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훔친 위험한 冊들 - 조선시대 책에 목숨을 건 13가지 이야기
이민희 지음 / 글항아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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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라는 것의 속성은 오묘하기가 그지없다. 못읽게 막으면 더 읽고 싶고 앎의 욕구는 조그마한 틈이라도 생기면 기어코 비집고 들어가서 미지의 세계에 닿고 싶어한다. (79)
 
 조선시대의 금서이야기, 열 세편, 여기 소개된 책들이 제대로 유통이 되어 사람과 사람사이를 오가며 '소통'의 장을 활짝 열어제꼈더라면 조선은, 아니, 우리나라는 어떠했을까? 역사에 '만약은'이라는 이야기는 없다지만 책을 읽어가는 내내 드는 안타까움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현실을 가장 잘 표현하는 책일수록 불행한 운명을 맞는다'(6)는 지은이의 머리말이 문득 얼마전 국방부에서 지정한 '불온서적'파동과 연결된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역사의 문구나 바꾸어대고 지금껏 소통의 장에 서잇던 책들을 불온서적으로 폄하하는 일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는 그 직후 일어낫던 불온서적들의 판매급증에서 만나볼 수 있다. 천만다행한 일이리라. 지금은 인터넷이라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소통의 길'이 열려있기에 어떠한 모함과 획책 속에서도 진실이 영원히 묻혀지기란 불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역사책의 글자 몇 자 바꾸는 걸로 젊은 학생들의 역사관이 바뀌리라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고 답답한 지경이다. 이 책에서 만나는 책에 대한 탄압도 결국은 그런 이야기들과 비슷한 수준이랄까? 이를테면 소현세자의 죽음에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심양장계"에 얽힌 이야기를 읽는 밤은 참으로 씁쓸하고 쓸쓸하다.
 
 비극으로 끝난 희망, 그것을 읽는 것만큼 가슴 벅찬 고통은 없을 것이다. (193)
 
 이 책을 읽는 재미는 열 세편의 책 이야기 각각이 전해주는 한바탕의 역사마당에 더하여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별편에 해당하는 "조선의 책 이야기" 일곱 편이다. 조선시대의 책대여점인 '세책점'의 등장에 관한 이야기(62)도 재미있지만 '책을 보기 위한 휴가제도'인 '사가독서제'(216)는 지금 시대에 시행된다면 더욱 좋은 제도라 부럽기도 하였다. 특히 '책에 미친 사람들'(338)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국보 양주동 선생의 일화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사라질 우리 책들에 대한 안타까움까지 전해주는 듯하다.
 
 지은이는 단순히 옛이야기들만 풀어설명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시대적인 배경에 더하여 다른 나라의 사례들까지 풍부히 소개해주어 읽는 이를 만족시켜준다. 가히 '조선 시대의 책'에 관한 집중탐구라 할만하다. 개인적으로는 정약용의 "마과회통"에 얽힌 이야기(210)가 가장 신선한 부분이었고 만나서 기쁜 이야기였다. 여러분들도 자신에게 맞는 '조선시대의 금서'를 찾아보시라. 그리고 이 시대의 금서도 밝혀 찾아 읽으시기를… 책을 금한다고 하여 사상이 금해지던 시대는 이제 끝났음을 다시 한 번 '그들'에게 보여주기 위하여서라도....
 
 
2008.12.26. 밤, '위험한 冊'이 더 좋다, 나는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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