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탐식가들
김정호 지음 / 따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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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임금님도 신하들과 회식을 했을까요? 정답은 "yes!"입니다. 예를 들어 정조는 규장각이나 승정원, 홍문관에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사관들을 불러서 화로안에 숯을 피우고 석쇠구이를 둘러않아먹었다네요. 이를 '난로회'라 불렀다고 합니다. 이것은 사대부들에게 유행처럼 퍼져서 요즘의 삼겹살데이처럼 10월 초하루저녁에 지인들과 모여 난로회를 즐기는 모습이 여기저기 포착되었는대요. 바로바로 아래 사진처럼 말이죠^^

    

문제는 그 당시가 ‘우금령(牛禁令)’을 내렸을 때란 거죠. 지금처럼 소돌림병이 돌아서 먹기는커녕 농사에 쓸 소가 씨가 말라서 소 2마리가 할 일을 장성 9명이 해야했습니다. 심지어 세종은 소 도살 현장을 신고하라고 ‘소파라치’제도까지 시행했었죠.

 

그렇다면 조선시대 최초의 음식블로거는 누군지 아세요? 두구두구두구 두둥! 바로 홍길동전을 쓴 허균입니다. 허균은 다양한 음식을 먹길 좋아했을 뿐 만 아니라 반드시 글로 음식리뷰를 남긴 조선의 모범 식객블로거였습니다. 귀양을 가면서까지 맛있는 음식이 나는 지방으로 보내달라고 로비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

 

이런 재미난 이야기를 어떻게 알아냈냐고요? 이 책<조선의 탐식가들>을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정보랍니다. 그리고 조선은 참으로 맛과 멋이 있는 시절이구나 느낍니다. 고려와는 달리 조선시대에는 성리학, 특히 사람과 마음과 심성을 중요시해서 그런지 제아무리 시골 구석의 이름없는 선비라도 상소를 통해 조정에 자신의 의견을 전하고 관철시킬 수 있었더군요. 특히 부패한 관리들에 대해서 이야기할때에는 그들의 호의호식과 탐식에 대해 필수적으로 까발리고 시작하는 게 흥미있었다고 할까요? 이 책은 조선시대 부자들 사이에 유행했던 음식을 말하고 있지만 저에게는 왕이 관리들과 팽팽하게 긴장하고, 관리들은 선비들과 싸우고, 제아무리 유능한 군주라도 남의 말을 듣지 않고 독단을 행한다면 결코 오래도록 자리를 누릴 수 없고, 좌천되고, 다시 재기하고, 그런 일련의 과정이 흥미로웠어요. 천재가 아닌 남의 말을 들을 줄 알고 품성이 바는 사람을 조선은 더 사랑했다는 느낌이 든달까요? 고요한 아침의 나라는 그래서 탄력적이고 소박하면서 정묘하고 달보드레하다가도 치열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깨달은 게 확실히 탐식가들은 자신의 욕망에 너그럽더군요.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대부 탐식가들은 대부분이 "탐욕가"입니다. 다같이 못먹던 시절에 권력을 이용해서 자신의 혀를 즐겁게 하는 사대부 탐식가들을 보고있자면 여기에 이름 올리기도 아깝습니다.

 

