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역사 - 잃어버린 나라 고조선
조승완 지음 / 어드북스(한솜)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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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읽는 내내 아,아, 어,어, 하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관점에 대하여 동의하고 연구 결과에 대하여도 거의 그러리라 짐작하였지만 너무도 안타깝고 아까운 책이라는 느낌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굳이 평가하자면 내용은 별 4개도 되지만 편집은 별 2개도 주기 힘들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별 다섯이 만점이다.
 
옛 조선- 고조선의 땅이 지금의 요동과 요서까지 이어져 있었다는 이야기는 얼마전 [고조선은 대륙의 지배자였다]라는 책에서도 주장되어온 바다. 이 책에는 그 근거를 중국의 사서들로 역추적함으로써 확실한 믿음을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은이 혼자만의 고군분투로 끝나고 말았다. 왜냐구? 그 이야기를 하여보자.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전문연구자,작가들이 써놓은 책에대하여도 한 사람의 누리꾼이 자료를 찾아 들이대며 아니라고 말하는 '소통'의 첨단에 있는 시대이다. 그런데 이 책에는 겨우 엣날 흑백사진 몇 장, 흑백 그림 몇 장만이 지은이의 논지를 받쳐준다. 만약 이책에 지은이의 논지를 받쳐주는 지도와 추정 사진들이 제대로 더해져 책이 좀 더 화려하게 편집이 되었다면 읽는 이들도 더욱 지은이의 말에 다가서기 쉬웠으리라. 책을 읽는 내내 빈 종이에 그림을 그려가며 따라가보았지만 미리 준비되지 않은 그림으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은이의 말처럼 '식민사관이 부정하는 우리의 역사' '잃어버린 나라 고조선'의 '진실은 살아있다'. 나도 그렇게 알고 있고 믿고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증명하는 과정이 너무도 고리타분하다. 이 책은 대학교 석박사 논문집이 아니다. 대중을 상대로 출간된 교양서적이 아니던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들에게, 광활했던 우리 역사의 참모습을 알려주기 위하여 출간된 책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런 뜻에 마땅히 따라야할 노력은 이 책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참으로 안타깝다.

 

 


 
 
 [하늘에 새긴 우리 역사],  [동북공정 너머 요하문명론],  [우리가 간과하여 잊혀진 상고사를 찾아서],  [고조선을 딛고서 포스트 고조선],  [천년왕국 수시아나에서 온 환웅] 이 책들은 지금 내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들인데 어느 것하나 지금 이 책보다는 사진이나 지도가 더 충실하게 준비되어 있다. 주장하는 관점은 미묘하게 차이가 있지만 읽는이에 대한 배려는 공통적이다. 하다 못해 글자 빛깔이라도 구분하여 읽는이의 편의와 이해도를 높여주고 있다. 하여 이 책에 대하여 계속하여 '아,안타깝다'라는 탄식이 나오는 것이다.
 
 잃어버리고 묻혀진 역사를 찾아나가는 일은 분명 힘들고 어려운 일이리라. 게다가 그 길에는 지원군도 적다. 하지만 누군가 가야할 길이고 그 길에 선 사람이라면 묵묵히, 그러나 더 열정적으로 그 길을 가야할 것이다. 지은이의 약력에 지역방송국 보도국장이라는 커다란 직함이 눈에 띈다. 그 길에서 자신만의 능력을 더하여 나같이 길을 찾은 이들을 이끌어주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믿어본다. 물론 그가 가는 길이 옳은 방향이기에 나도 함께 그 길에 서서 걸어가며….
 
