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지점에 보물지도를 묻다 - 2005년 제50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윤성희 외 지음 / 현대문학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한국 현대 단편문학의 흐름을 파악하고자 나는,
이상문학상 수상 소설집과 현대문학상 수상 소설집을 꼭 찾아서 읽고 있다.

2005년 수상작은 윤성희씨의 <유턴지점에 보물지도를 묻다>
심플한 스토리라인의 전개가 눈에 들어오는 이 소설은
단편 드라마같기도 하고 일종의 꽁트같기도 하다.

수상작가 자선작으로 실린 <안녕! 물고기 자리> 역시
특별한 임팩트나 개성이나 시사성이 부족하다는 생각.
(어째됐건간에 지독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많은 소설중에 특히 좋거나 한것은 아니었다는.. -_-;)

그 반면, <뱀장어 스튜>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권지예씨의 <산장카페 설국 1Km>는 좋은 와인에게서
나는 조화로운 부케향 같은걸 느낄 수 있었던 중심이 잡힌 작품이었다.

<낭만적 서사와 그 적들>은 김경욱의 재치와 글빨과 말빨이
빛난 작품이라 기교적인 면에서는 고득점을 차지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

박민규의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는 박민규의 여느 글쓰기와
대동소이한 면이 없이 역시 마술적 사실주의 근처를 배회하고
있다는 느낌, 일단은 차별화 되어 좋았다.

이나미의 <파묘꾼>은 장인정신과 죽음에 대한 묵직한 주제가
잘 결부되어 있어 아무래도 깊이가 있다는 느낌으로 읽었고,

정영문의 <배추벌레>는 공상만화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으로,
최수철의 <확신>은 모호하고 어렵게 다가왔으며,

평소 은유와 묘사가 많고 다소 힘이 없이 느껴지는 윤대녕의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선입견을 가지고 읽었던 <낯선 이와 거리에서
서로 고함>은 의외로 소재도 독특하고 글을 전개도 재미있어서
윤대녕의 글쓰기를 다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좋았고,

성석제의 <고귀한 신세>는 성석제 특유의 사회와 인물에 대한
가벼운 비꼼과 풍자가 아주 유쾌하기도하고 안쓰럽기도 하면서 읽었다.

김영하의 <은하철도999>
역시 김영하는 새롭고 유쾌하고 기이하고 발랄하다.

여러가지 색깔의 현대 한국 단편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수상 소설집에서 우리의 현재를 잠시잠깐 들여다보기도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장 - 2004년 제28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김훈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년 꼭 읽게 되는 이상문학상 수상집.
이 한권의 책을 읽음으로써 전년도 우리 문학계의 흐름을
대충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느낌을 갖는다.

2004년의 수상작은 김훈의 '화장 (火葬)'
연륜이 있는 작가지만 문단에는 늦게 등단한 신참내기
작가의 시사성있고 중의성 있는 글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끔 한다.

책에 실린 전체 단편들의 느낌은,
전년도 전전년도 대비 소재부족과 흥미부족이라는 느낌이 새록~

게다가 하성란과 전성태의 단편은
2004년도 현대문학상 수상집에도 동시에 실려있어
2003년도 우리 문학계에 작품들이 많지 않았음을
유추할 수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방송국 창사 특집 드라마 시나리오 같은
문순태의 '늙으신 어머니의 향기'와
돌고 도는 인생의 쳇바퀴같은 고은주의 소설 '칵테일 슈가'
현대인의 고독을 잘 담은 정미경의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가
인상 깊었다.

현대소설을 읽으면 생각하는 인간의 한없는 고독을
거기서 엿볼수 있다.
그래서 어쩌면 작은 위안을 받게되지 않나..싶다.



대상 수상작
김훈|화장

대상 작가 자선 대표작
김훈|여자의 풍경, 시간의 풍경
가까운 숲이 신성하다
충무공, 그 한없는 단순성과 순결한 칼에 대하여

특별상 수상작
문순태|늙은신 어머니의 향기
수상 소감 - 그리운 것들은 등 뒤에 있다

우수작(등단년도순)
구효서|밤이 지나다
김승희|진흙 파이를 굽는 시간
전성태|존재의 숲
고은주|칵테일 슈가
하성란|그림자 아이
정미경|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박민규|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빠가 돌아왔다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창비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단편이 좋다.
짧은 글 안에서 문장은 활어처럼 숨을 쉰다.
조그만 공간에서 펼쳐놓을 이야기 때문에,
작가는 주저리 주저리 너덜너덜해진 단어들을
진부하게 늘어놓지 않아도 된다.

김영하의 단편은 젊고, 생동감이 있으며, 호흡이 짧다.
달리기로 치자면 50m 단거리같은...

그 젊은 생동감이 그의 소설들에 몰입하게 해준다.
책을 읽다가 잠깐 다른 생각을 하고 말아버리게
놔두지를 않는 그 호흡이 어쩔때는 아주 많이 그립다.

그러나 또 김영하는 감각적으로만 문장을 치고,
인기를 구가하려고만 하지는 않는다는 느낌이다.

