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낮잠 - 사진, 여행, 삶의 또 다른 시선
후지와라 신야 글.사진, 장은선 옮김 / 다반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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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참 근사하죠? 우선 저자인 후지와라 신야에 대해 살펴봅니다. 그는 우선 화가이자, 사진가이면서 여행작가이고 인기있는 에세이스트입니다.정말 재주많은 사람이죠? 사반세기에 걸친 여행속에서 인상적인 에세이만 모은 이 책<인생의 낮잠>은 특히 독특한 발리의 시골유람기와 일본의 섬과 낚시, 바다의 에피소드, 그리고 현대의 사람들보다도 훨씬 개성이 강한 길고양이들과 강아지에 관한 이야기들은 정말 환상적이며 날카롭고 깊이있는 통찰력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그는 빛과 온도, 공기의 습도와 동물, 그리고 자연을 참 사랑하는 사람이더군요. 그는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법한 발리와 일본의 작은 지방의 이색적인 스토리를 직접 두 발로 찾아다니며, 깊이있는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밑바닥에 깔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재해석합니다. 게다가 이 책속에 들어있는 이미지들은 그가 그 순간을 포착하여 찍은 사진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더욱 공감되고 즐겁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죠. 특히 아주 다양한 고양이들에 대한 에피소드가 많이 나오는데 그의 동물에 대한 가치관이 참 인상적입니다.길고양이들은 자연과 일체화되어 그들의 세계에서 자립해 살아가고 있으므로 인간의 변덕과 재미로 고양이의 세계에 개입해서 삶의 방식을 변형시켜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몸이 아픈 고양이를 살리고 2년동안이나 같이 살았던 이야기나 섬마을 인구수의 2배나 고양이가 많이 산다는 그 섬을 물어물어 찾아가는 여행을 떠나는 등 그의 고양이에 대한 애정은 참 따스합니다. 

 

또 하나, 이 책<인생의 낮잠>의 백미는 유머감각입니다.

왜 성인들이 여성에 대한 글을 안쓰는지 4가지 이유를 분석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정말 읽다가 웃음 폭탄이 터집니다.인도에서 만난 소와 숨박꼭질 장난치는 모습은 또 어떻구요. 그리고 1km를 뛰어서 집에 가는 소떼를 쫒아 헐레벌떡 그 끝지점까지 달려가는 등, 천진한 소년같은 행동은 나이 60이 넘은 그를 상상하면서 읽다보면 부럽기까지 하죠.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이 책의 타이틀이기도 한 '인생의 낮잠'을 자고나서 쓴 에세이입니다. 사반세기동안 작품활동했던 사진집을 두권이나 편집하고 완성한 날,후지와라 신야는 대낮에 낮잠을 자게 됩니다.아주 환상적인 이 이야기는 감동적인 결말을 선사하죠. 실화인데도 이렇게 신기한 경험을 많이 한 그가 놀랍습니다. 그리고 작은 일상속에서 관통하는 세상에 대한 소통과 자연친화적인 삶의 여정,그에게 살라있는 것의 위엄을 가르쳐 준 최고의 교사 고릴라,부르부르까지..

 

그는 풍경과 날씨,하늘등을 아주 멋지게 묘사하고 있는데 그중에 장마철 여행지의 날씨를 표현했을때 '인간피부만큼 부드러운 온기를 띠고 물소리만 몸에 스며든다. 장마가 내리는 계절은 바깥세상 전체가 거대한 자궁으로 변해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그속에서 잠드는 것이다. 수면은 부드럽고 깊으며, 자아를 멀리 보내 버린다. 귓전에 내리는 빗속에서 몽롱하게 꾸는 꿈도 좋다. 이 자궁의 계절에 찾아드는 잠은 어째서인지 속세와는 거리가 먼 이상한 꿈을 실어다준다.'면서 '로랑생이 칠한 것 같은 하늘' 이라고 해서 로랑생이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살펴보았어요. 이런 하늘이더군요.그에게는 장마의 회색빛날씨도 이렇게 뽀얗게 보이나봅니다.



