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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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일곱 편이 수록된, 오랜만에 나온 단편집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음악가의 앨범을 사더라도 모든 곡이 맘에 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단편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고르라고 하는 것은 나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다. 책장이 넘어가는 게 아까우면서도  그 다음이 궁금하여 팽팽한 긴장감을 가지고 읽었다.

  각 단편 하나만 해도 이것저것 이야기할 것이 많지만 공통되는 부분을 (억지로) 추출해보자면 "바깥은 여름"의 소설들은 인간의 다면적인 부분을 깊게 응시하고 있다.

   "바깥은 여름"은 '풍경의 쓸모'의 일부에서 따왔지만, 이 책만의 제목이다.(흥미롭게도 맨 처음 소설은 입동이다.) 이 제목을 보면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안은? 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안은 알 수 없다. "바깥은 여름"이라고 말하는 것은 단순하게 바깥 상태에 대한 정보 전달일 수도 있지만 안쪽의 상태와 비교하는 화법일 수도 있다. 비교보다 대조에 가깝다는 생각도 든다. "바깥도 여름"은 아니니까. '풍경의 쓸모'에서도 겨울 날씨와 비교되어 쓰이는 표현이다.(156- 유리볼 안에선 하얀 눈보라가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인.) 또한 바깥은, 가리지 않는 장소를 말한다. 트인 곳은 여름이다. 밖도 여러 사정이 존재하겠지만 사람들은 바깥을 통해, 바깥과 정반대일 수도 있는 안쪽의 사정을 겨우 상상하고 오해할 뿐이다. '입동'의 초반부에서 아내의 행동을 접했을 때와 소설을 다 읽고 그녀의 행동을 다시 판단할 때의 기준은, 전혀 달라진다. 다른 사람들은 안쪽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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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미워해도 될까요?
다부사 에이코 지음, 윤지영 옮김 / 이마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자전적 이야기를 소재로 다룬 만화이다. 등장 인물들은 3등신이고 추상화된 그림체라 귀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용은 가정 폭력에 대한 것이라 상당히 공포스럽다. 다부사 에이코는 겨우 독립을 하지만 자신이 태어나고 길러진 가정을 좀처럼 벗어날 수 없다.

  이 만화의 가장 공포스러운 점은 모친에게 폭력을 당한 피해자인 작가가 모친처럼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본인의 자식에게까지.("욱하는 나를 멈추고 싶다"에 이 내용이 더 다뤄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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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이 이야기를 오로지 쾌감을 위해 썼습니다."(276쪽, 작가의 말)


  보건교사 안은영의 주인공은 퇴마를 할 수 있는 사립 고등학교의 보건교사 안은영이다. 장난감 칼과 총에 자신의 기운을 담아 학교의 이상현상들을 해결한다.

  표지는 무서운데(영화 "고백"이 떠올랐다..) 작가의 말은 100% 사실이다. 안은영은 정의롭고 친절하다. 물질적인 보상이 주어지는 것도 아닌데 학교와 학생들을 지킨다. 인간애가 있는 사람, 특히 약자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방해를 받고도 그들을 이기는 서사가 선악의 구도와 맞물리면 엄청난 쾌감을 준다. 그 안에 유머, 액션, 로맨스까지 들어 있으니 책장이 넘어가는 것은 금방이다. 카카오 70% 함유량 정도의, 최적의 달달함을 느낄 수 있게 씁쓸한 맛을 보여주는 초콜릿처럼 지쳐서 당떨어질 때 종종 꺼내 읽고 싶다. 

  후속작이 꼭 나왔으면 좋겠으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작가는 그런 기회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나 보다. 제발 보건교사 안은영을 드라마화 해줬으면 좋겠다. 애니화도 좋다 만화화도 좋다. 외전이 나와도 좋다. 아니 외전 좀 내주세요. 보건교사 안은영 재밌다. 이런 소설이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에 포함되다니 그 사실만으로도 이 시리즈를 사랑하게 되었다. 물론 제 취향이라서 그렇습니다. 퇴마물 좋아.. 앞부분 조금 미리 읽어볼 수도 있는데 미리보기 해보시고 재밌으면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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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 영화를 꽤 즐겨보는 편이다. 지금 마블 영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언맨1을 보다가 만화를 찾아보게 되었고 출판사 소개를 보고 궁금증이 생겨 읽었다.

  일본 만화를 자주 읽는 편이라 그런지  미국 만화를 읽기가 어렵다. 가독성이 떨어진다고 해야하나? 그럼에도 이 만화는 꽤 잘 읽힌다고 생각했다.

 

  만화는 두 명의 남자가 한 명의 남자에게 무엇인가를 주사하려고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주사를 맞은 말렌은 괴로워하다 괴물질을 토하고, 두 명의 남자는 말렌을 내버려두고 창고문을 걸어 잠근다.