이 책이 선비들이 남긴 문헌에서만 자료를 찾고 고증할 수 없다보니, 아쉬운 점이 있는데 사대부들의 고급음식에만  치중되어 서민들이 사랑하고 유행하던 음식이 전무하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우심적(소염통구이), 순챗국과 농어회, 연포탕(두부국), 열구자탕(신선로),승기악탕(스키야키)를 중심으로 지금도 귀한 음식들이지요.  고급관리들이 고급음식을 먹으면서 자화자찬의 시를 읊는 모습을 상상해보건데 입맛이 씁니다. 그나마 마음의 위안이 되었던 것은 진나라 장한과 성호 이익과 다산 정약용에 대한 재발견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저자, 김정호가 어려운 고어와 한문사이사이로 '오버','안티'등 시쳇말로 현대어를 사용하여 21세기와 조선을 넘다드는 감칠맛나는 글솜씨가 더욱 책속에 쉽게 빠져들 수 있던 점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또 이 책<조선의 참식가들>을 읽는 내내 입에 침이 고이게 만든 소중한 소득이라면 '순채'입니다. 밭에서는 인삼, 산에선 버섯, 물에선 순채! 일제시대에 전량 일본으로 수출되어 어느덧 우리나라에서는 자취를 감춘 이 채소는 멸종위기의 식물이라네요. 그래도 인터넷으로 뒤져보니 순채 한정식을 파는 곳이 저멀리 제천에 있더군요. 개나리가 나풀거리기 전에 꼬옥 가서 순채맛을 보고 와야겠다고 주먹 불끈! 그날 순채무침과 순챗국을 먹으면서 저도 장한과 이규보의 시한 수 읊조려보렵니다,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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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꼭 알아둬야 할 구글의 배신 - 왜 구글은 우리에게 치명적인가
시바 바이디야나단 지음, 황희창 옮김 / 브레인스토어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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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해지지말자(Don't be evil)'는 모토로 더욱 유명한 구글이 배신을 하고 있다면?  우리나라는 네이버가 2/3를 찾아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구글의 영향권에서 아직은 한숨돌릴 수 있겠다싶지만 내 스스로 돌아보자면 검색은 차치하더라도 지메일과 구글문서, 캘린더, 피카사, 구글톡, 지도까지 핸드폰과 싱크하여 쓰고 있기 때문에 정말 남의 이야기가 아닌 셈입니다.이 책은 그래서 더욱 눈을 반짝이며 읽게 되더군요. 이 책<당신이 꼭 알아둬야할 구글의 배신>은 권력이 집중되고 독점적인 입지를 구축하는 기업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 조목조목 집어주고 있습니다. 읽다보면 구글의 영향권이 문제가 아니라 차라리 '네이버'를 대입해도 한국에서는 그 걱정이 비슷한 맥락에서 위험하니 산너머 산인셈이죠.

 

우선 저자가 제기하는 구굴화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저자는 사람의 구글화, 세계의 구글화,지식의 구글화, 그리고 가장 흥미로웠던 기억의 구글화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우선 사람의 구글화란 검색포탈은 사람의 정보를 수집하고 복사하고 순위를 매기기 때문에 개인의 사생활이 노출되고 피해를 입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세계의 구글화는 구글이 일관된 정보를 제공해준다고 생각하지만 구글은 프랑스와 미국,중국에 그 정부가 요구하는 수위에 따라 다른 정보를 내밀고 있다는 것이고, 지식의 구글화는 현재 구글이 진행하는 엄청난 프로젝트를 말하고 있는데 구글은 미국내 도서관과 공공기관에 보관되어있는 20세기에 출판된 수백 만권의 책을 복사하여 디지털북으로 만들어놓았다고 합니다. 이는 저작권 뿐만 아니라 독점부분에 대한 법적 분쟁이 남아있어 아직 상용화하지는 못했지만 대단한 일을 벌인 셈인 것 같아요. 이런 일이 가능한 데에는 미국이 군대,의료,교육분야에서 철저히 공공기능의 실패라는 역사를 구글이 교묘히 이용하여 했다는 이야기는 정말 우리도 각성해야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랜 역사동안 인간은 지식이라는 도구를 책으로 만들어 기록하고 보관해왔는데 구글은 그 모든 지식을 차라리 내가 사회적 책임을 지고 이 일을 벌이겠다며 나선 것이니까요. 앞으로는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런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마지막으로 기억의 구글화는 커스터마이징된 검색을 통해 얻은 한결같은 정보때문에 개인이 다른 관점에 대해 생각해볼 개방성과 심사숙고의 과정이 줄고, 의견과 관심이 한 방향으로 공고하게 굳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부분은 작년에 읽었던 엘리 프레이저의 <생각 조종자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우리나라 네티즌의 정서는 그동안 구글은 그나마 객관적이고 네이버는 마치 정치적 간신배로 여기며 업신여겨왔습니다. 여당에게 불리한 뉴스를 필터링하거나 최근에는 새누리당의 사전의미를 편집(?)하는 통에 탈퇴운동까지 벌어진 적 있을 만큼 노골적이었으니까요.이 책의 저자인 시바 바이디야나단이 네이버를 보면 뭐라고 그랬을까요? 구글은 많은 사람들이 페어플레이정신의 착한 기업으로 보지만 그럼에도 본질은 이윤에 따라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광고회사라고 비난하고 있는데 네이버의 정책을 연구했다면 정말 입에 거품을 물겠습니다. 

