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지난 화요일 저녁에 일어났다.

 

아빠가 잠시 문을 열고 열쇠를 정리하시는 동안 요 통통한 놈이 쏜살같이 튀어 도망간 것.

 

주택이라 냥이들이 한 번씩 튀어나가는 데 보통은 따라가서 잡아오거나, 한 두시간 지나면 돌아오기 때문에 이번에도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비가 부슬부슬 온 뒤 끝이라 땅은 젖었고 충분히 미끄러워서 금방 돌아오겠거니..했는데...

 

이 녀석이 밤새 돌아오지 않는거다.

 

이런 비행고양이 같으니라고!! 잠은 집에서 자야지!!!

 

그렇게 화요일 밤이 지나고 수요일이 되었다.

 

당연히 오겠거니.. 별 생각 없었는데 그 날 밤이 되어도 안 오는 것.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럴 애가 아닌데...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난 찾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 나, 남동생까지 네 명이서 각자 알아서 찾기 시작했다.

 

혹시나 밤에 문을 두드릴까 싶어서 막내는 마루에서 잤다.

 

문도 살짝 열어두고... 다른 냥이인 소리는 못 나가게 했다. 혹시나 이 녀석마저 잃어버릴까 싶어서.

 

그렇게 수요일, 목요일이 지나 금요일이 되었다.

 

너무 걱정이 돼서 밤에 울면서 찾아다녔다. 잠도 거의 못 잤고...

 

녀석이 덩치만 컸지 싸움도 못하고 먹을 것도 못 찾고 차도 못 피하는데 잘못 된 건 아닌가 싶어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고양이 탐정이란 분이 계셨다.

 

아.. 얼마나 훌륭한 분인가...

 

난 부산에 살기에 그 분이 찾으러 오지 못할 것 같아 그 분이 어떻게 찾아야하는지 말한대로 찾기 시작했다.

 

밥통을 들고 나즈막한 소리로 밤에 찾기 시작했다. 금욜은 아예 밤 샐 각오를 했다.

 

남자친구가 혼자 나가지 말라고 했지만, 주인 혼자 찾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해서 혼자 나갔다.

 

통통아~~ 통통아~~

 

얼마나 애타게 찾았는지 모른다.

 

그러다가 새벽 두 시에 집에 들어왔다. 지치고 절망스러웠다.

 

그래도 주인이 포기하면 고양이는 죽는다길래, 끝까지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억지로 쥐어짰다.

 

소리가 나가고 싶어하길래,

 

"소리야.. 통통이 어딨는지 알아? 통통이 좀 찾아줘~~~"

 

내보냈다. 혹시나 통통이가 어딨는지 알고 있을까봐.

 

그러고 잠시 쉬면서 좀 있다 다시 나가려고 하는데, 멀리서 고양이가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밖으로 튀어나왔다.

 

우는 소리가 통통이 목소리랑 비슷했다.

 

난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

 

아... 사람이 지나다닐 수 없는 좁은 골목, 가스통이 있는 너머에 까만 고양이가 앉아있는 거다.

 

통통이었다.....!!!!!!!

 

회색 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 잔뜩 겁 먹어서 경계태세를 취한 채 앉아 있었다.

 

너무 반가웠지만, 그 때 큰소리로 부르거나 달려가면 도망간다고 해서 나즈막하게 통통아~~ 하고 불렀다.

 

당장 전화해서 막내동생 깨워 불렀다.

 

새벽 세 시였다.

 

손전등이랑 다 있었지만 너무 어둡고 좁아서 당장 구조하기 힘들었다.

 

밥을 줘도 안 먹고 하악질하면서 경계하길래 날이 밝으면 오기로 했다.

 

네 시까지 같이 있다가 냥이가 도망갈까봐 잠시 자리를 피했다.

 

어스름하지만 제법 밝아진 새벽 6시 반...

 

막내는 재우고 엄마랑 둘이서 통이를 잡으러 갔다.

 

그 좁은 골목 틈을 겨우 비집고 들어갔다.

 

앉아서 눈 맞추고 달래놔서 안으니까 얌전히 안겨왔다.

 

어찌나 가벼워졌던지.. 눈물이 났다.

 

아침 7시. 통이 구조 완료!!!