거기에는 조소가 뭍어있고 귀엽게 시니컬하여
가끔은 어딘지 몰랐던 간지러운 부분들을 절로 시원케 해준다.

<오빠가 돌아왔다>에는
아주 김영하스러운 8개의 단편들이 일기처럼 널부러져있다.

한편 한편 번뜩이는 소재와 톡톡 튀는 이야기 전개 방식이
독자의 귀와 눈을 사로 잡는다.
그리고 책을 덮으면 언제부터인지
맘까지 저당 잡혀버린 느낌마저 드는 것이다.


Tip : 이우일의 삽화도 보너스로 감상 가능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비 - 전경린 공명 산문집
전경린 글, 이보름 그림 / 늘푸른소나무 / 200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가 전경린이 글을 쓰고, 동양화가 이보름이 그림을 그린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여성의 책 '나비'

여자들의 생각들을 주저리 주저리 일기처럼 써내려간 이 책은,
읽는데 고작 두서너 시간밖에 걸리지 않지만,
예쁜 동양화와 책장의 여백에 시간을 멈춘다면
그보다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읽을 수도 있겠다.

많은 공감과 의미를 담긴 하였으되,
아주 커다란 임펙트는 없었다는 점에 조금 아쉬운 그림자를 남긴다.

마술적 사실주의의 소설들을 써내려가던 전경린을 생각하고
이 책을 집어 든다면 유보하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은,
다소 전경린스럽지 않은 가벼운 글쓰기가 낯선 친근감을 주기도 한다는..

여기 그책의 일부분을 살짝 떨어뜨려둔다.



서른살 나비 - 세상은 외투처럼 벗고 입는것 (p66)

흔히들 더 선량하고 너그러운 사람들이 더 많은 사랑을 한다고
착각을 하지만 실은 정말로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끝가지 하는
자들은 나쁜 사람들이다.

보다 덜 선량하고, 부도덕하고, 연약하고 이기적이고,
히스테릭하고 예민하고 제멋대로이고 불행하고 어둡고
자기도취적이고 집요함녀서도 변덕스럽고
독선적이고 질투하는 사람들.

어떤 점에선 열정이 없을수록 삶은 더 선량해진다.
사랑없이 못사는 사람과
사랑없이 사는 사람 중에 누가 더 나쁜 사람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고운 벗님 - 2004년 제49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성석제 외 지음 / 현대문학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올해로 49회를 맞는 현대 문학상은 성석제씨에게로 돌아갔다. '나눠갖기식의 수상이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성석제씨의 글쓰기가 부쩍 주목받고 있는 전년해였던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던 듯하다.

비유와 사실미가 넘치는 올해 현대문학 수상작 '내 고운 벗님'은 마지막 문장을 읽기까지는 소설이 어디로 흘러갈것이며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감을 잡기 힘들게 하였다는 점이 새롭다면 새롭다.

짧지 않은 문장으로 낚시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설명해가는 그의 박식함에 아연하다가도 그 긴 대사처리의 의중은 무엇이었을까 의아하기도 했다.

대단한 '성은' (聖恩)이 떨어지기를 기대하는 지극히 작은 소시민에게 과잉충성을 하게 만드는 권력의 힘은 나중에는 급기야 어서 가버렸으면 좋을 시대의 편린으로 남게 되는 뒷모습이 씁쓸하기까지 하다.

자기 자신은 미쳐 깨닫지 못한 '조건'을 갖추고도 환경탓만 하는 모습은 우리 이웃의 모습이며 나 자신의 모습은 아닐런지 생각해 보게 하는 필요 충분 조건을 가진다.

수상작가 자선작으로 실려있는 성석제의 <아빠 아빠, 오 불쌍한 우리 아빠>에서도 여전히 성석제의 색을 여실히 보실 수 있으리라.

내가 수상 후보작 중에서 유독히 마음에 들던 작품은, 돌고 도는 인간의 굴레를 돌고 돌아 원점으로 돌아가는 씨티투어 버스로 비유한, 담담한 도시의 고독한 인간상을 그린 단편 강영숙의 '씨티투어버스',

젊은 글쓰기 감각을 느끼게 해주었던 은둔하고자 하는 도시인의 속내를 그린 김애란의 '나는 편의점에 간다',

옥탑방에 세들어 살면서 바라지 않는 남의 사생활을 알게 되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간다는 내용을 담은 표명희의 '탑소호족 N',

역대수상작가 최근작 코너에 실린, 독특하며 신비스러운 소재와 자아를 이기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재밌게 그려간, 한때는 그 우울함을 이길 수가 없어서 읽기를 저어했던 신경숙의 새로운 글쓰기 '화분이 있는 마당'등이 있었다.

일년 일년 문학상 수상 단편들을 읽으면서 문단의 확연한 변모를 기대하고 있는 한명의 독자로서 올해에도 크나큰 흔들림은 보지 못했지만, 여전히 힘있는 단편들을 통해 작은 인생을 대신해 살아볼 수 있다는 점에 늘 글쓰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훌륭한 한국 현대 작가들에게 고개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린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