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 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7 링컨 라임 시리즈 7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잔인한 연쇄 살인마가 등장했다는 소식을 링컨 라임이 듣게 된다. 고문하듯 살해하고 시체 옆에 항상 달 모양이 있는 손목 시계를 놓고 간다고 해서 '시계공'이라는 이름을 용의자에게 붙이고 그를 잡기 위해,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증거 수집에 총력을 기울인다. 언제나 믿을 것은 증거뿐이라고 생각하는 링컨 라임이고 그에게는 연인이자 든든한 그의 목표를 이뤄주는 아멜리아 색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멜리아 색스도 바쁘다. '시계공'사건 외에 한 부유한 사업가의 자살이라 생각했던 사건에서 의심스러운 점을 발견하고 조사하던 중 뜻밖에 경찰이 연루되었을 가능성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심쩍은 사건은 한 건 더 있었고 그들의 아지트인 술집에서 묘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들이 경찰과 어울렸거나 다퉜다는 내용이다. 118지구대에는 과연 부패 경찰들의 은폐된 범죄가 있는 것인지 아멜리아와 그의 조수 풀라스키는 급기야 누군가에게 미행을 당하기까지 한다. 

이야기는 자칭 시계공이 화자로 등장해서 사건을 저지르는 장면과 링컨 라임이 시계공을 추적하는 장면, 그리고 아멜리아 색스가 담당한 118지구대 관련 사건이 교차되면서 이어지는 형식을 띠고 있다. 이 사이를 매끄럽게 연결시켜주는 인물이 새롭게 등장하는데 캘리포니아에서 온 동작학으로 범죄자에게서 자백을 받아내는 캐스린 댄스다. 그녀의 역할은 작품 전반에 걸쳐 큰 영향력을 행사하여 링컨 라임의 신뢰를 얻기에 이른다. 후에 캐스린 댄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고 하니 그 작품이 기다려진다. 

작품은 이전과 같은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링컨 라임이 '이전과 이후'로 상황은 나뉜다고 생각하듯이 그렇게 나뉘게 된다. 아멜리아는 자신의 청렴한 아버지가 부패 경찰이었다는 뜻밖의 이야기를 들은 후 경찰을 그만둘 생각을 하고 이때부터 링컨 라임은 아멜리아가 있는 범죄 현장과 없는 범죄 현장, 그녀와 함께 공유하던 생활과 점점 멀어질 생활에 고뇌한다. 또한 시계공의 등장 이전과 이후로도 나눌 수 있다. 시계공으로 인해, 물론 그 이전에도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에게 시간이란 매우 소중한 것이었지만 더욱 1분 1초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  

작가는 반전의 대가답게 단순하고 복잡한 반전을 배치하고 있다. 또한 너무 과한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한 유머러스한 면도 보여준다. 그것은 모두 풀라스키라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제 2의 아멜리아 색스를 꿈꾸는 경찰이 주는 기분 좋은 보너스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과학적 증거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것으로만 범인을 잡으려는 링컨 라임의 행동에 나날이 복잡해지고 영악해지는 범죄자를 링컨 라임과 같은 대등한 반열에 올려 놓고 쫓기 위해 동작학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연구하며 인간의 동작, 신체가 말하는 것을 분석해서 증거로 삼는 캐스린 댄스를 그의 동료도 만들어 작품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이것은 시계공이라는 범죄자가 시계의 원리처럼 완벽함을 추구한다면 완전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주 영리한 범죄자이기 때문이다. 즉, 그는 증거를 거의 남기지 않는 링컨 라임이 상대하기에는 까다로운 인물인 것이다. 하지만 링컨 라임 또한 시계의 작동 원리로 범인을 잡는 타입이다. 범죄자는 시계를 완벽하게 작동시키려하고 링컨 라임은 그래도 그 시계에서 떨어진 작은 부품을 찾아 시계가 작동하지 않게 만들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만드는 작가의 변치 않은 능력과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의 개인적인 고뇌, 경찰이라는 직업이 주는 압박감, 9.11 테러 이후 미국인들이 보여주는 모습 등을 작품속에 잘 담아내고 있다.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만드는 것도 잊지 않고. 링컨 라임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이다. 그의 에너지는 모든 사람에게 순수한 열정을 느끼게 한다. 링컨 라임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점, 그리고 그 링컨 라임을 꾸준히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만으로도 제프리 디버는 박수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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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팬더 2009-05-29 2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프리 디버...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군대에서 처음 알라딘이랑 물만두님 서재를 알게된뒤 추천하시는 작품중 코핀댄서를 봤었는데 정말 그때의 전율이 아직도 느껴지는군요. 매 작품마다 이렇게 실망시키지 않은 작가도 드문것 같아요. 반전소설이라는 특성상 그러기가 정말 쉽지않을것 같은데 말이죠. ^^