 
2008.12.26. 밤,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서' 오늘도 헤매이는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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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훔친 위험한 冊들 - 조선시대 책에 목숨을 건 13가지 이야기
이민희 지음 / 글항아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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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라는 것의 속성은 오묘하기가 그지없다. 못읽게 막으면 더 읽고 싶고 앎의 욕구는 조그마한 틈이라도 생기면 기어코 비집고 들어가서 미지의 세계에 닿고 싶어한다. (79)
 
 조선시대의 금서이야기, 열 세편, 여기 소개된 책들이 제대로 유통이 되어 사람과 사람사이를 오가며 '소통'의 장을 활짝 열어제꼈더라면 조선은, 아니, 우리나라는 어떠했을까? 역사에 '만약은'이라는 이야기는 없다지만 책을 읽어가는 내내 드는 안타까움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현실을 가장 잘 표현하는 책일수록 불행한 운명을 맞는다'(6)는 지은이의 머리말이 문득 얼마전 국방부에서 지정한 '불온서적'파동과 연결된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역사의 문구나 바꾸어대고 지금껏 소통의 장에 서잇던 책들을 불온서적으로 폄하하는 일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는 그 직후 일어낫던 불온서적들의 판매급증에서 만나볼 수 있다. 천만다행한 일이리라. 지금은 인터넷이라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소통의 길'이 열려있기에 어떠한 모함과 획책 속에서도 진실이 영원히 묻혀지기란 불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역사책의 글자 몇 자 바꾸는 걸로 젊은 학생들의 역사관이 바뀌리라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고 답답한 지경이다. 이 책에서 만나는 책에 대한 탄압도 결국은 그런 이야기들과 비슷한 수준이랄까? 이를테면 소현세자의 죽음에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심양장계"에 얽힌 이야기를 읽는 밤은 참으로 씁쓸하고 쓸쓸하다.
 
 비극으로 끝난 희망, 그것을 읽는 것만큼 가슴 벅찬 고통은 없을 것이다. (193)
 
 이 책을 읽는 재미는 열 세편의 책 이야기 각각이 전해주는 한바탕의 역사마당에 더하여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별편에 해당하는 "조선의 책 이야기" 일곱 편이다. 조선시대의 책대여점인 '세책점'의 등장에 관한 이야기(62)도 재미있지만 '책을 보기 위한 휴가제도'인 '사가독서제'(216)는 지금 시대에 시행된다면 더욱 좋은 제도라 부럽기도 하였다. 특히 '책에 미친 사람들'(338)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국보 양주동 선생의 일화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사라질 우리 책들에 대한 안타까움까지 전해주는 듯하다.
 
 지은이는 단순히 옛이야기들만 풀어설명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시대적인 배경에 더하여 다른 나라의 사례들까지 풍부히 소개해주어 읽는 이를 만족시켜준다. 가히 '조선 시대의 책'에 관한 집중탐구라 할만하다. 개인적으로는 정약용의 "마과회통"에 얽힌 이야기(210)가 가장 신선한 부분이었고 만나서 기쁜 이야기였다. 여러분들도 자신에게 맞는 '조선시대의 금서'를 찾아보시라. 그리고 이 시대의 금서도 밝혀 찾아 읽으시기를… 책을 금한다고 하여 사상이 금해지던 시대는 이제 끝났음을 다시 한 번 '그들'에게 보여주기 위하여서라도....
 
 
2008.12.26. 밤, '위험한 冊'이 더 좋다, 나는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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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날개
크리스틴 리슨 지음, 윤희선 옮김 / 세상모든책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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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과 데이지는 꿈속에서 천사를 만났습니다. 천사의 날개는 추운 겨울 밤하늘 위에서 별처럼 빛나고 있었습니다. (끝)
 
 천사처럼 아름다운 새가 겨울,언 땅, 눈밭위에 떨어져 퍼덕거릴 때, 이를 발견한 두 새앙쥐, 샘과 데이지가 천사를 구조하여 자신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인 딸기와 도토리로 살려낸다는 감동적인 이야기, 그리고 그 천사인 새가 하늘로 다시 올라가며 남겨주는 깃털이 이들에게는 천사의 선물이되어 행복한 꿈나라로 간다는 아이들을 위한 예쁜 동화…
 
 동화의 내용에 걸맞게 고급스럽게 제본된 책은 각 쪽마다 은박처리가 되어 있어 아이들이 반짝거리는 날개를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만져보아서도 느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 날개를 만져보는 아이들은 마땅히 행복하리라. 나, 자랄 적엔 굼도 못 꾸던 일들이 지금의 아이들에겐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어른, 이 책을 통하여 다른 천사를 만난다. 땅위에 떨어져 힘들어하는 천사같은 - 천사라 믿는 새에게, 자신들의 귀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선뜻 건네주어 목숨을 구해주는 두 주인공, 샘과 데이지가 진정한 이 책의 천사이리라. 그들은 비록 날개도 없이 누추한 지상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지만 가족과 함께 살아가며 이웃에, 눈을 돌릴 줄 아는 진정한 천사인 것이다. 
 
