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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상한 해초 - 박미경 잔혹소설
박미경 지음 / 상아 / 1999년 9월
평점 :
절판
제목을 달 때 좀 내용과 상관없이 독자가 상상하게 되는 그런 부제는 좀 삼갔으면 좋겠다. 이 책이 잔혹소설이면 추리소설은 추리소설이라는 이름 대신 잔혹 소설이라고 불려야겠다. 이 꼬리 때문에 한 동안 이 책 사기를 망설였고 사놓고 마치 잡은 고기 떡밥 안준다는 심정으로 읽지 않고 있었던 아둔한 나를 탓해본다. 누굴 탓하겠는가...
이 책은 추리소설이다. 그것도 아주 괜찮은 추리소설이다. 간만에 좋은 우리나라 작가를 만났다 생각했는데 2000년에 책 내겠다고, 그것도 마지막 작품의 주인공을 탐정으로 해서 만들겠다고 약속해놓고 소식이 없다. 아, 또 미저리가 되고 싶어진다.
한 사건 안에 단편집을 펼쳐놓은 액자소설 형식을 띄고 있는 단편집이다. 한 살인 사건을 접하고 우연히 그 사건을 PC통신을 통해 분석한 사람을 알게 되어 그에게 범인이 썼으리라 짐작되는 단편집을 읽어보게 하는 내용이다. 그가 읽는 단편집은 단편추리소설로 손색이 없는 작품들이다. 특히 <악몽>이나 <누드 베키아>는 독특한 느낌마저 주는 작품들이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위의 두 작품을 빼면 모두 복수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버섯>이나 <스피노자의 사과나무>, <황금 쉬파리>는 소재가 독특하다. 그렇게 따지자면 <장 닭>과 <괴상한 해초>는 독특함에 기발함마저 나타나 있다. 물론 액자 소설이니 살인 사건의 결말이 궁금하겠지만 그 또한 능한 수를 보인다. 작가의 재기가 발한다고나 할까.
이 작품집에서 동떨어진 단 하나의 단편이 <스페인 금화 도난 사건>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다음 작품집에서 선보일 탐정을 미리 선보인 작품이다. 그런데 소식이 없다. 작가님 뭐하시나... 궁금하다.
얼마나 내가 놓치고 지난 작품이 많을까.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작가의 창작의 불씨가 혹여 꺼지지는 않았을까 염려된다. 그래도 굴하지 말고 좀 쓰시지. 독자가 이제 막 눈을 떴는데 아깝다. 이 작가 참 기대되는 작간데... 빨리 다음 작품이 나오기만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