물만두 2009-05-29 20:42   좋아요 1 | URL
반전도 좋지만 링컨 라임과 아메리아 색스 등의 등장 인물들의 조화가 좋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6-01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찜 ^^
아~~ 근데 한주일 독서를 매진하지 못했더니 싾이네요..

물만두 2009-06-01 15:31   좋아요 0 | URL
네, 많이 쌓이고 있습니다.^^
 
아시야 가의 전설 - 기담 수집가의 환상 노트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5
츠하라 야스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괴기소설을 쓰는 검은 옷만 입어서 별명이 드라큐라 백작인 일명 백작이라는 남자와 일정한 직업없이 파란만장한 청춘을 보낸 삼십대의 사루와타리라는 남자가 두부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만나 두부 맛집 여행을 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들을 담은 단편 모음집이다. 백작이야 직업이 있으니 상관없지만 사루와타리라는 남자가 백작보다 더 기이하게 느껴진다. 백수에 근근히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는 것 같은데 미식가고 중고차라지만 차도 수시로 바꾸는 모양새가 읽을수록 수상하게 여기게 된다. 사루와타리, 당신은 누구인가? 그것이 궁금하다.

<아시야 가의 몰락>은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에드거 앨런 포우의 <어셔가의 몰락>을 오마쥬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런 작품이 한 작품 더 있는데 <황금벌레>를 오마쥬한 <송장벌레>가 그것이다. <아시야 가의 몰락>은 사루와타리가 두부 맛집에 들렀다가 대학교때 사귀던 하타 유리코가 사는 곳 근처라는 것을 알고 그녀에게 연락을 해서 그 본가에 가서 만나게 되는 기묘함을 담고 있다. 일본 전설을 교묘하게 잘 배치시켜 <어셔가의 몰락>의 공포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송장벌레>는 그보다는 조금 더 현대적이면서 더 괴기스러운 작품이다. 길에서 우연히 대학 동창을 만난 사루와타리는 친구가 갖고 싶어하던 사진기를 빌려주며 같이 일을 하던 죽어가는 동료를 위해 풍경 사진을 찍어다 달라고 해서 찍었다가 현상을 하던 중 사진기에 벌레가 들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점차 친구의 행동에서 수상함을 느끼게 되는 마지막까지 오싹하게 소름이 돋게 하는 작품으로 이 단편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
 
<고양이 등 여자>는 현실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섬뜩할지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으니 괴담이라 하기 어렵지만 상상인지, 피해망상인지, 죄책감인지, 착각인지 모르지만 사루와타리가 대학시절 겪은 등이 고양이 등처럼 굽은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누군가 내 칫솔에 손을 댓다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은 인간의 편견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려주는 섬뜩한 작품이다. 어쩌면 기담이나 괴담 모두 이런 인간의 잔인한 생각들이 표출된 결과일지 모른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겉모습, 보여지는 것에만 집착하는 이중성이 개인을 거쳐 집단화되면 하나의 전설이나 괴담, 공포를 만들게 되는 것은 아닐런지. 

