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도서는 개인에게 제공받았다..... 후후 나는 정직한 사람...!


  "장르문학"이라고 불리는 것은 기본적인 친절함을 깔고 있다고 생각한다. 장르의 이름이 내용의 방향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만약 장르의 이름을 배반하더라도, 그 이름에 기반한다. (장르문학과 비장르문학의 구분은 마케팅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비장르문학과 장르문학의 차이란, 만든 사람은 아는데 내용물은 모르는 상자와 초콜릿 상자라고 겉에 쓴 상자의 차이가 아닐까? 


  나의 오컬트한 일상은 일상 미스테리 소설로, "오컬트 미스테리 로맨스" 소설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 장르에 충실하다. 프리랜서 작가이자 번역가인 도재인은 한 기업의 주차장에서 주차를 하고 난 뒤 미끄러져 다리를 다친다. 부상 때문에 한동안 쉬게된 오컬트에 대한 기사를 청탁받고 기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자의 혹은 타의로 여러 가지 사건에 휘말린다. 일상 미스테리이기 때문에 경찰에 넘기기에는 애매한 사건이 대부분이지만 심각한 사건도 있다.


  재인은 탐정 역할을 한다. 그녀는 탐정의 필수 요소인 관찰력과 오지랖을 가진 인물이다. 행동력과 정의감이 있고 자신에게 문제가 생기면 자기탓을 하는, 자아가 강한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녀는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안다. 다리를 다친 후 스스로의 한계를 더 절실하게 느낀다. 사건의 진상을 쥐고 흔드는 셜록 홈즈 계열의 탐정과는 다르다.


  국립국어원 사이트에서 찾아보면 오컬트란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ㆍ초자연적 현상. 또는 그런 현상을 일으키는 기술."을 말한다. 책에는 점성술, 풍수지리 등의 다양한 오컬트 요소가 등장한다. 오컬트를 대하는 재인의 태도는 다른 등장인물의 말을 빌리자면 "낭만적"인 부분이 있다.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분명 존재하고 오컬트는 불확실성에서 비롯되는 불안감에 위안을 준다. 자신이 모든 걸 알 수 없다는 것을 아는 탐정은 오컬트를, 정확히는 오컬트를 믿는 사람의 마음에 공감한다. 악독한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등장 인물들은 타자화되지 않는다.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대하는 남자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도 윤리적이다.


  재인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수수께끼를 풀어주지만 사건에 대해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남아있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3장의 편지 같은 것인데, 사건에서 중요한 편지지만 독자들은 내용을 짐작할 수만 있지 알 수는 없다. 소설은 대개 재인의 시점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재인이 모르는 것은 독자들도 모르게 된다. 


  친절한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후더닛(Who has done it?)이 아닌 "누가 누구를 사랑하는가?"를 다루는 미스터리를 쓰고 싶었다고 한다. 이것은 절대 풀 수 없는 미스터리이다. "나의 오컬트한 일상"의 세계는 자기 자신의 마음도 모르고 다른 사람의 마음은 더더욱 알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오컬트 미스테리 로맨스"라는 이 소설에서 미스테리 지분은 상당히 높다. 로맨스는.. 스포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래도 사랑에 초점을 두다니 따뜻한 세계관이다...


 미스터리의 소설에 주인공 탐정이 있다면 그 세계는 탐정의 영향을 받는다. 게다가 독자는 도재인의 시선을 통해 사건을 보고 그녀의 생각을 읽기 때문에 도재인을 제일 잘 알게 된다. 그녀가 마음에 든다면 그녀를 응원하게 될 것이고 이 소설이 마음에 들 것이다. 


  아, 로맨스 앞에 "(주로) 이성애"나 "(주로) 남녀"를 붙여야 할 것 같다. 여러 관계들이 나오지만 이성애자 남녀 간의 "사랑"이 중점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로맨스의 주축인 도재인도 아마 이성애자인 것 같으니까. 헉 설마 이거 나중에 반전이 되는 건 아니겠지?? 어쩐지 XX와 XX에게 차갑더라니!! 어차피 로맨스라는 용어 자체가 남녀 애정을 기본으로 하지만..


  일러두기부터 웃어버렸고, 한 이야기가 끝나고 만화로 후기가 있다. 도대체님 그림이다! 했는데 맞아서 기뻤다. 서술상 오류가 있는 것 같은데 다음 쇄에 수정될라나? 모르는 용어들이 많아서 사전을 꽤 찾아봤다. 나는 공감각이 떨어지는 독자이기 때문에... 평면도 같은 게 있는 이야기는 정말 다행이었다.


  친절한 장르문학에다 인물도 친절하고 작가도 친절하고 거기다가 저자가 직접 하는 네이버 오디오 클립도 있다. 작품과 연관되어 재밌는 이야기가 많으니 관심있으신 분은 구독을..!! 글을 쓸 때의 이야기나 이 책과 연관된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책에 뒷권에 대한 떡밥이 꽤 있는데 뒷권 떡밥 살포를 기대하는 중이다. 제목의 노래 관련 이야기도 해주세요..!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272


  판형이 좋다. 자간이나 글자 크기도 마음에 든다. 책표지가 분리되는 건 좀 불편한데 어차피 분리되는 책이면 책표지를 벗기고 다니니 크게 상관은 없다. 안쪽 표지가 겉표지랑 다르니 그것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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