 

집에 돌아와보니 애가 삐쩍 마르고 코에 상처가 많고, 앞발톱 빠져있고, 앞다리 잘 못쓰고, 턱은 부었고... 이 자식.. 집 나가면 고생이라니까!!!

 

엄청 추웠던지 난로 옆을 떠나지 않고 몸을 굽고 있었다.

 

아무것도 안 먹다가 세 시간 쯤 지나니까 물을 많이 마시고 화장실을 갔다.

 

다행이다 싶었다.

 

애가 너무 놀라고 약해져서 병원 데려 갈 엄두도 못냈다.

 

안정을 취하니까 그래도 제법 움직였다.

 

근데 밥을 못 먹어서 걱정했는데, 아래턱이 잔뜩 부은 걸로 봐서 잇몸이 아픈 모양이었다.

 

일요일 아침 참치캔을 제법 먹었다.

 

먹고 나니 기력이 나는지 울기도 하고 움직이기도 했다.

 

계속 자다가 많이 나았는지 지가 먹던 건식먹이도 먹고 몸을 제법 움직인다.

 

오늘은 병원에 데려가기로 했다.

 

왼쪽 손이 삐었는지 잘 못 써서 검사 받으러 가야겠다.

 

다행이다. 물도 잘 먹고 화장실도 잘 가서..

 

그 때 못찾았으면 정말 통통이가 어떻게 됐을지...

 

앞발을 다쳐서 높은 담을 못 올라와 집에 못 왔는데...

 

이제 나가지 마라.!!!!

 

왠지 소리가 찾아준 거 같다. 고양이 싸우는 소리가 들려 가봤을 때 다른 고양이는 없고 통이만 있었는데, 소리가 다가가서 울도록 한 건 아닌지... 소리가 나가고 얼마 안 돼서 통이가 울었으니까...

 

소리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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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2-28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대로 이 페이퍼 올라온 날 봤는데... ^^
무사히 찾아서 다행입니다. 그녀석, 집 밖의 무서움을 톡톡히 봤군요...
이제 안 빠져나가겠네요. 정말 이제 나가지 마라!!!2

꼬마요정 2012-02-29 09:1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아.. 정말 아직도 꿈은 아닐까.. 흠칫 하기도 해요. 못 찾았으면 이 녀석... 어떻게 됐을까 끔찍하기만 하답니다. 정말 이제 안 나가겠죠?

Forgettable. 2012-03-03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일이!!!! 저도 울면서 찾아다닌적 있어요 ㅋㅋㅋ 전단지 붙이고 ㅋㅋ 잃어버린지 하루도 안지났었는데 말이죵 ㅎㅎ
그때 11층 살았었는데 밖에서 발견했다는 ㅡㅡ; 그 하악질이며 경계 태세 ㅠㅠ 눈물이 나더군요 흑 이름이 넘 귀엽다 통통아~ ㅋㅋ 울 고양이는 나옹이였는데 ㅋㅋ 나옹아~ 여튼 그이후로 집밖에 절대 안나가더라구요. 보고싶네 ㅠㅠㅠㅠㅠ
찾아서 넘 다행이에요!!

꼬마요정 2012-03-05 10:03   좋아요 0 | URL
저도 나가고 나서 바로 찾았어야 했어요..ㅜㅜ
4일동안 애가 얼마나 무섭고 겁나고 춥고 배고프고 지치고 힘들었겠어요..ㅜㅜ
그래도 나옹이 찾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우리 통이도 찾아서 다행이구요~
나옹이.. 이름 너무 귀여운데요..ㅋㅋ

달사르 2012-03-05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녀석이 통이로군요. 단독샷으로는 잘 모르겟더니, 비교샷으로 보니..ㅎㅎ 왜 통이인지 알겠습니닷!

꼬마요정 2012-03-06 10:45   좋아요 0 | URL
ㅎㅎㅎ

통이가 원래 7.5kg이 넘었는데 이번에 재보니까 6.3kg 이더라구요..ㅜㅜ
짜식.. 고생한거죠.. 말라서 눈이 땡그래졌다고 제가 호들갑 떠니까 가족들이 막 머라고 해요..ㅋㅋ 이게 마른거냐고...^^;;

날고프다 2015-05-14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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