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도서관 - 여성과 책의 문화사
크리스티아네 인만 지음, 엄미정 옮김 / 예경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고나니 제가 책을 좀 더 많이 읽어야겠다는 목표는 이제 단순히 2012년 소박한 나의

새해목표만은 아니더군요. 제가 책을 읽는 것은 인간과 문명의 표현이며 세상과의 소통이며,

처절한 역사의 산물이라는 풍성한 의미를 아주 재미있게 설명해 준 이 책은 정말 고마운 책이예요. 

 

'여성과 책의 문화사'라고 표방하고 있는 이 책,<판도라의 도서관>은 문화적으로나 사회학적으로

책을 읽는 여자들에 대한 세상의 시선을 역사적인 흐름으로 깊이 통찰하고 있는 아주 흥미있는 책

입니다.무엇보다도 미술작품에서 찾아낸 책읽는 여자들에 대한 그림에 세세한 설명을 덧붙히면서

스토리와 균형을 맞추고 있어서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더해 꾀나 신선한 컨셉이 맘에 쏙 듭니다.

그래서 시간가는 줄을 모르게 사람을 집중하게 만들더군요.


이 책<판도라의 도서관>은 4300년전 수메르의 공주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책을 읽는

많은 여자들을 소재로 한 예술작품이 나오고, 그 작품의 모델들과 화가에 대한 이야기가

펼져집니다.


 

특히 제가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가지게 된 인물은 3명인데..우선 르네상스 시기 최초의

여성화가였던 소포니스바 앙구이솔라! 앙구이솔라는 귀족이었던 부모덕분에 혁명에

가까운 교육을 받았고, 그당시로써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직업화가가 된 여자입니다.

 

또 두번째로는  <제인에어>를 썼던 브론테 3자매입니다. 그녀들은 남자가명으로 글을 쓰고,

베스트셀러가 많이 되었는데, 결국 여자임이 밝혀지면서 여성독자들은 나쁜 영향을 받는다며

읽지못하게 경고가 내려졌더군요. 심지어는 작가를 양성애자라고 공격까지 받아서 무척 힘들게

작가생활을 했더군요. 책읽는 여자가 세상에 나쁜 영향을 주는 금단의 열매를 따먹는 인물이라는

해석은 정말 한숨도 나오지만 무엇보다도 그녀들의 땀방울을 너무 간과했던가 아닌가 부끄러워져요..

 

또 하나로 제 이목을 끈 것은, 아래 <하녀>란 작품입니다.유심히 한번 보실래요?


이 그림은 윌리엄 맥그리거 팩스턴(1869-1941)가 그렸습니다. 이 당시엔 하녀를 단독 인물화로

그리지않아서 이 작품이 유일하다네요. 이 아름다운 하녀가 먼지털이개를 옆구리에 끼고, 책에

몰두하는 장면은 무언가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전 자꾸 이 그림이 맘에 들더군요.

 

사실 올해부터 책과 더 친해지리라 결심하면서 찬물로 세수를 하고 해뜨는 것을 보았었지요.

그리고 펼쳐든 저의 2012년 첫번째 책이 바로 이 <판도라의 도서관>이랍니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하고 심장이 콕! 하고 아파오던지요. 이 책은 비장한 어떤 투사의 뉘앙스를 가지고

있지않습니다. 하지만 여성들이 스스로 원하는 책을 손에 쥐기까지의 길고도 처절한 투쟁의

역사를 피부로 느끼게 해줍니다.

 

한때 여성이 책을 읽는 것은 범법행위였고, 한시대에는 사치와 신분의 상징이었으며, 또 어떤

세대에는 신앙심, 여가, 노동해방,사회적 반기, 위로와 희망, 그 미학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한때는 읽을 수 있는 책이 종교에 한정이 되었고, 읽는 방법도 남편이나 보호자가 없을 때에는

읽을 수 없던 시절도 있었고요. 정말 이 책에 담긴 여러 그림들을 통해 그 사회를 반추하면서

읽어보니 우리 여성들에게 책의 의미는 엄청나게 달라졌음을 체감하는 계기였습니다.

수백년의 시간을 관통하면서 '책읽는 여성을 찾아가는 여행'을 하면서 저는 마치 신성한

여행을 하듯이, 앞으로 풍부한 집중력으로 책과 만나게 될 것같아서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책에는 다양한 책들이 소개되는데, 저는 2권을 위시리스트에 넣어두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소설인 일본의 무카라미 시키부(그당시엔 궁중의 여상궁이었지요)의 

<겐지이야기>와  그리스 최초의 시인인 <사포>에 대한 책이요. 꼬옥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아, 그 책들을 다시 읽을 때에는 어떤 자세로 보고싶은지도

이미 계획을 세워놓았지요. 어떤 자세로 볼거냐고요?

이 책 가장 마지막장에 나온 아래 사진처럼 볼려고요^^


 

독서중에 휴식을 취하는 '엘리바베스 셰어'란 여성의 자화상입니다.

마이클 글래스라는 화가가 그린거고요. 절대 사진이 아니라 세밀화라고 하네요. 무엇보다도

책을 읽다가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행복감이 절로 느껴지지요? 이렇게 책을 읽다가 달콤한

잠에 빠지는 습관을 만들려고요. 여러분도 올한해 복많이 받으시고 책과 함께 더욱 옹골찬

삶을 만드시길 기원드리며 저의 2012년 첫 책에 대한 서평을 마칩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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