 

마지막으로 후지와라 신야가 들려준 숲의 생태계에 관한 일화를 떠올려봅니다. 아시아의 어느 숲에서 인간에게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 벌레는 퇴치하자, 그로부터 십 몇년뒤에 숲의 생물들은 모두 멸망했다는 얘기요.사람의 피를 빠는 그 가느다란 벌레도 숲속 먹이 사슬의 일원으로 생태계를 지키고 향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는 거죠. 그는 일본인들에게 요즘 만연해있는 과잉소독과 무균질신드롬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하면서 언급한 일화입니다. 그러나 이 일화는 비단 자연에게만 접목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요즘 저 또한 사람에 대해서 무균질 살균에 대한 욕망이 꿈틀대는 것 같아서 반성을 하게 되었어요. 저도 후지와라 신야가 인도에서 중얼거렸던 그 멘트하나로 이 책을 마칩니다. '람,람....신의 뜻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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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투르니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 -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간절히 필요한 순간, 두뇌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지적 유희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정란 옮김 / 예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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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목욕이 좋아요? 샤워가 좋아요? 이 책의 저자 미셸 투르니에는 목욕하는 사람은

우파적이고 샤워하는 사람은 좌파적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왜 그러냐구요? 따스한 물속을

좋아하는 사람은 마치 엄마의 자궁같은 상태를 좋아하기에 그 수평적인 욕조에서 나가는

것을 고통스러워하는 반면에 서서 샤워하는 사람은 맑은 물이 채찍처럼 후려 갈기는 그

수직적인 순간, 죄로부터 씻김을 받는 듯한 순결성과 적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신화적이고 철학적인 상상력을 동원해서 풀어가고 있거든요.

 

이 책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은 철학교수가 되고싶었던 남자가 작가가 되어 철학을

다름과 닮음, 이라는 두개의 쌍을 통해서 이야기의 형식으로 만들어낸 산문집이지요.

그다지 두껍지는 않지만 진지하되 딱딱하지않고, 우아한 문장과 사유가 감탄스럽습니다.

또한 두가지 대비되는 개념을 이용하되 그것이 영어단어의 반댓말이 아니고 이분법적인

대조법도 아닌 그런 발상이 확실히 나의 상상력과 지식에 자극을 주었습니다.



왜 매해 노벨상후보에 그가 거론되는지 알만해요. 몇개의 인상적인 구절을 살펴볼까요?

 

생각에서 출발하는 건 산문이다. 주르댕씨는 우선 슬리퍼를 신을 생각을 했고, 히틀러는

폴란드를 침공할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난 다음, 그들은 자신들의 생각에 맞는 말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시에서 언어는 가장 중요한 것이다. 시는 언어의 울림과 어떤 리듬에 실려있는 언어의

고리이다. 언어가 실어 나르는 생각들은 부차적인 것이다. 산문을 이해한다는 것은 산문을 지배하는 

생각들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한편의 시를 이해한다는 것은 시에서 쏟아나는 영감에 휩쌓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 p 173

 


 

이 책<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을 읽다보면 주변의 모든 것이 녹아있는 상태처럼 느껴집니다.

비이커에 용해되어있는 그런 상태말이죠. 어제와 이제, 너와 나, 남자와 여자,소금과 설탕,

조롱과 찬양, 기억과 습관, 사냥과 낚시..이 모든 것들이 녹아서 한 곳으로 졸졸졸 흘러

미셀 투르니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의 종이,그  펄프속으로 쏘옥 스며들었다고나

할까요? 이 책은 마치 산산히 부서진 '나의 뇌'속 분신들이 여기저기 다른 곳으로 여행을

하다가 만나서 낯선 성분들과 부딛히고, 뒹굴고 서로 간지럼을 피고, 세세세를 하고, 절교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것은 나와 이 세상, 내 개념과 철학을 만드는 개념들이었습니다.엄밀히 말하자면

구지 미셀 투르니에가 정의한대로만 고정적인 모양일 필요는 없지요. 하지만 이런 개념들을 다시

내속에 체로 걸러내고 응고시키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나만의 '핵'이 되겠지요?