 자, 우리는 이제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야 하리라. 새가 천사는 아니었지만 그 새를 구하기 위하여 자신이 아끼는 무언가를 선뜻 내어줄 수 있다면, 바로 너희들이 천사같은 아이들이라고, 너희들의 마음에 천사의 날개가 있는 것이라고…. 
 
 근데 이미, 내가 사랑하는 나의 딸은 나랑 천사 이야기를 하기에는 너무 커버렸다. 젠장…더 어린 아이를 찾아 올 겨울 내가 만난 천사이야기를 들려주리라. 그 아이들이 자라나 이 책의 두 주인공처럼 천사같은 아이들이 되어 우리 주변의 이웃들을 조금이라도 더 따스한 눈길과 손길로 돌보라고. 어른들처럼 되지 말라고 이야기해주어야겠다. 나도 그들을 닮아 천사같은 아저씨가 되고 싶다고....
 
 

2008.12.26. 어제는 온가족이 함께 행복해한다는'성탄절',

            하지만 12살난 딸아이는 또래 조카들이랑 논다고

            처가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행복한 겨울이다.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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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사랑한 예술
아미르 D. 악젤 지음, 이충호 옮김 / 알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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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최종합의는 오랜 시간 아주 사소한 것까지 논쟁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친 뒤에 마법처럼 찾아오곤 했다. 이는 기업이나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은 물론 다른 분야의 학계 사람들까지 금과옥조로 삼을 만한 교훈을 준다. 뜻이 있으면 최종 합의에 이르는 길이 있게 마련이다. (136)
 
 수학이다, 국어,영어도 아니고 수.학.이다. 게다가 수학자들 이야기다, 소설도 아니고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글이다. 수학자의 재미난 에피소드도 아니고 수학자와 수학이 이뤄낸 한 시대에 관한 이야기이다. 당연히 재미없다. 그런데 책은 꽤 수월하게 넘어간다. 어디서 무엇이 나를 이 책에 빠져들게 하였을까? 읽으면서도, 읽고 나서도 그것이 궁금하다.
 
 '부르바키'라는 수학史에 큰 족적을 남긴 존재가 프랑스 수학자들의 모임에서 탄생한 가상의 인물이라는 놀라운 사실, 거기에 더하여 그 '부르바키'가 20세기를 풍미한 "구조주의"의 뿌리에 해당된다고 하니 한번 더 놀라게 된다. 더 놀라운 사실은 "구조주의"라는 철학사조를 전혀 모르는 바가 아님에도 '부르바키'라는 이름은 처음 듣는 '나'라는 존재..도대체가 온통 놀라움 투성이다.
 
 책에 등장하는 앙드레 베유 - 시몬느 베이유의 친오빠라는 작은 놀라움!- 와 그의 동료 수학자들, 그리고 책의 맨처음 등장하여 이야기를 마치 전쟁영화의 한 장면으로 몰아가던 알렉상드르 그로텐디크의 과거사, 더하여 1991년 8월의 어느날 아인슈타인과 비교되던 그가 사라져간 피레네 산속…. 극적인 사건들의 등장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한 까닭일까? 하지만 이런 일들을 영화처럼 재밌게 풀어나갔다면 이 책은 지금쯤 어떤 영화의 원작으로만 존재하였으리라. 하지만 지은이는 담담하게 있었던 일들을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차근차근 들려준다. 그 담담함에 수학이라는 존재?자체가 나같은 일반인에게 안겨주는 어려움도 오히려 묻어서 날아가버린다. 
 
