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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사막
김영희 지음 / 알마 / 2011년 10월
평점 :
이 책<소금사막>은 쌀집아저씨로 유명한 김영희피디가 <나는 가수다>를 중도하차한후
2개월간 떠난 남미여행의 인상과 사유, 그리고 그림과 사진을 모아 발간한 책입니다.
'어찌 됐는 시간은 흐르고 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여행기는 파나마해트와 탱고,
멋진 올드카와 체 게바라의 별모자까지 남미의 치명적인 매력을 잔뜩 품고 있더군요.
아래처럼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며 남미에서 산 펜으로 직접 그림도 그렸다네요.
참 재주도 많으신 양반입니다.글도 그림도 참 좋았어요. 제가 이철수판화가를 좋아하는데
단순함과 여백의 아름다움이 그분의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더 좋았네요.
위의 사진은 김영희피디가 직접 그린 마나우스의 시계탑입니다. 오페라광장도 파타고니아산의
주름진 산도 직접 그리셨더군요. 여행지의 풍경을 마음에 담는데 이런 스케치는 정말 도움이
될 것같아요. 저도 다음 여행에서는 직접 도전해봐야겠습니다.
아래가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소금사막'입니다. 볼리비아 우유니에 있지요.
마치 하늘위를 걷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만큼 멋진 곳이라던데 사진을 보니 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더군요. 지구에서 가장 거대하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하는 말이 과장이
아니더라구요.백두산보다 훨씬 높은 마을이라 그런지 하늘도 그림같고 물이 고여있어서
그런지 바닥이 마치 거대한 거울같기도 하고요.근사하죠?
아래 사진은 칠레의 숨은 호수 토레스 델 파이네에 있는 아름다운 집입니다.
이게 두장의 사진을 엮은 게 아니라 한장이예요. 산과호수 중간에 구름이 껴있는 모습이더군요.
놀라운 것은 이게 24만원짜리 디카로 찍었다는 거죠^^
제가 좋아라했던 <전파견문록>과 <느낌표>도 모두 김영희피디는 작품이더군요. 재미와 오락성을
고루 갖춘 작품을 많이 만들어 대통령상,방송대상,백상예술대상등을 받은 김영희피디는 중요한
자리에서 소감을 물을 때마다 '초심'또는 '처음처럼'이란 단어를 많이 썼다고 술회합니다.
아마 돌아오시면 그 초심을 잃지않고 처음처럼 한결같은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다시 만들어
주시겠지요? 그러면 이 칠레의 웅장한 나무처럼 더욱 강하고 튼튼한 작품이 되지않을까요?
김영희피디님은 자신이 외우고 있는 딱 하나의 시도 인상적이었어요. 랠프 왈도 에머슨의
<무엇이 성공인가>란 시인데요. 제목은 참 딱딱하지만 진짜 좋더군요. 같이 한번
읊어볼까요?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서 존경받고
어린아이에게서 사랑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에게서 찬사를 받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운 것을 식별할 줄 알고
다른 사람에게서 장점을 발견해내는 것
건강한 아이를 하나 낳든
한 뙈기의 밭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떠나는 것
이 땅에 잠시 머물다 감으로써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무엇이 성공인가 by 랠프 왈도 에머슨
미국의 철학자이자 시인이기도 한 에머슨의 이 시는 200년전에 씌여졌지만 200년이 흐른
지금 동양의 한남자의 가슴속에 절실히 와닿고 있는 거지요.
중간에 김영희피디는 <나는 가수다>를 만들게 된 취지와 중도하차하게 된 김건모탈락소동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합니다. 한참이나 억울하셨나봐요.여행중에서도 그때의 아쉬움이 자꾸
떠오르셨나보다,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김영희피디는 말합니다. 김건모라는 최고가수가 이
서바이벌에 뛰어든 용기를 한번쯤 더 살려주어야 한다고. 그래서 기회를 주면 어떨까? 시청자
들에게도 이익이 될것이라고 생각했다는...하지만 저는 아직까지도 그것이 시청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첫 탈락이고 최고 나이많은 가수였기에 그 당황스러움은
깊이 이해합니다만 게임의 룰은 지켜지라고 있는 거니까요.
하지만 고작 이 문제로 프로그램에서 경질된 것은 분명 찜찜한 오버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시청자들 비난이 거셌다고 해도 소명기회 없이 단 이틀만에 PD를 물러나게 하다니요.
그 이면에는 김영희피디님이 부장명함을 가지고 있는데도 언론의 독립성을 자꾸 주장하고,
MBC노조파업을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또 김재철 낙하산사장이 첫 업무로 PD수첩 피디를
교체했을때 김영희피디는 'MBC가 소신있는 언론의 책임을 포기했다'고 아예 직접적인
반기를 들었던 사람이라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해요. 이 불명예 퇴진은 보복성 인사 아닐까요?
아래 사진이 자꾸 떠오르더라구요.
하여간 나가수로 인한 불명예 퇴진은 뒷맛이 씁쓸하고 김영희피디를 응원할 수 밖에 없어요.
조만간에 빨리 복귀하셔서 송창의나 주철환처럼 프리랜서 선언을 하고 MBC에게 역공펀치를
날려주시길 기대해봅니다.
제가 인상적으로 기억나는 대목이 또 있어요.
김영희피디는 여행중간에 한 여행자를 만납니다. 그녀는 6개월이나 남미를 여행하는 아가씨였죠.
그녀가 김영희피디에게 보낸 메일중에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멀리서 뭐하시나 쳐다보니
나비를 쫒아 한참을 쳐다보더라.그런데 나비를 보며 웃고있는 그 미소가 보는 사람까지 기분좋게
만드는 얼굴이었다고.. 그녀는 김영희피디에게 이런 부탁을 하죠.
아저씨안에 살고 있는 어린소년을 본 기분이었어요. 아저씨,그 얼굴을 꼭 기억하도록 하세요.
아저씨안의 어린 소년을 늘 살려두셔야 해요. 그 소년이 사라지는 순간, 아저씬 늙어가기
시작할테니까요. 그말이 하고싶었어요. 내가 본 아저씨의 가장 예쁜 얼굴.
많은 사진과 그림을 보나보니 마지막즈음에 딱 한 장, 김영희피디의 사진이 실려있더군요.
환하게 웃고 있는 김영희피디입니다. 정말 순진하게 웃고계시더군요.
이 책<소금사막>을 통해 김영희피디의 그 어린 소년같은 마음을 너무도 잘 캐치했습니다.
김영희피디님 지켜볼께요~ 남미여행을 통해 단단해진 마음으로 앞으로도 좋은 프로그램
많이 만들어주시길 저도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