  토니 스타크는 이전에 알던 마야 한센의 전화를 받고 그녀의 연구소인 퓨처팜에 방문한다. 마야는 슈퍼 솔져를 만들기 위한 익스트리미스라는 물질을 개발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가 익스트리미스를 훔치고 누군가에게 유출시킨 뒤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마야는 이 사건을 토니에게 해결해달라고 부탁한다. 익스트리미스를 맞은 말렌은 테러리스트였다. 익스트리미스는 회복을 담당하는 뇌 부분을 해킹하는 물질이다. 사람이 다치면 인체는 뇌가 가진 청사진으로 몸을 복구하려고 한다. 익스트리미스를 주입하면 익스트리미스가 가진 청사진으로 교체되어 인체는 더 나은 몸으로 변화한다.

  토니 스타크는 아이언맨 수트를 입고 초인적인 힘을 가지게 된 말렌과 만나 싸운다. 말렌은 아이언맨을 쓰러뜨리고 워싱턴 DC로 가고, 토니는 큰 부상을 입게 된다. 상처 때문에 죽을 위기에 처한 그는 살기 위해서, 아이언맨 수트를 입은 토니 스타크가 아니라 아이언맨 그 자체가 되기 위해 익스트리미스를 주사한다.

 

  영화에 기반이 된 만화라서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뒷배경 공부 없이 볼 수 있다.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 수트를 만들게 된 이유도 영화 1편과 거의 겹친다. 아마 가독성이 좋다고 느낀 것도 여기서 비롯된 것 같다.

  아이언맨 영화 3편에서 토니 스타크는 아이언맨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데 이 만화에서 그 파편이 보인다. 물론 여기서는 쌈박하게 익스트리미스의 힘을 빌려 수트를 자기 몸에 내장시키는 것으로 결론을 내버린다. 수트를 갈아 입고 할 필요는 없어져버린 것이다. 영화와는 상당히 다른 지점이다.

 

  익스트림을 맞은 사람은 일종의 빈사상태에 빠진다. 토니 스타크가 익스트림을 맞고 난 뒤, 친절하게 아이언맨의 기원을 주마등(?)으로 나타다. 영화에서처럼 토니 스타크는 폭발에 휘발리고 빈사 상태로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된 뒤 호 인센이라는 의사의 수술로 살아난다. 호 인센은 토니의 심장에 파편이 파고드는 것을 유예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한다. 토니는 호 인센의 장치를 발전시켜 생명을 유지하는 동시에 테러리스트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전부터 기획하던 아이언맨 수트를 실현시킨다. 이 사건을 계기로 토니는 정체를 숨기고 아이언맨으로 활동해왔다.

 

  익스트리미스를 주입하게 되는 계기도 죽음과 관련되있다. 토니는 죽음의 위기로 아이언맨이 되고 또 죽음의 위기를 맞아 새로운 아이언맨(=토니)이 된다. 중심축은 아이언맨에게 있을 수 밖에 없다. 아이언맨은 새로운 힘을 마음껏 쓰는 만델에게 "넌 내 악몽이야"라고 말하지만 만델의 존재감은 상당히 적다. 무기를 만드는 일, 의도와 다르게 전쟁에 쓰이는 기술에 대한 고민과 정부 지원금 문제 등을 다루고는 있지만 가볍게 다뤄질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은 새로운 이야기를 위해 한 설정에서 다른 설정으로 넘어가는 아이언맨을 그리고 있는 듯 하다. 미국 슈퍼 히어로물은 한 인물 혹은 작품의 설정이 낡아버리면 다양한 방식으로 다른 설정을 부여해서 인물의 수명을 연장시킨다. 토니의 생명이 연장되면서 아이언맨 만화의 생명도 함께 연장되었겠지...  "아이언맨: SHIELD 국장"에 아이언맨의 일대기가 정리되어 있는데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정말 재밌다. 아무리 허구적 인물이라지만 한 사람의 인생 굴곡이 대단하다. 불구가 되기도 하고 냉동 인간이 되기도 하고 다시 멀쩡한 사지를 가지게 되기도 하고...  역시 슈퍼 히어로는 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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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도서는 개인에게 제공받았다..... 후후 나는 정직한 사람...!


  "장르문학"이라고 불리는 것은 기본적인 친절함을 깔고 있다고 생각한다. 장르의 이름이 내용의 방향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만약 장르의 이름을 배반하더라도, 그 이름에 기반한다. (장르문학과 비장르문학의 구분은 마케팅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비장르문학과 장르문학의 차이란, 만든 사람은 아는데 내용물은 모르는 상자와 초콜릿 상자라고 겉에 쓴 상자의 차이가 아닐까? 


