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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
신현림 지음 / 흐름출판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한 엄마의 딸이고, 한 딸아이의 엄마이기도하지만 사실 이런 류의 책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제대로 효도다운 효도를 한 적이 없고 그래서 내 딸아이가 내게 효도를 하겠다고 덤비기라도하면 나는 손사래를 치고 말 것이다. 딸아이의 효도를 받아들이기에는 내가 엄마에게 해드린 게 정말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내가 오십이 되도록 우리 엄마는 내게 절대로 무거운 짐은 커녕 가벼운 비닐 봉다리 하나 맡기지 않으셨다. 무거운 건 당연히 당신이 들어야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며 아예 그런 생각조차 없으신 분이다. 내 딸아이는 4kg짜리 쌀포대 건 가벼운 쇼핑 봉투 건 짐은 당연히 제가 들어야하는 것으로 알고 내게 짐을 맡기지 않는다. 나는 늘 과분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엄마를 잃은 자의 부탁, 이라고 지은이는 말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엄마가 살아계실 때는 나올 수 없는 책이다. 살아계실 때는 이렇게 절절한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다. 나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그걸 깨닫게 되었다. 부모가 살아계실 때 이런 절절한 감정을 유지하고 그걸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면 아마 세상은 훨씬 평화롭지 않을까 싶다.
'효도'라는 단어에서는 거기에 깃들인 아름다운 인간의 도리 보다는 의무의 감정이 짙게 배어있다, 고 나는 늘 생각해왔다. 우리 엄마는 우리 자식들에게 한 번도 '효도'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신 적이 없다. 당신 것 다 내주면서도 우리에게 요구하는 게 없다.(자식들이 워낙 못나서겠지만) 마치 효도라는 단어를 모르고 사시는 분 같다. 그래서 나도 내 자식에게 '효도'라는 단어를 쓰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자연스런 생각들이 이런 류의 책을 읽게되면 단어 하나하나가 부각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효도'같은 거. 남이었던 사람들이 결혼과 더불어 한 가족이 되었을 때 또렷이 부각되는 단어 중의 하나가 이 '효도'가 아닐까 싶다. 사랑의 감정보다 의무의 감정이 앞서기 시작하면서 이 '효도'를 의식하며 살아야하는 게 결혼이 아닐까 싶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사실 이 책을 읽자니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고 죄송스럽고 무거워진다. 나는 엄마에게 해드린 게 정말 없기에 더욱 그렇다. 다음의 한 구절이 가슴을 친다. 아마도 나는 앞으로도 끝내 엄마한테 이런 질문을 못할 것이다. 팔순을 넘긴 엄마한테 어쩌면 이 질문은 가혹한 질문이 되지 않을까.
p102 엄마에게도 꿈이 있었을 텐데...엄마 꿈은 뭐냐고 한 번 여쭤 보지도 못했으니, 딸로서 불효막심 부끄럽기만 하다.
세상의 모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를 하지 못한 대가로 자식에게서 불효라는 보복을 받아야하는 게 아닐까. 일종의 악순환 같은 거. 부모가 살아계실 때는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경계를 다시금 깨닫게 하는 이런 책을 그래서 마음 편히 볼 수 없는 것이다.
p.147 ...나이 들어 혼자 목욕하시는 모습이 몹시 안쓰러웠다. 어떻게 자식들은 칠순 노인을 혼자 목욕탕에 보냈나 의문스러웠다.
는 이 말에 가슴에 못 박히는 소리가 들리시는지...팔순 넘으신 우리 엄마는 예나 지금이나 혼자 목욕탕에 다니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