 


 

그래서 이 책이 좋았어요. 그 재치와 통찰력과 날카로움과 깊이있는 사유가 편한 내 슬리퍼마냥

일상생활속에 들어오는 느낌이랄까. 특히 수려한 문장들이 너무 담백했는데, 그 명료하면서도

깊이있는 문장의 힘은 아마도 시인이자 번역가인 김정란씨의 번역이 더 빛나게 해준게 아닐까

생각되네요. 근데 이 책의 장르가 모냐고 누가 물어볼까봐 걱정되네요. 이 책은 시와 산문,철학을

오가면서 우리를 괴롭히고 있기 때문에 차라리 '미셀 투르니에'가 바로 장르라고 표현해야 할듯^^

 

창조적 사고와 지적 유희의 결정판이라고 볼 수 있는 책입니다. 풍부한 향을 지닌 와인같은

이 책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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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도서관 - 여성과 책의 문화사
크리스티아네 인만 지음, 엄미정 옮김 / 예경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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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읽고나니 제가 책을 좀 더 많이 읽어야겠다는 목표는 이제 단순히 2012년 소박한 나의

새해목표만은 아니더군요. 제가 책을 읽는 것은 인간과 문명의 표현이며 세상과의 소통이며,

처절한 역사의 산물이라는 풍성한 의미를 아주 재미있게 설명해 준 이 책은 정말 고마운 책이예요. 

 

'여성과 책의 문화사'라고 표방하고 있는 이 책,<판도라의 도서관>은 문화적으로나 사회학적으로

책을 읽는 여자들에 대한 세상의 시선을 역사적인 흐름으로 깊이 통찰하고 있는 아주 흥미있는 책

입니다.무엇보다도 미술작품에서 찾아낸 책읽는 여자들에 대한 그림에 세세한 설명을 덧붙히면서

스토리와 균형을 맞추고 있어서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더해 꾀나 신선한 컨셉이 맘에 쏙 듭니다.

그래서 시간가는 줄을 모르게 사람을 집중하게 만들더군요.


이 책<판도라의 도서관>은 4300년전 수메르의 공주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책을 읽는

많은 여자들을 소재로 한 예술작품이 나오고, 그 작품의 모델들과 화가에 대한 이야기가

펼져집니다.


 

특히 제가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가지게 된 인물은 3명인데..우선 르네상스 시기 최초의

여성화가였던 소포니스바 앙구이솔라! 앙구이솔라는 귀족이었던 부모덕분에 혁명에

가까운 교육을 받았고, 그당시로써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직업화가가 된 여자입니다.

 

또 두번째로는  <제인에어>를 썼던 브론테 3자매입니다. 그녀들은 남자가명으로 글을 쓰고,

베스트셀러가 많이 되었는데, 결국 여자임이 밝혀지면서 여성독자들은 나쁜 영향을 받는다며

읽지못하게 경고가 내려졌더군요. 심지어는 작가를 양성애자라고 공격까지 받아서 무척 힘들게

작가생활을 했더군요. 책읽는 여자가 세상에 나쁜 영향을 주는 금단의 열매를 따먹는 인물이라는

해석은 정말 한숨도 나오지만 무엇보다도 그녀들의 땀방울을 너무 간과했던가 아닌가 부끄러워져요..

 

또 하나로 제 이목을 끈 것은, 아래 <하녀>란 작품입니다.유심히 한번 보실래요?


이 그림은 윌리엄 맥그리거 팩스턴(1869-1941)가 그렸습니다. 이 당시엔 하녀를 단독 인물화로

그리지않아서 이 작품이 유일하다네요. 이 아름다운 하녀가 먼지털이개를 옆구리에 끼고, 책에

몰두하는 장면은 무언가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전 자꾸 이 그림이 맘에 들더군요.

 

사실 올해부터 책과 더 친해지리라 결심하면서 찬물로 세수를 하고 해뜨는 것을 보았었지요.

그리고 펼쳐든 저의 2012년 첫번째 책이 바로 이 <판도라의 도서관>이랍니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하고 심장이 콕! 하고 아파오던지요. 이 책은 비장한 어떤 투사의 뉘앙스를 가지고

있지않습니다. 하지만 여성들이 스스로 원하는 책을 손에 쥐기까지의 길고도 처절한 투쟁의

역사를 피부로 느끼게 해줍니다.