<카르키노스>는 게에 대한 이야기다. 백작이 강연하러 가는 길에 따라 간, 맛있는 음식 꾀임에 넘어간 사루와타리가 그 마을 선주에게 흉측하게 생겼지만 맛은 좋은 게를 대접받고 그 집에서 묶었다가 겪게 되는 괴이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초서기超鼠記>는 한자 그대로의 이야기다. 이 작품도 옛날 괴담을 현대 괴담으로 재 탄생시킨 것 같은 느낌의 작품이다. 건물에 들끓는 쥐를 잡기 위해 전문가가 덫을 놓는데 그 덫에 걸리라는 쥐는 안 잡히고 말 못하는 어린 소녀가 발이 붙어 있는 것을 사루와타리가 구해주면서 건물 주인인 선배와 관련이 되는 이야기다. <케르베로스>는 <카르키노스>에서 만난 여배우의 초대로 그 여배우의 본가를 찾아 그들이 마을에서 왕따를 당하는 사연을 듣고 해결하려고 애를 쓰는 이야기다. 역시 모티브는 일본 전설, 관습이다.  
 
<물소 떼>는 간만에 정식으로 취직했다가 쫓겨나 불면증만 생겨 다 죽게 된 사루와타리가 연민이라는 생각의 뚜껑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다. 이 작품에서 비로소 독자는 이 모든 작품들이 어떤 작품은 사루와타리만 등장하고 어떤 작품은 백작과 함께 등장하는 이유를 알게 된다. 괴기소설 작가라고 해서 백작이 주인공인줄 알았는데 화자는 물론이거니와 소재를 제공한 이가 바로 사루와타리였음을 백작이 밝힌다. 그러니 부제인 기담 수집가의 환상 노트에서 노트의 주인은 사루와타리인 것이다. 뭐, 별로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직장도 없으니 글을 쓰면 될텐데 소심해서 그런지 한사코 사양하고 있다. 어디 언제까지 버티나 두고 볼까? 작가가 설마 사루와타리를 늙어 죽도록 이 상태로 만들지는 않겠지. 뭐, 이런 성격이었으니 기담이 잘 목격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런 사루와타리의 재미있는 점과 백작의 진지한 면, 그리고 사루와타리의 인간적인 모습들이 담겨져 작품은 공포 그 이상을 선사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이야기같아 보이는데 그 안에 현대인의 환상과 공포, 삶에 대한 애착과 미련, 그리고 광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처음에는 그저 에드거 앨런 포우에 대한 오마쥬를 어떤 식으로 했을까 하는 생각으로 봤는데 역시 일본의 에드거 앨런 포우라 불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을수록 괜찮고 읽고 나서는 다시 한번 더 읽고 싶어지는 작품들이다. 전설의 발생 원인, 관습이 만들어지게 되는 계기가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흘러 기묘한 전설과 괴담으로 재탄생되고 그 남겨진 괴담은 다시 현대라는 시공간과 결합해서 또 다른 모습으로 각색된다고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에도가와 람포의 계승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단순함에서 스토리를 간결하게 전개하면서도 삽입하는 환상과 공포를 독자가 만끽하게 하는 힘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깔끔해서 좋았다. 그리고 에드거 앨런 포우를 연상시키는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그의 다른 괴담집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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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5-21 1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기괴한 소설이라.제 취향에 딱 맞는 작품이네요^^
근데 일본의 에드거 앨런 포우라 불릴만 하다라고 하셨는데 저는 역시 일본의 에드거 앨런 포우라면 에도가와 란포가 아닐까 싶네요.그의 포우풍의 기괴한 작품은 근래에 발매된 그의 단편집에서 잘 들어난다고 생각됩니다.
츠하라 야스미의 작품은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만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아직까진 일본의 에드거 앨런 포우라기 보다는 에도가와 람포의 계승자정도가 아닐까 싶네요.이 작가가 더 많은 작품을 내놓고 계속 인정을 받아 란포의 명성을 뛰어넘게 된다면 그때 이 명칭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만두 2009-05-21 14:42   좋아요 1 | URL
에도가와 람포의 대를 잇는다고 쓰고 싶었는데 에드거 앨런 포우의 오마쥬 작품이 있어서요. 에도가와 람포는 이제 일본의 에드거 앨런 포우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에도가와 람포 그 자체로도 존중받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네, 의도하시는 바는 알겠는데 어디의 누구하는 이야기는 뛰어넘는 자를 뜻하는게 아니라 그보다 못하지만 그와 비슷하다는 의미로 저는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 작가가 에드거 앨런 포우를 뛰어넘는 작가라면 굳이 일본의 에드거 앨런 포우라 쓰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보석 2009-05-21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재미있을 것 같아요! 순정만화풍의 표지는 좀 거시기하지만;;

