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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운 벗님 - 2004년 제49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성석제 외 지음 / 현대문학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올해로 49회를 맞는 현대 문학상은 성석제씨에게로 돌아갔다. '나눠갖기식의 수상이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성석제씨의 글쓰기가 부쩍 주목받고 있는 전년해였던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던 듯하다.
비유와 사실미가 넘치는 올해 현대문학 수상작 '내 고운 벗님'은 마지막 문장을 읽기까지는 소설이 어디로 흘러갈것이며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감을 잡기 힘들게 하였다는 점이 새롭다면 새롭다.
짧지 않은 문장으로 낚시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설명해가는 그의 박식함에 아연하다가도 그 긴 대사처리의 의중은 무엇이었을까 의아하기도 했다.
대단한 '성은' (聖恩)이 떨어지기를 기대하는 지극히 작은 소시민에게 과잉충성을 하게 만드는 권력의 힘은 나중에는 급기야 어서 가버렸으면 좋을 시대의 편린으로 남게 되는 뒷모습이 씁쓸하기까지 하다.
자기 자신은 미쳐 깨닫지 못한 '조건'을 갖추고도 환경탓만 하는 모습은 우리 이웃의 모습이며 나 자신의 모습은 아닐런지 생각해 보게 하는 필요 충분 조건을 가진다.
수상작가 자선작으로 실려있는 성석제의 <아빠 아빠, 오 불쌍한 우리 아빠>에서도 여전히 성석제의 색을 여실히 보실 수 있으리라.
내가 수상 후보작 중에서 유독히 마음에 들던 작품은, 돌고 도는 인간의 굴레를 돌고 돌아 원점으로 돌아가는 씨티투어 버스로 비유한, 담담한 도시의 고독한 인간상을 그린 단편 강영숙의 '씨티투어버스',
젊은 글쓰기 감각을 느끼게 해주었던 은둔하고자 하는 도시인의 속내를 그린 김애란의 '나는 편의점에 간다',
옥탑방에 세들어 살면서 바라지 않는 남의 사생활을 알게 되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간다는 내용을 담은 표명희의 '탑소호족 N',
역대수상작가 최근작 코너에 실린, 독특하며 신비스러운 소재와 자아를 이기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재밌게 그려간, 한때는 그 우울함을 이길 수가 없어서 읽기를 저어했던 신경숙의 새로운 글쓰기 '화분이 있는 마당'등이 있었다.
일년 일년 문학상 수상 단편들을 읽으면서 문단의 확연한 변모를 기대하고 있는 한명의 독자로서 올해에도 크나큰 흔들림은 보지 못했지만, 여전히 힘있는 단편들을 통해 작은 인생을 대신해 살아볼 수 있다는 점에 늘 글쓰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훌륭한 한국 현대 작가들에게 고개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