 

한때 여성이 책을 읽는 것은 범법행위였고, 한시대에는 사치와 신분의 상징이었으며, 또 어떤

세대에는 신앙심, 여가, 노동해방,사회적 반기, 위로와 희망, 그 미학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한때는 읽을 수 있는 책이 종교에 한정이 되었고, 읽는 방법도 남편이나 보호자가 없을 때에는

읽을 수 없던 시절도 있었고요. 정말 이 책에 담긴 여러 그림들을 통해 그 사회를 반추하면서

읽어보니 우리 여성들에게 책의 의미는 엄청나게 달라졌음을 체감하는 계기였습니다.

수백년의 시간을 관통하면서 '책읽는 여성을 찾아가는 여행'을 하면서 저는 마치 신성한

여행을 하듯이, 앞으로 풍부한 집중력으로 책과 만나게 될 것같아서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책에는 다양한 책들이 소개되는데, 저는 2권을 위시리스트에 넣어두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소설인 일본의 무카라미 시키부(그당시엔 궁중의 여상궁이었지요)의 

<겐지이야기>와  그리스 최초의 시인인 <사포>에 대한 책이요. 꼬옥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아, 그 책들을 다시 읽을 때에는 어떤 자세로 보고싶은지도

이미 계획을 세워놓았지요. 어떤 자세로 볼거냐고요?

이 책 가장 마지막장에 나온 아래 사진처럼 볼려고요^^


 

독서중에 휴식을 취하는 '엘리바베스 셰어'란 여성의 자화상입니다.

마이클 글래스라는 화가가 그린거고요. 절대 사진이 아니라 세밀화라고 하네요. 무엇보다도

책을 읽다가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행복감이 절로 느껴지지요? 이렇게 책을 읽다가 달콤한

잠에 빠지는 습관을 만들려고요. 여러분도 올한해 복많이 받으시고 책과 함께 더욱 옹골찬

삶을 만드시길 기원드리며 저의 2012년 첫 책에 대한 서평을 마칩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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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 교회에서 말하는 섹스에 대한 거짓말
로렌 위너 지음, 이정옥 옮김 / 평민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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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청소년 순결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강의실.

우선 학생들을 동그랗게 모여앉게 한후 맑은 물이 든 컵을 하나씩 나눠줍니다. 그후 치토스

같은 과자들 먹게 하고 물로 입을 한모금 헹군 뒤 다시 잔에 조금 뱉게 합니다. 치토스와 침이

섞여 드러워진 컵을 들어보라고 시키면서 강사는 이렇게 말하지요.

"보세요.  컵은 성병에 오염되고 혼전섹스로 더러워진 자신의 몸을 상징하는 거예요."

 

#2.  신학을 강의하는 선생님에게 배달된 편지를 클로즈업.

'저는 성인이 된 이후에야 기독교에 입문했는데, 이미 여러차례 여자친구와 잤습니다.성경에선

미래의 신부를 위해 몸을 아끼고 동정을 지켜야한다고 말씀하시면서 혼전섹스는 죄라고 하던데,

그럼 저는 결혼할때까지 금욕을 해야하나요? 자위도 안되나요? 결혼전에 진실한(?) 성생활을

즐기면서 신실한 크리스천이 될수는 정녕 없나요? 그렇다면 여자친구와 어디까지 하면 되나요?

 

#3. 목사들의 풍경

1998년에는 하버드 신학대학장이 학교 컴퓨터에 수천장의 포르노사진이 발칵되어 사표수리를

했고, 최근에는 주일에 설교단에 올라가기 3분전에도 목사관에서 열심히 포르노사이트를 보고

있던 목사님이 가족을 위한 핫라인을 통해 이 사실이 탄로났다네요.

 

위의 3가지 모습은 다 이 책에서 보여준 에피소드들입니다.

 

이 책 <순결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의 부제는 '교회에서 말하는 섹스에 대한 거짓말'입니다.