물만두 2009-05-21 14:42   좋아요 0 | URL
그래서 백귀야행스럽다고 말씀드렸었지요^^

노이에자이트 2009-05-21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도가와 란보의 <고도의 마인>이 으시시하고 묘하게 매력이 있더군요.음...좋은 작가를 알게 되어 기쁩니다.

물만두 2009-05-21 17:03   좋아요 0 | URL
전 단편집을 더 좋아합니다.^^
고도의 마인, 음울한 짐승도 좋지만요.
 
셜록 홈즈 최후의 해결책 새로운 셜록 홈즈 이야기 3
마이클 셰이본 지음,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사에 절대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작가 또는 등장 인물이 있다. 에드거 앨런 포우를 제외하고 추리소설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의 명작들도 마찬가지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을 잊어버릴 수도 없다. 크리스티여사의 작품이 선사하는 놀라운 마법같은 트릭을 어떻게 저버릴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들 작가들과 작품들은 작가 자체로는 책 속에 등장하는 경우가 있고 <모르그가의 살인>은 모리스 르블랑이 오마주한 작품이 있고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속 여러 트릭들은 다른 작품 속에서 모방되거나 재창조되기는 하지만 위대한 셜록 홈즈처럼 캐릭터 자체가 살아 다른 작가들이 그 캐릭터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게 하지는 못한다. 코넌 도일의 위대함은 셜록 홈즈를 탄생시켰다는데에 있고 그것 하나만으로도 작가는 엄청난 공헌을 한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 추리소설을 쓰건 안쓰건 간에 셜록 홈즈를 주인공으로 해서 작품을 쓰고 싶게 만드니 말이다. 이것은 레이먼드 챈들러의 사립탐정 필립 말로와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필립 말로는 다른 여러 탐정들에게 영향을 주는 역할을 한 탐정이지만 필립 말로 자체를 쓰려고 하지는 않는다. 이 결정적인 차이가 아직도 여전히 가장 위대한 탐정이 셜록 홈즈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아흔을 바라보는 이미 너무 늙어버린 셜록 홈즈가 등장한다. 은퇴 후 여전히 벌을 치며 혼자 살고 있지만 관절렴에 시달리며 죽 사발에 코를 박고 품위없이 죽는 건 아닌가를 걱정하는 일밖에 다른 일에는 신경을 쓸 기운도 없고 사람 만나는 것 자체가 귀찮은 나날을 보내는 괴팍한 노인네가 되어버린 홈즈를 보는 일은 씁쓸함을 안겨준다. 그런 그에게 뜬금없이 말 못하는 소년과 소년 대신 말을 하는 앵무새가 나타난다. 전쟁 중이고 앵무새가 하는 독일어로 미루어 독일에서 어떤 일을 겪고 영국까지 오게 된 유태인 소년같다. 그 소년은 마을의 목사이자 하숙집인 패니커씨 댁에 머물게 된다. 그러던 중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앵무새가 사라지는 일이 일어나 벨로스 경감과 퀸트 경관이 홈즈를 찾아 온다. 그의 명성은 전설처럼 할아버지에게 들었다는 젊은이다. 살인범으로 지목된 패니커 집안의 망나니 아들은 잡혀 갔는데 홈즈가 도울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앵무새가 말하는 숫자는 도대체 무엇일까? 누가 앵무새를 잡아간 것일까? 나이 든 홈즈가 과연 예전처럼 사건을 해결해 홈즈는 살아 있음을 증명해보일지 궁금하게 만든다. 

