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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 음악과 함께 떠나는 유럽 문화 여행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정태남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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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라. 세상의 잡다한 지식과 상식으로도 포만감을 적당히 만끽하며 지내온 터라 클래식이라는 단어에 살짝 거부감이 일었다. 새삼 클래식이라니, 하는 심정이었다. 

클래식, 정확히는 클래시컬 뮤직. 매일 오전 6시와 오후 6시에는 나도 클래식을 듣는다. 아침밥 하고 저녁밥 하면서 듣는다. 클래식을 좋아한다기 보다는 광고 방송을 듣기 싫어서 시작한 일이다. 그나마도 압력 밥솥 소리와 텔레비전 소리에 묻혀 온전히 제대로 듣는 경우도 드물다.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사는 생활 속에서 클래식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고 해서 불행하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그래도 하루에 두 차례나 클래식을 접할 수 있으니 그나마 행복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그래도 있다. 특히 새벽 시간이 그렇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이라도 나오면 새벽밥 짓는 피곤함을 잠시나마 잊게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음악도 아는 만큼 들리는 법인데 나의 음악 감상 밑천이 너무나 얄팍하니 그게 좀 서러울 뿐이다. 

이러저러한 우려를 두려워하면서 이 책을 펼쳤다. 우선 유럽의 여러 지명이 낯설지 않아서 반갑다. 몇군데 가 본 적이 있다는 게 안심이라면 안심이었다. 그러나 안심이 곧 부러움과 한숨으로 바뀌었다. 음악이 이렇게 여행을 풍부하게 할 수도 있구나, 하고. 기껏해야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몇 군데 돌아다닐 줄 알았지 음악을 이런 식으로 접목시켜서 생각해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슬프면서도 즐거웠다. 내 얄팍한 음악적 지식이 불쌍해서 슬펐고 간접적이나마  클래식의 지평을 넓힌 듯 싶어서 유쾌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귀동냥으로만 듣던 여러 음악가들의 생애는 한편 한편이 짧은 단편소설을 읽는 듯했다.  

기행문을 읽는 데서 오는 현장감, 유명한 클래식 곡들에 대한 풍부한 소개, 음악가들의 절절한 인생사 등이 절묘하게 결합된 이 책을 다 읽고나니 뿌듯한 감정이 들었다. 그건 일종의 정신적인 포만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숙제도 던져주고 있다 . 리스트의  <라코치 행진곡>과 <빌라 데스테의 분수>를 꼭 들어야하고, 알비노니가 작곡한 게 아닌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도 찾아서 들어봐야 한다. 귓전으로만 들었음직한 이 곡들을 반드시 확인해보리라는 의지를 다지게 한다.  

처음 외국에 나갔다 오면 누구나 이 한 가지씩은 작심하고 돌아온다.(적어도 내 주변 사람들은 그렇다.) "영어는 꼭 배워야겠다." 고. 음악에 문외한인 나도 이 책을 읽으며 한 가지를 작심해본다. 이 책에 나오는 클래식은 꼭 들어봐야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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