'순결'이라니!! 마치 선캄브리아시대적 공룡발자국과 만난 느낌이었죠.이런 발칙한 주제로

책을 낸 사람부터 궁금해졌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로렌 위너가 어떤 사람인지부터 살펴보니

이쁜 도자기그릇을 좋아해서 장학금의 20%를 쓰느라 어머니께 혼나던 당차고 똑똑한 여자였고

결국 이쁘고 좋은 그릇을 가지고 싶어서 구지 결혼하지는 않겠다고 결심한 독신녀였습니다.

프린스턴과 예일대에서 종교관련 강의를 하고 있으며 MBTI의 J형으로써 딱부러지는 끝맺음

계획을 사랑하고, 열린시각과 '영혼의 자유'같은 단어는 긴장이 되는 그런 여자라는군요.

 

느낌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교회에 도전하나보다고 싸움구경하려던 저에게 기독교인을 위해,

기독교인에 의한, 기독교서적이 배달된 거죠^^ 그렇습니다. 저는 미혼이며 게다가 크리스챤이

아니거든요.-.-

 

똑똑한 그녀는 이 책을 통해서 세상이 섹스에 대해 어떤 거짓말을 하는지, 교회는 또 순결에

대해 어떤 거짓말(엄포?)을 하는지 이야기를 풀면서 야하디 야한 세상과 엄하디 엄한 기독교

윤리사이에서 얼마나 줄타기를 잘 할수 있는지 보여줍니다순결문제로 고민하는 미혼과

혼외정사 유혹,권태로운 성생활문제로 고민하는 부부를 위한 본인의 체험담까지 들어있는

성생활 교육도서라고 할수 있어요.   

 

이 책<순결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는 주변 사례를 통해 재미있고 편안하게 시작하는데

희안하게도 논리에 논리를 거쳐 결론으로 가면 보수적이고 단호하게 마무리됩니다.놀랍죠?

하나님의 자녀로써 성생활을 지탱하는 핵심은 가족과 커뮤니티이며, 단 둘만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 결혼한 부부의 경우 트러블이 있는 성문제도 용감하고 투명하게

커뮤니티(교회성직자?)에 상의하면 이혼이 줄어 들 것이라고 말하고, 순결과 성생활은

권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로써 가지는 의무라는 것. 일탈된 장소에서 권태를 탈피하려는

부부의 색다른 섹스에 대한 노력은 금지해야한다는 것, (가정생활의 섹스는 편안해야

하는거지 극적이거나 그럴 필요가 없대요.), 여성들은 특히 야한 옷차림 금지(남자들이

금욕을 하는데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얌전히 입어야 한다고 강조하시더군요),

혼전섹스는 나중에 부부의 섹스에 나쁜 영향을 주는 폭력과 마찬가지라고 결론을 내리고요.

 

이 책을 읽다보니 진짜 크리스천들은 고민이 많겠더라구요.이분법적인 선과 악의 대립이

너무 명료합니다. (세상에 그렇게 심플하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하나님이 주신 몸이니

순결해야하고 육체적인 욕망은 향락이고 죄악이니 꾹 참아야합니다.

 

근데 읽다보니 생각이 점점 수긍이 가고 빠져들게 되는게 참 신기하더군요. 욕망에 대해서

아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섹스를 하고 싶을 때 금식하는 남자의 경우를 예가 나오는데요.

식욕을 조절하듯 성욕도 훈련시키면 육체적 자아에 대한  소중함과 성스러운 훈련에 참여

하고 있다는 축복받은 느낌이 들거라는 대목에서 '아, 진짜 그렇겠는데?'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신선하고 불교와의 어떤 교차점같은 것을 발견하기도 했고요. 종교라는 공통점떄문일까요?