작품은 150쪽 남짓되는 중편 정도의 분량의 작품이다. 작가는 홈즈가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보다는 50여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변하지 않은 홈즈의 분위기, 작가가 말한 것처럼 베이커가 221B번지의 모습과 지금 사는 오두막의 분위기는 같다던가, 아이를 싫어하는 성격이라던가 하는 점, 그리고 사람의 관찰하고 주체하지 못하는 호기심은 변하지 않았음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나이 든 홈즈가 그 세월만큼 변했다는 것도 보여준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던 끈질김보다 알지 못해도 상관없는 것은 그것대로 놔두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마지막 홈즈의 생각 속에서 한결 여유로워지고 세상사에 초월한 것 같은 홈즈를 만나게 된다. 그래도 나이 든 홈즈는 어색해서 싫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고 병이 들고 죽게 마련이지만 이미 한번 죽었다가 살아난 홈즈는 그래서 더욱 나이를 먹지 않은 모습만 보고 싶은데 자꾸만 작가들은 나이 든 홈즈를 등장시킨다. 어쩌면 이것은 코넌 도일과 비교되고 싶지 않은 작가의 전략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차피 아무리 잘 쓴다해도 원작자를 따라갈 수는 없는 법이니까. 작품을 읽는 내내 코넌 도일의 위대함과 셜록 홈즈가 아직까지 살아 숨쉬는 이유를 생각하게 만드는 진정한 의미의 트리뷰트 작품이었다. 읽고 나면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를 다시 읽고 싶어질테니까. 그러므로 셜록 홈즈는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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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갈릴레오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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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에서 X의 친구로 나왔던 유가와 교수가 탐정으로 등장하는 단편집이다. <용의자 X의 헌신>에서 유가와 교수는 참 마음에 드는 캐릭터여서 꼭 다른 곳에서 만나기를 희망했다. 물론 구사나기 형사도 함께. 책을 읽다보면 종종 다시 만나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 마치 인간처럼 느껴져서 '아, 저 사람 언젠가 꼭 한번 만나고 싶다.'이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데 작가가 그런 캐릭터를 다시 만나게 해주면 더없이 고맙다. 히가시노 게이고씨 땡큐여요~ 물론 이 작품이 먼저 나왔고 우리나라에 소개가 늦게 된 것 뿐이지만. 시리즈를 좋아하는 내게 더없이 고마운 작품이다.  

단편의 내용은 모두 간단하고 단순하다. 대학 동기인 경시청 형사 구사나기가 미해결 사건을 데이토 대학 물리학과 조교수인 친구 유가와에게 의뢰하는 형식이다. 이 구사나기 형사 또한 <용의자 X의 헌신>에 등장한 형사다. 사건들은 모두 경찰이 보기에는 초자연 현상처럼 보여지는 사건들이다. <타오르다>는 갑자기 머리에 불이 붙어 사망한 사건을 다룬 작품이고 <옮겨 붙다>는 현실적으로 만들기 어려운 죽은 사람에게서 뜬 것이 분명해보이는 데드마스크의 등장과 실종된 사람의 시체를 찾은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썩다>는 사고사로 위장해 죽일 수 있는 장치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작품이다. <폭발하다>는 바닷가에서 갑자기 폭발이 일어난 기이한 사건을 다룬 작품이고 마지막 작품 <이탈하다>는 어린 소년의 유체이탈이라는 초자연 현상을 다룬 작품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작품 제목에 함축적으로 작품 내용을 담아내는 작가다. 이 단편집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제목들 자체도 독특하지만 그 제목들은 사건의 동기와 방법, 해법을 함께 나타내고 있다. <타오르다>는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이 어떻게 화가 치밀어 타오르게 되는지를 알게 된다. 이 작품은 아무 것도 아닐지 몰라도 누구나 한번쯤 겪은 이야기다. <썩다>는 말 그대로 인간의 내면이 썩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다. 작품 내에서도 그런 말이 나온다. <이탈하다>는 유체이탈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삶에서의 이탈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래서 이 작가는 자신의 제목을 바꾸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고 한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 제목을 짓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제목이 나타내는 의미를 훼손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리라 생각된다. 인간 심리에 대한 촌철살인적 제목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망상 추리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말하자면 어떤 사건을 접하게 될때 논리가 배제된 상황에서 '이럴 것이다', 또는 '경험상 이런 일이 일어났음이 분명하다.'고 추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누구나가 할 수 있는 추리다. 하지만 이런 것은 절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명백한 증거, 과학적 입증을 통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현시럭으로 가장 현명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유가와라는 물리학 교수가 탐정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모든 사건은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고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인 것이다. 그리고 그의 해결을 보면 어려운 물리학을 간단하게 사건에 대입해서 풀어준다. 