  나의 오컬트한 일상은 일상 미스테리 소설로, "오컬트 미스테리 로맨스" 소설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 장르에 충실하다. 프리랜서 작가이자 번역가인 도재인은 한 기업의 주차장에서 주차를 하고 난 뒤 미끄러져 다리를 다친다. 부상 때문에 한동안 쉬게된 오컬트에 대한 기사를 청탁받고 기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자의 혹은 타의로 여러 가지 사건에 휘말린다. 일상 미스테리이기 때문에 경찰에 넘기기에는 애매한 사건이 대부분이지만 심각한 사건도 있다.


  재인은 탐정 역할을 한다. 그녀는 탐정의 필수 요소인 관찰력과 오지랖을 가진 인물이다. 행동력과 정의감이 있고 자신에게 문제가 생기면 자기탓을 하는, 자아가 강한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녀는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안다. 다리를 다친 후 스스로의 한계를 더 절실하게 느낀다. 사건의 진상을 쥐고 흔드는 셜록 홈즈 계열의 탐정과는 다르다.


  국립국어원 사이트에서 찾아보면 오컬트란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ㆍ초자연적 현상. 또는 그런 현상을 일으키는 기술."을 말한다. 책에는 점성술, 풍수지리 등의 다양한 오컬트 요소가 등장한다. 오컬트를 대하는 재인의 태도는 다른 등장인물의 말을 빌리자면 "낭만적"인 부분이 있다.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분명 존재하고 오컬트는 불확실성에서 비롯되는 불안감에 위안을 준다. 자신이 모든 걸 알 수 없다는 것을 아는 탐정은 오컬트를, 정확히는 오컬트를 믿는 사람의 마음에 공감한다. 악독한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등장 인물들은 타자화되지 않는다.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대하는 남자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도 윤리적이다.


  재인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수수께끼를 풀어주지만 사건에 대해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남아있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3장의 편지 같은 것인데, 사건에서 중요한 편지지만 독자들은 내용을 짐작할 수만 있지 알 수는 없다. 소설은 대개 재인의 시점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재인이 모르는 것은 독자들도 모르게 된다. 


  친절한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후더닛(Who has done it?)이 아닌 "누가 누구를 사랑하는가?"를 다루는 미스터리를 쓰고 싶었다고 한다. 이것은 절대 풀 수 없는 미스터리이다. "나의 오컬트한 일상"의 세계는 자기 자신의 마음도 모르고 다른 사람의 마음은 더더욱 알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오컬트 미스테리 로맨스"라는 이 소설에서 미스테리 지분은 상당히 높다. 로맨스는.. 스포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래도 사랑에 초점을 두다니 따뜻한 세계관이다...


 미스터리의 소설에 주인공 탐정이 있다면 그 세계는 탐정의 영향을 받는다. 게다가 독자는 도재인의 시선을 통해 사건을 보고 그녀의 생각을 읽기 때문에 도재인을 제일 잘 알게 된다. 그녀가 마음에 든다면 그녀를 응원하게 될 것이고 이 소설이 마음에 들 것이다. 


  아, 로맨스 앞에 "(주로) 이성애"나 "(주로) 남녀"를 붙여야 할 것 같다. 여러 관계들이 나오지만 이성애자 남녀 간의 "사랑"이 중점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로맨스의 주축인 도재인도 아마 이성애자인 것 같으니까. 헉 설마 이거 나중에 반전이 되는 건 아니겠지?? 어쩐지 XX와 XX에게 차갑더라니!! 어차피 로맨스라는 용어 자체가 남녀 애정을 기본으로 하지만..


  일러두기부터 웃어버렸고, 한 이야기가 끝나고 만화로 후기가 있다. 도대체님 그림이다! 했는데 맞아서 기뻤다. 서술상 오류가 있는 것 같은데 다음 쇄에 수정될라나? 모르는 용어들이 많아서 사전을 꽤 찾아봤다. 나는 공감각이 떨어지는 독자이기 때문에... 평면도 같은 게 있는 이야기는 정말 다행이었다.


  친절한 장르문학에다 인물도 친절하고 작가도 친절하고 거기다가 저자가 직접 하는 네이버 오디오 클립도 있다. 작품과 연관되어 재밌는 이야기가 많으니 관심있으신 분은 구독을..!! 글을 쓸 때의 이야기나 이 책과 연관된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책에 뒷권에 대한 떡밥이 꽤 있는데 뒷권 떡밥 살포를 기대하는 중이다. 제목의 노래 관련 이야기도 해주세요..!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272


  판형이 좋다. 자간이나 글자 크기도 마음에 든다. 책표지가 분리되는 건 좀 불편한데 어차피 분리되는 책이면 책표지를 벗기고 다니니 크게 상관은 없다. 안쪽 표지가 겉표지랑 다르니 그것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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