그동안 기독교에 대해 제가 너무 피상적으로 알았던 거 같더군요. 기독교는 인간을 꺠어있게

하는 어떤 긍정적인 프레임장치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문제는 제가 다음에 읽을 책이 아래 좌측에 있는 책 <왜 결혼과 섹스는 충돌할까>란 책인데

정말 서로 극과 극일거 같네요. 이 책은 동물학,인류학,사회학, 생리학적인 관점에서 섹스에

대한 도발적인 논리를 펴고 있거든요. 과연 제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서평을 기대해주세요^^

 

맨위에 어떤 남자가 이 책의 저자에게 보낸 편지 읽어 보셨지요? 제가 이 서평의 타이틀로

'네 이웃이 지난밤에 니가 무얼 했는지 물어보는 이유.'라고 정한 것은 그녀가 보낸 답장중에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그 남자에게 토요일에 어디 나가지 말고 정절을 지키라고 충고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꼭 이 청년에게 전화를 걸어 지난 밤에 무얼 했는지 꼭 물어보겠다고

답장을 보낸 것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아, 그렇다면 신께서 평생 싱글로 소명을 주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내는 걸까요? 그부분은 좀 더 깊게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마무리할께요. 이 책에서 가장 밑줄 쫙 긋고 싶었던 대목은 아래입니다.

 

죄가 단순히 '성욕'일지라도, 육체의 죄가 나쁘긴해도 죄중에서는 가장 약한 죄이다.

가장 나쁜 쾌락은 전적으로 영적인 것이다. 잘난체하고 쥐고 흔들고,친구를 망치면서 갖는 쾌락,

권력의 쾌락,..그래서 규칙적으로 교회에 나가면서도 냉정하고 독선적인 도덕군자연 하는 사람이, 

창녀보다도 지옥에 더 가까이 가고 있다.

 

누군가가 떠오르시지않나요?^^ 하여간 이 책은 나름의 색다른 논리가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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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명상 레슨 - 누구나 쉽게 따라하는 15분 명상
잭 콘필드 지음, 추선희 옮김 / 불광출판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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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명상 레슨 - 내 호흡과 감각, 생각, 감정과 대화하는 법!


예전에 저도 명상해보았습니닷! 딱 하루 명상이란 게 궁금해서 맛뵈기를 하러  가서 두시간동안

요가도 하고 명상을 배웠지요. 근데 어머머! 너무 조용하고 나름하여 깜박 잠이 들었지 모예요.

주위에 함께 간 지인들이 저보고 코까지 곯았다면서 어찌나 놀려대던지..그 아픈 기억이 있는

저로서는 내가 명상과 궁합이 안맞나보다고 좌절을 하고 그후로는 액티브한 운동에만 전념을

쏟았었지요.

 

그러나 세월이 흘러흘러도 저에게는 내심 고요하고 정적인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어요. 하지만

또 명상배우러 가서 호흡법 훈련을 하다가 잠이 들면 어쩌나 하고 우물쭈물거리던  찰라에!!

이 책 <처음 만나는 명상 레슨>을 만난 거죠. 이 책에서 설명하는 명상은  이름하여 '위빠사나

명상' 이라고 불리고 있더군요. 구지 불교도가 되거나 어떤 엄격한 룰이 있거나 그렇지 않아서

좋았어요. 유연하고 말랑말랑하고 친해지고싶은 친구같은 명상법이라서 더 매력적이더라고요.

 

호흡명상에 대해서 설명하면서도 기존의 심각한 선입관을 망치로 두들겨서 부셔주는 그런 방법

론도 좋았어요. 예를 들어 명상의 호흡은 원래 익숙하지 않은 호흡법이니 마치 강아지를 훈련시

키는 거처럼 생각하라고 조언해주는 걸 보면 알수 있겠지요? 너무 심각해지지않게 떨지않게

도와줍니다. 강아지를 종이위에 올려놓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첨부터 얌전한 강아지 봤냐고

하면서 풀어서 설명해주는데 그런 조곤조곤한 해법이 맘에 들었습니다.

 

이 책에 함께 들어있는 명상CD를 틀어놓고 나의 호흡명상부터 도전해보았지요. 책읽은 대로

하면 쉬울 것 같았는데 막상 해보니까 호흡명상에 집중하는 것은 희안하게 어렵더라구요.

3번만 내 복식호흡에 집중하다보면 갑자기 챙겨야할 친구생일, 어머니께 전화드리기로 했던

계획, 강아지 사료 주문해야하는데 깜박한 일 등등 별의별 생각이 퐁퐁 쏟아나는 겁니다.

