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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플랜
스코트 스미스 지음, 권진욱 옮김 / 세종(세종서적) / 1994년 7월
평점 :
절판
정말 간단하다. 범죄는, 그리고 살인은. 내가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만 하면 간단하다. 눈앞에 수백만 달러의 돈다발이 있다면 더 간단하다. 인간이 원래부터 선하다고 누가 말하는지. 그건 그저 보여 지고 보여 지게 만드는 포장의 기술, 껍데기의 미학이 아닐까. 도덕이라는, 법률이라는, 선이라는.. 그런데 그것들은 눈에 덮여 있다가 어느 날 봄 눈 녹듯이 사라져 버리면 인간이 서 있던 자리에 남는 것은 추악한 사실뿐이다. 탐욕과 거짓과 자기기만에 가득한 존재가 나였다는.
평범한 회계사인 행크가 범죄의 길로 들어서는 것은 너무도 간단했다. 그는 한 번도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을 한다. 남의 눈에는 그렇게 비쳤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가 어려움에 처했다는 사실을 아버지가 의논을 해올 때까지 몰랐고 자발적으로 부모님을 찾아뵌 적이 없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 형이 아이들에게 맞고 우는 것에 실망해 속으로, 겉으로 형을 경멸하는 인물이고 형의 친구를 쓰레기 취급하고 형을 부랑자 취급하며 자신의 우월감을 은연중에 나타내는 인물이다. 행크와 행크의 아내는 대학까지 나왔기 때문에 자신이 나고 자란 시골 마을, 거의 폐허가 되어가는 곳이 지겹고 싫었을 것이다. 말을 안했을 뿐이지만. 그리고 더 위로 오르지 못한 한도 있어 보인다. 그곳에서의 중산층의 삶보다 더 나은 삶을 그들은 원했던 것이다.
우리가 범죄의 길에 빠지기는 쉽다. 많은 사람들이 죄를 짓고 잡히지만 잡히지 않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잘 사는 이들도 있다. 잘 산다는 게 어떤 건지가 문제겠지만. 이들처럼 살고 싶어 한다면 아마 늪에 빠지는 건 순식간에 일어날 것이다. 청산가리를 마약이라고 생각하고 팔려던 사람처럼, 미국 위조 채권에 눈이 멀어 혼자 차지하려다 잡힌 사람이 아직도 진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세상에 얼마나 많은 행크가 존재하는지. 우리가 행크가 되는 일은 정말 쉽고 간단하다.
이 작품을 지금이라도 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단 한 번의 시선>보다 더 좋은 작품이다. 안타깝다. 절판이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보시기를. 다시 출판된다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