유가와도 다른 탐정과 그렇게 다르지는 않다. 작은 단서 하나도 지나치는 법이 없고 그 단서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알아내기 어려운 점을 파악한다. 물론 과학적인 면에서 접근할 수 있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 물리학과 교수인 그가 다른 탐정들과는 좀 다른 점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그만이 가진 장점이기도 하다. 또한 모든 탐정들과 공유하는 공통점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아 독자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게 만든다. 속을 잘 드러내지 않고 단서를 가지고도 마지막까지 확인한 후 구사나기에게 말하는 것은 전형적인 탐정의 모습이다. 그에게는 홈즈와 포와로도 있고 CSI 과학수사대의 모습도 있다. 그가 탐정 갈릴레오라 경시청에서 불리게 된 것도 이때문이다. 

하지만 작품을 전개하는 방식은 다르다. CSI의 과학적 분석처럼 과학적인 면이 대단하게 나열되는 것이 아니고 단순한 사건에 명쾌한 방법을 제시할 뿐이다. 굳이 따지자면 홈즈와 포와로가 범인을 찾아 머리를 쓰는 것에 더 흡사하다. 그런 것이 합쳐져서 작품을 심플하게 만들고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 것이다. 군더더기가 없이 시원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냥 머리로 추론하는 방식과는 또 다른 과학적 원리에 대해 이해시키는 방식이 좋았다. 사건이 일어나는 이유 자체는 평범하지만 사건에 사용하는 도구와 그것을 적용하는 방식, 해결하는 방식에서 돋보이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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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9-05-12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가와 시리즈라니 저도 반가운데요? 물만두님이 아니면 제가 어찌 알겠어요. ^^

물만두 2009-05-12 14:14   좋아요 0 | URL
저도 출판사 서지정보가 아니면 잘 모른답니다^^;;;

soyo12 2009-05-13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소설이 아니라 드라마로 먼저 봤는데, 역시 히가시노는 드라마 하기에 딱 좋게 말랑말랑하게 소설을 잘 쓰는 것 같아요.^.^ 드라마는 넘버스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만들었더라구요.^.^ 게다가 유가와 역을 맡은 남자 주인공도 미중년이고.^.^ 괜시리 정이 가는 드라마,소설이에요. 이번 예지몽도 괜찮던걸요.^.~

물만두 2009-05-13 19:49   좋아요 0 | URL
예지몽 볼려고 이 책을 부랴부랴 봤답니다^^
 
이미 죽다 Medusa Collection 10
찰리 휴스턴 지음, 최필원 옮김 / 시작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뱀파이어 탐정 조 피트가 만드는 하드보일드 이야기가 지금 뉴욕 맨해튼에서 시작된다. 막 살다가 30여년 전에 뱀파이어에게 물려 뱀파이어가 된 사이먼은 이제 그 이름을 잊고 조 피트로 살아간다. 하지만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문제가 있다. 그가 처음 자신을 거둬준 테리가 만든 조직에서 자신에게 시키는 일이 싫어 독립을 했지만 어느 조직에도 속하지 못한 뱀파이어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각 조직마다 조 피트를 영입하려 하지만 거부하고 조 피트는 그들이 꺼려하는 일을 해결해주며 혼자 살아간다. 그는 아주 위험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어차피 한번 죽은 목숨인데 내 맘대로 살다가련다식으로 폼만 잡고 있다. 

