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칠십 가까이 된 사람이 던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시원하게 다가온다. 우리 부모 세대처럼 '충효'를 강요하지 않아서, 아니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봐도 일단 이 책은 읽을 만하다. 구절구절이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수 같아서 그 글에 내 생각이나 감상을 덧붙인다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책에 있는 구절을 많이 옮겨 적는 게 최선일 듯하다.

 

먼저 부모에 대한 글.

'부모란 작자들은 한심하다.'

'태어나 보니 지옥 아닌가.'

'별 생각 없이 당신을 낳았다.'

'낳아 놓고는 사랑도 안 준다.'

'노후를 위해 당신을 낳은 거다.'

'그러니 당장 집을 나가라.'

'집 안 나가는 자식들은 잘못 키운 벌이다.'

p.19 가장 악질적인 경우는 자식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부모, 자신의 노후를 책임지게 하고 보살핌을 받고 싶어 자식을 낳는 부모. 그런 부모는 애당초 부모라 할 수 없다. 자신을 위해 자식을 희생시키는 부모는 남보다 훨씬 못한, 악마나 다름없다. 그들은 인간이랄 수도 없다.....부모란 이렇듯 애매모호한 존재다. 부모의 사랑에 거짓이 없다고 믿는 것은 부모 자신뿐이다....오로지 자식을 어엿한 성인으로 키우는 것만이 목적인 부모는 너무도 적다.

 

국가에 대한 글.

'국가가 국민의 것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국가는 적당한 바보를 원한다.'

'텔레비전은 국가의 끄나풀이다.'

'국가는 당신을 모른다.'

'바보 같은 국민은 단죄해야 한다.'

'국가는 적이다.'

'분노하지 않는 자는 죽은 것이다.'

'멍청하게 있지 말고 맞서라.'

'국가는 골 빈 국민을 좋아한다.'

p.134  독재국가는 물론, 이상적인 민주주의 국가 역시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특정 소수의 것이다. 한 줌이나 될까 말까 한 인간들의 소유물이다. 게다가 인간적으로 특별히 뛰어난 것도 아니고, 그 지위에 걸맞은 훌륭한 재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닌 특정 소수이다. 우리와 별 다르지 않은 아주 평범한, 굳이 말하자면 욕심만 유난히 큰 속물의 전형이다....소수를 제외한 압도적인 대다수 인간은 자신은 틀림없이 국가에 속해 있고 국가를 위한다는 최면술에 걸려, 또는 국민의 한 사람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자기 주문에 지배되어 소수를 위해 있는 힘을 다하지만, 소수만이 단단히 쥐고 있는 '풍요로움'을지속시키기 위한 노동력으로 이용되고 있을 뿐이라는 더욱 처절한 현실을 알게 된다.

p.136  나라를 실제로 주무르는 자들은 넘치는 자금을 악용해서 목전의 욕망에 허우적거리는 정치가들뿐만 아니라, 학자와 매스컴, 문화인, 연예인, 평론가 등 많든 적든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인종에게 온갖 명목으로 돈을 뿌려 여론을 안정시키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형태로 국가를 유지한다. 마음대로 나라를 주무르고, 당당하게 빼돌려 이권을 장악한다. 그렇게 어디까지나 사적인 나라를 구축하고 지위가 흔들리지 않도록 다져서는 그 영예와 영광을 후손에게 물려준다.

p.140 국가를 소유한 자들은 당연히, 특권적인 혜택을 계속 누리기 위해 온갖 대의명분을 쥐어짜 낸다. 그 대표적인 것이 민족주의를 내세운 애국 사상이다.

 

종교에 대한 글.

'종교단체는 불한당들의 소굴이다.'

'사람다워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종교다.'

'신 따위는 없다.'

 

직장에 대한 글.

'직장인은 노예다.'

'직장은 사육장이다.'

'자영업자가 돼라.'

'자유를 방기한 사람은 산송장이다.'

 

마지막 9장, 10장까지 들어보자.

 

' 청춘, 인생은 멋대로 살아도 좋은 것이다.'

'동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죽어라.'

 

p. 202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죽을 몸인데, 왜 그렇게까지 겁을 내고 위축되고 주저해야 하는가. 자신의 인생을 사는 데 누구를 거리낄 필요가 있는가. 그렇게 새로운 마음가짐과 태도를 무기로, 애당초 도리에 맞지 않고 모순투성이인 이 세상을 마음껏 사는 참맛을 충분히 만끽해라. 약동감이 넘치는 그 삶을 향해 저돌적으로 나아갈 때 드높이 외칠 말은, 바로 이것이다.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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