 개인적으로는 레비-스트로스를 통하여 "구조주의"의 맛!을 조금 보았었기에 그가 등장하는 순간까지는 인내심으로, 그의 등장 이후로는 재미있게 다가왔던 책이었다. 결국 어떤 이야기이든 관심과 흥미가 가는 한 부분만 있다면 나머지 어려움이나 덤덤함도 참고 이겨낼 수 있다는 이야기이리라. 지금도 나는 내 인생 최고의 책을 꼽으라면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를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물론 나는 그 책을 구조주의니 뭐니 하는 철학사조와는 관계없이 만났었고 그 책에서 보았던 것은 사람에 대한 따듯한 눈길로 기억하고 있다. 아! [슬픈 열대], 이 책 덕분에, 다시 책꽂이에서 꺼내 놓긴 하였는데.... 
 
 (레비-스트로스의 저서에서) 결혼 자체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되었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종류의 결혼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들로 (앙드레) 베유는 추상적 군론의 결과를 사용해 그것을 입증했다. 실제로 이 개념은 구조주의의 핵심을 이룬다. 구조주의는 연구대상인 요소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가르친다. 진짜 중요한 것은 요소들 사이의 관계이다. (201)
 
 뭔말인지 잘 몰라도 좋다, 중요한 것은 '관계'라고 하지 않는가?  이 책에서 이 글을 옮겨놓은 까닭은 이러한 글들이 탄생한 배경에, 뿌리에 '부르바키'라는 수학자 집단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 집단의 두 주축이었던 앙드레 베유와 알렉상드르 그로텐디크라는 수학자와 그들이 살아오고 살아갔던 20세기 초반의 이야기들이다. 그 '관계'들 속에서 '부르바키'가 탄생하였고 그 '부르바키'가  "구조주의"의 토대를 마련하였다는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다는 표현이 '부르바키'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이리라. 지은이는 이제는 '부르바키'가 사망하였다는 평가를 들려주는데 그것이 합당한 평가이리라. 조직의 존재가치가 없어진 시대에 당연히 그 조직은 사라져야하는 것 아니던가? 어려운 수학史와 수학들이 난무하는 속에서도 이 책이 존재의의를 갖는 것은 아마도 그 한 시절을 치열하게 살아내었던 수학자들의 삶이 이야기 속에 녹아 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그들이 보여준 '관계'의 의미망속에서 우리네 삶의 단면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리라.
 
 마지막에 자세히 소개되는, 정치적으로 좌절한 알렉상드로 그로텐디크의 입산(入山)이야기는 쓸쓸하다. 아인슈타인에 비견되던 수학자가 정치적인 활동의 좌절로 일체의 행적을 접고 산으로 들어가다니…. 역사의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역시 그 자신의 길을 찾아 간 셈이니 제 3자가 나무랄 일은 아니리라. 다만 지은이처럼 아쉽다고 표현하고 말 뿐….
 
 알렉상드로는 대개 혼자 시간을 보냈는데, 수용소 생활이 준 선물을 어른이 되고 나서 고맙게 여겼다. 그가 받은 선물이란 완전한 고독 속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능력이었다. 고독한 시간은 다른 사람과 전혀 소통하지 않고도 생각을 만들고 개념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30) 
 
 
2008.12.21. '고독한 시간'속에서 '그'는 과연 행복하였을까? 되묻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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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 사람의 길을 말하다
한정주 지음 / 예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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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음이 안정된 자는 말이 적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일은 말을 줄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말을 해야 할 때가 온 다음에 말을 한다면 , 말은 간략하지 않을 수 없다. ( [율곡전서], <자경문>에서) (67)
 
 단 한 번도 포기하거나 주변 상황과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신념과 뜻을 지켜(6)낸 선비가 어찌 율곡, 한 분뿐이랴만 이 책,정말 반갑고 고마운 책이다. 그냥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한 사람의 삶을 진중하게 돌아보는 것의 차이가 얼마나 어마어마한지를 오늘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율곡, 사람의 길을 말하다]는 지은이의 철저한 사전준비가 돋보이는 평전형식으로 씌어진, 율곡의 생애를 통하여 바라보는 '사람의 길' 곧 '선비'의 참 모습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하여 율곡이라는 거대한 선비정신의 표상을 만날 뿐만 아니라 그를 통하여 현재를 살아가는 올바른 삶의 지표와 리더가 가져야할 덕목들을 아울러 배울 수가 있다. 그만큼 큰사람이기에 우리가 그에게서 가져올 것이 많다는 이야기이다.
 