그런 그에게 맨해튼 뱀파이어 최대 조직인 코얼리션에서 사건을 의뢰한다. 좀비 박테리아 보균자를 찾아서 제거하라는 일이다. 그는 코얼리션의 우두머리 프레도가 의뢰한 일을 조사하던 중 좀비 소녀를 발견하지만 일을 깨끗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시간을 벌 생각으로 거짓말을 하고 만다. 그런데 또 다른 의뢰가 들어온다. 무시 못할 거대 기업의 가출한 딸을 찾는 일이다. 이 일도 프레도가 주선한 일이다. 이때부터 조 피트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피를 모두 도둑맞고 코얼리션 첩자로 테리가 중심인 소사이어티에 붙잡힌다. 또 다른 조직인 피를 거부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엔클레이브에서도 그를 찾는다. 좀비 보균자를 빨리 찾아야 하는데 설상가상 여자 친구인 이비한테 오해까지 산다. 조의 여자 친구는 에이즈에 걸린 웨이트레스다. 

사건은 두 가지처럼 보여진다. 조 피트도 다른 두 사건을 조사한다고 처음에는 생각했지만 호드가의 딸 아만다를 찾는 과정에서 자신이 처치해서 프레도에게 찍히게 된 좀비 여자가 아만다의 친구였음을 알게 된다. 이로써 서로 다른 두 사건은 하나의 사건으로 접점을 만나게 되고 조 피트는 아만다를 찾는 일에 집중하게 되면서 감춰진 사실들을 접하게 된다. 하지만 조 피트가 풀어야 할 문제는 점점 쌓여만 간다. 그리고 뱀파이어들 사이의 관계와 커뮤니케이션은 조 피트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 이것이 혼자 일을 하는 이의 비애라고나 할까. 조 피트의 운명이라고 해야 할지 작품은 이 점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외로운 조 피트의 사투를. 

뱀파이어만 아니라면 필립 말로스런 탐정이 등장하는 하드보일드와 다르지 않다. 작가가 외롭고 고독한 필립 말로를 조 피트에게 잘 투영한 것 같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고 도와줄 이 하나 없는 고독한 처지에서 믿을 것은 오직 자기 자신과 운뿐인 조 피트의 모습 하나 하나를 잘 표현하고 약점을 여과없이 드러내서 주인공이라고 영웅처럼 만들지 않는 점이 좋았다. 사건을 해결하는 게 아니고 사건이 자신의 목을 조르는 것도 모른 채 저 잘난 맛에 뛰어다니는 느낌을 주는 탐정같지 않은 탐정이다. 거기다 뱀파이어라서 인정도 별로없고 다만 아이들 괴롭히는 자는 못 참는다는 것 정도가 장점인데 그 점이 오히려 더 거칠고 비정하게 느껴지게 만든다.
 
점점 더 벼랑으로 몰리는 기분 속에서도, 자신이 이미 죽었다고 말을 하면서도 타협하지 않고 혼자 살아가려고 하는 성질머리 드러운 조 피트는 분명 21세기식 필립 말로라 할 수 있다. 담배를 문 모습을 보면 80년대 홍콩 느와르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5부작이라고 하니 언제 이비에게 자신의 정체를 이야기할지가 궁금해진다. 또 조 피트를 응징하지 못하고 당한 프레도가 언제까지 가만히 있을지, 소사이어티의 조 피트를 코얼리션의 첩자로 여기고 제거하지 못해 안달인 톰이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지 그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가게 될지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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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09-05-10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비 여자를 찾는 뱀파이어 탐정이라... 황당하지만 흥미롭네요.^^ 해결되지 않는 음모가 있는 거 같은데 시리즈 전권이 출간될까요?

물만두 2009-05-11 10:14   좋아요 0 | URL
좀비여자가 아닌 좀비 보균자입니다. 그건 잘 모르겠네요^^;;;

lazydevil 2009-05-11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달면서 '좀비여자'가 아니라 '좀비 보균자'인데 생각했는데... 지적해주시네요^^;;
암튼 흥미로운 책소개 늘 감사합니다.

물만두 2009-05-11 19:47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