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영화를 꽤 즐겨보는 편이다. 지금 마블 영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언맨1을 보다가 만화를 찾아보게 되었고 출판사 소개를 보고 궁금증이 생겨 읽었다.

  일본 만화를 자주 읽는 편이라 그런지  미국 만화를 읽기가 어렵다. 가독성이 떨어진다고 해야하나? 그럼에도 이 만화는 꽤 잘 읽힌다고 생각했다.

 

  만화는 두 명의 남자가 한 명의 남자에게 무엇인가를 주사하려고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주사를 맞은 말렌은 괴로워하다 괴물질을 토하고, 두 명의 남자는 말렌을 내버려두고 창고문을 걸어 잠근다.

  토니 스타크는 이전에 알던 마야 한센의 전화를 받고 그녀의 연구소인 퓨처팜에 방문한다. 마야는 슈퍼 솔져를 만들기 위한 익스트리미스라는 물질을 개발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가 익스트리미스를 훔치고 누군가에게 유출시킨 뒤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마야는 이 사건을 토니에게 해결해달라고 부탁한다. 익스트리미스를 맞은 말렌은 테러리스트였다. 익스트리미스는 회복을 담당하는 뇌 부분을 해킹하는 물질이다. 사람이 다치면 인체는 뇌가 가진 청사진으로 몸을 복구하려고 한다. 익스트리미스를 주입하면 익스트리미스가 가진 청사진으로 교체되어 인체는 더 나은 몸으로 변화한다.

  토니 스타크는 아이언맨 수트를 입고 초인적인 힘을 가지게 된 말렌과 만나 싸운다. 말렌은 아이언맨을 쓰러뜨리고 워싱턴 DC로 가고, 토니는 큰 부상을 입게 된다. 상처 때문에 죽을 위기에 처한 그는 살기 위해서, 아이언맨 수트를 입은 토니 스타크가 아니라 아이언맨 그 자체가 되기 위해 익스트리미스를 주사한다.

 

  영화에 기반이 된 만화라서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뒷배경 공부 없이 볼 수 있다.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 수트를 만들게 된 이유도 영화 1편과 거의 겹친다. 아마 가독성이 좋다고 느낀 것도 여기서 비롯된 것 같다.

  아이언맨 영화 3편에서 토니 스타크는 아이언맨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데 이 만화에서 그 파편이 보인다. 물론 여기서는 쌈박하게 익스트리미스의 힘을 빌려 수트를 자기 몸에 내장시키는 것으로 결론을 내버린다. 수트를 갈아 입고 할 필요는 없어져버린 것이다. 영화와는 상당히 다른 지점이다.

 

  익스트림을 맞은 사람은 일종의 빈사상태에 빠진다. 토니 스타크가 익스트림을 맞고 난 뒤, 친절하게 아이언맨의 기원을 주마등(?)으로 나타다. 영화에서처럼 토니 스타크는 폭발에 휘발리고 빈사 상태로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된 뒤 호 인센이라는 의사의 수술로 살아난다. 호 인센은 토니의 심장에 파편이 파고드는 것을 유예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한다. 토니는 호 인센의 장치를 발전시켜 생명을 유지하는 동시에 테러리스트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전부터 기획하던 아이언맨 수트를 실현시킨다. 이 사건을 계기로 토니는 정체를 숨기고 아이언맨으로 활동해왔다.

 

  익스트리미스를 주입하게 되는 계기도 죽음과 관련되있다. 토니는 죽음의 위기로 아이언맨이 되고 또 죽음의 위기를 맞아 새로운 아이언맨(=토니)이 된다. 중심축은 아이언맨에게 있을 수 밖에 없다. 아이언맨은 새로운 힘을 마음껏 쓰는 만델에게 "넌 내 악몽이야"라고 말하지만 만델의 존재감은 상당히 적다. 무기를 만드는 일, 의도와 다르게 전쟁에 쓰이는 기술에 대한 고민과 정부 지원금 문제 등을 다루고는 있지만 가볍게 다뤄질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은 새로운 이야기를 위해 한 설정에서 다른 설정으로 넘어가는 아이언맨을 그리고 있는 듯 하다. 미국 슈퍼 히어로물은 한 인물 혹은 작품의 설정이 낡아버리면 다양한 방식으로 다른 설정을 부여해서 인물의 수명을 연장시킨다. 토니의 생명이 연장되면서 아이언맨 만화의 생명도 함께 연장되었겠지...  "아이언맨: SHIELD 국장"에 아이언맨의 일대기가 정리되어 있는데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정말 재밌다. 아무리 허구적 인물이라지만 한 사람의 인생 굴곡이 대단하다. 불구가 되기도 하고 냉동 인간이 되기도 하고 다시 멀쩡한 사지를 가지게 되기도 하고...  역시 슈퍼 히어로는 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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