 최근 자기계발서나 경영학의 흐름 속에 '가로지르기','통섭','하이브리드','혼혈' 등으로 요약되는 '섞고 흔들어서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하는 어떤 것'에 대한 갈구가 넘쳐나는데 이 책은 그 대표적인 성공작이라 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위인전이면서 동시에 자기계발의 훌륭한 지침서이자 리더십의 산 교훈이 넘쳐나는 리더십 교본이다. 톨스토이의 [인생독본]처럼 늘 곁에 두고 시시때때로 찾아 읽으며 스스로를 다듬는 데 아주 좋은 교재임에 틀림없다.
 
 책을 읽어나가며 줄을 긋다 포기해버렸다. 너무도 많은, 말씀들이 나를 콕콕 찔러오기에 자극을 받다 지쳐버렸다. 아, 이건, 하루 아침에 마무리지을 책이 아니구나, 곁에두고 차근차근 가르침을 받아야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글을 읽는 자는 반드시 단정하게 손을 마주잡고 반듯하게 앉아서 공손히 책을 펴놓는다. 마음을 하나로 집중하고 뜻을 모아 정밀하게 생각하고 오래 읽어 그 행할 일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격몽요결]<독서>에서) (210)
 
 지은이가 다시 정리해 놓은 말처럼 '독서를 할 때는 마치 보물을 발견했는데 혹시 다른 이가 먼저 달려가 그 보물을 차지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대해야 한다.'(211) 그런데 그 마음이 너무 앞서다보나 급하게 읽어내려가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날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이렇게 그 느낌들을 갈무리 해두어 1년이 지난 뒤라도 다시 그 때의 분위기를 돌이킬 수 있다. 참 다행스런 습관이다. 물론 율곡처럼 '오래 읽어 그 행할 일을 깊이 생각해' 두었다면 어찌 쉬 잊으랴만....
 
 책을 읽으며 참으로 '선비'의 길이란 엄중하고 또 엄혹한 자기 절제의 길임을 깨닫는다. [예기]에 나오는 말처럼 '즐거움을 끝까지 추구'(115)한다면 '오늘도 한 잔 술에 취하는' '한량'밖에 더 되겠는가?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의 엄정함을 제대로 이어받은 대학자이지만 끝내는 자신의 뜻을 다 펴지 못하고 세상을 뜬 율곡 같은 분이야말로 참 선비의 가르침을 몸소 보여주신 분이다. 그래서 그의 느닷없는 젊은 죽음에 안타까워 하는 것이리라. 겨우 49세라니...이제서야 실용주의자로서의 진면목을 발휘할 수 있을 때였는데, 그가 있었다면 우리네 역사는 또 달라졌을 것인데, 돌이켜 생각하니 더욱 눈물겨운 죽음이다. 
 
 책에는 '~ 하는데 필요한 / ~ 하면 안되는'  '몇 가지 원칙들'이 넘쳐난다. 아마 그 소항목들만 정리하여도 소책자 한 권은 되리라. 그 부분만 들고 다니며 암기 또는 암송하면 참사람, 참된 선비가 되는 길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까? 좀 더 수월하게 깨달음을 얻을 수가 있을까? 잠깐 생각해본다. 순간 율곡의 호통이 나를 깨운다.
 
 사람다움이란 인간의 도리를 배워서 깨닫고 실천하는데서 나온다 (율곡) (6)
 
 

2008.12.19. 새벽, '살림살이라고는 천여 권의 경전뿐이고 /

      살아가는 방도는 두어 칸의 집뿐이네.'(36)  그 분도 이리 사셨답니다.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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