 

책 제목이 '구글의 배신' 이라고 되어있지만 원제는 'The googlization of everything'이더군요. 이 책은 구글을 비판하자는 것보다는 구글을 맹신하기보다는 좀 더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구글링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게 맞을 듯합니다. 한마디로 우리가 구글에게 너무 의존하면 안된다는 소리니까요.사실 구글의 성공신화는 고객에게 제품을 들이미는 게 아니라 고객의 숨겨진 욕구를 찾아내서 해결해주면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고객이 아니라 고객의 관심사, 고객정보가 필요한 회사에게 받아내면 된다는 논리를 성공시켰지요. 문제는 '언제까지 어느 수위까지'일 것입니다.

 

권력의 집중은 구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치나 사회의 모든 면에서도 독점세력에게는 필연적으로 부패의 단초를 제공하니까요. 타임지가 '당신'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게 최근 몇년 전이지요. 하지만 주인공인 '당신'이 그 블랙홀에 빠지게 된다면 '당신'은 자신이 어떤 파국으로 빠지는지 감을 잡지도 못한 채 '당신'의 정보를 맘껏 빼앗기고도 자유롭다는 허망한 착각속에 살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영화 <매트릭스>에서 사람들이 현실세계로 뛰어들 때 먹는 알약 '레드 필' 같은 존재입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번역이 레알 번역투입니다. 그다지 어려운 논리는 아닌데 문장과 맥락을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지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문장이 다듬어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92페이지에도 '더물어'-->'더불어' 오타가 있고요. 하지만 시바 바이디야나단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 우려가 조만간 종식되지도 못할 듯하니 우리는 항상 각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넷의 검색결과를 100퍼센트 믿지는 마세요,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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癌중모색, 암을 이긴 사람들의 비밀 - KBS 생로병사의 비밀 10년의 기록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 지음, 허완석 엮음, 정현철 감수 / 비타북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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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가 되고보니 어느덧 지인들사이에서 뉴스는 두어가지로 압축됩니다. "그 사람이 이혼했대." 혹은  "모모씨가 글쎄, 암이래." 그 밖에는 별로 놀라울 것도 머리 주억거릴 건수는 그다지 없더군요. 나이탓인지 대부분은 사소하고 우리는 충분히 견딜 수 있습니다. 이 책<암중모색- 암을 이긴 사람들의 비밀>은 TV의 의학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생로병사의 비밀'의 10주년 기념 출간 3부작시리즈의 완결편입니다. 요즘 마음의 양식만 너무 챙기다보니 뜻한 바 있어 몸의 건강과 음식에 대해 고민이 되었는데 너무 반가운 책이 아닐수 없었지요. 

 

이제 펼쳐볼까요? 일본에 사는 일본인은 위암에 많이 걸리고 하와이에 사는 일본인은 대장암에 많이 걸립니다.이 통계는 결국 암이 식습관과 밀접하다는 결과이며 이 책은 음식에서부터 암발병과 암치유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먹는 하루 삼시세끼가 독이고 약인 셈입니다. 우리나라도 짜고 자극적인 음식때문에 위암이 많이 발생했으나 지금은 서구식 식습관으로 인해 대장암,직장암,유방암등 고지방식이 원인이 되는 암발병율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을 조심하고 어떤 것을 먹어야 하느냐, 결국 우리의 먹거리에 대해 시선을 모아봅니다. 읽으면서 메모를 해보았어요. 이것은 곧 저의 먹거리의 핵심포인트가 되어줄 것입니다.

 

- 흰쌀밥은 포기하고 현미밥을 먹을 것. (매우 잘 하고 있음)

- 콩과 두부는 항암효과와 단백질을 모두 주므로 매일 끼고 살 것.

- 포도는 껍질과 씨앗까지 먹고 토마토는 올리브에 구워먹을 것.

- 마늘은 생마을과 마늘장아찌를 가장 권장함.

- 고기와 생선은 될 수 있는 한 충분히 줄일 것. (암환자들은 거의 끊었더군요) 

- 녹차는 마시지 말고 먹을 것

- 특정식품의 집중섭취는 오히려 모자람만 못하니 균형있는 매일 5가지 색깔과 과일과 채소를 먹을 것

- 과도한 운동은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중간강도로 매일매일 30분씩 할 것.

- 뚱뚱하면 암에 걸리기 쉽고 백혈구 수치때문에 항암치료도 못할 수 있으며 죽을 확율도 아주 높다.

- 흡연자가 베타카로틴이 든 영양제를 먹으면 오히려 폐암 발생율이 증가한다.

