짓으로 스스로를 방어해야한다는 것 그 슬픔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내게는 소울메이트의 감성을 자극하지 않아 아쉬웠던 책, 저자가 말한 음악을 들으며 이 책을 읽는다면 달라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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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해항로 민음의 시 161
장석주 지음 / 민음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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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를 동경하고 시 읽기를 감히 하는 이유는 시가 아프기 때문. 그리고 시가 주는, 시인이 주는 위로와 희망 때문일 것이다.  시를 읽으면 아프다. 가슴에 바람이 불고, 순간 손  끝이 얼어붙기도 하며,  출처를 알 수 없는 고독이 온몸을 휘감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가 좋은 것은 나만이 아프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 짧은 글을 쓰기 위해 시인이 토해냈을 아픔과 슬픔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역시 사람이기에 아파하고 있다는 것, 나만이 아프지 않다는 것, 나만이 외롭지 않다는 것에서 오는 안도감은 어찌나 따뜻하고 한줄기 빛과 같은지. 참으로 못된 이유로 시를 읽는다. 아파하면서 시를 읽지만 시가 주는 따뜻한 위로 또한 시를 읽게 만든다. 팍팍한 세상 속에서 시인이 쓴 희망을 노래하는 시는 얼마나 따뜻한지, 작은 것 하나에도 삶을 노래하는 시가 좋다.
 

 <몽해항로> 오랜만에 읽은 시는 생각 할 시간을 주고 위로를 주고 따뜻한 바람이 불게 한다. 시가 소설보다 짧은 이유는 읽는 시간을 줄어들게 함이 아닐 것이다. 시집은 소설책 한 권을 읽는 것의 배보다 더 한 시간이 소요된다. 생각하고 읽고, 또 생각하게 한다. 시집만큼 독자를 초대하는 장르가 또 있을까? 이해가 되지 않는 난해한 시를 흡수하기 위해 몇 십번이고 다시 읽다보면 시는 시인에게 미안하지만 내게 맞춰진다. 후에 또 다른 옷으로 내게 맞춰진다, 시는.

 

 몽해항로를 읽으며 여행을 떠났다. 푸른 획을 그은 바다를 안개를 헤치며 마치 꿈결처럼 아스라한 공기를 뚫고 시를 읽는다. 어찌하여 물방울은 공기 중에 떠 있을 수 있는 것인지, 그 가벼움이 얼마이길래 안개로 남아있을 수 있는 것인지, 몽해항로 그 속에서 웃기도 하고 사색을 하고 숨을 가다듬기도 한다. 아직 더, 조금 더, 여행을 해야한다, 시를 이해하려면. 그래서 시가 좋다. 언제나 끝나지 않은 여행을 하게 해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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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엔젤 - 나는 머리냄새나는 아이예요
조문채 글, 이혜수 글.그림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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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언제였을까? 빨강머리 앤을 보고, 만화 영화 시리즈로 나오던 신데렐라를 보며 자라던 그 시절 예쁜 마음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했을까? 세상을 향해 그토록 맑은 마음과 파란 바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멋져보여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주인공처럼 세상을 살아야지, 꿈을 꾸어야지 꿈꾸던 시절은 세월의 빠름 앞에서 저만치 내려놓고 달리느라 바빴다. 그 맑음을 내려놓으면서 왜 가벼워지지 않고 삶은 점점 더 무거워지는 것인가......
 

 

 그림책이 좋고 아이들의 책이 좋다. 팍팍하다고 삶을 부르지 않으리라 여겼던 순간마다 아이들의 책을 찾고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 있으면 나를 지치게만 했던 삶이 어여쁜 분홍빛으로 보인다. 그것을 알면서도 꿈을 주는 책을 자주 만나게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 그 속에서 이 책을 만났다. 얼마나 어여쁜 봄빛인지, 이 책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자판을 두드리는 손끝에서 개나리 꽃망울이 터진다.

 

 <100% 엔젤> 이라는 책의 부제는 '나는 머리냄새나는 아이예요' 다. 처음 책을 보고서 왜 부제가 이런지 감이 오지 않아 고개를 한참이나 갸우뚱 했다. 그렇게 갸우뚱하며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고 내게 겨울은 저 멀리 도망가고 봄이 다가오기 시작한다. 초록 잔디가 펼쳐있는 작은 동그마한 언덕에 누워있는 기분, 그 언덕에 따뜻하게 살랑거리며 봄바람이 분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져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삶이 감사하게 느껴져 눈물이 툭하고 떨어질 것 같은 기분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를 감싸안는다.

 

 책은 딸과 엄마의 일기로 꽉 차 있다. 웃음이 나는 이야기부터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까지 소소한 행복이 담겨있다. 엄마의 말대로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머리 냄새나는 아이라는 것을, 누군들 단점 하나 있지 않겠는가. 뭐 묻은 개가 우리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그리하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누구하나 함부로 대할 수 있겠는가. 잊지 않고 살아야지, 기억하고 싶은, 가슴에 품고 싶은 좋은 글이 참으로 많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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