사색적인 명상을 하려면 '한잔의 이해, 한 통의 사랑, 그리고 바다처럼 넓은 인내가 필요하다'

더니 정말 그래요. 편안한 내 생활로 돌아가려고 하는 의지를 붙잡고 붙잡아 이 순간에 집중

하는 것이 필요한데 자꾸만 제 생각은 내일의 계획과 예전의 기억과 온갖 생각들에 빠지니

호락호락하지않더라구요.다시 호흡으로 돌아오기 위해 들숨에서는 '안으로', 날숨에서는

'밖으로' 마음속에서 나직하게 읊조렸습니다. CD의 안내 명상은 정말 도움이 되더군요!!

 

또 특이한 것이 가부좌를 틀으라고 하는데 그러면 불편해서 오래 못앉아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러나 그것은 제 선입관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설명해준 것처럼 엉덩이를 바닥에서 조금

높여서 무릎이 약간 바닥을 향하도록 하니 가부좌자세이지만 편안해지더라구요. 정말

안정된 자세는 마음을 깨어있게 하더라구요. 자세가 구부정하면 잠들기 쉽다고 써있었는데

제가거기에서 왜 코를 골았는지 알것 같았습니다.^^

 

CD대로 명상을 시도해보고 눈을 떳을 때 저는 화들짝 놀랐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세요. 

 


가부좌를 틀으라고 해서 강아지들을 내뺑개치고 명상을 하고 왔더니만 저의 이

소중한 책은 이렇게 찢겨져 있더라구요.강아지들을 한동안 쨰려보았습니다. 마음이

어지러워지면서 분노가 치솟더라구요.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강아지 훈련시켰을떄도

얼마나 더디었나요. 저의 평정심도 참 쉽게 깨지는 구나 부끄러워졌습니다.

 

화나고 분란한 제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호흡에 집중했습니다. 강아지훈련중에  강아지가

해맬때 화낸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다면서 다독이던 이 책의 내용도 떠오르더라고요. 내 마음의

명상이 시험을 당하는 것 같아 서둘러 저는 내 마음과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느낌에 초점을 두었지요.

 

그래요. 이 책을 물어뜯은 강아지가 문제가 아니죠. 책이란 한 권 더 사면되고(그럼 출판사가

더 좋아하시겠지요?) 제가 소중히 여긴 것은 이 책의 커버가 아니라 그 속의 메세지니까요. 

이렇게 이 책을 통해 꾸준히 명상을 하면 내 감정과 생각, 개방성, 친절, 그리고 평화를 컨트롤

할 수 있겠죠?

 

아, 또 및줄긋고싶었던 좋은 가르침이 있었어요.

 

 '유사악'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사랑의 유사악은 애착입니다. 애착은 사랑의 가면을 쓰고 사랑처럼 보이지만 사실 사랑과 다른 것이지요.애착이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할 때 그것은 "나는 당신에게 집착합니다. 내가 완전해지기 위해 당신이 필요하거든요"라는 의미입니다.평정심의 유사악은 무관심입니다. 만사가 잘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평안하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사실은 다른 사람에게 아무 관심이 없다는 걸 의미압니다.진정한 평정심은 세상 모든 것을 균형과 사랑과 이해로 바라봅니다.삶의 모든 것과 관계를 맺는 현명한 방법을 배우려고 노력합니다.

 

앞으로 아침에 좀 더 일찍 일어나 이 책의 명상 CD를 틀어놓고 꼭 15분씩 명상을 하려고요.

자세를 바로 하고,내 호흡과 몸의 감각,생각,감정을 지켜볼수 있게 이 책에 소개된 8가지

방법중 하나씩 시도해보겠습니다. 향과 초를 켜고 영감을 읽으키는 물건도 이참에 하나

사야겠어요.여러분도 저도 내년에는 마음이 열리고 나의 마음,나의 선함과 사랑으로 우리의

사람과 모든 존재가 자유로와지길!

 

마지막으로 이 책에 나와있던 금강경의 한구절을 읊조려봅니다.

 


집착하는 모든 현실은 꿈과 같으며 그림자나 허깨비와 물거품같고

아침이슬,번개처럼 사라지는 것. 이와 같은 그 실상을 보아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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