- 음식 자체의 맛을 즐길 것. 100번 이상 씹어 침과 함께 완전히 소화시킬 것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이 책은 암환자의 재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사후관리에 대한 부분이 중요한데 생활습관 자체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암은 다시 생기는 듯하더군요. 주변에 암환자가 별로 없어서 몰랐던 여러가지 사실들을 알게 된 좋은 계기였습니다. 집안의 가장이 암에 걸리면 사실 그 집안은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풍비박산이 되어 극빈자로 전락한다는 말을 얼마전에 들었는데,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재정관리의 필수가이드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채소와 나물은 좋아하지만 저는 단맛이 별로 라서 과일은 잘 안먹었는데 '파이토케미칼'을 알게되어 보람찹니다. 파이토케미컬은 식물 활성 영양소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5대 영양소+식이 섬유에다가 마지막 일곱번째 영양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네요. 건강에 대해서 먹거리에 대해서 좀 더 색깔있는 여자로 거듭나렵니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퍼플아~"라고 부르겠어요? 보라색 과일이 아주 좋다는데 앞으로 컬러풀한 밥상을 만들어 살아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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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의 아침
구본형 지음, 윤광준 사진 / 을유문화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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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의 대유행은 2NE1원의 "내가 제일 잘나가"와 카라의 골반춤만이 아닙니다. 자기계발서적도 붐이었죠. 독서에 대해서 단지 취미가 아니라 습관으로 길들이려는 사람들이 주변에 늘어나는 것은 정말 즐거운 동참입니다. 이 책의 저자, 구본형은 변화경영전문가에서 '변화의 사상가' 그리고 '변화의 시인'이 되겠다고 서문에 말하고 있더군요. 구본형은 '변화의 구루'라고 강추하는 지인덕택에 익숙한 것들과 결별하고 찾선 곳에서 맞이하는 아침이란 어떤 것일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보았습니다. 이 책<낯선 곳에서의 아침>은 '하루하루 삶을 변화하고자 한다면 당신에게 무엇이 필요한가?' 라고 묻습니다. 

 
질문은 사실 너무 익숙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익숙하지 않게 사유합니다. 20세기에 우리는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 채 너무 많이 변화해야한다고 채찍질만 해온 탓일까요?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 당장 손쉬운 해결책을 찾으려 하기보다 사유를 먼저 해야 한다는 따스한 충고를 받은 느낌입니다. 이제 변화보다는 해석이 필요한 시대가 왔구나 하는 반성과 우리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것들을 전복적으로 사유할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매우 참신하고 신중한 시작입니다.
저자의 삶을 경청하는 자세와 심성이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인문학적 소양과 결합한 자기계발서의 새로운 모델인것 같더군요.기존의 자기계발서가 아주 쉽고 간편하게 Tip을 알려준다면 이 책은 말 그대로 그 기저를 사유하게 만드는 순수한 변화의 현신(現身)이라는 내공이라고나 할까요. 이것은 구본형이라는 사람이 왜 우리나라 자기계발서의 상징인가 알게 해주는 중대한 시그널입니다.

 

핵심내용을 보자면 자기변화를 위한 5가지 전제조건을 말하고 부분에 주목해봅니다.

 1. 변화를 필연으로 인식하라 2. 자신에게 상냥하게 대하라 3. 시간을 할애하라 4. 첫 번째 싸움에서 반드시 이겨라 5. 끊임없이 대화하라 

 

첫째, 변화를 필연으로 인식하라. 변화에 대한 필요성은 누구나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다들 수긍을 하는 대목인데 그는 간과하는 부분이나 '지금은 말고 쫌 있다가'하는 자기 방어에 일침을 가합니다. 둘째, 자신에게 상냥하게 대하라. 자신을 믿으라고 어깨를 다독여줍니다. 그리고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 알고 있고 그것을 해낼 능력이 있다고 믿으라고 합니다. 셋째, 시간을 할애하라. 내시간을, 나만의 고유의 시간을 만들라고 말합니다. 이 부분은 제가 새벽의 2시간을 꼭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과 일맥상통하여 반갑더군요. 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모든 것을 우선하여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면 만사를 제쳐 두고 꼭 할 수 있도록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정말 변화의 맥입니다. 완전 대공감! 넷째, 첫번째 싸움에서 반드시 이겨라. 무조건 시작할 것. 그리고 이길 것. 투지와 열정을 일깨워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끊임없이 대화하라. 끝없이 자신을 모니터링하고 지속할 것. 이부분은 현재 아침마다 모닝페이지를 쓰고 있는데 예전것들을 보면서 내 변화의 추이를 지켜보고 내 식대로 다듬어 나가는 데 굉장히 중요한 버팀목이더군요.

 

이 책의 말미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아주 구체적으로 나옵니다. 부제로 붙어있는 '7일간의 여행'이 바로 포도단식이었어요. 자기변화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왠 단식이냐..황망하기도 했는데 포도씻는 법부터 관장하는 법, 단식후 보식식단까지 구체적인 요령을 꼼꼼하게 알려줍니다. 일주일간의 단식을 통해 몸의 찌꺼기를 벗어버리고, 자기변화를 시작하자는 의미일까요?

 

자기 자신으로부터 필요없는 것을 제거하는 일은 곧 변화와 행복의 비결일 수도 있구나, 감탄을 했습니다. 필요없는 것 가운데 가장 으뜸가는 것, 혹은 우리가 의지를 가지고 노력을 발동시키면 텁텁한 먼지를 털어내듯 아주 쉽게 바꿀 수 있는 내 몸의 외양이겠죠. 중요한 것은 인문학적 소양을 가지고 마음과 의지를 중시하고, 우리의 지각속에서 변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보다 크고 보다 단순하고 불변하는 요소안에서 사는 것이겠죠. 해외여행보다 중요한 것은 '나'를 낯설게 보고, 내 안으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포도단식은 언제부터 할까 달력을 보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내 몸이 S라인이 된 듯한 이 설레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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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취향에 따귀를 때려라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23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 지음, 김성일 옮김 / 책세상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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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에 굳은 살이 박힌, 세면대같이 단단한, 공기까지 갈기갈기 찢어버릴 듯한 시를 만났습니다.그런데 뒷모습은 물보다 축축한 사랑이 간절한 戀心이네요.피둥피둥한 속물근성으로는 도저히 마야코프스키의 시집을 편하게 넘길 수가 없습니다.

 

체 게바라와 시인 김남주가 좋아하고 탐독했던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의 시집을 손에 쥐었습니다. 러시아 초기 아방가르드의 폭발시기에 대중과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던 인물입니다.  14살때부터 이미 정치범으로 여러번 체포된 그는 독방에 갇혔을때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소비에트의 혁명시인이자 전위예술가이기도 했던 블라미디르 마야코프스키를 오늘 만납니다.

 

행복할 때면 빡빡 머리를 밀곤 했다는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는 10월 혁명을 열렬히 지지했던 형식주의자이자 미래주의자였고 최초의 모더니즘을 지향한 시인이라고도 볼 수있겠죠. 언어의 위력과 예언력을 믿었던 그는, 레닌의 죽음이후 정신적인 공황상태에 빠집니다. 스탈린은 러시아의 문단에 미래주의같은 전위예술이 아니라 사회주의 리얼리즘으로 무장할 것을 명령하지요. 결국 이러한 상황앞에서 마야코프스키는 순식간에 '반동시인'으로 몰리고 경제적, 정신적,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립니다.스탈린은 마야코프스키가 그루지야 독립 운동의 핵이 될까봐 그를 처형하려고 했고 이런 움직임을 간파한 그는 1930년에 자살하고 맙니다. 하지만 저는 고답적이지 않고 훈계하거나 포기하지않던 마야코프스키의 자살은 온 몸으로 '선빵'을 날린 것이라는 말에 동조합니다.


그가 죽은 뒤, 소비에트작가동맹 제1회 대회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유일한 문학예술의 창작방법으로 채택합니다. 이로써 20세기초 러시아에서 전개되었던 독특하고 실험적인 전위예술과 모더니즘의 싹은 완전히 죽고 말죠. 사실 그렇습니다. 창작방법까지 당에서 정해준다는 것은 시트콤같은 작태입니다. 차라리 팬티색깔까지 정해주지 그랬어요. 러시아에서 혁명의 향기는 이렇게 스물스물 사라지고 관료주의라는 찌꺼기만 앙금처럼 가라앉게 됩니다. 저는 37살의 나이로 권총자살한 마야코프스키의 사진을 무념하게 바라보려 애씁니다. 그는 또 독특하고 독한 사랑으로 유명하죠. 평론가인 유부녀,릴리와 사랑에 빠지는데 그것을 안 남편이 셋이서 함께 살 것을 제안하고 그렇게 함께 또는 따로따로 연애도 하면서 잘(?)지냈다고 합니다. 15년이나요.

 

(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nasza93/60092201099)

 

사건은 종결되고 우리는 피장파장입니다. 그의 푸른색 탄환같은 시를 다시한번 읊조려 봅니다.

 

우리가 처음 쓴 새롭고 예상치 못한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오직 우리만이 이 시대의 얼굴이다. 시간의 뿔피리는 우리를 통해 언어 예술 속에서 울려 퍼진다.

과거는 갑갑하다. 아카데미와 푸슈킨은 상형 문자보다 더 이해하기 힘들다. 푸슈킨,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등을 현대라는 기선에서 던져버려라.  자신의 사랑을 잊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의 마지막 사랑을 알지 못할 것이다. 대체 누가 자신의 마지막 사랑을 발몬트의 향수 냄새 풍기는 음란함에게 바치겠는가? 그것이 오늘날 강직한 영혼의 반영이란 말인가? 

    그리고 만일 당분간 우리의 문장 속에 당신들의 "상식"과 "좋은 취향"의 더러운 흔적이 남아 있다면, 그 모든 것들은 이미 자기 충족적인(자족적인) 말의 새롭고 아름다운 미래의 여름 번갯불과 함께 가장 먼저 명멸할 것이다.

<대중의 취향에 따귀를 때려라>중에서

 

수백 개 계단을 편력한다.

세상은 다정다감하지 않은 곳.

또 다시,

    "한 시간 후에 오십시오.

     지금 지역협동조합에서 쓸

     잉크 한 병을 구입하기 위해

     회의 중이십니다."

     ...제기랄!

    ...

     이른 아침, 꿈을 안고 이른 새벽을 맞는다.

 

             "  오

                 모든 회의를 폐지하는 것에

                 관한

                 회의를

                 한 번 더 했으면!"                             

 

<회의광>중에서

 

동무들

진흙탕에서 우리 공화국을 구원해낼수 있는

그런

새로운  예술을 창조하시오.

<예술 군단에 주는 두번째 명령>중에서

 

가거라,생각이여, 너 자신의 집으로.

영혼과 바다의 심연을

                             얼싸안아라.

                               <집으로!>중에서

 

그는 침묵하는 자들의 살가죽은 교활하다고 했지요. 그의 펜은 총검이자 톱니바퀴처럼 제 가슴을 후벼팝니다. 이 시집을 손에 쥐었을때 유독 우리나라의 정치판은 개판 오분전이었는데 일부러 서정세계로 숨으려고 하면 그는 내 온실을 개머리판으로 깨부수더군요.시대의 눈꺼플을 다시 뜨라고, 그 혀로 내 눈을 핥는 느낌이랄까요.

 

인문학의 평행선 저 끝쪽에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시의 대척점에는 철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가 어떤 눈깜짝할 찰라에 찬물을 뒤집어 씌우는 물벼락이라면, 철학은 그 순간이 갖는 의미를 클로즈업하는 현미경이거나 전체망원경이겠죠. 넘어설 수 없는 시인은  그동안 숱한 좌절을 한 내게 일침을 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를 읽으라고, 언어의 힘을 믿으라고, 깊이 사유하지말고 차라리 행동하라고 말입니다. 누구나 마녀일 수 있는 동시에 소수로 왕따로 내몰릴 수 있는 이 유치짬뽕의 현실을 피식 웃으면서 유연하게, 그러나 당당하게 맞서라고 독려하는 이 시들은 참으로 반갑고 뜨거웠습니다. 나를 실망시키거나 우롱하지도 않고 말이죠. 다만 블라미디르 마야코프스키의 집채만한 사랑과 집채만한 증오가 겉날실로 얽혀있는 그 힘은 따라잡을 수 없는 어떤 거리를 확인시켜주네요.

 

마지막은 싱어송라이터이자 버마의 NGO활동가이기도 한 Tamas Wells가 마야코프스키에게 헌정한 노래 하나 같이 들으면서 마칠까 합니다. 제목이 An Extraordinary Adventure (Of Vladimir Mayakovsky In A Summer Cottage) 예요. 시집에 있는 비슷한 타이틀의 시도 있었는데 말이죠^^

 

http://tamaswells.bandcamp.com/track/an-extraordinary-adventure-of-vladimir-mayakovsky-in-a-summer-cottage

 

에서 들어볼 수 있습니다, 아주 잔잔한 슬픔이 느껴지죠.

<대중의 취향에 따귀를 떄려라>라고요? 사실 따귀는 제가 맞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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